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중국인 (5): 하천문화와 유도(儒道)사상

1.

경제 성장과 사회적 의식 변화에 따라 중국 또한 자원 집약적 발전 모델에서 탈피해야 함을 의식하게 되었으며, 점차 생태적인 상생 발전을 중시하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대기오염과 수질오염을 비롯하여, 인민 생활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각종 환경문제는 지난 몇 년 사이 중국에서 핵심적인 사회문제가 되었다. 정부에서 민간에 이르기까지 모두가 환경오염의 원인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으며, 동시에 환경을 개선할 수 있는 생태적 방안을 찾아 나섰다. 이러한 고민들 가운데, 어떤 것들은 기술적인 문제이고, 어떤 것들은 의식의 문제이며, 또 어떤 것들은 바로 문화의 문제이다. 

이에 따라 사회 일각에서는 문화적인 측면에서 어떻게 생태 문제를 다룰 수 있을지 사유했다. 치아오칭쥐(乔清举) 교수의 『택급초목 은지수토(澤及草木 恩至水土)―유가의 생태문화』(1)는 바로 그러한 책이다(2). 이 책은 “생태적 존재”라는 구호 아래, 우선 동물, 식물, 토지 그리고 산천 각각에 대한 유가 사상의 생태적 관점을 소개하고 있으며, 자연에 대한 유가 사상의 전반적인 생태적 입장에 대한 연구와 현대 사회의 발전과 관련하여 유가 사상이 지니고 있는 생태적 의의에 대한 변론으로 끝을 맺는다. 

하지만 이 책은 대체로 개론적인 내용을 다룬 대중서이며―분명 문헌의 열거에 있어서는 주도면밀하나―깊이 있는 논의는 결여되어 있다. 연구의 흥미와 깊이에서 4년 전에 출판된 저자의 또 다른 책에 미치지 못하는데, 그 책이 바로 『하천의 문화생명[河流的文化生命]』이다(3). 저자는 책에서 주로 하천과 중국문화의 관계를 논의하였으며, 이는 자못 흥미롭다. 중화문명에 대한 이야기는 마땅히 물, 특히 황하의 물을 피해갈 수 없다. 즉 하천의 물이 중화문명의 초석을 만들었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이것이 『하천의 문화생명』에서 내리는 기본적인 논단이다. 물길이 막히고, 강물이 범람하는 현재의 중국에서 하천과 중화문명의 관계를 새로이 연구하는 것, 인류문명과 자연 사이의 변증법적 관계에 대해 사색하는 것은 상당한 의의가 있다.

2.

『하천의 문화생명』은 개념에 대한 정의로 서두를 놓으며, 전통적인 생물학주의 생명관과 총체론적 생명관의 구분을 기초로 하여, 하천의 자연생명과 문화생명을 구별한다. 이어서 저자는 “하천의 문화생명에 대한 중국문화의 일반적 인식”을 전면적으로 설명한다. 이 부분의 설명이 전체 책의 3분의 1정도를 차지하며, 분량은 이로 미루어 알 수 있다. 

형식적인 측면에서 보면 설명의 전반부는 음양오행(陰陽五行)과 같은 “중국철학의 기본 개념”들이 어떻게 “하천에 대한 기본적인 해석의 틀과 이론적 체계”(4)를 형성하였는지에 관한 논술에 중점을 두고 있다. 후반부는 중국문화가 어떻게 물의 분류와 근원 문제를 다루었는지 고찰하며, 동시에 하천의 문화생명에 관한 중국의 전통적인 양대 주요 명제를 강조한다. 그것은 첫째로 “하천은 기의 인도이다[川，气之导也]”, 둘째로 “하천이 마르면 나라가 망한다[川竭国亡]”라는 것이다.(5)  그리고 이로부터 중화민족이 지닌 치수의 지혜를 종합하고, 건국, 정치, 경제, 제사와 심미 등의 측면에서 하천에 대한 중국의 전통적인 인식들을 분석한다. 이어서 저자는 중국의 언어와 문자 자체, 특히 물과 관계된 어휘에 근거하여, 하천의 문화생명을 분석한다. 그는 물수(水)를 부수로 삼는 일련의 추상 개념들이 “하천의 강물이 철학사유에 스며든 것”을 의미한다고 여기며, 동시에 이것이 “하천 문화생명의 최상위 표현”임을 밝힌다.(6) 이에 따라 저자는 철학적 이치의 측면에서 물수를 부수로 하는 일련의 추상개념들을 분석하는데, 예를 들면 “영(永)”, “법(法)”, “박(泊)”, “활(活)”등의 글자로, 전체적인 분석 과정이 매우 흥미롭다. 

이어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근본적인 차원에서 중국문화 속의 하천과 철학사유 자체의 밀접한 관계에 대해 물음을 던지며, 천인합일(天人合一), 도(道), 만물의 근원, 인정(仁政), 역학(易學) 사유 등의 측면에서 물이 어떻게 중화민족의 철학사유와 문화적 근간을 형상화해 냈는지 각기 나누어 논변한다. 다음으로는 공부론(功夫論)과 경계론(境界論)을 중심으로 하여 중국문화가 하천의 문화생명과 인생의 관계를 어떻게 바라보았는지를 논의한다. 공부론 부분에서는 주로 일상생활에서 물로써 거울을 삼는 경우와, 정치 영역에서 백성을 거울로 삼는 관념을 비교 분석하며, 동시에 중국의 전통에서 어떻게 물의 속성이 인성론으로 유비되었는지를 지적한다. 경계론 측면에서는 도가의 “부드러움을 지키며 낮은 곳에 거한다[守柔處下]”(7)라는 관념과 유가의 “공자와 안회의 즐거움[孔顔樂處]”(8), “솔개는 하늘에 날고 물고기는 못에서 뛴다[鳶飛魚躍]”(9)와 같은 내용에 관해 논구하며, 이로부터 중국의 전통에서 나타나는 인생의 경지에 대한 인식을 개괄한다. 여기에 이르러 저자는 하천의 문화생명을 통론하고, 동시에 중국의 전통적인 “수질(水質)”에 대해 해석한다. 마지막으로 저자는 황하와 황하문화에 대해 별도로 논의하면서, 이것으로 전체 책의 결미를 갈음한다. 이는 저자의 한 가지 기본적인 판단과 관련이 있는데, 중국문화는 전체적으로 볼 때 곧 황하문화라는 것이다(10). 바꿔 말하면 황하의 물이 바로 중국 전통문화의 “수질”이다. 물론 저자는 장강의 문화적 의의를 부인하려는 것이 아니며, 중국 정치의 역사적 사실에 입각해 있는 것으로, 역대 중국의 정치적 중심은 모두 황하 유역에 위치해 있었기 때문이다. 저자는 황하의 물이 중국 전통문화와 정치의 근본정신을 만들어 냈다고 여긴다. 『하천의 문화생명』은 분명 하천의 문화에 대한 설명서에 그치는 책이 아니며, 중국 전통문화에 대한 하나의 변론서이다. 

3.

중국의 전통문화에 대해 말하려면 마땅히 유가와 도가의 두 갈래 길로부터 벗어날 수 없다. 두 갈래이기에 양자 사이에는 자연히 서로 다른 점이 많다. 하지만 저자는 책에서 유(儒)-도(道) 양가 사이의 소통을 통해 중화민족의 근원적 지혜를 드러내고자 한다. 가장 전형적인 예는 하천의 문화생명과 철학사유를 본질적인 시각에서 논의한 제4장에서 나타난다. 여기에서는 세 가지 구체적인 예를 통해 유가와 도가의 상통하는 입장을 설명한다. 첫 번째 예는 “인(因)”의 개념이다. 제2장의 통론에서 저자는 이미 “인(因)”의 개념이 “중화민족의 존재방식”(11)이라고 결론지었다. 제4장에서 저자는 이 점을 더욱 상세하게 논의한다. 그는 “인(因)” 혹은 “인순(因循)”의 개념이 도가의 특징적인 사상이라고 보는 견해가 “잘못된 관념”이라는 것을 지적한다. 그는 “인(因)”을 선진시기 명가(名家)가 지지했던 “보편원칙”으로 본다.(12) 두 번째 예는 “무위(無爲)”의 사상이다. 학계에서는 일반적으로 “무위”를 전형적인 도가의 관념으로 파악한다. 저자는 공자(孔子)와 노자(老子)가 공통적으로 무위의 정치 원칙에 찬성했음을 논증한다. 따라서 “인과 마찬가지로, 무위 또한 학파들을 가로지르는 보편개념”이다.(13) 저자는 이와 같은 두 가지 사례를 통해 일반적으로 도가의 특색을 체현한 것으로 여겨지던 두 개의 관념을 유가사상으로 끌어들인다. 세 번째 예에서는 반대로 보통 유가의 특징을 체현한 것으로 여겨지던 “천인합일(天人合一)”사상이 도가 또한 인정하는 바임을 밝히고자 한다. 천인합일을 단순히 유가 사상으로 귀납시키는 것은 저자의 관점에서 볼 때 “유-도를 분리, 대립시키는 관념에 영향을 받았기 때문”이다.(14) 이러한 세 가지 예를 통해, 저자가 유-도의 차이를 봉합하여 중화민족의 근원적 지혜로 종합하고자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저자는 유-도를 통합하는 과정에서 때때로 유-도 양가의 차이 또한 언급한다. 이러한 차이점은 마찬가지로 많은 생각할 거리를 제공한다. 설령 “천인합일”을 유-도 양가의 공통되는 사상으로 인정한다 하더라도, 책에서는 여전히 이에 대한 양가의 서로 다른 이해 또한 짚어낸다. 예를 들어 예상 독자의 측면에서 보자면, 『노자(老子)』는 군왕에 초점을 맞추지만, 사맹학파(思孟學派)의 『중용(中庸)』은 바로 보통사람들을 대상으로 하며, “개인으로서의 인간”을 직접적으로 마주한다. 그는 이로부터 “개인의 발견이 유가 사상의 적극적 의의”라고 결론을 내린다. 또 다른 층위에서 저자는 공자와 노자의 천인합일 사상이 주로 하늘을 주인삼고, 사람을 하늘에 합치시키는 것임을 지적한다. 사맹학파의 『중용』은 바로 천인합일의 도덕적 의의를 부각시킨 것이고, “하늘과 사람의 상호 감응”을 강조한 것이며, 따라서 “사람의 주체성과 가치를 역설한 것”이다.(15) 종합적으로 볼 때, 주체성과 개인의 발견이라는 의의는 주로 유가, 특히 사맹학파의 공으로 귀납된다. 그러나 『중용』의 예상 독자는 과연 보통사람인가? 개인으로서의 인간인가? 그리고 유가 사맹학파가 밝혀냈다는 주체성은 대체 어떠한 주체성을 말하는 것인가? 이 지점에 대해 진일보한 서술과 해석을 할 수 있었다면, 저자의 논술은 보다 명확하고 설득력 있었을 것이다.

유-도간의 또 다른 차이는 물에 대한 양가의 서로 다른 이해와 직접적으로 관련된다. 책에서는 전체적인 내용을 통해 유-도 양가가 구성한 중화민족 지혜라는 공통적인 “수질”을 상세히 밝혀내고자 한다. 그러나 동시에 “물”에 대한 양가의 서로 다른 이해를 피해 갈 수 없다. 바로 저자가 지적한 바와 같이 유가사상에 따르면 “군자는 낮은 곳에 거하는 것을 싫어하고[君子惡居下流]”, 노자가 말한 도의 요체는 “부드러움을 지키며 낮은 곳에 거함[守柔處下]”(16)에 있기 때문에 도가적 지혜에서는 낮은 곳에 거처 하는 것을 달갑게 여긴다. 유가는 군자의 도(道)를 추구하며, 인의도덕(仁義道德)을 강조한다. 도가의 이상은 곧 성인이 되기를 끊고 지혜를 버리며[絶聖棄知], 마음은 고요한 물과 같은 것[心如止水]으로, 인의예지(仁義禮智)를 근심과 미혹의 근원으로 본다.(17) 책에서는 전체적으로 한 가지 기본적인 판단을 내리고 있는데, 그것은 중화민족이 치수민족(治水民族)이고, 중국의 근본적인 지혜는 치수로부터 발원했다는 것이다.(18) 치수의 지혜는 철학 층위의 “인(因)”, “무위(無爲)”, “천인합일(天人合一)”로 승화되었고, 최종적으로는 “도(道)”로 귀납된다.(19) 치수 지혜의 철학적 승화라는 결론을 도출하면서, 저자는 보다 많은 부분에 있어서 유-도 양가의 공통점에 착안하여 개괄하며, 양가의 “치(治)”와 “수(水)”에 관한 서로 다른 이해에 대해서는 더 이상 깊이 서술하지 않는다. 이는 이 책의 큰 특징인 동시에 아쉬움이 남는 지점이다. 

이 책에서 언급하는 유-도간의 차이 가운데 마지막 하나는 상당히 관건이 되는 부분이다. 앞서 언급했지만, 저자는 황하문화가 중국문화의 대명사라고 본다. 노장(老莊)은 강과 호수, 바다에 심취했으나, 근본적으로 “하천[河]”을 중시하지는 않았다.(20) 『장자(莊子)』「추수(秋水)」에서는 해약(海若)으로 하여금 하백(河伯)을 훈계하여 바다의 거대함과 하천의 협소함을 설명한다. 저자는 이에 근거하여 황하에 대한 도가의 부정적 인식과 "도가가 중국 문화의 주류가 되지 못했던 것 사이의 내재적 관련성"을 가려낸다. 그는 또한 중국 고대 문화의 주체가 유가문화임을 직설적으로 말한다.(21) 전체적으로 유-도 사상에 대한 논술은 일치하는 점을 취하고 서로 다른 점은 보류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공통적인 점을 강조하고, 차이에 대해서는 최대한 존재를 인정하되 논하지 않으며, 활을 당기기만 할 뿐 쏘지 않고 있다. 한 발짝 더 나아가서 바라보면, 전체 책에 감추어진 기본적인 논리는 중국문명이 치수 지혜의 결정체이고, 특히 황하문명의 결정체라는 것이다. 도가는 황하를 경시했던 만큼 중국 문화의 주류가 될 수 없었고, 따라서 유가문화라는 중심의 지류가 될 수밖에 없었다. 총체적인 중국문화가 황하문화에 속하는 것이라고 말할 때에, 저자는 총체적인 중국문화가 유가문화에 속한다고 말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 이 책은 중국 전통문화의 변론서일 뿐만 아니라, 그 중에서도 특히 유가전통을 대변하고 있다. 

4.

저자의 논술은 유가전통이 중국문화의 주류라는 것에 그치지 않고, 중국의 전통철학, 그 가운데서도 특히 유가사상의 주체성을 강조한다. 어째서 전통 사상의 주체성에 대한 설명이 필요한가? 그 이유는 사람과 하천 사이에 새로운 형태의 관계를 수립하고, 새로운 형태의 생태문명을 건설하며, 하천의 문화생명을 풍부하게 하고, 나아가 새로운 중화문화의 발전 방향과 내용을 확립하는 것 모두에 이러한 주체성을 충분히 이해하는 것이 중요한 의의를 지니기 때문이다.(22) 

저자가 전통, 특히 유가사상의 주체성을 논하는 까닭은 바로 근대적 주체성과 현대 하천이론의 한계를 목도했기 때문이다. 저자는 현대 하천학설이 하천을 "이용하고 투쟁하는 대상"으로 바라보고 있으며, 하천의 "도구적 가치"에 착안한다고 여긴다. 중국 고대의 하천학설은 바로 "하천 자체의 내재적 가치"를 강조하며, 총체적인 자연관념에 입각하여 하천의 비도구적인 "정신적 가치"를 중시한다.(23) 현대 하천학설의 이론은 근대적 주체학설에 바탕을 두고 있으며, 따라서 저자의 비판은 현대 서구의 자연관과 인간주체의 관념에 초점을 맞춘다. 서구의 근대 이후로 자연은 계몽운동을 통해 그 신비가 거세되었으며, "영혼이 없는 자연"이자 순수한 물질세계로 탈바꿈하였으며, 인간 인식의 “객체”와 “대상”이 되었다. 사람과 자연의 관계는 완전한 "투쟁과 정복"의 관계인 것이다.(24) 이것이 바로 저자가 비판하는 "극단적 인간주체"학설이며, 자연에 대한 인간의 전횡과 파괴를 야기한 것이다. 이와 뚜렷하게 상반되는 것이 바로 "극단적인 자연주체"관념이며, 예를 들어 고대에 사람을 제물로 삼아 하천에 제사를 지냈던 것이 바로 이와 같은 관념의 체현이다.(25) 위에서 말한 인간을 하늘에 합치시키는 공자와 노자의 사상도 “극단적 자연주체”관념에 경도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저자가 보기에 "극단적 자연주체"이든 "극단적 인류주체"이든 마찬가지로 극단적이고 편파적이며, 중용과 보편이 되기에 부족하다. 따라서 저자는 그 중도를 취하여, "사람과 자연으로써 전체 우주의 이원적 중심으로 삼는 것"을 통해, 하천에 대한 존중과 경외를 견지하고, 또 "규율에 맞게" 자연을 이용할 수 있으며, 그리하여 사람과 자연의 건강한 관계를 건립할 것을 주장한다.(26) 중국의 전통 철학에 주체성이 없는 것이 결코 아니며, 주객대립의 일방적인 주체성 관념과 다를 따름이다. 나아가 중국의 전통사상에는 주체에 관한 사상이 있을 뿐 아니라, 그것은 중용을 유지하는 가운데 조화를 이룬다. 그러므로 그는 유가 사상에서 “사람과 자연의 이원적 주체성”사상의 연원을 찾았으며, 이는 유가 사상이 "강한 인간중심주의"가 아닐 뿐 아니라, "약한 인간중심주의" 또한 아니기 때문이다.(27) 엄밀히 말해 저자의 종지는 유가 사상, 특히 사맹학파의 천인감응설을 고취하는 것에 있다.

어쩌면 유가사상은 분명 저자가 말한 것처럼 보다 온건하고 중도적인 주체성 사상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인간의 환경파괴는 분명히 근대적 주체관념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그런데 유가전통의 이중적 주체성 사상을 선양하고 근대의 인간중심론을 비판함에 있어서 저자는 마땅히 현재의 사실적인 측면에도 주의해야 한다. 유가문화를 중심으로 하는 중화대륙의 자연과 환경 파괴의 정도는 근대적 주체성의 발상지에 비해 훨씬 심각하다. 물론 이러한 파괴를 곧바로 유가문화의 탓으로 돌릴 수 없으며, 이는 현대 중국에서 서구적인 의미의 계몽운동이 없었다 할지라도, 분명 정치체제와 사상에서 일정 정도 "근대화의 세례"를 받았기 때문이다.(28) 

그러나 여전히 생각해 볼 문제는 하천과 자연에 대한 보호라는 측면에서, 근대적 주체성을 완전히 수용하지 않았던 중국에 비해, 일찍이 근대적 주체를 발양했던 서구가 더 앞서있다는 점이다. 어쩌면 저자가 책의 결미에서 암시한 바와 같이 서구가 이미 "후기근대[后现代]"로 진입하였고, 사람과 자연의 균형과 상호 화해를 실현한 것일지도 모른다.(29) 만약 그렇다면 인간의 주체성을 주장하는 근대성은 이미 “후(後)”를 향해 “후기근대”식의 이중 주체성으로 순조롭게 전화했다는 것 또한 사실일 것이다. 하지만 근대화의 세례를 받은 중국이 “전(前)”근대의 유가사상으로 돌아가서 중용과 안정의 상태에 도달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이며, 그 과정은 일모도원(日暮途遠)하다. 근대화의 세례를 받은 중국이 과연 그곳으로 가야 하는가? 앞[前]으로 돌아갈 것인가 뒤[後]로 나아갈 것인가? 만약 이전으로 간다면 어떻게 이전으로 갈 것인가? 이후로 간다면, 또 어떻게 이후로 갈 것인가? 아니면 차라리 앞으로는 옛 사람을 보지 않고, 뒤로도 오는 사람 보지 않을 것[前不見古人, 後不見來者]인가?(30)

5.

저자는 분명 중국의 전통문화, 특히 유가사상의 찬양자이지만, 맹목적인 나팔수는 아니다. 적극적으로 전통문화의 현대적 가치를 긍정하면서도, 저자는 수시로 “중국 전통 문화의 한계성”과 “중국 고대 사회 정치의 한계성”을 언급한다. 저자가 말하는 한계성은 언론 자유 제도에 관한 것이며, 특히 공민의 합법적인 정부 비판이라는 차원에서 말하는 언론의 자유이다. 저자는 “치수의 원칙은 본래 ‘이끄는 것[導]’이지 막는 것이 아니며, 민주를 향해 끌어당기는 것이지 전제(專制)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여긴다. 그러나 “이러한 사상은 공민이 합법적으로 정부를 비판할 수 있는 언론 자유 제도로 전화되지 못했다.”(31) 동시에 저자는 고대에 비록 “간관(諫官)”제도가 있었지만, 간관은 항상 목숨을 온전히 보전하지 못했다. 이러한 점들이 바로 저자가 말하는 한계성이다. 

아쉬운 점은 그가 이러한 한계성에 대해 단지 지적하는 것에서 그칠 뿐, 구체적으로 논술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끄는 것과 막는 것의 구별을 민주와 전제에 직접적으로 대응시키는 추론은 지나친 비약일 것이다. 전통적인 언어 환경에서 이끄는 것과 막는 것은 인정(仁政)과 폭정(暴政)의 구분에 더욱 알맞게 대응한다. 저자가 갑자기 민주의 논의를 끌어들이는 것은 신유가(新儒家)가 전통적인 유가로부터 민주의 틀을 억지로 도출하는 것과 같다. 뿐만 아니라, “이끄는 것[導]”의 사상에서 대체 어떻게 민주를 끌어내며, 또 어떠한 민주를 끌어낼 수 있는지, 그리고 “이끄는 것”이 어째서 논리적으로 언론 자유의 제도로 전화될 수 있는지에 대한 상세한 설명은 모두 결여되어 있다. 분명 예로부터 “이끄는 것”은 상명하복(上命下服)을 의미했으며, 민주와 언론 자유 제도와는 관련이 크지 않다. 오히려 하극상적인 “간관”제도가 이것과 어느 정도 관련되지만, “간관”은 일반적으로 군주의 심기를 건드리게 마련이며, 그 생사여탈권은 전적으로 황제에게 쥐어져 있었다. 법률 제도 측면에서 볼 때, 언론 자유 제도의 문제와는 일정부분 차이가 있다.

저자가 갑작스레 위와 같은 문제를 제기하는 목적은 동방 전제주의에 관한 비트포겔(K. A. Wittfogel)의 논점에 반박하고자 함이다. 비트포겔은 중국 문명이 수리문명(水利文明)이자 치수문명(治水文明)에 속하며, 치수체제가 동방의 전제 또한 야기한 것이라 여겼다. 이러한 관점은 20세기의 80년대와 90년대 사이 중국에서 민감하고 격렬한 논쟁을 불러일으켰다.(32) 

저자는 주요한 세 가지 지점에서 비트포겔을 비판하는데, 첫째로는 그의 논점과 관련하여 치수를 통해 형성된 “이끌다[導]”의 원칙은 민주로 이어졌으며, 그뿐만이 아니라 분권사상과 “선천적인 친연관계가 있다”고 말한다. 사상 분석의 단안은 민주에 대한 논단과 마찬가지로 눈길을 끌지만, 모두 본격적인 논의를 펼치지는 않고 있다. 둘째로 논술 방법에 있어서 저자는 비트포겔의 관점이 극도로 복잡한 문제를 간략화 및 표제화 하였으며, 각종 고대 문명 형식 사이의 차이를 충분히 고려하지 못했다고 본다, 셋째로 논술 의도와 관련해서는 비트포겔이 이데올로기적 우선성에 입각하여, 고대의 과거제도와 토지 제도의 실제 의의를 폄하하기 위해 고심했다고 여긴다. 전체적으로 볼 때 뒤의 두 가지는 “박론[破]”에 속하며, 첫 번째가 “입론[立]”에 해당한다. 그러나 바로 이 지점에서 저자는 자신의 논점을 충분히 전개하지 않고 있으며, 성급한 결론을 내린다.

저자는 비트포겔이 중국의 문화와 정치를 모두 치수로 귀납시키고 있다고 비판하지만, 실상 이것은 비판의 관건이 되는 부분이 아니다. 저자 또한 황하문화가 중국문화의 핵심내용이라고 보고 있으며, 중국사상의 정신이 치수 지혜의 추상과 승화에서 발원했다고 본다. 두 사람이 결정적으로 구별되는 지점은 비트포겔이 치수의 메커니즘을 전제제도에 결부시켰다는 것이며, 따라서 치수와 정치제도의 부정적인 요소가 상호 관련되었다는 것이다. 그는 바로 이러한 치수와 전제제도의 관련성을 부정하고, 치수문화 가운데 적극적인 “이원적 주체” 관념을 추상해내고자 했던 것이다. 어찌되었든 간에 근본적으로 저자와 비트포겔의 관점은 일치한다. 양자 모두 중국 고대 문명이 치수문명에 속하며 하천문명에 속한다고 여긴다.

6.

태고의 문명은 하천문명에 속하며, 현대 문명은 전형적인 해양 문명에 속한다. 저자가 말한 것과 같이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대도시는 모두 물에 의지하여 세워졌다. 많은 고대의 도시들이 하천을 끼고 있었으며, 현대 다수의 대도시들은 바다에 인접하여 있다.(33) 전통적인 중화제국은 광활한 국토로 인해 늘 해양에 대해 본질적인 흥미를 보이지 않았다. 중국은 대륙의 민족이며, 하천은 시종 대지의 핏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