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18년, 루쉰이 《신청년(新青年)》에 발표한 소설 《광인일기(狂人日记)》는 가족제도와 예교의 폐해를 폭로하고, 유가를 주체로 하는 예교 전통의 “식인[吃人]”문화를 고발하였다는 데에 의의가 있다. 소설의 말미에서 루쉰은 현대 중국을 향해 호소한다. “아이들을 구하라!” 신문화운동 이래로 예교 전통은 줄곧 “식인”의 십자가를 짊어져왔다. 장샹롱(张祥龙) 교수는 이러한 현상을 “현대 중국 지식인 주체의 문화전승에 대한 집단 반란”으로 묘사한다.(1) 그는 이와 같은 현대의 신전통을 겨냥하여, 유가와 그 “친애(亲愛)”의 정신을 구해야 한다고 호소하면서, 동시에 예악전통의 부흥과 유가사상의 재건을 통해서만 중화민족의 문화부흥이 가능하며, 전세계적으로 확산된 평평한 생존방식을 바로잡을 수 있다고 강조한다.

장샹롱은 처음에 서양철학의 연구, 특히 현상학과 하이데거의 사상 연구로 이름이 알려졌다.(2) 물론 최초의 현상학 연구에서도 장샹롱의 마음은 시종일관 중국사상 특히 유가전통에 가 있었다. 21세기에 접어들어, 유가사상의 해석과 부흥은 장샹롱의 각종 저작에서 점차 눈에 띄는 주제가 되었다. 물론 현상학 및 그 방법에 대한 관심 또한 시종일관 그의 시야 속에서 견지되었다.(3) 최근 몇 년 사이, 장샹롱은 “유가철학 시리즈”로 세 편의 저작(4)을 잇따라 출판하였다. 2014년에는 다시 근년에 집필한 글들을 엮어 신작을 냈다. 이 저작에서는 유가사상의 요지 및 그 부흥에 대해 장샹롱이 최근 몇 년간 일이관지하게 전개한 전반적인 사유를 기본적으로 개괄하였으며, 유가의 쇠락 원인과 유가사상의 독특성, 유가의 노선과 희망을 재건하는 문제에 대해 분석하였다.(5) 

오늘날 중국에서 유가 전통의 부흥을 주장하는 인사들은 적은 수가 아니다. 장샹롱의 주장은 또 어떤 특색을 지니는가? 다시 말해 그는 과연 얼마나 독특한 견해를 지니고 있는가?

영향과 효과의 측면에서 장샹롱이 “유가 문화 특구 혹은 보호구”의 건립을 제기한 것은 확실히 독자적인 것일 수 있다. 연구 방법에 있어서 장샹롱은 일종의 비교 방법을 취한다. 이러한 방법에서 중국 전통의 원융“热思”은 보통 서구 전통의 개념“冷思”과 대조된다.(6) 이것은 차이점을 강조하는 비교이다. 물론 공통점을 부각시키는 비교도 있다. 후자에 해당하는 비교는 중국사상과 현상학에 대한 장샹롱의 비교 논술에서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논술 스타일에 있어서 이러한 비교의 관점은 장샹롱이 유가철학을 해석하는 독특한 풍격을 주조하였다. 그는 항상 중국과 서구의 비교를 통해 유가철학과 그 사상 연변의 심오한 지점을 서술한다. 

그렇다면 부모 자식 간의 사랑이란 무엇을 말하는가? 나는 장샹롱이 말한 부모와 자식 간의 사랑을 세 가지 층위의 의미로 개괄하고자 한다. 가장 엄격한 의미에서, 부모 자식 간의 사랑은 하늘 아래 부모의 자식에 대한 자연적인 사랑이다. 하지만 이것은 가장 기초적이고 일방향적인 사랑이다. 넓은 의미에서 볼 때, 부모와 자식의 관계로 맺어지고 표출되는 “친(親)-애(愛)”는 사실상 자식에 대한 부모의 자애와 부모에 대한 자식의 효친을 포함한다. 이것은 위에서 아래로 전달되고 그에 응답하여 서로 통하는 사랑의 일종이다. 보다 확장된 의미에서 본다면, 유가의 “친애”는 필연적으로 가족구성원과 일가 친척들 사이의 정으로 확대된다.(7) 장샹롱의 다른 모든 사상과 비교하여, 이처럼 “친애”를 유가전통의 독특성 및 인류 생존에 대한 보편적 의의로써 강조하는 것은, 당대 유학전통 부흥의 사조 속에서 그 자신이 지니는 독특한 사유를 가장 잘 드러내는 부분이다.

장샹롱은 부모와 자식 사이의 관계를 “일체의 윤리 관계의 원천”으로 간주하며, 유가전통을 기타 사상전통(중국과 서구를 막론하고)과 구분 지어주는 유일무이한 사상적 특색으로써 “친애”를 중시한다.(8) 고대 그리스 철학은 사랑의 이념을 주장하고, 기독교 전통은 하느님의 사랑을 강조하며, 현대 서구의 전통은 타인에 대한 박애를 강조한다. 유가전통의 근본은 이러한 다른 모든 전통과 달리, 부모와 자식 사이의 사랑과 가족관계를 인간 생활의 근본이자 원천으로 여기는 데에 있다. 장샹롱은 종종 이러한 특질을 유가사상의 “인간 생활화와 부모 자식 관계의 원초성”으로 요약한다.(9) 부모 자식 간의 사랑을 강조하면서, 장샹롱은 캉여우웨이(康有为)를 통해 유가를 부흥시키려는 당대의 노선에 대해 상당한 의문을 제기한다. 왜냐하면 캉여우웨이의 대동사유에서 가장 관건이 되는 부분이 바로 “가족의 소멸”에 있기 때문이다. 장샹롱은 이에 근거하여 캉여우웨이가 실제로는 현대 묵가(墨家)의 전인이지 유가의 전인이 아니며, 그의 사유를 사실상 “반유가(反儒家)”로 본다.(10) 

긍정적으로 보든 부정적으로 보든 간에, 대부분은 친애와 가족에 대한 강조가 분명히 유가 전통의 특질을 보여준다는 장샹롱의 견해에 동의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점에 있어서 장샹롱의 사유는 사실상 페이샤오통(费孝通)이 《향토중국[乡土中国]》에서 말한 중국 사회의 차등적 질서구조와 상당히 상통하는 부분이 있다. 페이샤오통은 중국 사회관계의 성질을 “동심원의 파문”과 같은 차등적 질서구조의 이미지로 개괄하였다. 물론 장샹롱은 그의 저작에서 페이샤오통을 언급하지 않았고, 세부적인 문제에 있어서 그가 페이샤오통이 지닌 일련의 관점에 대해 찬성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사회 관계의 원근으로 중국 전통 사회의 구조 및 유가사상의 뚜렷한 특색을 파악했다는 점에 있어서, 확실히 그 사유에 유사한 부분이 있다.

장샹롱이 보기에 부모와 자식 혹은 가족적 혈연 관계를 중시하는 것은 유가의 사상적 특색을 드러낼 뿐만 아니라, 유가전통의 “약점” 또한 바로 거기에 있다. 그것이 약점이 되는 이유는, 먼저 이론적으로 말하자면, 만약 가족과 부모 자식 간의 관계가 근본적으로 손상되었을 때, 유가전통 자체 또한 발을 디디고 설 땅을 잃어버리게 된다는 점이다.(11) 다음으로 실제 상황과 관련 지어 볼 때, 서구 문화의 확장과 세계화 과정 속에서 유가의 “굉연한 붕괴[轰然垮掉]”는 확실히 “상당히 취약한” 측면을 보여준다.(12) 마지막으로 유가가 부모와 자식의 관계를 근본으로 삼는 것 또한 종종 사람들에게 비판 받는데, 그 이유는 이러한 정신이 서구의 현대적 정치 이론과 현대 국가 건설의 사유에 부합하지 않기 때문이다.(13) 장샹롱의 사상에 따르면 이러한 취약성은 서구의 “수렵, 약탈형 문화”와 마주한 중국전통의 “녹색문화” 혹은 식물형 문화의 약세를 반영하는 것이다.(14)  

역으로 생각해보면 유가의 이러한 “약점”에 바로 그것의 장점이 있는데, 왜냐하면 부모 자식 사이의 사랑은 “유화[柔化]”하고 “비공리화[非功利化]”된 인류 생활의 원천이며, “세계적으로 가장 온유한 것으로, 그것은 반드시 일체의 염치없는 보편화, 기성화, 조리화에 반대한다.”(15) 이 말은 두 가지 언술 방식에 대한 장샹롱의 태도를 내포한다. 하나는 관념적 대상에 대해 개념적으로 표현하는 언술 방식이며, 다른 하나는 시(詩)적인 언술이다. 그는 공자가 일으킨 중국의 문화전통이 시적인 언술로 충만하며, 이러한 언술이 음악성과 부모-자식의 형식을 지닌다고 여긴다.(16) 이에 상응하여, 서구 2천여 년의 핵심 사상은 “관념화된, 확정성을 추구하는 사상”이며, 따라서 항상 목이 막혀 “소리를 잃었던 것”이고, 쇼펜하우어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변화가 생겼다.(17) 

부모 자식 사이의 사랑과 가족 간의 정을 강조하는 근본적 성격은 유가사상의 핵심적인 특질을 드러내지만, 이러한 사상이 결코 중국인 자신의 생활에만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장샹롱은 비록 유가가 중국문화의 특질이지만, 이것이 일종의 특수주의는 아니라는 점을 강조한다. 또한 그것은 확장식 보편주의도 아니지만, “보편적 의의” 혹은 “보편적 요구”를 지닌다.(18) 그것이 보편적 의의를 지니는 까닭은, 우선 생존이라는 사실 그 자체에 있어서, 부모 자식과 가족 혈연 관계 자체가 인류를 “사람이게끔 하는 기본적인 요소이자 명맥”이기 때문이다.(19) 바꿔 말하면 누군가의 부모가 되고 자식이 되는 것이 바로 현존 인류의 운명이다. 그 다음으로 가치의 측면에서 볼 때 장샹롱은 사실상 부모 자식 사이의 사랑을 강조하는 유가 세계가 첨단 기술을 강조하는 국제화 세계에 비해 우월할 것이라 여긴다. 그는 근대 이래의 서구 철학이 부모 자식 관계의 문제를 거의 건드리지 않거나 심지어 회피했으며, “돌아갈 집이 없는” 사회를 만드는 경향이 있다고 역설한다.(20) 유가에서 우리에게 “집에 대한 그리움”을 상기시키는 것은 가장 근본적인 인류의 사상이며, “우리는 가족 속에서 살아야 하며, 실제로도 항상 가족 속에서 살아간다.”(21) 

정치의 영역에서 보면, 법가의 정치에서 법(法), 술(術), 세(勢), 그리고 현대 서구 정치의 이익 계량과 비교하여, 장샹롱은 유가 인정(仁政)의 천도(天道)를 강조한다. 그는 “유가란 가족 관계를 원천으로 하고, 농경을 근본으로 삼으며, 첨단기술을 숭배하지 않고, 예악 교화를 치국의 원칙으로 삼으면서, 정치적으로 인정과 왕도를 추구하는 천도주의이며, 혹은 일종의 현지화와 동시에 천하화되고, 윤리화 되면서 또 예술화되고 시간화된 천도주의”라 할 수 있다고 본다.(22) 역사적인 차원에서 볼 때 장샹롱은 춘추시대가 천도정치가 체현된 하나의 본보기이며, “문화적 다원성과 일원성 대립의 화해”를 유지했다고 본다. 이러한 차원에서 장샹롱은 선진(先秦)의 “대일통”정치와 진대 이후의 빈약한 “대일통” 정치를 구분한다. 이론적 위치의 측면에서 장샹롱은 천도주의를 일정 정도 군주의 역량에 균형을 맞추는 제약으로 본다. 이러한 제약은 “시(詩), 악(樂), 예(禮)의 방식으로 나타나며”, 또한 “하나의 세련된, 문화창조의 의미가 충만한 과정”이다.(23) 이렇게 볼 때 유가 인정의 이상은 일종의 시적인 설명으로써, 현실의 왕권통치와 일종의 대비를 이룬다. 하지만 장샹롱은 분명히 유가 정치 문화가 일종의 이상에 지나는 것이 아니며, 일종의 유토피아식 “상상의 산물”도 아니라고 본다.(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