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아메바운동을 하는 거대한 원생동물이다. 지난 수 천년동안 수축과 팽창운동을 반복하면서 지금의 중국으로 성장했다. 환경조건이 좋을 때는 빠른 속도로 몸집을 불리고 상황이 불편해지면 스스로 위축되는 운동을 반복했다.

 

사회주의 신중국 등장 이후에도 마찬가지였다. 평화5원칙을 외교원칙이라고 내세웠지만 수 천년동안 계속된 확대의 습성을 버리지 못했다. 지난 몇 십 년의 중국을 돌이켜보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국제사회가 무력사용에 의한 영토 확대금지에 합의했음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시도는 계속되었음을 볼 수 있다. 러시아, 중앙아시아 국가들, 인도, 베트남 등 인접 국가들과의 내륙영토분쟁은 물론이고 일본, 동남아국가들과의 해양영토분쟁까지 씨름을 계속했다. 한국과도 간도문제를 비롯해서 해결해야 할 역사문제들을 남겨두고 있다.

 

이것은 중국이 사회주의 체제인가, 민주체제인가 아니면 전통왕조체제인가와는 무관한 문제이다. 중국이라는 거대한 국가유기체가 본능적으로 진행하는 팽창수축운동이다. 이미 습관화되어 관성에 의해 이루어지기 때문에 인위적으로 제어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리텐밍(李天鳴) 교수가 저술한 『중국강역의 변천(中國疆域的變遷)』을 보면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리교수의 책을 첫 페이지에서 마지막 페이지까지 빠른 속도로 넘기면 황하유역의 작은 얼룩이 먹물처럼 번져서 지금의 넓은 중국이 되는 모양을 활동사진처럼 볼 수 있다.

 

원고시대(遠古時代)와 전설시대인 황제요순시대(黃帝堯舜時代)를 거쳐 하(夏)가 자리를 잡은 지역은 허난성 서부일대와 산동성 남부일대였다. 국가로서 기틀을 잡은 상(商)나라는 지금의 샨시(陝西), 깐수(甘肅), 후베이(湖北), 산시(山西), 산동(山東), 허베이(河北)에 위치했다. 스촨(四川), 허난(河南), 안후이(安徽), 장쑤(江蘇), 닝샤(寧夏) 등 주변지역 일부가 포함되긴 했지만 변방에 불과했다. 강역도를 보면 중심에 위치한 주(周)와 상(商), 그리고 그 북쪽에 귀방(鬼方), 토방(土方)이 전부였다.

 

이렇게 시작된 중국은 서주시대(西周時代), 춘추시대(春秋時代), 전국시대(戰國時代), 진대(秦代), 한대(漢代), 삼국시대(三國時代), 양진남북조시대(兩晉南北朝), 수대(隋代), 당대(唐代), 송대(宋代), 원대(元代), 명대(明代), 청대(淸代)를 거치면서 동서남북 종횡무진 늘어난다. 중국의 강역이 가장 크게 확대된 때는 청대이다. 동북쪽으로는 우수리강을 넘어 사할린까지, 북으로는 몽골을 넘어 시베리아남부지역까지 확대되었다. 중국 스스로 속국으로 분류하고 있는 주변지역-서쪽의 중앙아시아지역, 동쪽의 한반도, 남쪽의 네팔, 부탄, 동남아 지역-까지 포함시키면 당시의 중국은 그 자체가 아시아였다.

 

중국의 아메바운동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근대 아편전쟁으로 촉발된 서구공세시기에 잠시 팽창운동이 주춤했던 적이 있었지만 운동자체를 포기한 적은 없다. 근대 시기 상황이 불리해졌을 때 베트남, 한반도, 대만, 홍콩, 마카오를 내어주는 응축운동으로 전환하긴 했지만 그 역시 운동의 일환이었다고 보면 여전히 중국은 아메바운동을 계속하는 국가유기체이다.

 

그러던 중국이 최근 팽창적인 아메바운동을 재개했다. 상황조건이 좋아졌기 때문이다. 냉전이라는 미소공동봉쇄사슬이 풀리면서 시장게임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게 되었다. 덩샤오핑이 흑묘백묘를 통해 에너지를 축적하고, 장쩌민은 정상외교를 통해 먹잇감을 탐색했다. 후진타오 시기에는 조화사회를 내세우면서 올림픽경기장에 먹잇감을 유인하고는 세(勢)로 위협하여 G20에 입성했다.

 

응축된 중국이 폭발적으로 팽창할 시점에 도달한 시기, 시진핑의 정부가 등장했다. 그의 임무는 자명하다. 오천년 중국역사동안 진행되었던 아메바운동을 재개해야 하는 것이다. 마오쩌둥에서 후진타오시기까지 준비한 내부정비와 축적된 에너지를 기반으로 ‘팽창하는 중국’으로 복귀해야 하는 것이다. 동중국해 일대에 ‘방공식별구역’을 선포한 것은 본격적인 운동재개에 대한 선전포고이다. 더 이상 팽창할 수 없는 내륙영역 대신 해양과 해양의 수직 연장선인 공역(空域)으로 팽창운동을 재개한 것이다.

 

 

4.  

시진핑 정부시기에 중국이 아메바운동을 재개한 이유는 시진핑과 그의 사람들이 인위적으로 계획한 것이 아니다. 유기체 중국 스스로가 느낀 본능이다. 역사 이래 중국이 당면했던 가장 기본적인 문제는 ‘인구는 팽창하고 생존공간이 부족한 농업국가’라는 사실이었다.

 

지금도 마찬가지이다. 서구학습의 덕분에 세계의 공장, 세계의 시장으로 성장했지만 조금씩 역할한계에 부딪히고 있다. 새로운 공간과 먹을거리를 찾아야할 위기에 직면한 것이다. 15억 인구가 숨 쉴 공간과 영양공급원이 필요하게 된 것이다. 그래서 중국은 있는 공간을 정비하고, 새로운 공간을 넓히려 한다. 그래야 중국은 인구대국과 농민국가의 한계를 극복하고 생존할 수 있다.

 

시진핑 국가주석이 갑오년 신년벽두부터 네이멍구(內蒙古) 자치구의 아얼산(阿尔山) 군부대를 방문하고, 리커치앙 총리가 농촌지역을 헤매고 있는 것도 내몽고를 넘어 몽골과 시베리아 공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지방정부 지린(吉林)성이 관광 활성화를 명분으로 대규모 예산을 투입해 백두산(長白山ㆍ창바이산)과 압록강, 고구려 유적지 등을 연결하는 교통인프라 확충에 나서는 것도 잃어버린 강역을 되찾으려는 의지, 집념이 숨겨져 있다. 유념해야 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