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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4-05-10 17:20

[이병주 칼럼] 무너진 한국, 간신의 나라

글쓴이 : 아포리아

이병주 칼럼: 무너진 한국, 간신의 나라

나라 전체가 무너진 모습이다.

배는 기울고 선장은 도망가고 아이들은 배에 갇혀 있는데

경찰과 장관들은 일을 제대로 하는 것보다 윗사람 눈치 보는 것에 더 유능하고,

언론은 비겁하다.

아이를 생으로 잃은 부모들은 허공을 붙잡고 울부짖는데,

대통령은 의자에 앉아 자기가 욕먹는 일만 억울하고 분하게 생각한다.

1997년 IMF 경제위기로 나라가 파산했을 때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일자리를 잃으면서도

금 팔아 달러 모으면서 나라를 회복시켰는데,

2014년 파선한 세월호 앞에 기능상 파산한 이 나라를 보면서

희생자 가족들은 분노하고

무력하게 바라보는 국민들도 괴롭다.

세계 8위의 무역강대국에서

이 사고를 최선으로 해결할 인적·물적 능력이 없었을까?

그렇지 않을 것이다.

수십 년의 관행과 적폐가 필연적으로 이런 무능력을 만들었을까?

그렇지도 않을 것이다.

유례없는 경제성장과 민주화를 자부하는 우리나라가

지금 국가기능의 전면적 작동불능 상태에 빠졌다.

많은 원인들이 있을 것이다. 비정규직 선원들의 문제도 있고

선주의 물욕도 있고 관과 업체의 유착도 문제이고

전문가가 없는 구난체계도 문제일 것이다.

그러나 이 모든 것 중에 가장 큰 파선의 원인은

2014년 오늘의 대한민국이

‘간신의 나라’가 되어 있다는 것이다.

간신(奸臣)의 나라,

민주주의 제도가 덜커덩거리는

간신의 나라

독재와 폭군의 나라는 감옥과 협박으로 굴러가는데

간신의 나라는

아부와 자리 욕심으로 굴러간다.

여당과 야당이 싸우는 것도 좋고

보수주의자와 자유주의자 진보주의자가 서로 다투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간신들이 다스리는 나라는 견디기가 어렵다.

이것은 보수 진보의 문제가 아니다.

누구를 위하여 종을 울리는가 하는 문제이다.

당파적인 간신(奸臣)들,

권력을 향해서 온갖 정치공학을 사정없이 활용하고

그것을 부끄럽거나 미안하게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

이들은 세상을 원수와 원수로 가르고

그것을 이용해서 권력을 차지하고 권력을 유지하려고 한다.

그러나 이들이 착각하고 있는 것이 있다.

권력을 차지하는 것은 50%+α를 위한 것이지만

권력을 차지한 후에는 반대쪽 사람들도 위해서 일해야 한다는 것이다.

권력을 차지하기 전이나 후에나

오직 50%만을 모아서 권력을 누리려는 이들의 절제 없는 정치공학이

우리나라를 ‘당파적인 간신들의 나라’로 만들었다.

착한 간신(奸臣)들,

개인적으로 점잖은 인품의 사람들이

생소한 자리에 앉아서는 세상을 어지럽히는 간신들이 되어버린다.

인권을 모르는 사람이

인권을 다루는 자리에 앉아

나라의 인권사무를 망쳐 버렸다.

모르는 일을 사양하지 않는 욕심이 낳은 참사이다.

점잖은 사람들이 갑자기 큰 자리에 앉으면

관리는 하지만 그 일을 책임지지는 않는다.

책임질 의사도 없고 책임질 능력도 없으니 어쩔 도리가 없다.

선박 연한 규제를 풀자는 안건이 올라오면

그런가 보다 하고 착하고 점잖게 풀어준다.

그래서 낡은 배에서 큰 사고가 벌어졌다.

생각이 없는 사람들이 다스리는 일을 하는 나라,

점잖고 착해서 시키는 대로 하는 ‘착한 간신들의 나라’이다.

아첨하는 간신(奸臣)들,

광주와 5공 당시 민주화운동을 불순분자와 좌경학생이라고 외쳤던 언론들이

이번에는 정부의 사상최대 구조작전이라고 용비어천가를 불렀다.

도대체 누구를 위하여 종을 울리는가

검찰총장이 나름 소신대로 움직이니까 가정 일을 들추어 무너뜨린다.

뒤를 이은 후배들은 직전 총수를 향해 모욕을 준다.

아첨하는 간신과 침묵하는 간신 이외에는 남아있기 어려운 나라,

아부만이 살 길이요 충신은 목을 치는 ‘아첨하는 간신들의 나라’를 본다.

생존형 간신(奸臣)들,

생존경쟁과 노동시장 유연화가 생존형 간신들을 만들고 있다.

선상의 통치권을 가지는 자랑스런 정규직 마도로스 선장은

자기의 생명을 버리고 승객의 목숨을 구하지만

땜빵으로 배에 탄 비정규직 선장은

승객의 생명을 버리고 자기의 목숨을 구한다.

정규직 선장은 선사의 과적에 대항하고 배의 안전을 지킬 힘이 있지만

비정규직 선장은 해고가 무서워서 아무 말도 못하고 그냥 배를 탈 뿐이다.

목구멍이 포도청이라 먹고 살기 위한 간신을 만드는 나라

비정규직 좋아하다가 망한 나라,

사람들을 ‘생존형 간신’으로 만드는 오늘의 대한민국이다.

책임이 없는 간신의 나라,

다스리는 사람은 다스리는 일의 품위가 있어야 하는데

다스리는 사람은 다스리는 일을 두려워하고 책임지는 자세가 있어야 하는데

모두가 다스리는 일의 책임을 회피하고

다스리는 일의 용기와 품위를 잃어버렸다.

국가는 당파적 정권이 아니다.

당파적 정권은 오고가지만

비당파적 공공적 국가활동의 책임과 독립적 기능은 건강하게 유지되어야 한다.

국정원이 당파활동의 전위가 되고 군대가 선거에 개입하고

그래도 뭐가 문제냐고 핏대를 올리는 나라

북한 무인기가 넘어왔다고 좋다고 신나서 자랑하는 정부

국민의 절반을 종북세력이라고 불순세력이라고 배척하는 나라

책임지려는 사람은 잡고 책임 안 지려는 사람만 살리는 나라가

모든 사람을 책임지지 않는 간신 책임질 수 없는 간신으로 만들어버렸다.

피로 만든 민주주의의 나라, 땀으로 만든 경제발전의 나라가

어찌하여 간신들이 다스리는 나라가 되었는가

시간은 가고 세월은 가고

간신의 나라는 모양을 바꾸어 다시 살아남으려고 할 것이다

몇몇 이름을 바꾸고 포장을 잘 하고 언론이 춤을 추고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하던 일들을 계속 하려 할 것이다.

당파적인 간신들은 다시 입을 열고 점잖은 간신들이 다시 자리를 차지하고

아첨하는 간신들은 다시 애를 쓰고

사람들을 생존형 간신과 책임 없는 간신으로 남겨두려고 할 것이다.

그러나 국가기능 파산의 핵심 원인을 그대로 놓아두면

똑같은 일이 또 벌어질 것이다.

왜 간신들을 뽑아 쓰고 스스로 간신이 되고 말짱한 사람들을 간신으로 만드는가

2014년 봄 대한민국

무참하게 무너져 내린 간신의 나라

아무리 세상이 경쟁적이고 당파적 정치투쟁이 격렬하고

경제적 비용절감이 중요하고 사람을 비겁하게 만드는 권력의 힘이 크고

인간의 본성이 연약하다고 해도

우리는 우리의 생명과 안전을 위해

간신의 나라를 끝내야 한다.

권력을 가진 자 간신을 뽑지 말고

사람들을 간신으로 만들지 말며

권력을 향하는 자 간신을 꿈꾸지 말고

권력이 없는 자 간신에 눌리지 말아야 한다.

보수와 진보의 문제가 아니다. 여당과 야당의 문제가 아니다.

간신의 나라를 만든 것이 문제다.

보수에도 충신이 있고 진보에도 간신이 있다.

직언은 없고 교언만 있는 것이 문제다.

변명을 하지 말고

요령을 피우지 말고

스스로 파산선고를 하고

다시 시작해야 한다.

민주주의는 그저 선거를 하고 권력을 잡는 일이 아니다.

권력은 그저 즐겁고 자기를 즐기는 일이 아니다.

2014년 대한민국 간신의 나라

슬프고 참혹한 우리나라의 현실.

2014년 5월 10일

아포리아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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