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현재 서울대학교 도서관에 소장되어 있고, 경성제국대학 시절에 독일에서 구입되었다. 책 제목은 조금 길다. 하지만 17세기 출판된 것치고는 나름 제목이 짧은 편이다. 『1581년에서부터 1669년까지 키나에서 그리스도교의 옳은 신앙을 포교하기 위해서 활동한 예수회 신부들에 대한 보고: 그 시작과 전개를 중심으로』(이하는『중국포교사』로 약칭하겠다)다. 

책은 1672년에 오늘날 독일의 아우구스투스 한크비츠(Augustus Hanckwitz) 라티스 보나이 출판사에서 출판되었다. 저자는 아담 샬(Adam v. Schall, 1592-1666)(1)과 인토르체타(Intorcetta, 1626-1696)다. 참고로, 인토르체타는 시칠리아 출신으로 동양고전, 예컨대 『중용(中庸)』을 라역(羅譯)해서 서구에 소개한 예수회 신부다. 책은 청나라의 고위 관료 복장을 한 아담 샬의 초상화로 시작하고, 신성로마제국 황제였던 오스트리아의 레오폴트 1세(Leopold I, 1640-1705)에게 헌정되었다. 출판과 보급 비용을 후원해 주었기 때문이다. 어쨌든, 책이 신성로마제국 황제에게 헌정되었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로마 교황청은 물론, 유럽의 여러 왕실이 당시 중국에 대해 가졌던 관심이 매우 컸음을 보여주는 사건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중국에 대한 관심이 유럽에서 높아지고 있을 즈음, 유럽에 대한 중국의 관심도 못지않게 컸다. 이를 잘 보여주는 문헌이 『중국포교사: 1581-1669』다. 책의 목차가 이를 잘 보여준다. 

물론, 두 사건에 담긴 역사적인 의미가 크다는 것은 굳이 강조할 필요가 없겠다. 어쨌든, 17세기에 동양과 서양이 어떻게 만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례들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국내에서는 17세기 동서 문헌의 교류에 대한 연구가 이제 시작 단계에 있다는 점을 먼저 지적하고자 한다. 

예컨대, 이 분야 연구의 대가라 할 수 있는 먼젤로(David E. Mungello)의 『진기한 나라, 중국: 예수회의 적응주의와 중국학의 기원』과 같은 책이 2009년에 처음으로 국내에서 번역되었다.(7) 이와 관련해서 의미 있는 연구 논문들이 나오고 있다. 사정이 이러함에도, 17세기 동서 문헌의 교류 연구와 관련해서 핵심 문헌으로 간주되는 『중국포교사』의 원전 텍스트를 본격적으로 다루거나 소개한 논문은 적어도 국내 연구에서는 발견하지 못했다. 

이와 관련해서, 나는 서울대학교 중앙도서관 구장도서실에 소장되어 있던 『중국포교사』라틴어 원전을 발견하였다. 무척 흥미로웠고, 책을 읽던 중에 서양에서 온 예수회 신부, 특히 아담 샬 신부를 바라보는 동양의 통치자들의 시선에 큰 차이가 있다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이를 밝히는 것도 동서문헌 교류 연구에 있어 나름 의미 있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어 그 차이를 이 글에서 소개하고자 한다. 물론, 예수회 신부에 대해서는, 당시 중국인의 입장에서 볼 때에 부정적인 시각도 많고, 이에 대한 입장 표명(8)도 많이 있었다. 하지만 지면 관계상 이에 대해서는 추후에 소개하기로 하고, 이 글에서는 긍정적인 시선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 나가겠다. 

『중국포교사』! 한마디로, 책의 요지는 서양 천문학이 동양 천문학과의 대결에서 승리했다는 것이다. 이는, 청나라 순치제가 1644년에 시헌력(時憲曆)을 반포하고 시행했다는 사실에서 확인된다. 순치제가 아담 샬의 건의를 받아들여 시헌력을 채택하게 된 계기는 1644년 8월 초에 일어난 일식 때문이었다고 한다. 종래의 대통력(大統曆)과 아라비아의 회회력(回回曆)에 입각한 천문 계산법은 일식이 일어난 시기를 맞추지 못했지만, 아담 샬의 시헌력은 이를 정확히 계산해 냈기 때문에 순치제는 명나라 말기에 중국에 와서 서양역서인〈숭정역서 崇禎曆書〉137권의 편찬에 참여했던 아담 샬에게 천문 역법의 개선을 명한다. 이에 아담 살은 103권으로 다시 정리해〈신법서양역서 新法西洋曆書』의 서명으로 편찬했고, 이듬해인 1645년부터 “시헌력”을 완성해 순치제에게 바친다. 

시헌력은 『상서(尙書)』의 “유성시헌(惟聖時憲)”에서 따온 표현이고 시헌력의 체계는 서양의 역법을 따랐지만, 코페르니쿠스 체계가 아닌 튀코 브라헤(Tycho Brache, 1546-1601)의 수정 천동설에 기초한 지구 중심의 천문 체계를 기본 틀로 삼았다. 동양 역법과 서양 역법이 정면으로 맞붙었었는데, 결과는 서양 역법의 승리로 끝났다. 역법이 세시 풍속은 물론, 일상 생활의 기본 바탕이 되는 제도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서양의 시간 측정과 구분 방식이 이미 17세기에 동양에 들어왔고, 이미 그 시절부터 알게 모르게 동양인들의 일상사를 지배했다 하겠다. 

이런 이유에서, 특히 동서 교류사의 관점에서 보면, 시헌력을 둘러싸고 동양과 서양의 학자들 사이에 벌어진 논쟁은 그 자체로도 중요한 주제라 하겠다. 하지만, 지면 관계상, 이에 대한 논의도 이 글에서는 생략하겠다. 또한, 서양 고대 헬레니즘 시대에 확립된 천문학 체계, 적어도 그 흔적이 17세기 이전의 중국의 천문 서적들에서 발견된다는 점에서 이에 대한 논의는 보다 체계적인 연구가 요청되는 주제이기도 하다.(9) 이런 저런 사정에도 불구하고, 서양 천문과 학문 일반에 대해 예수회 선교사들과 당시 천문을 관장하고 있던 중국 관료들과 벌인 논쟁과 대화를 전하고 있기에, 『중국포교사』가 학문적으로 가치가 매우 높은 텍스트라는 점을 지적하고자 한다.(10) 

결론적으로, 순치제는 아담 샬의 시헌력에 감동한다. 그는 아담의 공로를 크게 치하하고, 그 대가로 북경에, 그것도 도성의 가장 중요한 문인 선무문(宣武門) 바로 안 쪽에 천주당을 짓는 것을 공식적으로 허락한다. 그 곳이 북경의 남당(南堂)이다. 남당의 건축 시기에 관련해서 1655년에 지어진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중국포교사』는 1650년에 착공해서 1651년에 완공된 것으로 기록하고 있다. 시헌력을 만들어 준 대가로 천주교의 포교를 위한 성당을 공개적으로 지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이에 대한 전거는 다음과 같다. 

신부들이 거주하던 집 옆으로는 넒은 공터가 이어졌다. 원래 집들이 들어선 곳이었는데, 도적들의 방화로 황폐화 된 빈터였다. 이 터는 집들과 흠천감(欽天監) 사이에 위치했다. 이 자리를 아담 신부가 왕에게 달라고 간청했고, 이를 얻어냈다. 두 집 크기의 공간을 성당과 지성소를 위한 자리로 배정하였고, 세 번째는 성모 마리아를 위한 자리로 남겨두었다. 여성 신도가 남성 신도로부터 분리되어 천주의 법에 정해 놓은 예배를 드리는 곳으로 말이다. 성당의 길이는 80족장이고 넓이는 45족장인데, 전체는 십자가 모양을 형상했다.(11) 

어찌 보면, 위법 시비가 걸릴 수도 있는 건축 사업이었다. 사정이 이러함에도, 아담 샬은 성당 건축을 감행했다. 아마도 이런 용기의 뒤에는 아담에 대한 순치제의 총애가 대단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아담에 대한 순치제의 시선에서 잘 드러난다. 

순치제의 말과 비문에서 지적해야 할 사항은 크게 네 가지다. 우선, 순치제가 공식적으로 성당 건축을 허가했으며, 성당을 방문하고 성당의 이름까지 하사했으며, 심지어는 성당 건축은 물론 미사에도 많은 비용을 보태주었다는 사실이 첫 번째다. 성당 건립의 성과와 영향 문제에 대해서는 나중에 자세하게 소개하겠다. 

두 번째로, 천주교를 바라보는 순치제의 시선에 대해 지적하겠다. 물론, 더 조사를 해 보아야 하겠지만, 순치제가 천주교의 세례를 받은 것은 아님이 분명하다. 성당에 들어갔을 때에 일종의 경외심이 들었다는 말과 천주의 법에 대해서 아담 샬과 순치제는 많은 대화를 나누었다는 사실에서, 따라서 순치제가 “천주의 법”에 대해서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었음은 분명하다. 

하지만 순치제가 세례를 받지는 않았음이 분명하다. 그렇다면, 아담 샬이 이를 기록하지 않았을 리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기록은 없다. 어쩌면, 물리적인 이유에서도 아담이 순치제에게 세례를 주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었을 것이다. 무엇보다도, 신하인 아담 샬이 황제의 머리에 손을 얹고, 게다가 물을 뿌리는 일은 감히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었기 때문이다. 더 근본적인 이유도 있을 법한데, 아마도 그것은 자신이 천자(天子)라는 황제의 생각이 결정적이었을 것이다. 물론, 이에 대해서도 보다 엄밀한 문헌 고증이 요청된다 하겠다. 하지만, “천주의 법”이 “요-순-주”를 생각나게 하기도 하고, “불교와 도교의 숨은” 가르침과도 유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순치제의 말에서, 그가 천주교의 교리를 유교나 불교와 같은 심급에 있는 한 가르침 정도로 이해(15)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그렇다면, “천주의 법”이 아무리, 순치제의 말대로, 중국에서 성행하고 있는 여러 가르침 가운데에서 소위 “다른 모든 것들 가운데에서도 천주의 법이 가장 훌륭하다는 것은 분명”하지만, 그럼에도 그것이 천자보다는 상위의 심급에 있는 무엇이 될 수는 없다. 그러니까, 만약, 순치제가 유교나 불교에 대해서 몰랐다면, 그도 중세 게르만의 왕들처럼 개종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유교나 불교와 유사한 심급에 자리한 가르침이라 생각했기에 굳이 “천주”의 “제자”가 되어야 할 이유를 찾지 못했을 것이고, 실은 자신이 “천자”였기에 더욱 그러했을 것이다. 이것이 순치제가 천주교의 세례를 받지 못했던 근본적인 이유였을 것이다. 여기에서 순치제가 “천주의 법”을 신하의 덕으로, 혹은 아담 샬의 개인의 덕으로 국한시키고 있는 이유가 해명된다. 이는 천주의 법을 받드는 아담 샬에 대한 순치제의 다음 언명에서 분명하게 드러난다. “그는 성스러운 상징들과// 성당을 위해 바쳐야 하는 예배를 준비하는 동안에도,//그는 성심을 다하여 천주를 섬기고//또한 자신의 직무를 다하는 동안에도,//키나인들과 타르타루스 인들에게//살아있는 행동의 귀감(龜鑑)이도다.” 결론적으로, 순치제에게 “천주의 법”은 유교의 가르침과 같은 심급에 있는 교리 정도로 이해되었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세 번째로 지적해야 할 사항은, 따라서, 순치제에게 아담 샬은 어디까지나 훌륭한 덕을 지닌 신하에 불과하다는 사실이다. 어쩌면, 순치제가 “천주의 법”을 신앙의 차원에서는 받아들이지 않았지만, 천주교를 관용해 준 것도 실은 신하 아담이 보여준 충성과 헌신의 태도 때문이었음이 분명하다. 그러니까, 신하 아담이 보여준 충성과 헌신의 바탕은 아담이 믿는 천주의 법이고, 그렇다면, 이 천주의 법은 또한 자신의 통치에도 도움이 된다는 것이 순치제의 판단이었을 것이다. 이는 “과인의 신하들도 천주를 섬김과 과인을 받드는 일에 있어 그가 보여준 근면함의 그림자라도 적어도 밟기를 기원한다. 과인과 이 나라 전체가 더 잘 되고 더 번영하기를 바라는 것이 실은 나의 간절한 바람이기도 하리라”에서 확인된다. 

마지막으로 지적해야 할 것은, 아담을 바라보는 순치제의 시선에서 이미 서학(西學)과 서교(西敎)의 구분이 발견된다는 사실이다. 이는 순치제가 아담 샬에게 하사한 비문(碑文)에서 잘 드러나는데, 서양 학문의 탁월함에 대해서는 지극한 예찬을 하는 반면, 서양의 종교에 대해서는, 그것은 신하 아담 샬의 개인적인 덕성으로 국한시켜 버리기 때문이다. 아마도 여기에는, 이미 앞에서 지적했듯이, 자신이 천자(天子)라는 생각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어쨌든, 순치제는 아담 샬의 서양 천문학에 대해서는 극찬을 아끼지 않는다. 

이런 극찬의 배경에는, 물론 순치제 자신의 학문적인 열정도 한 몫 거들었겠지만, 실은 이보다도 더 근본적인 이유가 있을 듯하다. 이와 관련한 나의 제안은 다음과 같다. 한마디로, 순치제에게는 천자로서 자신의 통치와 지배를 정당화해 줄 뭔가가 필요했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자신이 군사력으로 중원의 황제가 되었다 할지라도, 자신을 만주에서 온 오랑캐에 불과하다고 바라보는 한족(漢族)을 제압해야 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자신이 명실상부한 “천자”라는 점을 입증해 줄 뭔가가 필요했는데, 어쩌면, 그 뭔가 가운데에 하나가 천문 현상에 대한 논쟁에서 승리였을 것이고,  일식과 월식과 같은 천문 현상은 하늘의 뜻을 알리는 전조인데, 일식과 월식을 정확하게 계산할 수 있음을 통해서 자신이 천자라는 점을 내세울 수 있는 근거와 계기를, 그런데 그 계기를 아담 샬이 제공한 것으로 보인다. 

아마도 이것이 아담 샬이 순치제의 총애를 받을 수 있었던 이유였던 것으로 보인다. 또한, 그것이 순치제가 “에우로파의 손님”인 아담 샬이 제공한 천문학을 적극적으로 수용한 까닭으로 추정된다. 이는 “이와 같은 하늘의 뜻이 담긴 귀한 선물을//과인은 한번도 잊은 적이 없노라!”라는 순치제의 언명에서도 확인된다. 하지만, “천주의 법”은 그냥 아담의 덕일 뿐이다. 여기까지가 아담 샬을 바라보는 순치제의 시선이다. 신하 아담이 믿는 천주의 법은 아담의 사적인 덕목에 불과했지만, 신하 아담이 제공한 천문학은 자신이 천자임을 증명하는 것이기에 천문학은 중요한 학문으로 인정받는다. 중국에서의 서양 학문과 서양 종교의 분리-수용 전통은 아마도 순치제의 시선에서부터 시작되었을지도 모르겠다.

조선에서 서양 천문학을 처음 접한 이는 정두원(鄭斗源, 1581~?)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1631년(인조 9년) 북경에서 돌아올 때 포르투갈 신부 로드리케스(J. Rodriguez, 陸若漢, 1561-1633년)(16)에게서〈치력연기, 治曆綠起〉1권, 〈천문략, 天文略〉1권, 자명종 1부, 천리경 1부, 일구관(日咎觀) 1좌를 얻어왔으며, 관상감 제조(提調)였던 김육이 1644년(인조 22)에 시헌력을 채택할 것을 상소했다고 한다. 조선이 시헌력을 도입한 해는 1653년(효종 4년)이었다.(17) 따라서, 조선의 서양 학문과 문물 수용과 관련해서도 『중국포교사: 1581-1669』는 매우 중요한 텍스트임이 분명하다. 그런데, 아담 샬 신부와 본격적인 혹은 깊은 교류를 나눈 사람은 소현세자(1612-1645)다. 소현 세자가 아담 샬을 만난 시기는 1644년 9월이었다. 약 두 달 여간에 걸쳐 소현 세자는 아담 샬 신부를 찾아서 서양 학문과 종교에 대한 대화를 나누었다고 한다. 북경 남당(南堂)의 신부였던 황비묵이 『정교봉포(正敎奉褒)』에 남긴 말이다. 

낯선 만남이었지만, 서양 신부와 조선 세자가 만났고, 깊은 교류를 나눈 것은 역사적인 사건이다. 그런데, 『중국포교사』에는 앞에서 언급했듯이, 서양 학문과 종교인 그리스도교에 대한 세자의 입장을 확인해 줄 수 있는 편지 두 통이 수록되어 있다. 소현 세자의 편지는 야마구치 미사유키의 『조선서교사(朝鮮西敎史)』에 일부 번역되어 이미 국내에도 소개되었다.(18) 하지만, 이 번역은 원문을 참조한 것도 아니고 그 출처도 불분명하다. 일부 번역은 명확하지도 않다. 또한 결정적으로 소현 세자가 천주교의 세례를 받았는지 여부도 분명하지도 않다. 나중에 보낸 편지에 대한 언급도 없다. 이런 이유에서 약간은 길지만 편지 전체와 소현 세자에 대한 아담 샬 신부의 글 전체를 원문과 함께 소개한다. 편지는 세자가 손수 한문으로 쓴 것이다. 그 내용에 감동한 아담 신부가 라틴어로 직접 번역했다. 원문과 번역은 아래와 같다. 

그의 편지는 여기까지다. 물론 편지에는 성상을 되돌려준다는 언급이 있지만, 이는 그럼에도 이 나라 사람들이 겸손해서 한 말이다. 왜냐하면, 아담 신부가 왕에게 선물을 받으라고 권유하자, 왕은 자신이 거느리는 내시 한 명을 지명했기 때문이다. 그는 이미 세례를 받았는데, 그를 제대로 교육해서 곧바로 다시 보내겠다고 했다. 배우기를 원하는 다른 사람들을 교육하기 위해서였다. 이에 왕은 곧장 답장을 다음과 같이 보내왔다. 

이런 바람에도, 왕은 결국에는 신성한 법을 전파할 사람들을 키나로부터 데리고 가는 꿈을 이루지 못했다. 사람들이 국경을 넘어 왕국으로 가는 것을 막기 위해 타르타루스 인들이 나중에 국경의 모든 관문을 철저하게 봉쇄해 버렸고, 이에 맞서서 맞은 편 지역의 적들도 국경의 경계를 삼엄하게 지켜버렸다. 그래서 등록된 사람들과 허가받은 사람들만이 오로지 그 지역으로 나가고 들어오는 것이 허용되었을 뿐이다. 프란키스쿠스 수도회 신분들이 육로로든, 해로로든 다른 지역을 통해서 조선으로의 입국을 시도했지만, 그토록 들어가려 했건만, 모두 실패했다. 

이상이 세자의 편지에 아담 샬의 번역문과 이에 대한 그의 평가다. 단적으로, 세자의 편지에서 눈 여겨 봐야 할 점은 크게 세 가지다. 먼저, 아담 샬과 소현의 관계 설정 문제가 첫 번째다. 앞에서 살피었듯이, 아담 샬은 순치제에게 훌륭한 신하에 불과한 반면, 세자와 신부의 그것은 군신(君臣)이 아니라 친구 혹은 형제 관계다. 이는 세자의 “마치 같은 피로 맺은 친구처럼 서로가 서로를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언명에서 확인된다. 당시, 아담이 청나라의 고위 관료지만, 천주의 법을 실천하려는 신부의 지극한 겸손함이 아마도 세자와 신부를 친구로 맺어준 것으로 보인다. 이는 순치제가 아담의 충성스러운 덕목을 부각한다면, 소현 세자는 아담의 우정과 호의를 강조한다는 점이 매우 흥미롭다. 

그러면, 두 번째 사항인 천주교를 바라보는 소현의 시선과 입장에 대하 논의로 넘어가자. 순치제에게 “천주의 법”은 신하의 덕이었다. “천주의 법”은 또한 유교나 불교의 가르침과 같은 심급에 있는 일종의 수신과 수양의 교리였다. 천주의 법을 바라보는 순치제와 소현 세자의 입장은 여기에서 큰 차이가 드러난다. 세자에게 “천주의 법”은 유교나 불교의 가르침과 같은 심급에 있는 어떤 가르침이 아니었다. 

이와 관련해서, 소현이 “책들이 마음을 깨끗하게 정화하고 덕을 닦는 데에 가장 적합한 가르침을 담고 있음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라고 언급하는 것을 볼 때에, 세자에게도 “천주의 법”이 수양의 도구인 것은 맞지만, “가장 적합한” 이라는 표현을 볼 때에는, 적어도 아담의 언급에 따르면, “천주의 법”이 전통적인 유교와 불교의 가르침보다 훨씬 좋은 것이라는 생각이 소현의 입장이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물론, 이는 추정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단순한 추정은 아니다. 왜냐하면, 세자 자신이 유교의 가르침을 암묵적으로 비판하기 때문이다. 요컨대, “코레아 인들이 지켜왔던 잘못된 가르침의 숭배 전통으로 말미암아 그 분의 위대함이 공격 당하지나 않을까 두렵습니다” 가 그 전거다. 

마지막으로, 순치제처럼, 소현 세자도 서양 학문과 종교를 구분해서 받아들이고 있는지 여부를 따지도록 하자. 결론부터 말하자면, 세자도 구분해서 받아들였다. 그러나 세자의 입장은 황제의 그것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물론, 거시적인 맥락에서 보면 서양 학문을 받아들이는 태도는 서로 유사해 보인다. 기실, 황제가 서양의 학문을 크게 환영하고 적극적으로 수용했듯이, 세자도 그랬기 때문이다. 단적으로, “코레아 인들은 이 모든 것이 에우로파의 글 덕분이라는 것을 깨닫게 될 것입니다” 라는 언명이 그 전거다. 해서, 세자가 황제를 소위 역할-모범으로 삼았던 것이 아닌가 싶다. 

하지만, 미시적인 맥락에서 보면, 서양 학문과 서양 종교, 이 양자 가운데에 어떤 것을 더 중시하는지를 따지면, 양자 사이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 앞에서 보았듯이, 순치제는 서양 종교보다는 서양 학문에 무게 중심을 두었다. 그에게 서양 종교는 신하의 덕이고 개인의 수양 수단이었다. 하지만 세자는 서양 학문보다는 서양 종교를 더 중시한다. 이는, 단적으로, “이 가운데 몇 권의 책들을 훑어 보았습니다. 책들이 마음을 깨끗하게 정화하고 덕을 닦는 데에 가장 적합한 가르침을 담고 있음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당연히 알아야 함에도 지성의 빛이 아직 밝지 않은 탓에 우리는 아직 이 가르침에 대해서 알지 못합니다” 라는 세자의 고백에서 분명하게 드러난다. 

양자 사이에 있는 차이는, 또한 황제가 신부에게 내린 비문의 내용 구성에서 쉽게 확인된다. 비문의 중심은 서양 천문학에 대한 예찬이다. 하지만, 소현의 편지는 이와는 대조적이다. 편지의 골간을 구성하는 내용은 천문학이 아니라, “천주의 법”에 대한 예찬이다. 이것이, 물론 소현 세자도 서양 학문을 중시했지만, 그가 “천주의 법”을 더 근본적인 것으로 여겼다는 증거다. 이런 정황을 놓고 볼 때에 세자가 서양 학문보다는 종교에 무게 중심을 두었음은 분명한 사실이라 하겠다. “선물을 기꺼이 받겠습니다. 또한 당신의 <예수회>에 속하는 사람을 한 분 모시고 가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나와 우리 나라 사람을 가르칠 사람으로 말입니다. 하지만 함께 갈 사람이 지금은 없습니다. 당신과 당신의 <예수회>를 대신해 줄 그런 사람 말입니다” 라는 언명이 결정적인 전거일 것이다. 이 언명은 소현이 두 번째로 보낸 편지에서 한 말이다. 이 언명에서 주목해서 보아야 할 것이, 아마도 “나와 우리나라 사람을 가르칠 사람”이라는 표현일 것이다. 이 사람은, 다름아닌 “천주의 법”을 가르칠 수 있는 신부다. 여기에서, 소현이 서양 학문보다는 서양 종교를 더욱 근본적인 무엇으로 생각했음이 잘 드러난다. 

지금까지의 이야기를 갈무리하자. 한마디로, 아담 샬이 북경에서 이룩한 업적은 대단했다. 이는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역사다. 동양의 시간 체계를 새로이 정비한 시헌력이 그 대표적인 사례다. 그러나, 예수회의 입장에서 보면, 시헌력보다 더 중요한 사건이 북경의 남당 건축이었을 것이다. 이는 “천주의 법”을 공개적으로 전할 수 있는 공간의 확보, 아니 천주교를 일반 대중에게 공개적으로 알리는 전기를 마련한 사건이었기 때문이다. 아닌 게 아니라, 아담 샬의 남당 봉헌이 예수회에게 중요한 이유는, 그것이 결코 단발성 건축 사업이 아니었고, 남당 설립 이후 청나라 전역에서 세워지게 될 천주교 성당들의 선례-근거가 되었기 때문이다. 1650년 북경에 남당이 건립된 지 30년도 채 안 되는 기간 사이에 당시 청나라에는 약 240곳에 성당이 세워진다. 이 수는 1681년에 집계된 것이다. 당시 신자의 수는 약 26만 명이었다. 여기까지 오는 데에 30년도 안 걸린 셈이다. 당시 성당의 소재를 알리는 지도를 소개하면, 아래와 같다. 

교인의 수는 1681년을 기준으로 대략 26만 명이다. 

[그림-] (Paradigma XV Provinciarum et CLV Urbium Capitalium Sinensis Imperi cum Templis quae cruce + signantur et Domiciliis: 시나 제국의 15성과 155개의 시와 성당들, 성당들은 십자가로 표시가 되어있고, 신부들이 머물고 있는 곳이 표기되어 있음>)

지도는『중국인 철학자 공자』에 수록된 것으로, 작성자는 아담의 후계자였던 마르티네스였다. 결론적으로, 위의 지도가 입증해주듯이, 천주교의 이와 같은 확산에는 아담의 남당 성당이 나름 결정적인 역할을 수행했다. 이와 같은 예수회의 노력으로 천주교는 청나라 황제 강희제로부터 공식적인 포교와 종교 활동 일반에 대한 자유를 보장받는다. 1690년의 일이었다.(22) 예수회가 중국에 들어온 지 약 100여 년이 지난 후였다. 그런데, 천주교가 이렇게 확산할 수 있는 데에는, 결정적으로 천주교가 청나라 황실로부터 승인을 받는 일이 매우 중요했을 것이다. 이와 관련해서, 물론 마테오 리치와 같은 선배 선교사들의 포교 노력도 중요했지만, 내가 생각하기에는 아담 샬의 역할이 결정적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왜냐하면, 어찌되었든, 천주교의 승인은 황제로부터 얻어내야 하므로. 이를 위해서는, 따라서, 누군가는 황제 가까이에서 머물러야 한다. 이와 관련해서, 아담 샬이 차지했던 흠천감 자리는 매우 중요하다. 이 자리는 1744년, 그러니까 아담 신부가 처음 부임한 1644년 이래로 100년간 예수회 신부들이 차지한다. 이 자리가 천주교의 승인을 얻는 데에 결정적인 기여를 한 것으로 추정된다. 서양인이 동양의 학문(적어도 천문학)을 관장하는 수장 자리를 차지한, 그것도 100년간이나 차지한 것은 역사적으로 매우 진귀한 사건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이와 같은 “위로부터의 전교 전략(Top-down)”(24) 탓일지도 모르겠다. 그 이후의 중국에서의 천주교가 겪어야 했던 운명이 말이다. 위의 지도가 보여주듯이, 적어도 17세기 말엽의 천주교는 파죽지세(破竹之勢)의 위용을 떨치며 확산되었다. 하지만, 그 이후의 사정은 결코 그렇지 못하기 때문이다. 물론, 여기에도 다른 이유들이 분명코 있을 것이다. 역사적으로 볼 때에, 결론적으로, 또한 오늘 날의 중국의 현재 상황을 볼 때에, 적어도 예수회의 위로부터의 포교 전략은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 물론, 앞으로 어떻게 바뀔지는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적어도 지금까지만 놓고 볼 때에는 그렇다. 어쨌든, 잠정적으로 결론으로 내리자면, 예수회의 “위로부터의 포교” 전략은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 현재 상황만 본다면 말이다. 

여기에서 잠시 주의해야 한다. 궁극적으로 예수회의 포교 노력 자체가 허사로 끝난 것은 아닐 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어쩌면, 운명은 그럴 수밖에 없었을 지도 모르겠다. 그럼, 장황하지만, 그 뒷이야기를 마저 하겠다. 다시! 위의 지도로 되돌아가자. 거기에 그려진 “Corea” 부분에는 십자가 표시가 없다. 물론, 당시 조선에는 천주교 성당이 없었다(24). 그럴 상황이 아니었기에. 그러나, 이후 전개될 조선의 서양 종교와 서양 학문의 수용과 관련해서, 작지만 중요한 사건이 하나 있다. 소현 세자가 조선으로 귀국하면서 북경의 아담 샬에게 소현 세자는 “코레아 환관” 한 명을 북경에 남겨두었다는 사실이 기억날 것이다. 세자는 당시 아담 샬 신부로부터 서양 학문과 서양 종교를 체계적으로 배우고 돌아오라고 명한다. 이 내시는 이미 그 때 당시에 천주교의 세례를 받았다. 물론, 조일 전쟁 중에 일본으로 전쟁 포로로 끌려가서, 그곳에서 천주교 신자가 된 조선인들이 많다.(25) 이들을 제외한다면, 따라서 조선인 가운데에서 중국에서 세례를 받은 최초의 이가 이 사람일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이 조선인은 아주 오랫동안 북경에 남아서 아담 샬 신부를 보필하고, 그로부터 서양 학문과 서양 종교를 배운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아담 샬 신부에게 죽음이 임박하자, 신부가 자신의 생애와 활동을 정리하기 위해 내시를 불러 기억을 되살려내었다는 데에서 확인된다. “코레아 환관”의 기억력이 매우 비상했기 때문이라 한다. 

아담 샬 신부가 죽은 해는 1669년이다. 그렇다면, 이 코레아 환관은 적어도 이 시기까지는 조선으로 귀국하지 않고 아담 샬 신부를 보좌했음이 분명하다 하겠다. 아마도 아담 샬 신부가 몹시 아끼었던 제자였을 것이다. 죽음을 앞두고 삶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그를 불렀다는 사실은 신부가 이 “코레아 환관”을 늘 대동하고 다녔다는 것을 함의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조선의 서학 수용과 관련해서 이 환관의 역할이 상당히 중요했을 텐데, 우선 이 환관의 이름이 무엇인지 그리고 이 사람이 어떤 조선의 관료들과 어떤 지식인들과 교류를 했는지를 추적해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또한, 소현 세자가 심양(瀋陽)으로 데리고 간 약 300명에 달하는 사람들에 대해서도 보다 체계적인 연구가 필요할 것이다. 왜냐하면 이 사람들이 실은 이후 전개될 북학파와 실학파의 등장에 직접적인 매개 역할을 담당한 이들이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런 의미에서 소현 세자에 대한 역사적인 평가도 이제는 달리 해야 한다고 본다. 예컨대 많은 역사학자들은 소현 세자를 비운의 왕세자 정도로 평가하고 있는데, 이런 평가는 그야말로 소현 세자를 개인적인 관점에서 바라보려는 시선에서 비롯된 것이라 하겠다. 그러나 시야를 소현 세자는 물론, 소현 세자가 데리고 간 집단 전체로 확대한다면, 조선의 서학 수용과 개방에 대한 논의는 다른 지평에서 새롭게 전개될 것이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경우가 바로 앞에서 소개한 “코레아 환관”일 것이다. 결론적으로 순치제가 서양 종교와 서양 학문을 분리해서 과학과 학문을 받아들이려 했다면, (아마도 19세기부터 중국 지식인들에 의해 주창된 소위 중체서용(中體西用)론의 효시가 여기에 있을 것이다), “코레아 인들”은 그 시작이 조금 달랐다는 점을 강조하고자 한다. 요컨대, 소현과 같은 세자가 직접 나서서, 물론 비극적으로 일단락되었지만, 서양 학문과 사상, 그런데, 정신 문명의 제도적 실체인 서양 종교인 “천주의 법”을 마음 속 깊이 받아들이려 했다는 점이 17세기 조선의 서양 문명 수용 역사에서 나타나는 중요한 특징이라 하겠다.(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