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政治)는 사람(人)들과 함께 꿈(夢)을 만드는 행위예술이다. 감독(毛)과 배우(人)가 일심동체가 되어 무대(水, 地)와 공간(域)을 마련하는 것이 그 시작이다. 그런 다음에 먹을거리(食, 農)를 준비하여 사람들을 초청하고(面, 開) 함께 어울리면 된다(盟). 모두가 즐겁고 모두가 행복하면 그만이다. 그것이 바로 정치의 궁극적인 목표이자 이상이다. 

중국정치도 마찬가지이다. 천안문의 벽면에 적힌 구호처럼 중국인민과 세계인민이 다 함께 잘 사는 것이 목표이다(中華人民共和國萬歲 世界人民大團結萬歲). 시진핑 국가주석이 중국의 꿈을 이야기하고, 15억 중국인민들이 불철주야 노력하는 것도 좋은 환경과 풍부한 먹을거리를 마련하여 세상 사람들과 더불어 즐겁기를 바라는 마음에서이다.  

그러나 실제정치는 또 다른 현실적 모습을 가지고 있다. 공산당의 중국정치가 보여주는 한계가 바로 그렇다. 다양한 불평등과 불합리를 생산하는 주체가 되고 말았다. 넘치는 자와 모자라는 자 사이의 간극을 천양지차로 만들었다. 상대적 박탈감과 열등감이 극에 달하면서 존재자체가 악(惡)으로 인식될 지경에 이르렀다. 결국 이러한 불합리는 사회변동의 기폭제가 될 수  밖에 없다. 중국정치가 가진 이들 문제의 근원은 인간본성이다. 판도라의 상자에서 선악이 함께 세상으로 나왔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다. 중국정치가 이상을 지향하고 원칙을 이야기 하지만 사람이 하는 일이다. 더 가지고자 하는 욕망은 결과적으로 다양한 불평등을 양산하는 원인이 된다. 제도가 인간의 본능까지 제약할 수 있다고 믿었던 사회주의 중국정치는 문화대혁명의 종결과 더불어 끝나고 만 것이다. 

중국정치가 당면한 문제의 다른 한 가지는 중국거부현상이다. 그 원인은 인간의 공포본능에서 비롯된다. 뇌의 편도체(扁桃體)와 관련이 있다고 알려진 공포본능은 호기심과 모험심을 억제시키는 작용을 한다고 알려졌다. 잘 사는 중국, 확대되는 중국에 접근하고 싶은 욕망이 간절함에도 불구하고 중국을 거부하게 되는 것은 중국에 대해 공포증-거대공포증-을 느끼기 때문이다. 베이징 올림픽과 중국의 G20참여를 기점으로 중국위협론이 급속히 확대된 것도 커지는 중국에 대한 공포증의 사례이다.  

결국 시진핑 중국정부가 풀어야 할 과제 중 가장 중요한 과제는 세계만민의 단결과 만세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인간의 본성과 본능에서 비롯된 불평등과 중국거부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방법과 해답은 ‘중국’에 있는 ‘중’(中)이다. 中은 공자가 中庸(중용)으로 표현하여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는 상태라고 정의한 바 있지만 그 정치적 의미는 훨씬 더 다양하고 중첩적이다. 역사 상 존재하는 중국의 왕조들 가운데 중국이라는 국호를 가진 나라는 없었지만 중국대륙에서 명멸해간 당, 송, 원, 명, 청 등을 중국이라 불렀다. 왜냐하면 ‘중국’은 만국의 중심이자 가치의 중심이라는 의미를 가지기 때문이다. 中은 시간의 중심, 동서남북 방향의 중심, 문화의 중심, 가치의 중심, 발전모델의 중심을 의미한다. 中은 또한 다양한 가치들과 힘의 균형점이라는 의미도 가지고 있다. 때문에 중화인민공화국이 내적 외적으로 중심이고 균형점이 될 수 있어야만 중국이 될 수 있다. 

천안문을 지나 자금성에 이르면 오문(午門)이 버티고 있다. 오문의 오는 noon(meridiem)을 의미한다. 시간상 ‘0’인 기준점이다. 시간의 중심축이었던 중국을 상징하는 표상이다. 동시에 오문은 중화천하에서 동서남북의 준거점이었다. 중국정부가 공자를 허용하고, 10월 1일 건국기념일이면 천안문광장에 손문의 대형사진을 게시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중화인민공화국이 역사적 정통성을 가진 중국이 되고 싶은 것이다. 시진핑 주석이 해양대국 중국, 굴기하는 중국을 언급하면서 꺼낸 중국꿈 이야기도 실상은 세계만국이 공인하는 ‘중국’이 되고 싶다는 것이 골자이다.

시진핑의 중화인민공화국이 진정한 ‘중국’이 되려면 힘의 중심, 균형자뿐만 아니라 문화와 가치의 중심, 균형자가 되어야 한다. 동시에 도덕성을 갖춘 국가로 거듭나야 한다. 내 국민의 배를 채우려고 남의 것을 탐해서도 안 된다. 남의 불행을 틈타 이익을 챙기려 해서도 안 된다. 천황이라는 부동의 상징을 가진 일본이 이익 앞에 조변석개하는 모습이나 전쟁이 존재하는 모든 곳에서 흡혈을 하는 미국을 답습해서는 안 된다. 그래야만 중화인민공화국은 제대로 된 ‘중국’이 될 수 있다. 오천년 역사가 쌓은 중국의 경험과 명멸해간 수많은 제국들을 반면교사 삼아서 세계만민들과 더불어 편안하게 사는 세상을 만들려고 노력해야 한다. 그런 중국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