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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5-05-27 18:54

안재원의 잊혀진 문헌 (6): 레기스 신부의 라틴어 <역경>에 대하여

글쓴이 : 아포리아

안재원의 잊혀진 문헌 (6): 레기스 신부의 라틴어 <역경>에 대하여(1)

우선, 독자 여러분에게 이해와 양해의 마음을 구한다. 라틴어 <역경>에 대한 글을 쓰겠다고 약속한지 벌써 세 달이 훌쩍 지나버렸기 때문이다. 학기가 새로이 시작한 탓에 그리고 이러저러한 잡사들에 시달렸던 탓에 그렇게 되어 버렸다. 넓은 이해의 마음을 청한다. 사실, 라틴어 <역경>은 한문 원문 <역경>에 못지 않게 어렵다. 이 말은 내가 지금부터 소개할 내용들에 많은 잘못과 오류들이 포함될 수도 있다는 소리다. 그래서 이에 대한 독자 여러분의 너그러운 양해의 마음을 또한 구하면서 이번 “잊혀진 문헌”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하고자 한다. 이번에 밝힐 라틴어 <역경(易經)>의 서지 사항은 다음과 같다.

Y-King, Antiquissimus Sinarum liber quem ex latina interpretatione P. Regis Aliorumque ex Soc. Jessu, P.P. edidit Julius Mohl. Vol.I & II., cum quatuor tabulis, 1834 (Vol. I), 1839(Vol. II). Stuttgartiae et Tubingae. Sumptibus J. G. Cottae.

(역경은 중국에서 가장 오래 된 책으로 레기스 신부와 예수회 소속의 다른 신부들의 번역한 것으로 줄리우스 모올이 편집했다. 책은 1권과 2권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4개의 도표도 함께 출판되었다. 책은 1834년과 1839년에 슈트트가르트와 투빙겐에서 코타가 후원한 비용으로 출판되었다.)

서명이 조금 긴 편이다. 그런데, 20세기 이전에 유럽에서 출판된 책들의 이름들은 대체로 장황하다. 이는 책에 대한 생각이 지금과는 다름을 보여준다. 이는 책이 상품화되는 과정을 잘 보여준다. 아무튼, 책에 대한 물리적 정보부터 살펴보자. 책은 제1권이 474쪽이고, 2권이 588쪽이다. 여기에 서문 16쪽과 도표 4쪽이 추가되면, 전체는 대략 1000쪽이 넘는 대작이다. 제1권은 첫 번째 건(乾)괘에서 열여섯 번째 예(豫)괘를, 제2권은 열일곱 번째 수(隨)괘에서 예순네 번째 미제(未濟)괘를 포함하고 있고, 여기에 <계사전>, <설괘전>, <서괘전> 그리고 <잡괘전>도 포함된다. 책을 편집한 이는 위에서 소개했듯이, 줄리우스 모올(Julius Mohl)다. 하지만, 이 책은 출판되기까지 많은 우여곡절을 겪어야만 했다. 사정은 이러하다. 우선 번역을 시작한 사람은 1700년 초반에 북경에 머무르고 있었던 세 명의 예수회 신부들이다. 마일라의 요세푸스 (Josephus de Maillac, 馮秉正 1669~1748), 타르타로스의 페트루스(Petrus du Tartar, 湯尚賢 1669—1724) 그리고 요한네스 밥티스타 레기스(Joannis Baptistae Regis. 雷孝思 1663—1738）신부가 그들이다. 요세푸스 신부는 한문을 라틴어로 직역하는 일을 맡았는데, 이 때에 참조했던 한문 저본은 강희제의 명령으로 1683년에 자금성에서 출판된 <일강역경해의(日講易經解義, 清　牛鈕等奉敕撰, 清康熙22年內府刊本漢文)으로 추정된다. 아래의 사진은 <일강역경해의>의 시작 대목이다.

<일강역경해의>는 강희제의 명령으로 다시 만주어(<日講易經解義>, 清　牛鈕等奉敕撰

清康熙22年(1683) 內府刊滿文本)로 번역되는데, 아래와 같다.

두 문헌을 바탕으로 페트루스 신부는 문헌의 주해를 담당했고, 이를 위해서 역사를 추적하여 숨은 의미들을 원천으로부터 밝혔으며 최초 괘상들의 해석을 위한 도표를 만들었다. 레기스 신부는 이 두 신부의 작업들을 꼼꼼히 다시 검토했고, 더 자세하게 해명했으며, 끝까지 밀고 나가 중국인들의 자연학과 윤리학에 대한 주석까지 확장하였다. 중국인들이 주석해 놓은 것들 가운데에서 어느 것도 빠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이런 의미에서 번역 작업 전체를 주도한 이는 레기스 신부였다. 책의 제1부가 완성된 것은 1708년이었다. 이 해에 강희제는 레기스 신부에게 중국 지도를 그리라는 명령을 내린다. 그래서 번역 작업은 여기에서 중단할 수밖에 없었고, 그 대신에 완성된 지도가 <황여전람도(皇與全覽圖)>(2)이다.

이런 저런 사정 탓에 <역경>의 제2부는 강희제의 재위 말년인 1722년에 완성된다. 정확한 날짜는 7월 27일이다. 제3부가 로마로 보내진 시기는 그 이듬해인 1723년인 10월 25일이다. 하지만 로마로 보내진 필사본들은 슬픈 운명을 맞이한다. 그 대부분이 분실되었고, 그 일부만이 아벨 레뮈자에 의해서 모아졌다. 아무튼 라틴어 <역경>은 1736년에 완성된다. 이는 그가 세상을 떠나기 2년 전에 일이다. 레기스는 <역경> 전체에 대해 자신의 견해를 밝힌 서문을 완성했기 때문이다. 레기스에 의해서 완성된 라틴어 <역경>은 여러 사람에 의해서 필사된다. 모올에 따르면, 적어도, 세 명의 필사자가 있었던 것이 분명하다. 어쨌든, 모올은 자신이 라틴어 <역경>의 비판 정본을 만들기 위해서 세 개의 필사본을 대조했다고 밝힌다. 레기스 신부가 1736년에 10월 6일에 프레레(Freret)에게 보낸 편지에 따르면, 그 중 하나는 프레레 신부에게 보내진 것이고, 이것이 나중에 해군성 도서관으로 넘겨졌는데, 모올은 이를 다시 파리의 천문관상청 도서관에서 찾았다고 밝힌다. 다른 하나는 파리의 왕립 도서관에 보존되었고, 이 필사본은 텍스트 본문 전체를 담고 있었고, 1745년에 파리에서 다시 필사되었고, 이 왕립 필사본의 제1부는 앞에서 소개한 관상청 필사본과 1754년에 대조된 흔적을 지니고 있다. 마지막 필사본은 <역경> 번역 전체에서 제3부에 해당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사본은 천문관상성 도서관에 보존된 필사본을 베낀 것으로 필사의 상태는 좋지 않다. <역경>의 출판을 위해서 이상의 세 필사본을 모올에게 제공한 이는 아벨-레뮈자(Abel-Remusat)이다. 그러니까, 레기스 신부의 필사본이 모올의 손에 들어가기까지 근 100년의 시간이 걸린 셈이다. 하지만, <역경>에 대한 최초의 소개는 모올이 출판한 책이 아니다. 모올에 따르면 (<서문> 7쪽), 서양어로 출판된 <역경>에 대한 소개는, 비록 단편적인 것이지만, 1687년 파리에서 쿠플레(Couplet)가 출판한 <중국인 철학자 공자>에서 이루어져 있고, 여기에 비스델루(Visdelou) 신부가 번역한 <서경>의 부록에 괘상에 대한 부록을 덧붙인 것이 있다. 이와 관련해서, 한가지 교정해야 할 사실은, <중국인 철학자 공자>에 <역경>에 대한 보고서를 지은이는 쿠플레가 아니고 인토르체타(Intorcetta)라는 것이다. 이는 파리 국립 도서관 (BNF)에 소장된 필사본 Lat.Cod. 6277에 의해서 확인된다. 여기에, 또 한 가지 추가해야 하는 사실은 <역경>을 서양어로 소개하는 최초의 문헌이 인토르체타의 보고가 아니라, 1658년에 독일 뮌헨에서 출판한 <중국역사십서(Sinicae Historiae decas prima)>라는 것이다. 제1권에 <역경>의 지은이와 괘도와 괘에 대한 나름 상세한 설명이 나온다.

라틴어 <역경>에 대한 18세기 서양인들의 관심은(3) 매우 컸다. 관심은 성격에 따라 이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신학적인 관심과 자연학적인 관심으로 말이다. 신학적인 관심과 관련해서 <역경>을 번역하겠다는 사람들의 초기 입장을 소개하겠다. 모올의 주장이다.

<역경>은 자신의 명성과 존경을 중국인들 사이에서만 누리는 것이 아니다. 이는 중국인들을 그리스도의 신앙으로 전교하기 위해서 로마 교회가 파견한 신부들 사이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많은 사람들이 중국인들이 이 책에 깊이 빠져들어 바치는 존경하는 것과 같은 정도로 이 책에 심취해 있다. 이들은 조만간에 이 책에서 그리스도의 교리에 담긴 비의(秘意)를 발견할 것이라고 스스로를 설득하고, 이 책을 바탕으로 그 위에 중국인들에게 전하고자 하는 신앙을 세우려고 시도한다. 그래서 이 책의 이름이 유럽에 전해졌고, 많은 사람들이 많은 것을 이 책ㄹ에 대해서 썼고, 많은 사람들은 망상에 사로잡혀있다. 마치 미지의 일에 대해서 그렇듯이 말이다. (라틴어 <역경> 서문 vi-vii)(4)

모올이 말하는 <역경>에 심취한 신부들이 누구일까? 이들은 다름아닌 루이 14세가 강희제의 요청을 받고 1687년에 중국으로 파견한 왕립 수학자들이다. 이에 대한 전거는 아래와 같다.

이 편지에 따르면, 루이 14세는 강희제의 요청을 받고 유럽 전체에서 최고의 수학자 5명을 선발하여 중국으로 보내는데, 이 가운데 한 명이 바로 요하임 부베 신부(P. Joachim Bouvet, 白晉, 1687-1730 중국 거류)이다. 부베의 중국 방문으로 <역경>에 대한 서양의 관심은 근본적으로 변화를 가져오는데, 그것은 다름아닌 자연학적인 관심이 커진다는 점이다. <역경>에 대한 자연학적 관심과 관련해서, 부베가 학친이자 절친이었던 독일 철학자 라이프니츠에게 <역경>을 소개한 인물이라는 점을 지적하고자 한다. 부베가 <역경>을 처음 언급하는 편지는 1700년 11월 8일에 보낸 것이다. 고비엥 신부를 통해 라이프니츠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부베는 <역경>을 다음과 같이 소개하고 있다.

<역경>은 중국에서 가장 오래된 책이다. 아마도 전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것이다. 이 책은 중국의 고유 원천이다. 학자들에 따르면, 중국의 모든 학문과 전례를 만든 것이 이 책이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의심한다. 이 책이 잘못된 가르침을 담고 있으며 미신들로 가득차 있고 근거와 확고한 원리를 갖추지 못한 것이라고 말이다. 하지만 나는(부베) 이 의심에 동의하지 않는다. 대신에 나는 확신한다. 저들의 의심이 잘못된 것이고, 고대의 중국인들을 부당하게 대하는 것이라고 말이다. 고대의 중국인들은 그 시초에 진실로 순수하고 명백한 철학을 가졌다고, 아니 오히려, 고대 중국의 철학이 더 확고했고 오늘날 우리의 철학보다 더 완벽했다고 나는 감히 생각한다. <서간집, p.276)

부베의 이와 같은 주장에 대해서는 물론 여러 다른 반론이 제기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역경>의 유럽 소개 문제와 관련해서, 부베의 이와 같은 생각이 라이프니츠에게 그대로 전해졌고, 라이프니츠로 하여금 <역경>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하도록 만들었다는 점이 중요하다. 부베가 라이프니츠를 설득함에 있어서 힘을 발휘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역경>에 대한 부베의 주장을 하나 더 소개하겠다.

한편으로 4000년이 넘는 중국 학자들의 연구의 역사를 증인삼아 볼 때에도 다른 한편으로 내가 (부베) 백 곳이 넘는 문장들을 통해서 확인해 볼 때에도, 중국인들의 생각들과 원리들은 우리 유럽의 상고 시대 현인들의 생각과 원리들에 일치한다. 이 일치는 학문 전체를 아우르고 여기에 종교까지 포함하는 것이다. 이 일치를 바탕으로 놓고서 저 기발한 괘상들에 대한 새로운 탐구를 수 년간에 걸쳐서 수행해 왔다. 그 결과 다음의 확신에 도달하였다. 원천의 관점에서 볼 때에 아마도 이 일치는 같은 것이고 하나인 무엇이라는 확신에 말이다. 포희의 괘상은 보편적인 상징을 표상하고, 이 상징은 메르쿠리우스 트리스메기스투스가 발명했던 것 같은 정도의 고대의 아주 비범한 천재가 만들었고, 이는 모든 학문들의 가장 추상적인 토대를 눈앞에 제시하기 위함이라는 것을 말이다. ( <서간집>, p. 277)

인용에서 눈 여겨 보아야 할 표현는은 “보편적인 상징”이다. 중요한 점은 이 상징이 기호로 구성되고 이 기호는 다름아닌 수의 체계를 반영한다는 것이다. 참고로, <역경>의 괘상이 17~18세기에 유럽의 지성계의 핵심 논쟁 가운데에 하나인 “보편 문자(universal character)” 논의로 직결되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참조, D. 먼젤로, <진기한 나라 중국>, 제6장 원시중국학과 유럽의 보편언어탐색) 그러니까, 베이컨 이후, 자연을 탐구하는 데 있어서 혹은 자연에 접근함에 있어서 자연 언어라는 색안경의 장애를 뛰어넘는 새로운 표현 도구와 기제의 발견과 발명을 시도하는 노력과 관련해서, <역경>을 상징 체계로 보고 있으며, 그 체계를 수(數)의 관계로 해명할 수 있다는 부베의 생각이 이후의 서양 근대 과학의 시작에서, 특히 기호와 부호 체계의 발명과 개발에 일정 정도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얘기다. 그러나 이보다 중요한 점은 부베의 이와 같은 생각이 라이프니츠에게 형이상학과 자연학의 통합에의 시도를 추구하도록 만드는 한 계기를 제공했다는 점이다. 전거는 다음과 같다.

나는 이제 확신한다. 실제로 포희의 체계가 모든 학문들을 포괄한다는 사실을 말이다. 나의 분석에 따르면, 그것은 다름아닌 수의 형이상학 혹은 하나의 아주 완벽한 학문의 보편적인 방법론에 다름이 아니다. (<서간집>, p. 279)

그렇다면, <역경>의 어떤 면모가 부베를 감동시켰고, 라이프니츠를 설득할 수 있었을 것인가? 우선, 이와 같은 사정의 바탕에 깔린 역사적인 지성사의 흐름은 다음과 같다. 이와 과련해서 학문을 지칭하는 말인 라틴어 scientia의 의미 변화에 대해 짚어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이 말은 원래는 우리말의 “앎”에 해당하는 것이다. 우리말 “앎”이 그렇듯이, 이 말은 서양 고대에는 그야말로 “앎”을 지칭하는 것이었다. 그러다가 나중에 “학문”을 가리키는 전문어로 자리잡는다. 그러니까 scientia가 “학문”을 지칭하는 용어로 처음부터 사용된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왜냐하면, ars라는 강력한 경쟁자가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라틴어 대사전>의 용례에 따르면, scientia를 이론(theoria)의 의미로 사용했던 용례들이 없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면, 키케로가 <연설가에 대하여>에서 scientia를 경험적인 실천에 대비되는 개념으로 그러니까 오늘날의 이론에 해당하는 뜻으로 사용한 적이 있다(<연설가에 대하여> 제1권 제160장: usum loquendi populo concessi, scientiam mihi reservavi, 말하기의 실제는 인민에게 넘겼지만, 말하기의 이론은 나에게 남겨두었다). 키케로의 구별에 대해서는 보다 엄밀한 추적을 해 보아야 하겠지만, scientia가 학문 제도 일반을 지칭하는 개념으로, 그러니까 ars에 필적하는 맞수로 자리잡게 된 것은 중세 이후였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와 관련해서는, 다른 누구보다도 토마스 아퀴나스가 중요하다. 왜냐하면, 아리스토텔레스의 episteme(경험과는 구분되는 이론적 앎)를 scientia로 옮기고, 이를 엄밀하게 구별해서 사용한 사람이 아퀴나스였기 때문이다. 전거는 다음과 같다.

이상의 논의로부터 다음의 결론이 나온다. 이성을 사용하는 첫 번째 방식은 다른 무엇보다도 이성 학문에 고유하고, 두 번째 방식은 윤리 학문에, 세 번째는 자연 학문에 해당한다는 것이 말이다.(5)

이 글의 논지와 관련해서 흥미로운 점은, 물론 체계적인 후속 연구를 해보아야 하겠지만, 아퀴나스가 이성의 통제를 받는 학문의 영역과 전통적으로 경험 학문에 해당하는 것들을 나누고, 특히 자유로운 판단이 허용되는 영역에 대해서는 scientia라는 표현을 사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물론 현대 건축학자들은 이에 전혀 동의하지 않겠지만 말이다. 이에 대한 전거는 아래와 같다.

게다가, 모든 기술적인 작업들은 어떤 진리에 대한 인식을 바탕으로 이루어진다. 그것들의 원리가 앎인 한에서 말이다. 그러나 어떤 종류의 기술적인 작업들은, 아우구스티누스에 따르자면, 그것들에 대해 자유로운 판단이 허용되는 것들이다. 집을 짓는 것과 이런 유의 것들을 그 예로 들 수 있다. 따라서 어떤 종류의 진리를 인식함에 있어서 정신만으로도 충분한 경우가 있다. 신적인 해명(가령 은총이나 계시)이 없이도 말이다.(6)

아퀴나스가 liberum arbitrium (혹자는 자유 의지로 번역하지만, 아직은 근대적인 의미에서 자유 의지로 볼 수 있는 지는 확신이 안 서기에 나는 자유로운 판단으로 옮겼다)이 허용되는 것을 scientia로 분류하지 않는 까닭은, 그가 scientia 개념을 매우 엄격하게 규정해서 사용한다는 사실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학문의 방법은 이미 알려진 것들로부터 필연적으로 따라 나오는 것들을 끌어내는 것이다. 이는 신적인 것들에 대한 앎들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이다. 따래서 신적인 것들에 대해서도 앎이 성립가능다는 것이 분명하다.(7)

Scientia에 대한 아퀴나스의 생각에서 주목해야 할 점들은 두 가지다. 한편으로 학문 방법은 유추(analogia)를 기본으로 한다는 것이고, 다른 한편으로 필연성(necessaria)을 확보할 때에 scientia가 성립한다는 것이다. 여기에서 “필연성”은 앞에서 언급한 자유로운 판단, 즉 인간적인 자유로운 해석의 여지가 허용되는 학문 분야와 구분된다. 이 구분은 나중에 그러니까 18세기 이후 서양 지성계에 널리 퍼지기 시작한 인문학(fine arts)과 자연과학의 분리에도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이와 같은 구분을 통해서 scientia는 엄밀한, 즉 비약과 상상을 허용하지 않는 엄밀한 학적 체계 일반을 지칭하게 되었고, 나중에 “과학” 일반을 지칭하는 용어로 자리잡는다. 하지만, scientia 개념의 이와 같은 성격을 갖게 된 뿌리가 아퀴나스라는 사실이 분명함에도, 근-현대적 의미의 과학을 지칭하는 개념으로 scientia가 사용된 것은 아니다. 내 생각에, scientia가 필연성에 기반한 엄밀성을 추구하는 이론 체계라는 언표로 자리잡는 데에는 17-8세기의 펼쳐진 학자들 사이에서 전개된 대화와 논쟁이 결정적이었다. 왜냐하면, 특히 자연학의 분야에 대한 논쟁과 대화 과정에서 대두된 물음 가운데 하나가 자연 언어로 자연을 기술하는 것이 과연 정확하고 적합하며 효율적인 것인지에 대한 문제 제기였고, 이 과정에서 자연을 기술하는 데에 있어서 효율적인 기호와 부호들이 고안되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기호와 부호 체계들 덕분에 근대 자연 과학의 분과들, 수학, 화학, 물리학 등이 발전할 수 있었다. 참고로, 18세기 이전까지 서양의 자연학 문헌들은 자연언어로 기술되었는데, 이 말은 오늘날 우리가 사용하는 수학 부호 등을 사용하지 않았다는 얘기다. 프랜시스 베이컨이 “ipsa scientia potestas est(아는 것이 힘이다)”라는 주장을 하면서 새로이 개발하려고 했던 새로운 도구(novum organum)들이 실은 바로 이와 같은 새로운 부호 체계였다. 아마도, 내 생각에, 이것이 근대 이후 서양이 동양을 압도할 수 있는 힘의 비밀 가운데에 하나였을 것이다. 아무튼, 새로운 부호와 기호에 대한 논의 과정에서 부베와 라이프니츠가 서로 주고 받은 서신 교환도 하나의 중요한 사례라는 점은 의심의 여지가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라틴어 <역경>의 어떤 면이 라이프니츠를 설득할 수 있었을까? 물론, <역경>의 세계는 음양으로 이분하는 범주 구조와 그 구조가 대립적인 배제 관계가 아닌 상호 반대와 상호 차이를 포함하는 운동 구조로 이뤄져 있다. 이와 관련해서 음에서 양으로 혹은 양에서 음으로의 추이를 수로 계산할 수 있다는 부베의 <역경> 해설이 라이프니츠의 이진법(二進法)에 대한 생각에 영향을 행사한 것은 분명하다. 이에 대해서는 많은 연구가 있고, 따라서 여기에서 자세하게 언급할 필요는 없을 듯 싶다. 당장, 부베와 라이프니츠가 서로 주고 받은 서신들이 이를 잘 보여주는 전거들이기 때문이다.

18세기 서양인들의 <역경> 연구와 관련해서, 나는 오늘 새로운 문헌을 하나 소개하고자 한다. 다음과 같다.

Idea generalis doctrinae libri I-King (易經), seu Brevis expositio totius systematis philosophiae hieroglyphicae in antiquis Sinarum libris contentae, facta R.P. Joanni Paulo Gozani, Visitatori, hanc exigenti, Ms. in quarto, singnè Bouvet, à la Bibliothèque Nationale. (Fonds fr., nomero 17. 239)

(<역경>에 담긴 보편적인 가르침에 대한 이해 혹은 중국 고대의 서책들에 담긴 상형에 대한 철학의 전체 체계에 대한 간략한 설명)

이 문헌은 아직 입수하지 못했다. 이에 대한 상세한 소개를 할 수 없음이 아쉽다. 이에 대해서는 문헌이 입수되는 대로 상세하게 소개하겠다. 그런데, 이상의 진술에서 드러났듯이, <역경>에 대한 부베의 연구가 라이프니츠와 같은 서양 철학자들로 하여금 자연학 혹은 자연과학의 탐구에로 나아가도록 자극했다면, 중국에 머물면서 <역경>을 연구했던 예수회 신부들에게는 정반대의 길로 나아가게 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할 듯하다. 소위 “색은(索隱)주의”(8) 노선이 바로 그 길이다. 이 노선은 루지에르나 리치와 같은 예수회 소속의 초기 신부들이 취했던 적응주의 노선에서 한 걸음 더 치고 나아갔는데, 그들이 입증하려고 했던 것은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 이전의 고대 중국의 신화와 역사가 <구약성서>에 나오는 이야기들과 일치하거나 유사하고 그래서 중국의 기원과 뿌리가 셈족에서 혹은 적어도 중앙 아시아의 어느 지역에서 발원했을 점이라는 것이다. 이를테면, 홍수 문제를 해결했던 중국의 전설적인 인물인 우왕(禹王)를 노아(Noa)에 비교하려는 시도가 그 한 사례일 것이다. 황당무계한 이야기로 들릴 수도 있겠지만, 이와 같은 관점에서 중국의 상고시대를 연구한 대표적인 신부가 프레마르(J. H. Prémare) 신부이다. Selecta Quaedam Vestigia praecipuorum Christianae Religionis dogmatum, ex antiquis Sinarum libris eruta (중국의 상고 시대에 지어진 책들에서 찾아낸 그리스도 교회의 탁월한 가르침의 흔적들)라는 저술에서 그는 <시경>, <서경>, <역경>, <산해경> 등의 중국 고대 문헌들을 샅샅이 뒤졌고, 이를 바탕으로 그는 심지어 인류가 하나의 기원에서 갈라져 나왔다고 주장한다. 주장의 이와 같은 대담함 때문에 색은주의 노선을 취했던 신부들의 연구는 지금도 그렇지만 당시에도 많은 반대에 부딪혔고, 많은 문헌들의 출판이 허용되지 않거나 금지당했다. 레기스의 라틴어 <역경>도 그 중 하나였다.

레기스의 라틴어 <역경>으로 다시 돌아가자. 내가 이 책을 보면서 흥미롭게 여기는 것들은 크게 두 가지이다. 먼저, 한문 원문에 대한 라틴어 번역에 눈길이 간다. 百聞不如一見! 건괘의 괘사를 살펴보자. 라틴어 원문은 다음과 같다.

Epigraphe, Principis Ouen-Ouang.

Magnum, Penetrans, Conveniens, Solidum.

1. 2. 3. 4. (라틴어 <역경>, p.163)

인용의 원문은 원형이정(元亨利貞)이다. 이에 대한 해석은 개별 연구자들마다 각기 다른데, 한 사례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건은 크게 형통한다. 곧으면 이롭다. ( 이기석, <주역>, 서문문고 1975, 5쪽)

라틴어 번역은 “크고, 통하고, 마땅하며, 단단하다” 정도로 옮길 수 있다. 물론, 이런 번역을 보고서 18세기 유럽의 독자들이 어떤 생각을 했을지 궁금하다. 아무튼, 레기스가 건의 괘사에 대해서 전하고자 했던 생각은 다음과 같다.

대중들이 각로로 칭송하는 학자 장(張)에 따르면, 문왕은 이 괘사를 통해서 하늘의 통치 방식을 준거로 삼는 최고의 통치자의 모습을 그려내고자 했다. 특히 사물들의 생성에 있어서 군주의 마음에서 나오는 네 개의 자질들이 하늘에 일치한다. 그의 덕은 다음과 같다. 어떤 것이든 닿지 않는 것이 없을 정도로 크다. 모든 생성의 작용자이다. 이는 또한 놀라운 일인데, 사물들에게 유익함을 제공하며 사물들 각각에 맞게 마땅함을 취한다. 단단하고 작용함에 있어서 결코 물러남이 없다. 굳건하고 한결같다. (라틴어 <역경>, pp. 163-4)(9)

인용에서 주목해야 할 바는 크게 세 가지이다. 종교적인 관점에서 보면, “최고의 통치자”는 당연히 천주 혹은 상제를 지칭하는 언표이다. 이에 대한 전거는 인토르체타의 말이다.

[8] 각로 장거정의 주석에 따르면, 이상은 공자가 한 말이다. 장거정은 이어서 이렇게 결론을 맺는다: 개상제지주재(蓋上帝之主宰), 이는 모든 것이 최고의 통치자의 지배와 통치를 받는다는 뜻이다. 어쨌든 팔괘에 대해서 그리고 그것들의 결합과 대립에 대해 해명했으므로, 이 팔괘로부터, 이들 각각의 반복을 통해서, 열 여섯이 생겨나고, 열여섯에서 다시 서른둘이, 이 서른둘로부터 마침내 육십사괘가 생겨나는 것만 남는다. 이들 개별 괘들은 앞에서 말한 팔괘들이 둘이 한 짝을 이루어 완성된다. 이것들이 다른 자리에 놓이거나 다른 순서에 따라 배치되거나, 그것들 상호간의 조합을 통해서 말이다. (인토르체타의 <중국인 철학자 공자> 서문 8)

레기스가 언급하고 있는 장각로의 말을 인토르체타도 인용하고 있다는 사실이 매우 흥미롭다. 왜냐하면, 동양 고전에서 특히, <삼경>에서 그리스도 교회의 유사성을 추적했던 색은주의 노선의 기원을 부베 이후의 예수회 신부들이 아니라 한 세대 더 거슬러 올라가 인토르체타에게서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에 대해서는 엄밀한 문헌 고증을 해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정치적인 관점에서 보면, 군주의 덕목을 하늘의 성질을 빌어서 정당화되고 있는데, 이와 같은 정당화 시도는 동양의 전통이기에 동양의 독자에게는 낯선 것이 아니지만, 서양의 독자에게는 하늘과 군주를 직접 매개시키는 전통은 서양 독자에게는 적어도 18세기 서양의 근대 독자에게는 매우 낯선 모습이라는 점을 지적하고자 한다. 이와 관련해서, 나는 두 가지를 보충하고자 한다. 먼저, 물론 하늘과 군주를 매개시킴으로서 군주의 통치권을 정당화하는 시도가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대표적으로 로마의 초대 황제 아우구스투스(Augustus, 재위 기원전 27년- 기원후 14년)를 사례로 들 수 있다(참조, 베르길리우스의 <아이네이스>). 아울러 비잔티움 제국의 황제들의 경우를 들 수 있다. 하지만, 적어도 카노사의 굴육 사건(1077) 이후, 서구 중세 유럽에서 왕들이, 아랍이나 동양의 황제나 왕처럼 하늘의 매개하거나 대신할 수 없게 되었다는 사실은 잘 알려진 사실이므로 굳이 강조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이와 관련해서, 나는 두 권의 책을 소개하고자 한다. P. Kl. Monod이 지은 The Power of Kings : Monarchy and religion in Europe 1589-1715 (Yale University press, New Haven & London, 1999)과 E. H. Kantorowics이 저술한 The King’s Two Bodies: A study in Medieval Political Theology (Princeton University press, Princeton, 1957)이 그것들이다. 이 두 책은 17-18세기 유럽의 왕들이 왕권의 정당성과 정통성을 확보하고 강화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것들로, 앞의 책은 왕들의 초상화와 그림을 통해서, 뒤의 책은 정치 신학(political theology)의 관점에서 왕권이 어떤 방식으로 강화되는지를 분석한다. 특히 뒤의 책의 골자는 다음과 같다. 왕의 몸은 둘이다. 하나는 물리적 신체이다. 다른 하나는 정신적 혹은 영적인 몸이다. 이 몸은 지상의 것을 초월하는 것으로 신적인 통치권을 이용해서 국가의 지배를 정당화하는 상징으로서의 몸이다. 왕의 두 몸에 대한 분석은 한 국가 공동체가 자신이 주인임, 즉 주권(sovereignity)을 확보하기 위해서 왕이 몸이 어떻게 상징화되었는지에 대한 이야기이다. 아무튼, 이 과정에서 왕권과 교권의 갈등이 어떻게 전개되었는지가 흥미로운 대목이 아닐 수 없는데, 이 두 책에 따르면, 이 시기의 왕들은 한편으로 정치 신학적인 상징을 이용해서, 다른 한편으로 그 정통성을 그런데 교회가 아니라 인민(populus)으로 부터 확보하려 시도했다. 이는 서양의 역사에서 자연스러운 과정으로서 르네상스 이후의 세속의 정치가들과 학자들중 어떤 이는 급진적으로 그리스의 민주정을, 어떤 이는 로마의 공화정, 그리고 왕국의 혜택을 직접적으로 받는 이들은 로마 제국의 황제정을 자주 주창하곤 했는데, 이 과정에서 권력의 정당성과 권위를 인민으로부터 확보하려 시도했다는 사실에서 쉽게 확인된다. 유럽의 왕들이 지녔던 왕들의 권위가 얼마나 약했는지는 단적으로 세익스피어의 <햄릿>에서 잘 드러난다. 무대에서 클로디어스 왕이 살해되는 장면이 직접적으로 제시될 정도였고 관객들은 그것을 보고 통쾌해 하면서 박수를 쳤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정치적인 분위기에서 정치적인 상징이 중요하게 이용되었음은 당연하다 하겠다. 또한, 교회의 입김으로부터 왕권을 강화하는 과정에서 인민의 힘을 이용하는 것도 당연하다 하겠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우연일지 필연일지 잘 모르겠으나, 유럽의 왕들에게 중국의 황제들의 통치 방식과 이들이 누리던 권위는 당연히 최대의 관심사가 아닐 수가 없었을 것이다. 이를 잘 보여주는 사건이 부베가 루이 14세에게 헌정한 <강희제 전기>(1697년, 파리)의 출판이다. 이를 더 극적으로 보여주는 것은 라이프니츠가 부베의 전기를 라틴어로 다시 옮겨서 유럽 전역에 <강희제 전기>를 퍼트린 일이다. 다음은 강희제에 대한 라이프니츠의 생각이 여실히 잘 드러난다.

Icon Regia Monarchiae Sinarum nunc regnantis. Ex Gallico versa. anno MDCXCIX.

Lectori benevolo salutem.

Hanc Icona Monarchiae Sinensium nunc regnantis eleganti non animi minus et corporis, quam rerum gestarum delineatione, Gallice a R. P. Joachimo Bouveto ex Societate Jesu descriptam, edere placuit et Novissimis Sinicis recudendis addere, versione ejus latina ab amico perdocto impetrata. Bouvetus inter quinque Jesuitas Gallos fuit, qui titulo Mathematicorum Regiorum in Sinas penetraverant, et inde nuper redux hunc libellum emisit, aliorumque egregiorum operium spem literis humanissimis ad G. G. L. 18. octobris anni superioris ex Fontebellaqueo datis fecit, quibus historia naturalis Sinica illustrabitur. Librum etiam Herbarium ex illa in regiam bibliothecam intulit, cujus praefatio materiam medicam adumbrans proditura est. Nunc in mari est ut redeat ad Sinas, quibus supplementa Missionariorum sui ordinis adducit et antequam solveret literis ex portu Rupellano datis liberaliter promisit quaecunque conferre potuerit ad scientias artesque Sinensium reciproco officio in Europam transferendas, quemadmodum illis communicat nostras. Utrumque ut faciat, et in primis ut religionis Christianae incrementis operam rite navet, faustum illi et felix iter precamur. Caeterum si quis forte putabit autorem res Gallicas ita extollere, ut alios deprimere videatur, quam nonnullorum querelam fuisse comperimus, cogitabit nostrum non fuisse judicium nobis sumere vel opus alienum mutare aut mutilare. Suffecererit Sinensia, de quibus agitur, rite esse prodita, quod cur credamus, omnia suadent. Hoc autem admisso, fetendum est ere fuisse ut percrebesceret libellus exemplar nobis proponens principis pene incomparabilis, quo nescio an majus dare munus fata mortalibus possint. In hunc certe omnes pene dotes confluxisse dicuntur, quas natura potest conferre in hominem, fortuna in regem. Habebunt ipsi Europaei principes, in quem intueantur, et indignum generositate sua putabunt a Tartaro virtute sapientiaque vinci. Quod si tam praeclarae et rebus humanis proficuae, aemulationis occasionem aliquando praebere haec nostra possint, satis nobis videmur operae pretium fecisse.

독자 여러분의 평안을 기원합니다.

이 책은 현재 중국을 통치하는 왕의 초상과 <전기>이다. 그의 신체와 정신에 못지않게 그의 업적이 이 책에 섬세하게 묘사되어 있다. 이 책은 예수회 소속의 요아힘 부베 신부가 불어로 지은 것으로, <중국의 최신 소식들>의 재판에 추가하기로 결정하였고, 라틴어 번역은 부베 신부의 친구이자 가장 박식한 이에 의해서 이루어졌다. 부베 신부는 불란서 출신의 예수회 소속 다섯 신부들 중 한 사람이었다. 그들은 왕실수학자라는 호칭을 받고 중국에 왔다. 그리고 중국에서 최근에 돌아온 부베 신부는 이 책을 출판했다. 그리고 작년 10월 18에 폰테벨라퀘움에서 보낸 편지를 통해서 다른 탁월한 작업에 대한 희망을 적어보내왔다. <중국의 자연학>이 바로 그것이다. 부베 신부는 중국으로부터 왕실 도서관으로 약초에 관한 책을 가지고 왔다. 그의 서문은 의약에 대한 내용을 포함하고 있으며 조만간 출판될 것이다. 이제 부베 신부는 중국으로 돌아가는 배 안에 있다. 중국인들의 선교를 위한 보충 지원단을 이끌고 간다. 출발하기 전에 루펠항에서 보낸 편지에서 그는 기꺼이 다음과 같이 약속했다. 그가 우리의 것들을 그들에게 가져다 주듯이, 그에 준하여 어떤 것이 되었든 그가 대조할 수 있는 한에서 중국의 과학과 학문들을 유럽으로 가져올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이다. 이 두 가지 일들을 수행할 수 있도록 그리고 무엇보다도 그리스도교의 성장을 위해서 혼신의 힘을 다할 수 있도록 그의 뱃길이 안전하고 순항이기를 나는 기도한다. 그러나 만약 어떤 이가 다른 나라의 것들을 깎아내리는 것으로 보일 정도로 불란서의 것들을 높이는 것이 작가들이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하는 이가 있다면, 종종 그런 불만을 토로하는 이들이 있기에 하는 말인데, 특히 다른 사람의 작업을 바꾸거나 훼손해서는 안되는 것이 나의 원칙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해당 주제와 관련해서, 중국의 것들이 제대로 출판되었고, 그것을 우리가 왜 믿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이 모든 것들이 설득할 것이다. 사실이 이와 같다면, 이 책이 거의 비교할 수 없는 군주의 모범을 우리에게 제공한다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 이 책이 이미 벌써 널리 퍼졌다. 운명이 죽어야 할 인간들이게 이보다 더 큰 선물을 줄 수 있을지 나는 잘 모르겠다. 강희제는 빠진 것이 거의 없으며 거의 모든 자질들을 갖추었다고 사람들은 말한다. 이 자질들은 자연이 인간에게 제공할 수 있는 것이고 운명이 왕에게 부여할 수 있는 모든 것들이다. 강희제를 깊게 살펴본다면, 유럽의 왕들은 그의 이런 모습을 살펴볼 것이고, 자신들은 만주의 왕이 가진 능력과 지혜에 미치지 못한다는 사실이 비록 못마땅하지만, 이 사실 자체를 받아들이는 것을 오히려 자신이 관대함을 보이는 것으로 여길 것이다. 그런데 만약 만약 나의 작품이 인간사에 아주 귀하고 아주 유익한 경쟁의 기회를 행여 제공하고된다면, 이 자체만으로도 나의 노력에 대한 충분한 보상을 받은 것이 될 것이다. (부베의 <강희제 전기> 서문)

각설하고, 위의 인용은 정치사상가로서 라이프니츠가 어떠한 사람인지가 여실히 드러나는 전거이다. 참고로, 철학자이자 수학자로서의 라이프니츠에 대한 연구는 많이 되어 있다. 하지만 정치 사상가로서 라이프니츠는 제대로 조명된 적이 거의 없다. 이에 대한 본격적이 논의가 요청되는데, 이와 관련해서 라이프니츠의 <강희제 전기> 라틴어 번역은 앞으로 주요 연구의 대상이 될 것이다. 이 책에 대해서는 다음 기회에 자세하게 소개할 것을 약속드린다. 잘 알려진 사실이지만, 이해를 돕기 위해서 첨언하자면, 라아프니츠는 17-18세기에 유럽의 왕실을 휩쓸었던 계몽군주 프로젝트의 기획자이자 실천자였다. 그가 프로이센의 왕을 비롯한 유럽의 여러 왕들을 위해서 활동했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그가 추진한 계몽군주 프로젝트의 특징과 관련해서, 한 가지 지적하자면, 유럽의 왕들에게 국가 발전을 위한 토대로서 제 학문을 진흥하기 위해서 도서관을 만들고 한림원(academia)을 조직하게 했는데, 이는 러시아에서부터 포르투갈에 이르는 모든 나라들에서 공통적으로 관찰되는 현상들이었다. 이런 현상은 이미 강희제의 통치 프로그램에서도 여실히 발견되는 것이며, 흥미로운 사실은 조선의 정조의 통치 프로그램에서도 발견된다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규장각의 설립이 그것이다. 사정이 이와 같다면, 18세기에 전 세계에 걸쳐서 소위 계몽군주 프로젝트는 결코 국지적인 현상이 아닐 것이다. 이에 대한 학계의 관심과 연구를 촉구한다.

마지막으로, 자연학의 관점에서 볼 때에 원형이정(元亨利貞)의 라틴어 번역은, 이 번역이 자연 현상에 대한 규칙의 규칙으로 이해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 왜냐하면, 통치자가 가져야 말 네 원형이정의 네 덕성이 자연의 규칙에게도 그대로 확장 적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모든 것을 포괄할 수 있고, 모든 것들에 통하고, 개별의 모든 것들에 마땅하며, 언제나 같음을 유지됨이 실은 법칙이고, 이는 자연 현상에게도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서, 레기스 신부가 <역경>을 자연학의 시선에서 읽으려고 시도한 것은 명백한데, 이에 대한 전거는 아래와 같다.

첫 번째 괘는, 건이라 불리는데 (공인타(?)에 따르면), 천, 즉 하늘을 대신해서 여기에 놓은 것은 마땅하다. 천이라는 말이 하늘의 몸체 즉, 실체를 뜻하고, 반면 건이라는 말은 그것의 덧성 혹은 고유함 혹은 성질을 뜻한다는 점만 제외하면, 이 두 말은 전혀가 차이가 없을 정도이다. 그것을 두고 중국인들은 양이라고 부르곤 한다. 우리는 유럽의 철학자들의 논의를 자제하고자 한다. <역경>의 주해자들이 준거로 삼고 있는 중국 저자들의 자연학 자체를 약간의 말들로 설명하기 위해서다. 그럴 필요가 있는 경우에 말이다. 즉, 덕성이란, 혹은 작동하는 성질 혹은 오히려 하늘의 물질성이 건이라 불리는 것이다. 중국의 자연학자들 사이에서는 그렇다. 최고로 강성한 자연이고, 활동하는 것이며, 명확하며, 세밀한 사물들의 작동자인데, 이를 양이라 부른다. 이는 유추하면 일종의 빛과 같은 것으로, 이보다 더 빠르것은 없고, 이보다 더 두루 통하지 않은 것도 없으며, 이보다 몸들에 더 넓게 두루 펼쳐진 것은 없다. (라틴어 <역경>, p.165)

인용에서 주목해야 할 점들은 다음과 같다. 먼저, 하늘이 물리적인 실체로 언표되고 있다. 이는 서양의 독자에게는 매우 중요한 대목이다. 의인화된 인격신이 머무는 공간이 아닌 물리적 공간으로 파악하고 있는 인식은 특히 서양 근대의 자연학자들에게는 큰 힘을 주었던 생각이었다. 참고로, 17-18세기의 서양의 자연학자들이 열광하며 탐독했던 책과 이론은 에피쿠로스의 유물론적 사상을 라틴어로 전한 루크레티우스의 <사물의 본성에 대하여> (강대진 옮김)이고 이론은 원자론이었다. 특히 루크레티우스의 <사물의 본성에 관하여>의 핵심 주장 가운데에 하나는 서야의 고대 종교에 대한 반대였다. 이런 상황 속에서, 하늘을 물리적인 실체로 파악하고 이를 재고 달아보며 계산하며 측정가능한 무엇으로 생각하게 된 사고의 변환 과정에서 <역경>이 끼친 영향은 결코 작지 않았을 것으로 추정한다. 이를 잘 보여주는 전거로 나는 다시 부베를 부르고자 한다. 부베의 말이다.

복희의 제자들 가운데에서 최고의 제자들이 그랬던 것처럼, 나(부베)도 확신한다. 복희의 체계가 모든 다른 학문들을 포괄하고 있다는 것이 사실이라는 점을 말이다. 내가 연구해보니 실제는 다음과 같다. 복희의 체계는 수에 대한 형이상학이고 혹은 학문들의 완전하고 일반적인 방법론이고, 그것은 수의 연산과 관련된 세 종류의 규칙들뿐만 아니라 기하학의 모양과 비례와 정지상태를 재는 규칙들을 담고 있다. 이 모든 규칙들은, 그것들이 복희의 체계처럼 하나의 단일하고 일치하는 체계를 구성함에 있어 필수적이다. 이는 마치 다음과 같은 것이다. 우리가 창조주 하느님의 과업에 대해서 놀라는 모든 것들에 대한 설명 근거를 제고하고 모든 학문들에 질서를 부여하는 것이다. <성경>에 따르면, 창조주는 그의 창조물들에 있는 모든 규칙들을 관찰하고 만물을 수와 무게와 척도에 따라 창조하셨다.(<서간집> p. 279) (11)

부베의 주장은 지금 읽어도 대담하다. 두 가지 점에서 그렇다. 한편으로, 그리스도교의 창조주 하느님이 지은 세계를 수와 무게와 척도로 재고 세고 달 수 있다는 주장을 하면서, 서양의 중세와 서양의 근대를 가르는 준거 가운데 하나인 서양의 근대 자역과학을 명시적으로 선언하기 때문이다. 자연과 하늘에 대한 이와 같은 입장은 당시 교회의 입장에서는 결코 용납하기 어려운 것이었다. 다른 한편으로, <역경>을 수의 형이상학이라고 선언한다는 점이 또한 흥미롭다. 참고로, <역경>의 독법 전통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상수(常數) 역학 전통이고 다른 하나는 의리(義理) 역학 전통이다. 그런데, 부베는 자연학 특히 수학의 관점에서 역학에 접근한다. 부베의 이와 같은 입장이 과연 제3의 독법 전통으로 자리잡을 수 있는지의 여부는 이제부터 따짐과 견딤의 검증 과정을 거쳐야 하기에 아직은 이에 대해서 왈가왈부하는 것은 시기상조이지만, 이에 대해서는 보다 자세한 논구가 요청된다. 참고로, <역경>에 대해 부베의 생각을 보여주는 한 대목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이 (<역경>의 수) 체계는 이중으로 된 수들의 과정으로 구성되어 있다. 면들의 수와 물체들의 수가 그것들이다. 이것들은 음악의 같은 크기의 소리와 영원한 화음을 통해서 서로가 서로에게 연결되어 있다. 그런데 이 수들은 정확하게 64괘와 괘들의 384개의 개별 선분들의 일치하는 것들을 이용해서 하늘의 운행과 이와 관련된 모든 원리들을 묘사한다. 이 원리들은 자연과 모든 사물들의 성질들에 대한, 즉 그것들의 생성과 변화에 대한 근거를 제시함에 있어서 요청되는 것들이다. (<서간집>, p. 279)(12)

인용은 세계와 사물들의 변화를 수로 양화시켜 표현할 수 있고, 이를 통해서 세계를 규칙으로 그려낼 수 있다는 부베의 생각을 명시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그가 보기에 자연과 사물들을 수를 통해서 재고 계산할 수 있다는 전통은 적어도 그리스도교의 세계관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것이고, 이 전통은 이미 아주 오래전에 어둠 속에 묻히고 만 것인데, 그 전통을 마침내 중국의 <역경>에서 발견헀다고 확언한다.

딱 하나의 일치는, 내가 보기에 부분적으로도 그렇고 전체적으로 볼 때에도 <역경>의 수 체계는 피라고라스의 그것과 플라톤의 그것에 일치하는 것으로 보이는데 (모든 앎 가운데에서, 사람들이 이 분야의 철학의 경우 사람들이 사태의 분명하지 않은 부분을 표시하는 것과 관련해서 그 출발을 플라톤에게는 돌리는 표시에 대한 앎은 이미 키케로의 시대에 제대로 그 흐름이 끊기고 말았다. 위대한 연설가의 말이다. “이것(수수께끼 부호, aenigma)은 플라톤의 수보다도 더 어둡다.”(13)), 이 일치에 대한 나의 입장은 이렇다. 복희의 수 체계와 키케로가 어둡다고 언명했던 플라톤의 그것은 같은 것이고 하나인 체계이다. (<서간집>,p. 281)(14)

부베가 말하듯이, <역경>의 수 체계와 플라톤의 수 체계가 같고 하나인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솔직하게 잘 모르겠다. 하지만, 한 가지는 분명하다. 비교-검증이 요청된다는 사실 하나만은 말이다. 어쨌든, 부베의 <역경> 연구는, 잘 알려져 있듯이, 라이프니츠의 이진법의 개발로 이어진다. 이에 대한 전거는 1703년 5월 18일에 라이프니츠가 부베에게 보낸 편지이다.

복희의 사각형은 그 자신의 원형과 같다. 사각형은 원형을 설명해준다. 원형안에서는 그 순서가 약간 무너져있다. 나는 아래의 오른쪽에서부터 시작하겠다. 곤(15)괘와 복괘 및 기타 괘들이 0과1로 아니면 000000과 000001으로 된 대목부터 말이다. (<서간집>, p. 404)(16)

인용에서 말하는 사각형과 원형은 <역경>의 괘도를 말하는데, 아래의 그림은 부베가 라이프니츠에게 1701년 11월 4일에 보낸 것이다.

<서간집>, pp. 376-7

컴퓨터의 기원이 되는 계산 기계의 원형을 라이프니츠가 만들었다는 사실은 널리 알려진 것이다. 목소리가 센 사람들은, 이를 바탕으로 컴퓨터의 기원이 동양의 <역경>에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지만(참고, 황태연와 주겸지), 이에 대해서는 단정할 수 없고, 대신에 내가 이 글을 통해서 주장하고자 하는 바는, 적어도 <역경>을 읽는 독법과 관련해서 동양의 그것과 서양의 그것 사이에 있는 차이가 자연학적인 관점에서 그리고 그것을 수로 양화시켜 표현하려는 시도를 했다는 데에서 가장 크게 두드러지고, 그런 점에서 <역경>에 대한 자연학적인 접근에 대해서 엄밀한 검토가 요청되고, 이 문제는 과거 18세기의 문제가 아니라 현재진행형의 문제라는 점을 강조하고자 한다.

<역경>의 주해 방식과 관련해서는 크게 두 가지를 언급하고자 한다. 하나는 라틴어 <역경>은 <주역대전전의>를 옮겼고, 정자의 세주(細註)도 그대로 직역했으며, 필요에 따라 장거정의 <역경 직해>도 참조하였다는 점이다. 다른 하나는, 사실은 이 부분이 라틴어 <역경>의 고유함과 학문적 독창성을 보여주는 것인데, 서양의 독자들을 위해서 서양고전문헌들을 이용해서 <역경>의 난해함을 해결하려 한다는 것이다. 두 개의 사례를 들겠다.

다음의 사실은 추호도 의심의 여지가 없다. 원(元)이라는 글자가 원인과 원리를 또한 뜻할 수 있는 것은 말이다. 그것의 크기와 범위는 모든 생물들의 생성을 두루 아우른다. 이것들의 원인은 보편적인 것이다. 이는 마치 토마스 아퀴나스(<신학대전>1 )가 태양이 만물의 원인이라고 말한 것과 같다. 또한 마크로비우스가 우주의 힘, 즉 세계의 힘 혹은 덕이라고 말한 것과 일맥상통한다. 더 나아가 아타나시우스 키르허(Athanasius Kircher)는 우리 종족(유럽)들의 철학자들의 의견에 대해서 <이집트인 오이디푸스>에서 다음과 같히 피력한다. “하늘을 가리키는 이 이름을 통해서 모든 최초의 원리와 원인으로 작동하는 힘의 탁월함이 표시되는데, 이는 마치 세상의 시초에서 하느님이 자리하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라틴어 <역경>, p. 168)(17)

물론, 원(元)의 의미와 우주의 힘(dynamis kosmou)과 세계의 힘(potestas mundi)의 내포하는 뜻이 같은지에 대해서는 상론이 필요하다. 따라서, 내가 이 대목에서 주목하고자 하는 바는 위의 인용에서 제시한 것과 같은 직접적인 비교의 주해 형식이다. 레기스의 비교-주해는 일단 거칠고 투박하다. 아니 대담하다. 그러나, 내 생각에, 이런 거칠고 투박한 비교의 시도는 의미있다. 왜냐하면, 요즈음 국내는 물론 국제적인 지성 담론 시장에서 유행하는 비교 연구에서는 접하기 어려운 거대 논제들 제공하기 때문이다. 이런 거대 주제들은, 자연과학적으로 입증가능한지의 여부를 떠나서, 세계관의 형성에 작동하고 있는 뿌리-기제들에 논의이기에 앞으로 주목해야 할 것들이다. 다른 말로 하면, 역사적인 원천에 있어서는 뿌리가 다른 동양의 문명과 서양의 문명이 서로 부딛치고 충돌하며 융합하는 과정에서, 그 원천에 대한 확인-검증 과정은 필수적일텐 데, 이런 의미에서 리틴어 <역경>에 제시되어 있는 어찌 보면 거칠고 투박한 직접 비교는 그 자체로 또한 새로운 세계관의 형성에 많은 그리고 전통적인 해석 전통에서는 나오지 않았던 새로운 종류의 생각거리들을 제공할 것이다. 참고로, 서양의 자연학 전통은 일면 고대의 그것을 근-현대의 그것이 그대로 계승하기도 하고, 일면 그렇지 않기도 하다. 후자와 관련해서는 자연을 표현하는 방식에서는 수학이나 개별 분과 과학의 표현 방식을 이용해서 독립적인 분과 학문 체계를 이루었다는 점에서 서양의 고대 자연학과는 다른 양상으로 발전했기에 그렇다는 말이다. 이와 관련해서, 라틴어 <역경>은 현대의 자연과학의 기본 개념으로 자리잡은 서양 고대의 개념들을 통해서 동양의 고대 자연학 전통이 현대의 학문으로 매개될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다음은 라틴어 <역경>의 주해의 내용에 대한 것이다. 이는 주해의 형식과도 직결된 것이기도 하다. 이를 잘 보여주는 사례를 하나 더 들겠다.

앞에서 말한 바로부터 다음의 사실이 쉽게 이해될 것이라도 나는 확신한다. 즉 왜 건과 곤이 혹은 하늘과 땅이 철학자들에 의해서 여러 대목에서 아버지와 어머니로 불리는지를 말이다. 그리고 이는 우리가 1쪽 7장에서 설명했던 문왕의 그림에서 다르지 않게 명명되었다. 왜냐하면 식물들과 여타의 다른 것들은 두 본성들의 원리에 따라서 이루어지는 상호 교합에 의해서 생겨나는데, 마치 물질들의 원인들에 의해서 생겨나는 것과 같으며, 또한 마치 은총과 같은 천지의 운행에 의해서 이것들은 길러진다. 거의 같은 것을 우리의 루크레티우스는 다음과 같이 노래한다.

[우리 모두의 기원은 하늘의 씨앗입니다. 모든 것들에게 저 아버지는 같은 분입니다.] 이분으로부터 흐르는 습기의 물방울들을 땅에 모든 것을 기르는 어머니가 받습니다. 잉태한 [대지가] 빛나는 결실들과 기뻐하는 작은 나무들과 인류와 짐승들의 모든 후손들을 낳습니다. 풀들을 제공하며, 모든 것들은 이 풀들로 몸들을 키우고, 달콤한 생명을 누리며 자식들을 번식시킵니다. 이런 은덕으로 말미암아 어머니라는 이름을 얻었습니다. (<사물의 본성에 관하여> 2권 991행-998행) (라틴어 <역경> p. 196)

주지하다시피, 루크레티우스의 <사물의 본성에 대하여>는 서양 근대 과학의 원천이 되는 작품이다. 이 작품에 등장하는 생각의 씨앗들 대부분은 근-현대의 자연과학의 핵심 씨앗들로 자리잡는다. 대표적인 개념이 natura이다. 이 씨앗은 어원적으로 “타고난 바”, “본성” 정도를 의미하다가 오늘날 우리가 너무도 자연스럽게 사용하는“자연”의 개념-숲으로 성장한다. 어원론적으로 보다 멀리 추적해보아야 하겠지만, “자연”의 의미는 동양 전통에서는 논리적 귀결을 “그럴 수 밖에 없다”는 의미를 지칭하는 언표였다. 내 생각에, 여기까지가 “자연”이라는 언표가 지시하는 바에 대해서 동양 문명이 서양의 현대 과학을 받아들이면서 추적 가능한 담론의 경계일 것이다. 하지만, 라틴어 <역경>은, 위의 인용에서 살펴보았듯이, 바로 이 경계에 건과 곤이라는 핵심 술어를 제공한다. 이를테면, 건은 원형이정이라는 중핵 씨앗들로 규정되는데, 이것들은 자연학의 중핵 씨앗들로 응용되어도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을 법한 것들이다. 요컨대, 원은 모든 것들을 아우르며, 형은 모든 것에 관통하며, 이는 모든 것들에 개별적으로 마땅하며, 정은 그것들에 적용되는 힘이 항상 같고 규칙적이라는 뜻의 매개 씨앗들이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번역어 “자연”을 넘어서는 건과 곤의 지평으로 논의를 상승-연결시키는 계기가 여기에서 발견된다 하겠다.

여기까지가 내가 라틴어 <역경>의 심상치 않음에 주목하는 이유다. 여기에는 다음의 이유도 포함된다. 라틴어 <역경> 번역과 주해를 통해 문명을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라는 거대 담론을 시작할 수 있는 작은 길이 발견되기 때문이다. 참고로, 내가 생각하는 문명이란 이런 것이다. 인간이 자연으로부터 벗어나는 과정 혹은 자연 안에서 자연을 인간의 방식으로 끌어들이는 방식들 일반이 문명이다. 이는 네 과정으로 범주화해서 설명할 수 있다. 먼저, 사물과 사태에 이름을 붙이고, 그 이름을 개념화하며 이론화하는 과정(conceptualization)이 있고, 이어서 개념화와 이념화의 과정을 맥락화(contextualization)하는 과정이 뒤따르는데, 맥락화 과정에는 제도화와 역사화 과정이 포함된다. 이 두 과정을 바탕으로 개념과 이념들은 물질로 현실화(realization)되는 과정을 겪게 된다. 하지만, 이 현실화 과정에는 만남과 충돌을 통한 융합화와 표준화의 과정(integration)도 필연적으로 따라 나오게 된다. 이것이 마지막 과정이다. 문명에 대한 이와 같은 설명 기제와 관련해서, 내가 특히 라틴어 <역경>을 주목하는 이유는, 이 문헌이 소위 거대 문명권들, 단적으로 동양 문명과 서양 문명이 각기 어떤 방식으로 성장-발전해 왔는지에 대한 초기 모습을 살필 수 있는 주해-비교 자료들을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예를 들면 지금은 너무도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정치 사상의 주요 개념들이 문명의 초기 과정에서 어떤 방식으로 개념화되고 맥락화되는지를 살펴볼 수 있는 문헌이 라틴어 <역경>인 것이다. 단적인 전거는 아래와 같다.

한편으로 친척들과 자신에게 도움을 준 이들에 대한 무왕의 전대미문의 넘치는 인자함은 그에 대한 존경의 마음을 더욱 키웠다. 다른 한편으로 폭군의 박해를 받았던 예날 가문들에 대한 인자함도 여기에 한몫 거들었다. 이들에게 무왕은 제후의 명예와 통치권을 부여했다. 새로운 황제의 탁월한 자비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군인 이외에 다른 이는 어떤 이도 살상되는 것을 원치 않았다. 전쟁이 끝난 뒤에 삶의 방식을 바로 잡은 것도 마찬가지다. 모든 이방의 의심스러운 것을 제거했을 뿐만 아니라 <...> . 우리가 아우구스투스에게서 경이롭게 여기는 것을 무왕도 잘 파악하고 있었을 것으로 여겨진다. (중국 사람들의 믿음은 그러하다.) 수에토니우스의 보고이다. “우리는 어떤 악행도 범하지 않을 것으로 보여야만 한다. 어떤 잘못도 범하지 않은 것만으로도 사인에게는 충분하다. 그러나 군주들은 어떤 의혹도 사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마침내, 나라를 살피려는 새로운 군주의 마음도 자신에 대한 존경의 마음을 높였다. 나라를 자신이 만든 법률들과 업적들로 옛날의 영광으로 되돌렸다. 중국인들이 말하는대로, 영토를 사해로 확장했다. 물론 이것이 과장이라는 것을 나는 부인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와 유사한 것들을 아마도 더 부풀린 것들을 우리들의 예찬 연설들이나 시인들의 노래들에서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베르길리우스의 노래다.

저 로마는 자신을 기울여 영토를 바다에 담구고, 정신들을 올림포스에 맞춘다.

이는 중국인들이 배천지(配天地)라고 표현하는 것과 같다. 하늘과 땅에 나란히 한다는 뜻이다. (라틴어 <역경>, p.31)

인용에서 주목해야 할 것들은 이를테면 세 가지이다. 하나는 clementia다. 우리말로 “자비” 정도를 뜻한다. 그런데, 인용은 clementia가 황제의 덕성을 지시하는 것으로 언표되고 있다. 일단, 무왕이 보이는 clementia가 어떤 역사적인 맥락에서 나온 언표인지 그리고 아우구스투스의 clementia가 어떤 정치사적인 배경에서 나온 것인지를 추적할 수 있다. 이 추적을 통해서 동양의 정치 사상에서 이른바 clementia가 가지는 의미장과 서양의 그것 사이의 유사성과 차이점을 드러낼 수 있다. 또한 그 개념들이 각기 문명권에서 어떤 방식으로 자기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지, 즉 개념화와 맥략화의 과정이 드러날 수 있다는 점도 중요하다. 다른 하나는 auctoritas이다. 물론 이 단어는 본문에는 동사 auxit(augeo의 삼인칭 현재완료형)로 표현되어 있다. 그 의미는 권위이다. 흥미로운 사실은 “권위”를 통해서 문명이 어떻게 제도화되는가, 즉 왕권이 어떻게 정당화되며, 그 정치 체제가 역사 전통으로 자리잡게 되는가를 비교할 수 있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주목하고자 하는 것은 제국의 모습이다. 작은 종족의 역사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문명의 표현 단위로서 제국의 모습과 관련해서 하늘과 땅에 의해서 경계를 갖는다는 언명은, 그것이 동양이나 서양이나 유사하게 나타남을 보여주게 될 주해 작업은 이런 종류의 사유의 배경에 깔린 세계관이 무엇이고 그것이 어떤 성격을 가진 것인지를 파악할 수 있다는 점에서 나름 중요한 비교 사례라 할 것이다. 이는 공간을 구획하는 표준과 준거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가장 기본적으로 요청되는 조건이 하늘과 땅의 닫힌 경계라는 점이고, 이를 바탕으로 통치의 권위와 통합의 권력이 어떤 방식으로 정당화되는지를 살필 수 있는 문헌이기에 라틴어 <역경>은 흥미로운 책일 것이다. 아무튼, 적어도 동양의 경우, 동양 세계를 통합하고 동일화시키는 데에는 힘이 요청되고 그 힘에 대한 정당성을 뒷받침해주는 논리적 혹은 이론적 근거를 서양의 비교 사례를 통해서 검토해 볼 수 있는 자료와 계기들로 가득찬 책이 라틴어 <역경>이기 때문이다. 이를 테면 땅의 경계를 표시함에 있어서 바다를 사용하는 방식을 들 수가 있을 것이다. 이는 동양이나 서양이나 유사하게 나타난다. 위의 인용에서 살피었듯이, 동양의 경우는 동서남북의 방위 구분을 포함하는 사해(四海)로 언표되어 있다. 서양의 경우는 아주 오랜 신화 시대에서부터 나타나는 표시 방식으로 오케아노스(Oceanos)라는 강으로 대지가 둘러싸여 있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땅의 끝 자리에 바다가 있다는 생각이다. 세상의 끝이라는 상상과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모든 규칙과 법칙은 논리적으로든 현실적으로든 끝이라는 한정된 경계-공간이 확정될 때에 성립하고 그 효력이 발휘된다. 그렇다면, 땅의 끝이 바다라는 생각과 끝이 있다는 생각은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세계와 우주를 공간적으로 범주화하는 것일 것이다. 비록 현대 과학의 입장에서는 이런 생각이 단순하고 거친 상상의 한 조각에 불과할지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하지만, 이와 같은 비교 사례는 현생 인류(Homo sapiens sapiens)의 문명이 초기에 어떻게 시작하는지를, 즉 개념화와 이념화 단계로 진입하는 과정에서 인류가 가졌던 세계에 대한 생각과 상상력을 잘 보여주는 것일 것이다. 소위 기축시대(基軸時代) 초기의 세계관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라 하겠다.

주마간산(走馬看山) 격이지만, <역경>이 라틴어의 옷을 입고 서양의 지성 세계에 등장했을 무렵에 서양의 지성들이 보인 반응들에 대한 이야기는 대략 여기까지다. 정리하자면, 인토르체타는 <역경>에서 자연신학(religio naturalis)의 한 가능성을 보았고, 이는 나중에 색은주의(索隱主義) 탐구노선으로 이어졌다. 부베는 <역경>을 소위 “speculum mundi(세상을 비추는 거울)로”로 읽으려고 했고, 종교학과 정치학과 자연학의 제 현상들이 하나의 원리에 의해서 설명될 수 있다고 믿었고, 이를 수학적으로 증명하려고 시도했다. 라이프니츠는 부베의 생각을 연장해서 이진법을 발전시켰다. 물론, 색은주의에 대한 논의나 <역경>에 대한 부베의 입장과 <역경>의 음양론과 라이프니츠의 이진법에 대한 논의도, 단언컨대, 국내에서는 사실 문헌 교류에 대한 서지 정보의 소개 이상을 넘어가지 못했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어쨌든, <역경>이 부베와 라이프니츠를 거쳐서 서양의 자연학을 만났을 때에 벌어졌던 사건들과 그 사건들을 통해서 새로이 배태-잉태된 것들은 결코 작은 것들이 아닐 것이다. 어쩌면, 이에 대한 탐구 자체를 지금부터 시작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내가 라틴어 <역경>을 범상치 않은 무엇으로 보는 또 다른 이유는 이 글에서 집중적으로 소개한 과거의 사건들이 아니라 앞으로 벌어질 사건들 때문이다. 요컨대, 문명사의 관점에서 볼 때에 지금은 동양 문명과 서양 문명이 서로 충돌하면서 융합하고 있는 전대미문(前代未聞)의 새로운 만남들의 시대로 진입하고 있는 시기이다. 이런 충돌과 융합에서 지금까지의 이론적인 틀과 관점에서 설명하기 어려운 설명 구조를 요구하는 새로운 사태들과 사건들이 터질 것이고 벌어질 것이다. 즉, 문명의 규모가 커지고 복잡해짐에 따라서 인간에 대한 이해와 삶의 기준과 척도에 대한 새로운 해석의 틀과 준거가 요구될텐데, 이 과정에서 <역경>이 중요한 준거 문헌으로 활용될 것이라는 사실은 분명하다. 이와 관련해서, 나는 라틴어 <역경>이 동양과 서양을 잇는 가교 텍스트이고, 그런데 그것이 열린 텍스트라는 사실에 주목한다.

<주>

(1) 이 글은 기본적으로 Y-King, Antiquissimus Sinarum liber quem ex latina interpretatione P. Regis Aliorumque ex Soc. Jessu, P.P. edidit Julius Mohl. Vol.I & II., cum quatuor tabulis, 1834(Vol. I), 1839(Vol. II). Stuttgartiae et Tubingae. Sumptibus J. G. Cottae (이하 라틴어 <역경>으로 줄임), Gottfried Wilhelm Leibniz, Der Briefwechsel mit den Jesuiten in China (1689-1714), Rita Widmar 편집, Malte-Ludolf Babin 역주, Felix Meiner 2006 (이하 <서간집>으로 줄임)을 저본으로 참조하였다. 내용적으로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원문은 병기하였다.

(2) 이 사진은 http://astronote.org/bbs/board.php?bo_table=ancient&wr_id=24156&page=4에서 끌어온 것임을 밝힌다. 이 작업을 해 주신 오길순 선생님에게 감사드린다.

(3) 서양의 <역경> 연구사에 대해서는, <주역철학사>,제5절 해외의 역학연구, 廖名春, 康學偉, 梁韋弦 지음, 심경호 옮김, 예문출판사 1994를 참조하시오.

(4) 원문은 다음과 같다. Nec apud Sinas tantum libri fama et reverentia stetit,<sed> inter eos etiam, quos misit ecclesia Romana legatos, ut Sinas ad fidem Christianam converterent, multi mox eadem qua Sinae imbuti libri Y-King veneratione, in eo mysteria doctrinae Christianae reperiri sibi persuaserunt, et huic fundamento religionem Sinis tradendam imponere conati sunt. Ita in Europam libri nomen transiit, et multa multi de eo scripserunt, plerique, ut de ignota re, hallucinantes.

(5) 원문은 다음과 같다. Super Boethium De Trinitate, Q. 6. A.1; Unde potest ex dictis colligi quod primus modus rationabilitatis est maxime proprius scientiae rationali, secundus scientiae morali, tertius scientiae naturali.

(6) 원문은 다음과 같다. Super Boethium De Trinitate, Q. 1. A.1; Praeterea, omnia opera artificialia ex cognitione alicuius veritatis dependent, cum eorum principium sit scientia. Sed quaedam opera artificialia sunt, in quae potest liberum arbitrium per se ipsum secundum Augustinum, ut aedificare domos et huiusmodi. Ergo et in aliquam veritatem cognoscendam sufficit mens sine nova illustratione divina.

(7) 원문은 다음과 같다. Super Boethium De Trinitate, Q. 2. A.2; Dicendum quod cum ratio scientiae consistat in hoc quod ex aliquibus notis alia necessario concludantur, hoc autem de divinis contingat, constat quod de divinis potest esse scientia.

(8) 색은주는 <역경>의 괘상들에 자연신학의 전통이 숨어있고, 이를 드러내고 증명하려 시도했던 부베와 같은 예수회 신부들의 학문 노선을 가리킨다. 영어로는 figurism이라고 불린다.

(9) 원문은 다음과 같다. Hac epigraphe (inquit doctor Tchang vulgo Ko-Lao dictus) princeps Ouen-ouang voluit optimi imperatoris imagninem informare, ad imitationem coelestis regiminis. Coelo autem praecipue in rerum materialium productione quatuor imprimis dotes, ex principis mente, conveniunt; debet ejus virtus esse: 1) ita magna, ut nihil non attingat: 2) ita penetrans, ut generationum omnium sit efficax: 3) ita conveniens rebus, ut miras earum utilitates pariat, demum 4) ita solida, atque in agendo constans, ut numquam cessaverit, hactenus perseverens.

(10) 원문은 다음과 같다. Figura prima, dicta Kien (ait doctor Kong-in-ta) proprie hic supponit pro Tien, coelo; ita ut haec nihil differant, nisi quod vox Tien corpus ac substantiam coeli significet, vox vero Kien ejus virtutem, seu proprietatem seu qualitatem, quam Sinae solent nominare Yang. Ab omni enim disputatione nostrorum philosophorum nunc abstinere volumus, ut ipsam Sinarum scriptorum physicam, ad quam saepe recurrunt libri hujus interpretes, paucis expmlicemus, ubi opus erit. Virtus itaque, seu operativa qualitas seu potius materia coelestis, Kien vocata, cum juxta hos physiologos sit; natura summe valens, actuosa, praeclara, subtilis, rerumque motrix, vocatur Yang, quadam analogia cum luce; qua nihil est profecto pernicius, nihil penetrabilius, nihil in corpora diffusius.

(11) Babin의 독일어 번역은 다음과 같다. Wie die besten Schueler, die Fuxi jemals in China gehabt hat, bin ich jetzt der Ueberzeugung, dass in der Tat sein System alle uebrigen Wissenschaften umfasst. Meiner Analyse zufilge hadlet es sich um nichts anderes als eine Metaphysik der Zahlen oder eine sehr vollkommene, allgemeine Methodik der Wissenschaften, errichtet nicht nur nach den Regeln der drei Arten von Zahlenprogression, sondern darueber hinaus nach jenen der Figuren und Proportionen der Geometri und den Gesetzen der Statik. Alle sind gleichermassen notwendig, um ein so einfaches und so amgemessenes System wie dies zu konstruieren, Ordnung in alle Wissenshaften zu bringen und uns Rechenschaft zu geben von allem, was wir in den Werken des Schoepfers bewundern, der nach dem Zeugnis der Heiligen Schrift bei ihrer Erschaffung alle diese Regeln beobachtet und alles nach Zahl, Gewicht udn Mass hervorgebracht hat.

(12) Babin의 독일어 번역은 다음과 같다. Das System besteht aus einer doppelten Folge von Zahlen, Flaechenzahlen und Koerperzahlen, die so untereinander durch alle Gleichklaenge der Musik und eine ewige Harmonie verbunden sind, dass sie in genauer Uebereinstimmungen mit den 64 Lininenzeichen und 384 Eingzellinien der Figur die Perioden mit der ganzen Harmonie der Bewegungen der Himmelkoerper und darueber alle prinzipien darstellen, die erforderlich sind, um die Natur und die Eighenschaften aller Dinge zu erklaeren, die Gruende iher Entstehung und ihres Vergehens.

(13) 키케로의 원문은 다음과 같다: aenigma [Oppiorum ex Velia] plane non intellexi; est enim numero Platonis obscurius.

(14) Die einzigartige Uebereinstimmung, die mir dieses Zahlensystem im Ganzen wie in seinem Teilen mit jenen des Pythagoras und Platons zu haben scheint (letzteres ist uebrigens schon seit den Zeiten Ciceros nicht richtig verstanden worden, sagte doch dieser grosse Redner, bei aller Kenntnis, die man ihm auf diesem philosophischen Gebiet zuschrieb, das ist noch dunkler als die platonische Zahl, um die Unklarheit eines Sachverhalts zu bezeichnen), bringt mich zu der Annahme, dass es sich tatsaechlich um ein and dasselbe System handelt und die Zahlen von Fuxis System diejenigen des Systems Platons sind, das Cicero so dunkel fand.

(15) 본문은 원래 괘도로 표기되었다.

(16) Je trouve que le quarré est la meme chose que le cercle de Fohi, et sert même à l’expliquer. Car l’ordre est un peu troublé dans la cercle. Je commence dans ce cercle par le bas du costé droit, c’est à dire par et 乾 etc 坤., ou par o et 1, ou bien par 000000 et 000001.

(17) non dubium tamen ulli est, quin vox Yuen causam principiumque significans etiam possit, cujus magnitudo ac amplitudo ad rerum sensibilium generationem referenda sit. Harum quandoquidem causa est velut universalis, quemadmodum ab ipso sancto Thoma (Summ. p.1) sol dicitur causa rerum: et a Macrobio(lib. 1, cap. 24) “kosmou dynamis mundi potestas seu virtus.” Imo annotat Kircherus in Oedipo a Philosophis nostris gentilibus, “per nomen hoc coeli significari omnem causam primam et virtutis causativae excellentiam, sicut in mundo archetypo Deus est.”

(18) 문법적으로 no solum은 sed etiam을 요구한다. 그런데 본문에는 sed etiam 이하의 내용이 생략되었다. 이는 아마도 출판 과정에서 생겨난 착오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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