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쟁하면 조선의 사색당쟁을 떠올리곤 한다. 허나 당쟁이 조선에만 있었던 것은 당연히 아니다. 진부한 명제지만 사람은 본시 짝짓고 무리지음으로써 만물의 영장이 될 수 있었다. ‘자연적’ 사람이 ‘사회적’ 인간으로 거듭나는 그 시점부터 당쟁의 씨앗이 함께 뿌려졌을 수 있다는 것이다.

중국의 역사에도 굵직굵직한 당쟁이 여러 차례 있었다. 그 가운데 우리에게 사색당쟁처럼 중국인들 사이서 곧잘 운위된 것이 당대 말엽의 우이당쟁(牛李黨爭)이다. 이는 우승유(牛僧儒)․이종민(李宗閔) 등을 영수로 하는 우당(牛黨)과 이덕유(李德裕)․정담(鄭覃) 등을 영수로 하는 이당(李黨)이 약 40여 년에 걸쳐 벌였던 당쟁이었다. 

물론 우이당쟁 이전에도 붕당과 그들 사이의 다툼은 꽤 많았다. 공자와 그의 제자 삼천여 명이 붕당으로 지목되고, 요임금 시절 순과 사흉(四凶)의 대립이 당쟁의 시초로 규정될 만큼 붕당과 당쟁으로 볼 수 있는 현상은 저 옛날부터 줄곧 있어왔다. 그럼에도 우이당쟁이 손꼽히는 것은, 그것이 과거제라는 새로운 관리임용제도가 정착되는 시점에 비교적 오랫동안 대대적으로 진행되었고 또 종횡으로 미친 영향과 후유증이 컸기 때문이다. 당대 중엽부터 과거제가 중국사회의 기축이었음을 감안해보건대, 우이당쟁은 이후 통치계층의 핵질을 이뤘던 관료집단의 귀감이 되기에 충분했던 듯하다. 

구양수(歐陽脩)의 <붕당론(朋黨論)>도 이러한 역사적 배경과 무관하지 않다. 약 40여 년간 지속된 우이당쟁으로 관료집단 전체가 받은 타격은 작지 않았다. 더구나 안사(安史)의 난으로 이미 피폐해질 대로 피폐해진 당 조정으로서는 관료집단 내부의 대대적 당쟁을 제압할 능력도 또 중재할 수단도 별로 지니지 못한 상태였다. 당대 말엽에 들어서는 절도사 주전충(朱全忠)이 청렴과 절개의 상징이었던 ‘청류파’ 관료와 학인을 ‘붕당을 지었다’는 죄목 아래 대거 도륙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그는, 사람들이 이들더러 ‘맑은 물[淸流]’이라고 하니 이들을 황하에 던져 넣으면 그 탁함이 묽어지지 않겠냐며 그들을 한껏 조롱하기도 했다. 붕당 자체를 부정하게 여기는 풍조가 더욱 만연할 수밖에 없었음이다. 이제 누가 어떤 동기로 무엇을 위해 붕당을 지었는지는 별로 중요치 않게 되었다. 그저 붕당을 지었다는 것만으로도 하루아침에 불귀의 객이 될 수도 있었다. 

구양수가 간관(諫官)이었던 시절, 그는 강직한 선비 범중엄(范仲淹)이 귀양에 처해지자 서슴지 않고 간언을 올려 그를 변호했다. 그러자 정적들은 이때다 싶어 그들이 작당하였다며 구양수를 몰아치기 시작했다. 붕당에 대한 금기가 여전히 위력을 떨치고 있었음이다. 

제목에 ‘붕당’을 노출시킨 것으로 보아 <붕당론>은 구양수가 작심하고 지은 글로 보인다. 붕당을 드러내놓고 거론하는 게 녹록치만은 않았지만, 문제의 핵심이 붕당인 만큼 우회하지 않고 정면 돌파하겠다는 의지의 소산인 듯싶다. 평생 정치의 진보를 위해 좀처럼 타협치 않았던 그다운 행동이었다. 그런데 뭔가 맥아리가 부족해 보인다. 거침없는 필세도 또 통렬한 논리도 눈에 띄질 않는다. 

한마디로 밋밋하다. 전편에 걸쳐 “범중엄과 나는 작당한 것이 아니다”라든지, “문제의 핵심은 작당 여부가 아니라 그의 귀양이 정당한가이다” 식의 직접적인 대거리는 한 구절도 없다. 상대를 압도할 만한 기세도 폐부를 휘젓는 울림도 없다. 첫 구절부터 그는 무심한 듯 운을 떼었다. 붕당에 관련된 논의가 태곳적부터 있어왔다고, 그래서 군주가 군자의 붕당인지 아님 소인배의 붕당인지를 가려낼 줄 알면 되는 것일 뿐이라고. 사회를 일구고 사는 사람인 이상 무리지음은 ‘저절로 그렇게 되는’ 자연스런 현상인 만큼, 무리지음 자체를 문제 삼을 수는 없다는 말이었다. 곧 무리지음 자체는 애초부터 공격이나 옹호의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대신 우리가 주목해야 할 바는 어떤 유형의 인간들이 무엇을 위해 지은 무리인가 하는 점이라고 한다. 선한 이들로 구성된 붕당이 있는가 하면 모리배들로 이뤄진 붕당도 있으니, 모름지기 군주 된 자가 이를 잘 구별할 수 있기를 바랄 따름이라며 대수롭지 않은 듯 아뢨다.

역시 심심하다. “군자는 도를 매개로 붕당을 이루며 소인배는 이익을 매개로 붕당을 이룬다.”는 사계의 명구를 빼고는, 이렇다 할 통찰도 또 설파도 보이질 않는다. 이래서야 정적에 대한 반격은 고사하고 자기 방어나 제대로 했을지, 의구심이 가시지 않는다. 천여 년의 세월을 관류하며 문명을 떨쳤던 것이 신기할 정도로 <붕당론>은 평이하다. 물론 상대의 선함마저 악용하여 이익을 취하는 정치판에서, 설령 한 편의 글로 정적들을 거세게 몰아붙였다고 하여 그들이 꼬리를 내리는 일은 드므리라. 하여 굳이 힘 뺄 일이 없다 여겨 그저 “특출난 것 없이 평담하게[平淡無奇]”만 썼을 수 있다. 화려한 문체를 배척하며 간결하고 평이한 문체를 선호했던 평소의 지향이 저도 모르게 발현됐을 수도 있다. 그게 아니라면 주목받진 못해도 묵묵하게 제자리를 지키며 늘 함께 있는 평이함의 본성에 기댄 결과일 수도 있다. 담담해야 평생 물리지 않고 먹는 주식이 될 수 있는 것처럼, 역설적이지만 평이함이 오랜 지속의 동력이 되곤 한다. 특히 그 “평이함이 도리를 품고[簡而有法]” 있으면 그 힘은 잔잔하지만 한층 꿋꿋하게 발휘되기 때문이다. 

<붕당론>이 그러했다. 구양수가 평이함 속에 도리를 담아놓은 덕분에 그것은 평이하지만 시대를 가로지르는 힘을 지니게 됐다. 하여 구양수의 정적들은 역사의 구석에 그 이름이 박제처럼 새겨졌을 따름이지만, 구양수와 그의 글은 분명 삶과 정사의 현장으로 줄곧 소환되면서 늘 살아 움직였다. 특히 기본이 무시되고 원칙이 능멸되는 시절엔 더욱 그러했다. 그래서 평이함은 때론 준엄할 수도 있었다. 구양수의 대문호다운 안목은 이를 놓치지 않았다. 그는 정적들이 날린, 왜 작당했냐는 비판의 화살을 맞받아쳐내지 아니하고 살 끝이 군주를 향하게끔 방향만 틀었다. 이 사안은 천하의 경영을 두고 벌이는 군주와 신료 집단 간의 길항이지, 당파적 이해를 둘러싼 신료 간의 다툼이 아님을 분명히 하였다. 그렇게 글을 시작하자마자 문제의 초점을 붕당의 정당성 여부에서 붕당의 선악에 대한 군주의 판별 능력으로 옮겨놓았다. 

그럼으로써 그는 <붕당론>의 평이함에 담대하게도 ‘문제는 당신의 부족함’이라는 투의 임금에 대한 훈계를 버무려넣을 수 있었다. 그렇게 은근히 그러나 드러내놓고 군주를 압박하며 군주를 신료 간 다툼의 제3자 위치에 두질 않고 그 한복판으로 끌어들였다. 그런 다음 그는 익히 알려진 그래서 심상하기 그지없는 역사적 사실을 논거로 제시하면서, 정적들은 거들떠보지도 않은 채 오로지 임금을 향해서만 발언한다. 평담하지만 우주의 상궤를 품은 그의 ‘폄범한’ 붓놀림에 정적들은 어느덧 논죄의 대상이 되어 있었다.  

그는 붕당의 본질이 선이라고 규정한다. 벗[朋]이란 도의(道義)를 함께 하고 충신(忠信)을 행하며 명예와 절개를 소중히 여기는 이들 사이서 비로소 형성되는 관계이므로, 이들이 모인 붕당도 선할 수밖에 없다는 논리다. 따라서 이익을 매개로 결성되는 소인배의 무리에는 붕당이라는 이름을 허할 수 없게 된다. 

그러나 구양수는 소인배들의 작당도 붕당의 한 종류라고 인정한다. 원칙대로라면 이익을 매개로 잠시 결합됐다가 이로울 게 없으면 흩어져, 대수롭지 않게 서로를 잡아먹기도 하는 소인배의 무리를 결코 붕당이라 할 수 없다. 그럼에도 본인들이 붕당이라 우기고 사람들도 꽤 오래전부터 그리 생각해온 역사와 현실이 있기에 그는 이를 수용하였다. 이념과 현실의 괴리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고 잘못된 현실 또한 역사를 이뤄왔고 만들어가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기에, 소인배들의 작당을 붕당이라 이름 하는 현실을 기꺼이 받아들인 것이다. 

대신 그는 ‘거짓된 붕당[僞朋]’, ‘참된 붕당[眞朋]’이란 표현으로 소인배들의 붕당과 군자의 붕당을 구분했다. 이어서 ‘거짓된 붕당’ 곧 소인배들의 붕당에서 방점을 찍어야 할 곳은 붕당이 아니라 ‘소인배’임을 강조했다. 그러고는 산뜻한 이해를 위해 그는 역사에서 근거를 끌어왔다. 위로는 요․순부터 아래로는 직전 황조(皇朝)인 당 소종의 예까지, 널리 알려져 유별날 것 없는 사실(史實)들이 그의 논거로 활용되었다. 그는 요와 순이 태평성대를 일굴 수 있었던 것은 소인배들을 내치고 선한 이들을 중용했기 때문이며, 주나라 또한 무왕이 한 마음을 지녔던 선한 이들을 대거 등용하였기에 흥할 수 있었다고 하였다. 

그런데 요나 순 그리고 주 무왕이 등용한 선한 이들은 구양수 당시의 통념으로 보건대 붕당임이 분명하다. 다시 말해 붕당정치를 했는데 태평성대를 일구었다는 말이 된다. 이는 당시 분위기로는 납득할 수 없는 해석이었다. 또 폭정을 일삼았던 은의 주왕은 온 나라 사람의 마음을 천 갈래 만 갈래로 갈라놓아 어떠한 붕당도 생길 수 없게 했지만 은나라는 마침내 멸망하고 말았다고 한다. 붕당정치를 타파했는데도 결국 망했다는 소리다. 이 또한 당시로는 이해할 수 없는 논리였다. 그러나 요․순․무왕이 성군이고 주왕이 폭군임은 너무나 분명한 사실이었기에 붕당정치를 했다고 요와 순, 무왕을 비판할 수 없고 그것을 막았다고 주왕을 긍정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결국 붕당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교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붕당의 결성 자체에는 아무런 잘못도 없음이 규명된다. 본질이 선한지라 붕당을 지었다는 점이 오히려 구성원들의 선을 입증해줄 수 있게까지 된다. 문제는 붕당의 외피를 쓴 소인배들의 ‘거짓 붕당’을 선한 붕당과 구별해내는 일이다. 어리석은 자와 달리 소인배는 간특함을 꾀하고 실행에 옮길 만한 재주와 용기를 지니고 있기에, 자신들을 선한 이들로 충분히 위장할 수 있다. 역사는 이렇게 일러준다. 소인배들이 권력을 장악할 경우, 이들은 선한 이들에 대한 집요한 공격을 통해 자신들의 결점을 가리는 방식을 취하게 된다고. 따라서 문제의 초점은 다시 위선과 선을 구분할 수 있는 안목의 구비로 회귀하게 된다. 

구양수가 군주 된 자는 모름지기 흥망성쇠의 자취를 역사에서 찾아 귀감으로 삼을 줄 알아야 한다고 재차 군주를 압박하며 글을 맺음도 이 때문이었다. 붕당 그 자체를 죄악시하는 오류에서 벗어나, 누가 왜 붕당을 조성하였는지를 살피는 쪽으로 눈길을 돌려야 한다는 것이다. 그럴 때 조정은 선한 이로 채워질 것이요 그 당연한 귀결로 천하가 태평케 된다는 것이다.

구양수가 보기에 붕당은 도둑맞은 선한 이름이었다. 도적들은 자기들의 사사로운 파당에 훔쳐온 이름을 붙였다. 선한 이름은 그렇게 오염되어갔고 급기야 도적들은 선한 이름값대로 작동되는 붕당을 패륜이라며 할퀴고 사악하다며 탄압한다. 그럼으로써 자기들의 패륜과 사악을 가리고 닥치는 대로 이익을 탐한다. 

구양수를 몰아붙인 자들 역시 그러했다. 자신들이 작당하여 선한 이를 내쳤음에도 그들은 본질을 호도하며 구양수더러 작당했다고 몰아붙였다. 선한 이름이 사악한 세력에게 악용된 것이다. 붕당은 애초부터 선할 수밖에 없음에도 악한 이에 의해 선점 당하자 도리어 선한 이를 옥죄는 무기가 된다. 이는, 덜된 자들이나 사악한 무리가 자신을 정당화하며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해 곧잘 활용하는 수법이다. 그들은, 자신들이 무엇을 잘했다고 말하기보다는―실은 그렇게 말할 수 있는 것이 없지만― 타인의 잘못을 노상 들춰낸다. 상대방에게서 자기 안의 부정을 발견했을 때는 물론이고 상대가 선할 때에도 그들은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사용하여 상대를 집요하게 흠집 낸다. 그럼으로써 사람들이 자신들의 잘못에는 미처 눈을 돌리지 못하게 한다. 

그래서일까? 예나 지금이나 할 것 없이 사악한 세력에 의해 선한 이름이 도처에서 가로채져 오염되고 있다. 이천 수백여 년 전, 이름값을 바로잡는[정명正名] 일이 정치의 최우선이라는 공자의 말은 그래서 차라리 절규였다. 언뜻 동탕 대는 현실에 비춰볼 때 다소 한가로운 듯한 그 말은, 하여 제자가 너무도 현실을 모르는 말씀이라 대놓고 비아냥댔던 그 말은 실은 결기어린 평이함이었다. 무덤덤한 듯, 무심한 듯 발하는 평담한 말들은 그 안에 천지의 이치를, 만고의 상규를 품는 순간 절대로 평이할 수만은 없기 때문이다. 하여 맹자는 추호의 꿀림도 없이, 상나라 탕왕과 주나라 무왕의 쿠데타는 하극상이 아니라 임금이란 이름값을 행치 못한, 그렇기에 임금이라 볼 수 없는 필부 하나를 쫓아낸 역성혁명이었다고 단언할 수 있었다. 더욱이 하나라 걸왕과 상나라 주왕같이 이름값에 걸맞게 행하지 못한 정도가 아니라 임금이란 이름을 악용하여 갖은 해악을 저질렀다면, 그들을 내침은 필부의 축출 정도가 아니라 죄인에 대한 당연한 처벌인 것이다. 

역사가 환히 내보여주듯, 이를 외면하거나 경시한다면 백성들의 입에선 “이 태양은 언제 없어진단 말인가, 차라리 너와 나 다 같이 죽자!”(1)는 극단의 탄식이 속출하게 된다. 또 “아아, 하늘이여! 군자가 무엇을 잘못했기에 그리도 원수로 여긴단 말입니까? 대체 백성에겐 무슨 죄가 있기에 그처럼 원수로 여기신단 말입니까?”(2)는 원성이 천지에 그득하게 된다. 그래서 도둑맞은 이름을 되찾아와 이를 바로세우는 일은 결코 늦출 수 없다. 급박할 땐, “폭력을 또 다른 폭력으로 바꿈이여, 그럼에도 잘못인줄 모른다.”(3)며 두고두고 욕먹을지라도, 어쩔 수 없이 폭력 동원도 불사했던 것이다. 

구양수는 이러한 결기를 평이함으로 감싸 안았다. 객관적으로 보아도 그의 시대는 맹자와 같은 결기가 요청되는 상황은 아니었다. 그러나 이름 도적질이 초래하는 결과는 역사가 피 토하며 입증했듯, 망신이요 망국이자 문명의 파괴였다. 하여 좌시하고 있을 수만은 없는 일, 그는 평이함 속에 천지의 이치와 역사의 상규를 접어 넣고는 군주와 ‘평이하게’ 맞장을 떠 “아뢴 자에겐 형벌이 내려지지 않고, 들은 자는 족히 경계로 삼을”(4)수 있게 했다. <붕당론>의 평이함은 그렇게 예사롭지 않았던 것이다. 

붕당론(朋黨論): 송(宋) 구양수(歐陽修)

제가 듣기로 붕당에 관한 말들은 예부터 있었습니다. 다만 바라옵건대 군주가 저들이 군자인지 소인지를 가리시면 될 뿐입니다. 무릇 군자와 군자는 도를 같이 하기에 무리 지으며 소인과 소인은 이익을 같이 하기에 무리 지으니, 이는 저절로 그렇게 되는 이치입니다. 그러나 저는 소인들에게는 벗이 없고 오직 군자들에게만 벗이 있다고 사료됩니다. 

그 까닭은, 소인들이 좋아하는 것은 봉록(俸祿)의 이로움이요, 탐하는 바가 돈 되는 물건이기 때문입니다. 이익을 함께할 때에는 잠시 무리 지으며 서로 벗이라 하나 이는 거짓입니다. 그들은 이익을 보면 앞을 다투다가도 더는 이익될 게 없으면 교제가 뜸해져 서로 해치기도 합니다. 하여 자신의 형제 친척들조차 보호해주지 못하게 됩니다. 그래서 저는 소인에게는 벗이 없으며, 잠깐 동안 벗 삼는 행위를 거짓이라 판단한 것입니다. 군자는 그렇지 않습니다. 그들이 지키는 바는 도리와 정의이고 행하는 바는 정성과 신의이며 아끼는 바는 명예와 절조입니다. 이러한 덕목으로 몸을 닦으니 도를 같이 할 수 있어 서로에게 도움이 되며, 그러한 덕목으로 나라를 섬기니 마음을 한 가지로 하여 더불어 구제해줍니다. 그 처음과 끝이 한결 같으니 이것이 군자의 벗입니다. 따라서 군주는 소인들의 거짓된 붕당을 내치시고 군자들의 참된 붕당을 등용하셔야 천하가 잘 다스려지게 됩니다.

요임금 시절, 소인배 공공(共工)과 환두(驩兜) 등 네 명이 붕당을 짓고, 또 팔원(八元)과 팔개(八凱)라 불리는 열 여섯도 붕당을 이루었습니다. 당시 신하였던 순이 요임금을 보필함에 ‘사흉(四凶)’이라 불리던 그 소인배의 붕당을 내치시고, 팔원과 팔개라 불리던 군자의 붕당을 등용하자 요임금의 천하는 크게 태평해졌습니다. 순임금이 천자가 된 후로는 고(皐)․기(夔)․직(稷)․설(契) 등 22명이 조정에 출사하였습니다. 이들은 서로가 서로를 칭찬하고 찬미하며 서로 밀어주고 서로 양보하며 붕당을 이루었습니다. 순임금이 그들을 모두 등용하자 천하가 또 다시 크게 태평해졌습니다. 󰡔서경󰡕에 말하기를, “은(殷)의 주왕(紂王)에게는 억만 명의 신하가 있었는데 마음 또한 억만 가지였다. 주(周)나라에는 삼천 명의 신하가 있었지만 모두가 한 마음이었다.”고 하였습니다. 주왕 시절, 억만 명의 사람이 각기 다른 마음을 지녔으니 붕당을 지었다고 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주왕은 그로 인해 나라를 망하게 했습니다. 주 무왕(武王)의 신하 삼천 명은 하나의 커다란 붕당을 이루었지만 주나라는 그들을 등용함으로써 흥성하게 되었습니다. 한(漢)의 헌제(獻帝) 때, 천하의 명사들을 잡아 가두고는 ‘작당한 무리’라는 죄목을 붙였습니다. 그러다 한 황실은 황건적이 봉기하여 천하가 크게 어지러워진 후에야 잘못을 깨닫고는 후회하며 ‘작당한 무리’들을 모두 풀어 석방했지만 천하는 이미 구제할 수는 없는 지경이었습니다. 당(唐) 말엽에는 붕당에 관한 논란이 점차 일어났습니다. 그러다 소종(昭宗) 때 이르러서는 조정의 명사들을 다 죽여 황하에 던지면서 “이 무리들이 ‘맑은 물[청류淸流]’이라 하니 탁류에 던짐이 가하리라”고 하였습니다. 이에 당이 마침내 망하였습니다. 

앞선 시대의 군주 가운데 사람마다 다 다른 마음을 품어 무리 지을 수 없게 한 경우로 주왕만한 이가 없었습니다. 선한 이들이 절대로 무리 지을 수 없게 금지한 경우로는 한의 헌제만한 이가 없었습니다. 그리고 청류의 무리들을 도살한 경우로는 당의 소종 시절만한 적이 없었습니다. 그러나 이들은 모두 자신들의 나라를 망하게 하였습니다. 서로 칭찬하고 찬미하며 서로 밀어주고 양보함에 스스로에게 떳떳했던 경우로 순임금의 22명의 신하만한 이가 없었습니다. 순임금 또한 의심치 아니하고 그들을 모두 등용하였지만, 후세 사람들은 순임금이 그 22명에게 속임을 당했다고 꾸짖지 않고 순임금은 총명했던 성군이었다고 칭송하니, 이는 군자와 소인을 구별할 줄 알았기 때문입니다. 주 무왕 시절에는 온 나라의 신하 삼천 명이 하나의 붕당을 이루었으니 예부터 주나라 때처럼 붕당 하나에 그처럼 많이 모이고 또 그처럼 규모가 큰 경우는 없었습니다. 그러나 주나라는 그들을 등용함으로써 흥성했으니, 선인은 아무리 많아도 싫증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무릇 이러한 흥망성쇠의 자취는 임금된 사람은 거울삼아야 할 것입니다. 

(臣聞朋黨之說, 自古有之, 惟幸人君辨其君子小人而已. 大凡君子與君子, 以同道爲朋, 小人與小人, 以同利爲朋, 此自然之理也. 然臣謂小人無朋, 惟君子則有之. 

夫前世之主, 能使人人異心不爲朋, 莫如紂, 能禁絶善人爲朋, 莫如漢獻帝, 能誅戮淸流之朋, 莫如唐昭宗之世, 然皆亂亡其國. 更相稱美推讓而不自疑, 莫如舜之二十二臣, 舜亦不疑而皆用之, 然而後世不誚舜爲二十二人朋黨所欺, 而稱舜爲聰明之聖者, 以能辨君子與小人也. 周武之世, 擧其國之臣三千人共爲一朋, 自古爲朋之多且大莫如周, 然周用此以興者, 善人雖多而不厭也. 夫興亡治亂之迹, 爲人君者, 可以鑑矣.)