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세기 초 청나라 2대 황제인 강희제(康熙帝)는 108가지 요리로 구성된 '만한전석(滿漢全席)'을 출시했다. '만석'과 '한석'으로 구분되던 궁중음식을 합친 것이다. 이유는 두 가지였다. 하나는 만주족과 한족을 융합시킬 상징이 필요한 때문이고, 다른 하나는 다양한 먹을거리를 개발하여 민초의 배고픔을 해결해야만 했기 때문이었다.
2013년 중국 국가주석 시진핑(習近平)이 베이징 만두가게 체인인 칭펑(慶豊)을 방문했다. 이유는 두 가지였다. 하나는 빈부격차에 상처 입은 민심을 달래기 위한 상징조작이 필요했기 때문이고, 다른 하나는 거리음식의 안정성에 대한 보증이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사람 많은 중국에서 배고픔은 아주 특별한 문제였고 지금도 마찬가지다. 먹거리(食)는 중국정치의 궁극적 목적이자 수단이었고, 권력의 존립을 좌우하는 핵심과제이자 지표였다. ‘사람이 많아지고 토지 또한 여유가 없다는 두 가지 이유만으로도 능히 근심거리’라던 위원(魏源)의 말은 체험의 소산이었다. 중국의 기근을 소름끼치게 묘사한 초순(焦循)의 시를 보자.(1)
느릅나무 껍질을 벗기고 또 벗겨/다 없어질 때까지 채취하네./무덤 앞 잡초까지 베고 또 베어/풀뿌리조차도 핥아 먹을 수가 없다네.◆조 두 말에 천 전(千錢)이요/겨 두 말에 백전(百錢)이라네./입던 옷 팔아 겨를 사서 자식들을 먹이고/소를 팔아 조를 사서 부모를 공양하네.◆소가 없으니 논은 어찌 갈며/옷이 없으니 어떻게 추위를 막을까?/어찌 논을 갈고/어떻게 추위를 막을지 묻지 말게나. ◆아직 가을, 겨울이 아닌데도/우리는 집에 틀어박혀 있네. ◆죽지 않고 살아 있으니 차마 죽일 수 없고/이미 죽은 사람은 시신을 거두지도 못하네./자루에서 칼을 꺼내/시신에서 살점을 도려내네. ◆마른 가지로 살점 담은 질그릇을 데워/반쯤 익을 때까지 끓이는데/시신의 몸은 기름기 하나 없이 야위어/산 계곡의 푸성귀를 같이 넣네. ◆살아있는 사람은 생명을 부지할 수 있으니/죽은 사람역시 기꺼이 받아들일 것이네. ◆한때 그들은 처자식이었으나/한편으로 그것을 씹고 한편으로 통곡을 하는데/울음소리가 채 그치기도 전에/온몸이 갑자기 냉기가 들면서 오그라드네. ◆이내 그들도 기운이 떨어지면/ 그들 또한 다른 사람 배를 채우는데 이용되리니.
공포 드라마에서나 나올법한 괴기스러운 상황들이지만 중국의 현실이었다. 수호지나 삼국지에도 인육을 먹는 중국인들의 이야기가 있지만 다들 소설이 가진 과장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실제 중국의 현실은 소설보다 더 참혹하고 참담했다.
2014년의 중국, 땅은 그대로인데 인구는 14억을 넘고 있다. 과거보다 훨씬 잘 살게 된 중국 사람들은 더 많이 먹고 더 잘 먹기를 원하고 있다. 중국 땅이 먹여 살릴 수 있는 인구를 초과한 중국, ‘누가 중국을 먹일 것인가’의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다. 2012년 중국의 식량수입량은 7,236만 톤이었는데 중국의 연간 식량 총생산량의 12.2%에 해당하는 양이었다. 중국의 식량자급률이 90%에 채 미치지 못한다는 말이다. 중국 국가식량안전중장기계획(2008~2020)에 따르면 중국의 식량자급률은 최소 95%이상 되어야 한다고 한다. 14억 인구를 가진 중국이 식량수급을 국제시장에 의지하게 되면 그것만으로도 곡물가격을 변동시켜 세계 식량시장의 수급기능을 마비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때문에 중국은 식량문제와 관련해서는 반드시 자급자족의 경제체가 되어야하고 최소 95%의 식량은 생산해야 한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식량의 절대량 부족이 현실화되고 있다. 더군다나 문제를 부추기는 더 심각한 요인이 있다. 생산된 곡물의 오염의 문제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쌀이다. 현재 중국은 베트남, 미얀마, 태국 등지에서 쌀을 수입하고 있는데 이는 생산량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부유한 중국인들이 중국 쌀을 기피하기 때문이다. 대기오염, 수질오염, 토양오염에 노출된 중국 쌀이 중금속(카드늄) 덩어리라고 인식하고 있다. 만약 중국이 지금처럼 식량의 10% 이상을 주변국에서 조달할 경우 주변국은 식량위기에 직면하게 된다. 실제 2014년 4월 한국의 유제품 기업인 남양유업이 분유가격을 최고 11%인상하였는데, 이유는 중국이 한국산 분유수입을 200% 이상 늘였기 때문이다.
또 다른 이유는 중국인들의 식습관변화이다. 잘 살게 된 중국인들이 육식을 즐기려한다는 점이다. 이는 곡물을 고기로 바꿔먹는데 따른 식량부족과 가축의 사육두수증가에 따른 환경오염의 직접적인 원인이다. 문제의 심각성은 중국 스스로 잘 알고 있는 듯하다. 좀처럼 속내를 드러내지 않는 중국공산당이 18기 3중전회의 정부업무보고에서 ‘혀끝 위의 안전’을 도마에 올린 것을 보면 틀림없다. 정부보고서의 내용을 보면 사태의 심각성을 짐작할 수 있다. ‘식탁위의 식품안전을 지키기 위해 식품의 생산과 가공, 유통 및 소비과정에 개입하고, 엄격히 관리하여 민생을 챙기겠다’, ‘사회공공관리제도와 상품추적시스템을 갖추어 중앙에서 지방까지 식품을 감독 관리 하겠다’, ‘식품과 약품안전을 전담하는 경찰기구를 출범 시키겠다’ 는 등 적극적인 정책을 내놓고 있다.
문제는 부유해진 중국의 문제해결 방식이다. 어떤 정치체이든 최우선적인 과제가 먹을거리의 확보라는 것은 보편적 상식이지만 중국이 보이는 대응은 우려되는 바가 크다. 최근 중국의 최대 농식품 회사인 중량(中粮)그룹(COFCO·코프코, 국유기업)이 세계적인 곡물거래 회사를 잇달아 인수한 바 있다. 네덜란드 곡물 무역업체인 니데라(Nidera)를 인수한데 이어 아시아 최대 곡물거래 회사인 노블(Noble)그룹 산하 농업부문(노블농업)을 인수할 예정이라 한다. 그뿐만 아니라 중국 육가공 업체인 솽후이(雙匯)그룹은 미국 최대 돼지고기 가공업체인 스미스필드 푸드를 47억 달러에 인수하였고, 광밍(光明)그룹(브라이트 푸드)은 2012년 영국 최대 식품회사이자 시리얼 제조업체인 위타빅스 푸드를 구매했다. 지금과 같은 추세라면 중국은 얼마 지나지 않아 수 개의 카길(미국 영농업체)을 가진 식량독점국가가 될 것이다. 그리고 마치 카길 등 미국의 영농업체가 그러하듯이 세계 곡물시장에서 전횡을 부릴 수도 있다.
식량안보와 식품안전은 모든 국가권력이 행해야할 필수적인 의무인 동시에 인간의 보편적인 기본권에 해당하는 사안이다. 때문에 어떤 정부나 단체 또는 개인이 식량을 무기로 삼아 다른 국가나 나머지 인류를 위협하게 된다면 이는 죄악이며 재앙이다. 따라서 중국 스스로 세계와 공존할 수 있는 절제의 미를 보여야만 반복되는 역사의 수레를 인류와 함께 끌고 갈 수 있을 것이다.
<주>
1) 17세기와 18세기 무렵의 중국 상황을 묘사한 시로 마크 엘빈 지음, 정철웅 옮김, 『코끼리의 후퇴』(서울: 사계절, 2011), pp.702-703.
** 이 저술의 저작권은 아포리아에 있습니다. copyrights@aporia.co.kr ([중국 다시보기] Aporia Review of Books, Vol.2, No.3, 2014년 5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