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 중에는 무언가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그것의 구성 요소를 이해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다. 심지어 구성요소만 이해하면 그것에 대한 모든 것을 이해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보통 이런 사람들을 환원론자라고 부른다. 구성 요소라는 것은 여러 단계에 걸쳐서 나눌 수 있을 텐데 예를 들어 사람을 보자면 사람은 머리 몸통 팔 다리로 이루어졌다고 말할 수도 있고 세포의 조합이라고 할 수도 있고 원자의 조합이라고 볼 수도 있다. 만약에 환원론자들의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인다면 신체 구조를 알면 사람을 알 수 있고 세포를 알면 신체 구조를 알 수 있고 원자를 알면 세포를 알 수 있고 원자는 쿼크나 전자와 같은 소립자로 이루어져 있고 소립자들은 파동 방정식으로 설명이 가능하기 때문에 결국 파동방정식을 알면 사람을 알 수 있다는 것이다. 언어도 이렇게 나누어볼 수 있는데 언어는 단어로 이루어지고 단어는 음절로 이루어지고 음절은 일정한 형태의 파동으로 설명할 수 있고 여기서 말하는 파동이란 결국 공기 분자의 움직임으로 나타낼 수 있고 분자는 궁극적으로 소립자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결국 소립자의 파동 방정식만 알면 언어도 역시 완벽하게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언어 뿐 아니라 사회과학, 철학, 윤리까지도 설명이 가능하다고 이야기하는 사람도 있다. 여기서 잊지 말아야 할 것은 파동 방정식을 비롯해 궁극적인 구성 요소들의 기반은 수학과 논리라는 것이다.

이러한 주장은 보통 과학이 모든 것을 설명할 수 있다는 주장으로 이어진다. 하지만 이런 주장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넘어야할 산이 많이 있다. 이번 글에서는 그런 어려움과 그 어려움을 극복하려는 노력에 대해서 생각해보겠다.

앞에서 계속 이야기해 온 계층에 대한 이야기를 여기에 단순하게 적용하자면, 어떤 사물이나 개념을 그 구성 요소로 나누어서 이야기하는 것을 하위 계층으로 내려가는 과정으로 볼 수 있고 구성 요소를 통해서 구성품을 설명하는 것을 상위 계층으로 올라가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인간의 지능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 인간의 지능이 하나의 계층이라면 신경 세포는 그 아래 계층이고 분자의 단계는 신경 세포를 다루는 영역의 아래 계층이 될 것이다. 일반적으로 하위 계층으로 갈 수록 물리적 현실에 가까워진다고 볼 수 있다. 다시 말하지만 아래 계층에 수학이 포함된다는 것은 잊지 말 것. 아무튼 이런 식으로 대응을 시킨다면 환원주의자들이 주장은 ‘하위 계층이 상위 계층을 설명할 수 있다’는 말로 바꿀 수 있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이런 주장은 내게는 굉장히 대담한 주장으로 들린다. 물론 극단적으로 소립자의 파동 방정식이 세상 모든 것을 설명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얼마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 특히 학문을 하는 사람들의 경우 사고의 바탕에 이런 것을 깔고 있는 사람이 많은 것 같다. 그래서 하위 계층의 설명 만으로 만족하고 모든 것을 이해했다고 생각하는 경우도 생기는 것이다. 하지만 하위 계층이 상위 계층을 설명하는 것은 대부분의 경우 매우 어렵거나 불가능하다.

그런 어려움의 원인 중에 가장 먼저 고려해 볼 만한 것은 논리의 문제이다.

하위 계층이 상위 계층을 대략이나마 혹은 부분적으로나마 설명할 수 있다는 것은 쉽게 공감이 가는 주장이다. 다이아몬드의 단단함을 제대로 설명하려면 탄소 분자의 연결관계에 대한 이해는 필수적이다. 우리가 감촉을 느낄 때에 왜 몇십분의 1초 정도 지연이 발생하는지 알려면 신경 세포의 모양과 전기 신호의 전달 특성을 알아야한다. 여기서 주목할 만한 사실은 개념의 방향성이다. 즉 단단함이나 감촉이라는 상위 계층의 개념을 설명하는 데에 하위 계층이 역할을 하긴 하지만 그런 상위 개념은 하위 계층에서는 존재하지 않는다. 애초 그런 개념이 없는 상태에서는 하위 계층에서 그런 개념을 도출해 낼 수는 없다. 이러한 방향성에 대해서는 다음 글에서 좀더 살펴보기로 하자.

아무튼 하위 계층이 상위 계층을 설명하는 데에 도움이 된다는 것에는 별 이견이 없지만 문제는 하위 계층이 상위 계층의 모든 것을 완벽하게 설명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여기서 ‘완벽하게 설명한다’라는 말은 좀더 명확히 할 필요가 있는데 왜냐 하면 설명이라는 말 자체가 인간의 이해를 돕는다는 말이기 때문에 인간 입장에서는 굉장히 주관적인 표현이다. 인간의 이해나 지능 따위의 말은 굉장히 상위 계층에 존재하는 말이기 때문에 이런 말로 하위 계층과 상위 계층 간의 관계를 명확하게 표현하기는 무리가 있어 보인다. 때문에 좀더 명확한 서술이 필요한데, 아마도 다음과 같은 표현을 쓰면 실제 환원론자들의 주장을 대부분 받아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상위 계층의 모든 것은 하위 계층의 논리적 귀결이 될 수 있다.’

따라서 하위 계층과 상위 계층 사이에 논리관계가 성립된다면 환원론자들의 주장은 설득력을 갖게 된다. 그래서 계층 간의 논리 관계가 얼마나 견고한지를 따져보면 환원론자들의 주장이 얼마나 견고한지도 알게 된다.

이러한 견고함은 몇몇 경우 정말 의심의 여지가 없이 명확해 보인다. 당구공의 충돌과 움직임은 원자의 충돌과 움직임과 거의 동일하다. 삼각형을 도화지에 그린 후 내각을 재서 합을 구하면 그 값은 거의 180도에 가깝다. 이러한 논리적 귀결은 현상의 예측을 가능하게 한다. 목성의 위성인 이오의 화산활동은 보이저 1호가 목성에 도착해 사진을 찍어 확인을 하기 전에 이미 예측이 되었는데 이는 단순히 이오의 궤도 특성만 보고 알아내었다. 단순한 타원 몇 개 그려보고 수억킬로미터 이상 떨어져 있는 세상의 모습을 예측한다는 것은 실로 놀라운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런 것들 말고도 분석을 통한 과학과 기술의 성과는 절대 의심할 수 없다. 상상 속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현실을 예측하고 현실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과학의 힘을 보면 과학 이론이 미칠 수 있는 범위, 즉 과학 이론의 논리적 귀결에 포함될 수 있는 범위가 단순 이론적인 분야 뿐 아니라 현실과 일상까지 어느 정도 포함한다고 볼 수 밖에는 없다. 하지만 이런 성과는 과학의 적용 범위에 대한 지나친 믿음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과연 과학이 다루어왔던 상식적인 범위 이외의 분야, 좀더 상위 계층에 속한다고 볼 수 있는 분야도 과학으로 설명이 완벽하게 가능한 것인지를 알려면 그 대상 분야가 과학으로 대표되는 하위 계층의 논리적 귀결의 범위에 얼마나 들어오는지를 살펴보면 알 수 있다. 하지만 어떤 분야의 문제 자체가 논리적으로 정의될 수 없는 것이라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러 문제를 다룰 때에는 하위 계층과의 논리 관계를 살펴볼 엄두조차 낼 수 없게 되어버린다.

여기서 주장하고 싶은 것은 상위 계층으로 갈 수록 대부분의 문제들이 논리적으로 귀결될 수 없는 것들이라는 것이다. 하위 레벨에서는 그토록 탄탄한 접착제 역할을 하는 논리가 상위 계층에 있어서는 싸구려 반창고 역할도 하지 못하는 것이다. 이전 글(수학과 현실의 문제)에서도 이야기한 바 있지만 일상의 현실에서 논리를 적용하는 것은 극히 힘든 일이다. 일상에서 어떤 사람이 논리적 주장을 한다고 말할 때 논리적이라는 말은 실제 하위 레벨에서 쓰이는 논리적이라는 말과는 큰 차이가 있다. 주장, 행동, 동작, 의도와 같이 일상에서는 정의 상 큰 어려움 없이 쓰이는 말들도 실제 논리의 언어로는 표현조차 힘들다. 일상의 현실에서 논리라고 말하는 것은 대략적인 그럴듯한 연결 관계를 말할 뿐이다. 실제의 논리와의 관계는 비유적인 경우일 때가 많다. 아주 간단한 예로 괴에바에서도 소개된 크레타 철학자 에피메니데스의 말을 살펴보자. 에피메니데스가 ‘모든 크레타 사람은 거짓말장이다’라고 말했다면 이 말은 참일까 거짓일까? 에피메니데스의 서술은 참인지 거짓인지를 가릴 수 없기 때문에 논리적 파라독스의 예로 자주 쓰인다. 하지만 사실 이 말 자체가 아주 애매하기 때문에 참 거짓을 논리적으로 따진다는 것 자체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이 서술에서 거짓말장이라는 말의 정의부터 애매하지만 그 의미를 좀더 명확하게 하는 것은 어려운 일은 아니다. 즉 여기서 거짓말장이라는 말은 거짓말을 자주하는 사람이라는 일반적인 정의가 아니라 ‘항상 거짓말을 하는 사람’이라는 의미로 해석해야 한다. 따라서 에피메니데스의 서술을 좀더 명확하게 한다면 ‘크레타 사람이 하는 말은 모두 거짓말이다’라는 서술이 될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애매한 것은 이 말이 현재까지의 사실에 대한 주장인지 아니면 모든 시대에 적용되는 주장인지 하는 것이다. 즉 ‘여태까지 크레타 사람이 한 말은 모두 거짓이다’라는 것인지 아니면 ‘크레타 사람이 한 말은 여태까지도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 거짓말이다’라는 것인지 애매하다는 것이다. 만약 두번째 주장이라면 이는 미래에 대한 예측이기 때문에 논리에서는 다룰 수 없는 서술이 된다. 물론 미래가 결정되어 있고 에피메니데스의 의도가 미래에 대한 확실한 예언이라면 논리적으로 참 거짓을 가릴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는 일상에서 불가능한 가정이다. 만약 첫번째 주장이라면 여태까지라는 말이 지정하는 기간이 이 말의 시작 시점까지를 말하는 것인지 아니면 이 말이 끝나는 시점까지를 말하는 것인지를 명확하게 해야 한다. 만약 첫번째 경우라면 이 말은 여태까지라는 말이 지정하는 기간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에 논리적으로 문제가 없으니까 파라독스가 아니다. 하지만 두번째 경우라고 보기도 힘든 것이 이 말이 에피메니데스의 머리에서 떠오른 것은 문장의 시작 시점이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이 ‘나는 여태까지 파랑새는 한 번도 본적이 없어’라고 말하는 도중에 그 사람의 눈 앞에 파랑새가 날아든다고 해도 그 말이 거짓이라고 말 할 수는 없는 것과 같은 것이다. 만약에 말을 시작하는 시점에서 그 사람이 정말 파랑새를 본 적이 없다면 그 말은 참이라고 봐야 하는 것이다. 따라서 에피메니데스의 서술을 논리적으로 따질 수 있는 정확한 서술로 바꾸려면 서술의 주체나 의도와 같이 일상에서는 상식적인 개념이 철저히 배제된 추상적인 명제로 변환되어야만 하고 그 이후에야 파라독스인지 아닌지를 따질 수 있게된다. 다시 말해 에피메니데스의 말이 실제로 논리적 파라독스가 되려면 말이라던가 의도라던가 하는 논리 이외의 개념이 제거된 철저히 형식적인 기호의 형태로 모든 것이 변환되어야 한다. 일반적으로 일상의 명제를 논리적 명제로 바꾸는 것은 단순한 작업은 아니고, 이렇게 변환했다 해도 그 형태는 애초에 의도했던 명제와는 전혀 다른 내용이 되어 버린다.

이런 식의 접근이 굉장히 기술적인 소소한 얘기라고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이런 고려는 논리적 관계에 대한 주장을 펴기 위해서는 필수적인 과정이다. 아무튼 요점은 의도라던가 예측이라던가 이유라던가 하는 개념은 논리적으로 표현조차 안되는 개념들이고 상위 계층에서 관심을 갖는 대상 대부분이 이런 개념을 근간으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계층 사이의 논리관계를 따지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것이다. 그런 불가능성이 가장 명확하게 드러나는 것은 사실과 당위성의 논리적 관계인데 ‘어떠어떠하다’라는 주장에서 ‘어떠어떠해야한다’라는 주장을 논리적으로 끌어낼 수 없다는 것은 어떻게 보면 당연한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떤 철학자 중에는 아직도 그런 논리적 관계를 증명하기 위해서 노력하는 사람들이 있다. 아무튼 이런 얘기는 사실 새로운 얘기가 아니다. 거의 300년 전에 한 스코틀랜드 철학자가 쓴 ‘인간 본성에 대한 논고’라는 책에서도 사실을 근거로 당위성을 이끌어내려는 논리적 도약에 대해 비판을 하고 있다. 즉 ‘어떠어떠하고 어떠어떠하니까 결국에 어떠어떠해야한다’라는 식으로 말이다. 지금 이 글에서 하는 얘기도 결국은 그런 비판의 단순한 확장이라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논리는 형식 논리임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형식 논리는 일상적으로 쓰이는 논리적이라는 말에서의 논리와는 큰 차이가 있다. 일상에서의 논리라는 말은 그저 유사 논리일 뿐 너무 애매해서 논리적 귀결을 정확하게 따지는 것이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형식 논리가 아닌 좀더 현실에 반영 가능한 논리를 이용하면 되지 않겠는냐고 얘기할 수도 있지만 아쉽게도 그런 논리는 없다. 우리가 다룰 수 있는 진짜 논리는 형식 논리 밖에 없다. 이런 형식 논리는 모든 명제들에 대해 상당한 형식적 틀을 요구한다. 그렇기 때문에 러셀이 수학 원론을 쓸 때 1+1은2라는 사실을 이끌어내는 데 엄청나게 많은 단계가 필요했던 것이다. 현실은 그런 틀에 담기에는 너무 애매하거나 아예 다룰 수 없는 자유나 행복, 의도나 당위성, 행동과 행동의 주체와 같은 개념들로 가득차 있다. 이러한 개념들은 애매할 뿐 아니라 시간이 지나면서 또 사람 사람마다 다른 의미를 가진다. 이러한 개념들은 인간의 의식 밖에, 예를 들어 교과서나 사전 안에 독립적으로 존재할 수 있는 것들이 아니다. 결국 이런 개념들은 개인의 뇌세포에 전기신호로 저장된 형태로만 의미가 있을 뿐이고 개인들이 어떤 환경에서 어떻게 의미를 습득하고 다른 개인들과 어떤 대화를 통해 그 개념을 변형시켜 가느냐에 의해 그 궁극적 의미가 결정되는 것이다. 이런 개념들은 하부 계층의 형식 논리라던가 수학적 개념들과는 근본적인 차이가 있고 궁극적으로 논리적 귀결을 따질 수 없는 것이다. 철학자들 중에 이렇게 논리나 수학적 개념에 해당할 만한 불변의 진리를 일상의 계층에서 찾으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하지만 그 사람들이 찾은 진리가 정말 영원히 변하지 않는 진리라면 그것은 일상과는 거리가 있거나 일상에 대한 매우 단편적인 설명 밖에는 제시하지 못하는 것이 될 것이다. 

유명한 옛날 그림 중에 하늘을 가리키고 있는 플라톤과 땅을 가리키고 있는 아리스토텔레스를 함께 그린 그림이 있다. 보통 사람들의 해석에 의하면 이 두 사람의 철학적 입장을 상징적으로 아주 잘 나타내고 있다고 한다. 즉, 플라톤에게 있어서 진리는 하늘에 존재하는 보편적인 것이고 아리스토텔레스에게 있어서 진리는 이 세상에 존재하기 때문에 진리는 세상의 관찰을 통해서 알아내야 한다는 주장이라는 것이다. 두 사람의 손가락 개수도 비슷한 얘기를 하고 있는 것 같은데, 플라톤은 진리가 하나라고 얘기하고 있는 것 같고 아리스토텔레스는 진리가 다섯개라고 주장하고 있는 것 같다. 물론 아리스토텔레스의 손가락 개수가 더 많았다면 더 많은 개수의 손가락을 벌렸을 테니 결국 진리의 개수가 되게 많다라고 주장하고 있다라고 하는 것이 더 적절할 것이다. 다시 말해 플라톤은 보편적 진리에 대해, 아리스토텔레스는 개별적, 우연적 진리에 대해서 말하고 있는 것 같다. 다르게 보면 플라톤은 이 계층이 아니라 다른 계층을 보라고 얘기하는 것 같고 아리스토텔레스는 우리가 있는 계층을 보라고 얘기하는 것 같다. 그래서 우리가 어디를 봐야할까라고 문제를 던져보지만 그 답은 결국 시험문제가 어디에서 많이 나오느냐는 아이들의 질문에 대한 선생님의 답처럼 따분한 답일지 몰라도 결국 모든 계층을 다 보라는 것일 것이다. 하지만 일상에 대한 답을 찾는다면 그 시작점은 일상의 계층이 되어야 한다.

물론 보편적, 불변의 진리는 논리와 수학이라는 형태로 항상 존재해 왔다. 근대 이후로 과학이 얼마나 큰 성과를 냈는지, 수학이 과학의 발전에 얼마나 많은 역할을 했는지를 보면 그런 진리가 일상과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닌 것은 확실하다. 일상에서도 논리와 수학을 현실에 맞게 확장된 형태로 그대로 사용할 수 있는 경우가 꽤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하부 계층의 논리는 일상 속에서 비유적인 형태로 나타날 뿐이고 비유라는 것은 형태의 유사함일 뿐 논리적 연결은 없는 것이기 때문에 이런 형태는 보통 논리적 오류로 이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적용 가능한 경우 때문에 또는 피상적인 형태의 유사성 때문에 하부 계층의 논리를 일상에 적용할 수 있으리라는 가능성이 과대평가가 되는 때가 종종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인간 게놈 프로젝트나 뇌의 신경망 모델에 대한 희망 소위 빅데이터라고 불리는 통계적 방식에 대한 과도한 신뢰 등이 그런 예가 될 것이다.

좀전에 얘기한 그림에서 가장 거슬리는 것은 굳게 닫힌 두 사람의 입이다. 입을 닫고서 진리에 대한 탐구가 가능할까? 아마도 실제로는 두사람이 쉬지 않고 얘기를 나누고 있지 않았을까? 흔한 얘기지만 결국 그런 대화가 진리를 찾아가는 길의 첫걸음이 될 것이다. 현자의 머리속에 남아있는 진리나 교과서 속에 머물러 있는 진리는 쓸모 없는 진리에 불과하다.

다음 글에서는 계층 사이의 다른 형태의 장벽들에 대해 몇 가지 더 짤막하게 알아보고 요즘 유행하는 인공 지능의 예를 들어 단편적으로 나마 자기 통찰을 통한 계층 극복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