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가 선보인 '도적'은 또 다른 '정이'였다. 소문만 무성했을 뿐, 한심할 정도로 완성미가 없었다. 평소 연기력을 인정받은 배우들도 느슨한 연출때문인지 역할을 다하지 못했고, 웃기지도 않는 대사를 내뱉는 이상하리만큼 엉성한 신인들의 발연기는 처음부터 끝까지 드라마에 집중할 수 없도록 만들었다. 마음에 들지 않으면 여러 번을 찍어서라도 완성미를 보이는 연출자들의 작품이라고 전혀 생각할 수가 없는 작품이었다.
넷플릭스의 돈과 기획사들의 연예기사 선점이 아무리 좋아도, 작품의 완성도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 지난 1월에 넷플릭스에 깜짝 등장했다가 금방 시야에서 사라졌던 '정이'가 좋은 예다. 국내외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았지만, 플롯이 엉성하니 누가 연기를 하느냐가 그렇게 중요하지 않았다. '도적'은 플롯은 나쁘지 않았지만, 배우들의 연기를 작품을 통해 일관되게 빚어낼 연출력은 전혀 없다. '미스터 선샤인'의 음악과 '놈놈놈'의 액션이 합해져도, 연출이 형편없으면 작품이 전달하려는 내용조차 관객들에게 다가오지 않는다는 것을 증명했다.
연일 연예뉴스에 '도적'에 출연했던 연기자들이 마치 인생영화를 찍은 것처럼 말한 인터뷰 기사들을 본다. 솔직히 말하자면, 그렇게 자기들이 출현했다고 자랑할만한 드라마는 아니다. '애국'과 '독립'을 앞세우고, 배우들에게 여러 언어들을 사용하도록 종용했을 정도의 열정만큼이나, 연출자들이 영화의 완성도를 고민했다면하는 아쉬움이 크다. '도적'은 '정이'와 '길복순'에 이은 또 하나의 실패작이다. 도적이 넷플릭스 1위라고 종일 선전 중이지만, 아마도 '정이'의 넷플릭스 1위 3일보다는 길어도 그렇게 더 길게 가지는 못할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