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4-09-10 11:28
중국정치 다시보기(10): 개(開)
 글쓴이 : 아포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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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정치 다시보기(10): 개(開)

정치는 사람의 마음이 만드는 작품이다. 표면적으로는 권력자 개인의 일방적 의도대로 설계되는 것 같지만 실은 인민들의 마음을 권력자가 펼쳐낸 것뿐이다. 자고로 성군(聖君), 현군(賢君)으로 칭해진 인물들이 인민들의 마음을 읽고 얻는 데 불철주야 동분서주 노력한 것은 그 때문이다. 인민들의 마음을 정확히 읽어야 제대로 된 정치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도 이치는 변한 게 없다. 방법론적으로 다소의 변화가 있다고 하더라도 ‘인민들의 마음 읽기’라는 정치의 본질은 그대로이다. 선거로 대표를 뽑는 오늘날도 선출된 권력자는 인민들의 마음을 읽는데 최선을 다한다. 그래야 정당성과 정통성을 가지고 지속성을 확보할 수 있다. 

권력이 인민들의 지지를 기반으로 정당성과 정통성을 가지면 정치는 바른 길로 갈 수 있다. 왜냐하면 피치자 스스로 권력행위를 수용하고 동참해야 권력의 힘은 극대화되고 정책은 추진력과 일관성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시진핑 정부도 같은 문제에 당면하고 있다. 호랑이부터 파리까지 때려잡는다고 호언장담한 부패와의 전쟁이 그렇다. 시진핑 주석이 의지가 강하고 안정된 권력기반을 가진 인물로 평가되지만 부패척결이 그리 녹녹하지 않다. 상대는 덩샤오핑의 고양이(黑猫白猫)를 물려받은 상하이방의 거두 장쩌민과 그의 사람들이다. 여전히 막강한 권력을 가진 기득권세력들이다. 자칫 추진력이 약하거나 동력을 상실하면 역습을 당할 위험도 있다. 역사적 전례에 비추어보면 시진핑의 시도는 일종의 혁명이다. 지난 정부의 한 축이었던 원자바오, 왕권 경쟁자였던 보시라이를 제압하고 상왕 장쩌민까지 정리한다는 것은 대혁명이다. 때문에 시진핑은 거사의 성공을 위하여 인민들의 압도적인 지지와 확고한 명분이 필수적이다.    

결국 시진핑이 취할 최선의 방책은 인민들의 마음을 얻는 것이다. 남녀상열지사도 마찬가지지만 상대의 마음을 얻으려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 자기마음을 여는 것(開)이다. 물론 모르는 남남이 처음 만나면 지갑부터 여는 것이 순서이지만 지갑을 연다고 마음까지 열리는 것은 아니다. 상대의 마음을 열려면 노력과 시간이 필요하고 자신의 마음을 먼저 여는 용기가 필요하다. 자신의  마음부터 열어야 상대가 다가올 수 있고 다가와야 의심과 두려움이 옅어지고 믿음이 생긴다. 그런 연후에야 비로소 상대가 마음을 연다. ‘중국의 꿈’을 실현하려는 시진핑의 중국정치도 마찬가지이다. 개방개혁을 통해 시장을 열고 금고를 연다고 해서 세상 사람들의 마음이 열리는 것은 아니다. 먼저 중국 사람들 스스로가 마음을 열어야 한다. 그래야 시진핑의 정치에 탄성이 생기고 세상 사람들의 마음도 중국에 끌리게 된다. 세상 사람들이 마음을 열고 중국을 받아들여야 중국정치가 꿈꾸는 중국의 세계화(走出去), 세계의 중국화(引進來)를 이룰 수 있다. 

그런데 문제는 중국인이다. 가장 개방적이고 적극적이어야 할 중국인들이 정작 가장 폐쇄적이고 소극적이다. 국가나 사회가 개방되는 것과 무관하게 개인은 더 개인화되어 고립되고 있다. 젊은 중국인은 더하다. 사이버세계에서는 아바타를 만들어 SNS세상을 종횡무진 누비지만 실제 자신은 열정을 은폐하고 마음을 닫는다. 전통중국에서는 사합원이 가족단위의 폐쇄성을 만들었다면 오늘날은 SNS가 개인단위의 고립성을 조장하고 있다. 근원을 추적하면 문화대혁명 시기의 집단적 불신도 한 원인이다. 중국사람들의 마음속에는 아직도 문혁당시의 상호불신과 두려움이 남아 있다. 덩샤오핑의 고양이가 사회주의 중국은 열 수 있었지만 중국 사람들의 마음까지 열지는 못했다. 개방이 일상화된 지금도 개인은 오히려 철저하게 고립되고 닫히고 있다. 지난 후진타오 정부에서는 인민들의 마음 여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스스로 왕요우(網友)가 되어 후꺼(胡哥), 원꺼(溫哥)로 자청했지만 실패했다. 시진핑의 정치 역시 이 본질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는 성공을 장담할 수 없다. 

시진핑의 정치가 해야 할 또 다른 open(開)은 전 세계에 흩어져있는 화교이다. 중국인이라는 정체성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중국인이라 불리기 싫어하는 중국인들이 있다. 대만,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등에 거주하는 중국계 화교들이다. 그들은 아직도 대륙중국을 혐오와 폄하의 시선으로 보고 있다. 대륙중국의 부상이 세상 사람들에게는 기정사실화 되었지만 그들에게는 여전히 사회주의 중국의 낙후되고 미개한 이미지가 남아있다. 그들은 스스로 대만인, 싱가포르인이라고 강조하면서 중국인이라 불리길 거부한다. 질투인지 시기인지 알 수는 없지만 대륙중국의 접근을 꺼린다. 표면적으로는 그렇지 않게 보일수도 있다. 대만시내 쇼핑센터를 방문하면 마오쩌둥 동상이 곳곳에 세워져 있다. 한때 적장이었던 마오의 동상을 세울 정도면 마음 열린 것으로 보기 쉽지만 그렇지 않다. 대만인들의 마음속에는 여전히 지저분하고 무질서한 대륙 중국인들의 형상으로 가득하다. 화교인구가 75%를 차지하는 싱가포르도 마찬가지이다. 중국의 경제가 발전하면서 차이나타운이 붐비고 현지 화교들의 입지가 높아진 건 사실이다. 그러나 자신들이 불편해지고 자신들의 영역을 침범하는 대륙중국인들을 달가워하지 않는다. 

그래서 시진핑 정치가 사활을 걸어야할 과제는 ‘마음을 여는(開)’ 것이다. 중국인과 세계인의 마음을 함께 여는 것이다. 중국이 세계의 공장에서 시장으로 그리고 금고가 될 정도로 열리고 있지만 한계가 있다. 모순되게도 경제와 사회의 열림이 중국인의 마음은 더 닫히도록 만들고 있다. 꽁꽁 닫힌 인민들의 마음을 여는 것, 그것이 ‘중국의 꿈’을 실현할 수 있는 유일한 방책임을 시진핑의 정치는 알아야 한다. 열림의 시대에 시점과 종점 모두 사람의 마음임을 각골명심해야 한다.

** 이 저술의 저작권은 아포리아에 있습니다. copyrights@aporia.co.kr ([중국 다시보기] Aporia Review of Books, Vol.2, No.9, 2014년 9월, 이정태, 경북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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