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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5-01-26 17:05

[영화/드라마 솔직한 후기] 퍼펙트 데이즈(Perfect Days)의 또 다른 여운

글쓴이 : 아포리아

퍼펙트 데이즈(Perfect Days)의 또 다른 여운

빔 벤더스(Wim Wnders)의 탁월한 연출과 야쿠쇼 코지(Yakusho Koji)의 내면적 연기의 절묘한 결합만으로도, 이 영화는 덧븉일 이야기가 없을 정도로 좋다. 사실 두 사람의 필모그래피에 대한 지식이 전혀 없더라도, 이 영화를 본 사람 대부분은 이 작품이 잘 만들어졌다는 정도는 느끼게 된다.

깊은 뜻이 있느냐는 질문과는 별개로, 최근 '천만' 영화를 보고 난 뒤에 찾아오는 허탈한 '재미'와는 결코 비교할 수 없는 느낌이 오랫동안 마음 속에 자리를 잡는다. 의도적이든 의도적이지 않든, 이런 느낌을 오랫동안 느낄 수 있게 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원래는 감독이 '코모레비(木漏れ日)'로 제목을 달려고 했다고 들었다. 최초에는 나뭇잎 사이로 투영되는 빛처럼, 사라질 것 같은 순간과 사회에서 그렇게 취급되는 사람들의 삶에 대한 소중함을 앞세우려고 했는데, Lou Reed의 Perfect Day가 배경음악으로 나오는 장면이 너무 좋아 감독이 영화의 제목을 'Perfect Days'로 바꿨다는 것이다.

이유야 어떻든, 제목이 'Perfect Day'가 아니라 'Perfect Days'라는 점이 재미있다. 영화의 주인공인 히라야마의 방해를 받지않고 반복되는 생활이 '완벽한 날'의 잣대인지, 아니면 주변에 의해 방해를 받아 망가진 날도 '완벽한 날'이 될 수 있는 것인지 궁금해진 것이다. 만약 전자라면 독립된 '반복'만이 강조되겠지만, 후자라면 망가진 하루가 부여하는 새로운 '순간'도 '완벽한 날'의 이유가 된다.

특히 후자의 '순간'은 집요하고도 서글프게 '완벽함'을 지향하는 우리 모두의 삶에 대한 고민을 수반한다. 누구나 알다시피, 인간은 완전하지 않다. 아니 인간은 완벽할 수 없다. 스스로도 완벽할 수 없지만, 좋은 배경과 좋은 사람들이 주변에서 힘을 보태도, 누구도 완벽할 수 없다. 즉 부족함과 불편함, 그리고 그러한 부족함 때문에 느끼는 불안함은 인간인 이상 결코 극복할 수 없는 '조건'이다. 문제는 이런 인간적 조건, 즉 불안의 원인에 대해 우리가 대처하는 방식이다.

누군가는 무리를 만들어 스스로가 '정상'임을 내세우는 방식을 취한다. 즉 스스로가 '다수' 또는 '정상'에 속하는 방식을 통해, 그리고 무리가 제공해주는 확신과 힘을 통해, 결코 갖추지 못할 '완벽' 또는 '안전'을 향유하고자 노력하고 또 가졌다고 믿는다. 반면 무리에 속할 수 없거나 배제된 인간들은 다른 방식을 취한다. 무리의 통제를 벗어나기 위해 투쟁하거나, 무리로부터 도망을 가려고 애쓴다. 자기가 선택을 했든, 타인에게 강제되었든, 무리로부터 벗어난 삶을 통해 '완벽' 또는 '안전'을 향유하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이렇게 보면, 이 영화가 말하는 '완벽성'은 '코모레비'가 전달해주는 여운과는 또 다른 회환, 그리고 인간이라면 결코 벗어날 수 없는 굴레에 대한 고민을 가져다준다. 히라야마가 웃는 듯 우는 장면에서, 우리는 우리 스스로를 보게 되는 것이다.

아무리 행복한 삶의 모습을 가진 사람도, 인간의 '불완전성'으로부터 완벽하게 탈출 할 수는 없다. 그래서, 이 영화의 여운 중 하나는 자의든 타의든 무리로부터의 이탈을 선택한 삶에 대한 회환과 슬픔이다. 마치 히라야마처럼 방해받지 않는 반복 속에서도, 그래서 자기만의 완벽한 하루를 보낸 경우에도, 채울 수 없는 '완벽성'에 대한 인간적 갈망때문에, 어쩔 수 없이 슬퍼지는 순간을 맞이하는 것이다.

아포리아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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