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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3-09-30 21:10

[태원우 칼럼] 탈북주민과 더불어 살기

글쓴이 : 아포리아

[태원우 칼럼] 탈북주민과 더불어 살기: 평화적 남북통일은 사람의 통일에서 시작된다

1.
필자는 2003년부터 현재까지 약 11년동안 변호사로 활동하면서 수많은 사람들을 상담하고 변론하고 소송을 대리해왔다. 그중에 필자의 마음과 기억속에 가장 큰 부담과 안타까움으로 남아 있는 사람들은 북한을 탈출하여 남한에 들어와 인간답게 살아가고자 발버둥치고 있는 북한이탈주민들이다.

통일부 통계자료에 따르면 2013년 5월말 기준, 남한에 입국한 북한이탈주민들은 2만 5천명이 넘는 것으로 확인된다. 이 사실은 북한에서 태어나 자라나고 북한에서 교육받았던 사람들 약 2만5천여명이 이제 남한에서 우리와 함께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제 북한이탈주민들은 우리 남한사회의 중요 구성원이 되고 있다. 남한에 있는 북한이탈주민들은 북한에 있는 동포들에게는 통일된 사회에서의 미래의 삶을 미리 보여주는 역할을 하고 있고, 남한 사람들에게는 북한 사람들에 대한 선입관과 통일에 대한 우려를 없애주는 역할을 함과 동시에 매우 이질화 되어 있는 남북한 사람들이 통일이후 겪게 될 갈등과 그 해결방안을 미리 보여주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2.
2007년에 외국인 100만명 시대가 열리면서 산업연수생ㆍ결혼이민자 등 외국인 소외계층에 대한 경제ㆍ사회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반면 북한이탈주민들에 대한 관심은 높아지지 않고 있다. 남한사회에서 살아가고 있는 북한이탈주민들의 숫자가 늘어나고 있는 현실속에서 이들의 사회적응실태 및 인권상황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높일 필요가 있고 민족의 ‘평화통일’이라는 장기과제를 감안한다면 북한이탈주민들을 포용하고 살피는 사회통합적 노력이 더욱 절실히 필요한 때다. 북한이탈주민들에 대해서 남한정부는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정책적으로 지원해왔으나, 이들의 남한사회 적응 수준은 전체적으로 성공적이지 못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고 이들에 대한 사회ㆍ경제적 대우나 인권상황은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다. 그러므로 남한사회에서 또 하나의 사회적 약자(소수자)집단으로 전락하고 있는 북한이탈주민들의 성공적인 사회적응과 인권상황개선을 위해서는 새롭고 획기적인 사회정착지원 및 인권개선방안이 필요하다.

북한이탈주민들이 남한사회적응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는 조건은 매우 많고 다양하다. 북한 사회에서 적응하지 못하고 북한을 탈출하는 과정속에서 죽음이나 심각한 위협상태 또는 신체적,정신적 안전을 위협하는 사건에 대한 직접적인 경험, 동료들의 죽음, 신체적 상해 현장의 목격, 가족이나 친지들의 예기치 못한 무자비한 죽음이나 심각한 상해의 위협을 경험한 이후 외상후스트레스장애 증상을 겪고 있다. 북한에서 이제껏 쌓아 왔던 사회적 신분과 재산 등을 포기해야 하고 가족․친지와의 이별 또는 죽음을 경험하며 이 탈북과정의 끝에 무엇이 기다리고 있는지 모르는 불확실성에 대한 불안 등이 매우 고통스런 경험들로 남아 이들의 정신건강에 많은 문제를 일으키게 된다.

북한이탈주민들이 남한사회에서 적응하는 과정에서 경험하는 가장 큰 어려움은 취업과 직장생활유지의 문제이다. 북한의 중앙집권적 계획경제하에서 진로에 대한 의사결정과정을 제대로 경험하지 못했고, 남북한 간의 직업구조의 차이, 남한의 경쟁적 취업과 직장생활문화, 남북간 언어의 발음, 억양차이로 인한 오해나 심리적 위축감 등은 취업이나 직장생활, 학교생활이나 사회활동의 적응문제와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있어 북한이탈주민들은 대부분 남한 사회에서 적응할 수 있는 직업을 구하지 못해 여러가지 어려움에 처해 있고 북한에서 익혔던 기술로는 남한의 취업현장에서 요구하는 능력이 부족하므로 취업상태를 유지하지 못하고 대다수가 비정규직으로 일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북한이탈주민들은 남한에서의 생활이 북한에서의 생활보다 물질적으로 풍요로워졌지만 상대적 빈곤을 경험한다. 이들의 경제활동에서 가장 큰 문제는 고용불안정성이다. 이들은 근로를 통한 안정된 수입원을 확보하지 못한 채 정착지원금과 후원금에 의존하여 생활하는 사람이 많다. 미취업의 경우 경제적인 어려움이 많으며 취업을 한 경우도 전반적으로 근로소득이 열악한 실정이다. 그러므로 남한 정부는 북한이탈주민들의 정규직 취업을 늘리기 위해 취업장려금과 고용지원금 제도를 더욱 적극적으로 시행해야 할 필요성이 크다.

북한이탈주민들이 남한 입국이후 가정불화, 이혼사례가 늘고 있다. 탈북과정에서 도피생활 등으로 인한 잠정적 가족해체경험, 여성의 경우 중국 등에서의 인신매매경험, 20대를 전후한 조기결혼 등으로 인한 여러 문제가 나타나고 있다. 북한이탈주민 중 대다수의 남성들은 북한 사회의 남성우월 및 남성중심적 사고로 인해 성역할에 대한 지나친 기대심리를 갖는 경향이 있고 가부장적인 가정 분위기에 익숙했던 북한이탈주민 부부들은 남녀 평등사회인 남한에 와서 남편과 아내 사이의 역할 변화가 생기는 경우 서로의 입장을 인정하지 않으려 하는 데서 갈등을 경험하게 되는데, 이러한 부부 갈등은 남편은 무직상태이고 아내가 경제활동을 하는 경우 더욱 빈번하게 나타난다. 취업과 가사일의 이중고에 시달리는 아내는 집안에 종일 있으면서 집안일을 도와주지 않는 남편이 미워지게 되고, 남편은 자신이 일을 갖지 못한 것에 대한 불만과 늦은 아내의 귀가를 기다리는 것 등에 스트레스를 받으며 이러한 이유는 부부갈등 문제로 나타나 이혼하는 경우도 많다. 같은 이유로 미혼자들은 남한 동료들과의 이성 교제에서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북한이탈주민들의 범죄발생건수는 2001년 54건, 2002년 89건, 2003년 90건정도의 수준이었으나 2006년도에는 285건으로 대폭 늘어났다. 북한이탈주민들의 숫자가 늘어나면서 범죄율이 높아지는 것은 불가피한 현상이지만 남한사회의 평균범죄율이 약 4.3%인 반면, 북한이탈주민의 평균범죄율은 9.1%이다. 범죄유형으로 과거에는 생계형범죄가 많았으나 최근에는 폭력,살인,마약,강도 등 강력범죄도 크게 늘고 있다. 강력범죄비율이 44.6%를 차지하고 그 중에서도 폭력이 38.9%로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북한이탈주민 범죄 증가의 가장 큰 이유는 남한사회에 부적응 때문이다. 같은 민족이지만 남한사회의 일원이요 동반자로 받아들여지지 않는 사회적 편견이 크기 때문이다. 북한이탈주민 5명 가운데 1명 꼴로 사기를 당한 경험이 있으며 북한이탈주민을 상대로 한 범죄가 남한전체 범죄발생률의 5배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이 2007년초 발간한 ‘북한이탈주민의 범죄피해 실태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설문조사대상인 전국의 20세 이상 북한이탈주민 214명 가운데 50명이 91건의 사기, 절도, 강도 등 범죄피해를 당했으며 심지어 8건까지 범죄피해를 당한 자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사기 피해자 중 상당수는 불법다단계업체에 투자했다가 피해를 입었으며 가해자가 같은 북한이탈주민인 경우도 있었다. 또한 북한에 남아있는 가족들을 남한으로 데려다 주겠다며 접근해 돈을 가로채는 사기범죄 8건 중 6건이 같은 북한이탈주민에 의해 행해졌다. 북한이탈주민들의 평균 범죄피해율은 23.4%로 국내범죄발생율 4.3%의 5배가 넘었다.

3.
최근에는 북한이탈주민들에게서 북한에 있는 가족을 한국으로 데려오는 게 아니라 그냥 남아 있으라고 하는 `기러기 가족'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북한이탈주민들의 절반이상이 남한 생활에 적응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으므로 일부 북한이탈주민들은 차라리 북한의 가족들에게 돈을 송금하여 가족들이 븍한에서 편안하게 살 수 있도록 하는 현상이다. 이러한 현상은 북한이탈주민들이 그만큼 남한에서 생활하기 어렵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혼자 남한에서 고생하기로 마음먹고 북한이 있는 가족들에게 돈을 송금하는 자들이 늘어날수록 평화적 남북통일은 요원해질 것이다.

북한이탈주민에 대한 남한정부의 경제적 지원제도는 생활에 대한 어려움을 충분히 해결하지 못하고 있으며 효율적이지 못하다. 특히 취업과 관련하여 취업보호와 직업교육이 강화되었으나 아직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탈주민 2만5천명 시대를 맞이하였지만 대다수 북한이탈주민들이 영구임대주택에서 거주하고 직장을 구하지 못해 정부의 생계보조금에만 의존하는 등 최하층민으로 전락한 이유는, 무엇보다 이들이 가진 직업 기술이 경쟁력을 갖지 못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부에서 고용정책을 더욱 체계적으로 실시해야할 필요가 제기된다. 직업상담을 통해 일자리를 만들어 주고 청소년과 여성, 노인 등 집단별 특성을 고려한 적응 교육이 필요하다. 북한이탈청소년들의 남한사회 적응을 위해서는 구체적으로 학력 측정을 통해 학력에 맞는 학교에 편입학하게 한 후, 이들에게 적합한 맞춤식 교육과 민주시민 교육을 해야 하며, 정신적, 물질적 지지를 해줄 수 있는 '멘토' 역할을 하는 사람을 연결해 주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남한 사람들에 대한 인식교육을 포함해 남한에 대한 올바른 정보를 접할 수 있도록 해야 하며, 또래 청소년들과의 만남을 통해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많이 개발해 우리사회의 당당한 일원으로 성장시켜야 한다. 앞으로도 북한이탈청소년들이 계속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일회성 행사보다는 지속적인 사랑과 관심속에 이들에게 자신감을 불어 넣어주는 것이 중요하고 이를 위해 정부와 기업, 언론, 각계 각층의 사회단체 등 온 사회가 힘을 모아야 할 것이다.

북한이탈주민들에 대한 경제적 지원은 자립능력배양을 원칙으로 개개인의 필요와 능력과 상황에 따라 이루어지도록 하여야 하고 인센티브시스템을 통해 북한이탈주민들의 자발적 참여를 극대화하여야 할 것이다. 정착지원금을 5년간 나누어서 조금씩 주다 보면 정착지원금 지급기간이 끝난 뒤에는 아무 일도 못하게 된다. 그러므로 앞으로는 북한이탈주민들에 대한 지원이 정착지원금의 지급과 같은 단순한 형태에서 좀 더 ‘문제해결중심’의 방식으로 바뀌어져야 할 것이다.

북한이탈주민들은 매우 다양한 사람들로 구성되어 있다. 이들의 다양한 필요를 정부가 일일이 다 개별적으로 지원하기는 어렵다. 그러므로 북한이탈주민들을 지원할 의지와 능력을 가지고 있는 민간단체와 종교단체들이 북한이탈주민지원에 있어 좀 더 전문화되고 특성화된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유도하는 것이 필요하다. 북한이탈주민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기 위해서는 지방자치단체의 참여도를 높이고 민간단체 활동을 촉진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북한이탈주민 각 개인의 필요가 다르므로 민간단체 자원봉사자들을 1 : 1로 연결하여 주어 각 북한이탈주민들이 필요로 하는 정보를 함께 구하여 주는 프로그램을 도입해야 할 것이다.

4.
남한 사회는 북한이탈주민들을 차별하지 않고 같은 피를 나눈 동등한 동포로 대하는 인식의 개선이 가장 우선적으로 필요하다. 북한이탈주민들은 하나같이 남한 사회의 냉대와 차별, 지나친 호기심과 근거없는 우월감 때문에 정착이 힘들다고 호소한다. 남한 사회는 자유를 찾아서 목숨을 걸고 남한에 온 사람들을 더 포용하고 감싸주며 사회적응을 도와야 하고, 이들을 우리 민족의 평화적 통일에 반드시 필요한 사람들이라고 보는 인식전환을 해야 한다. 남한 사회에 들어와 있는 2만5천여명의 북한이탈주민들이 인간의 존엄성과 가치를 유지하고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을 때에 남북한 통일의 필요성과 당위성이 인정된다.

남과 북의 정치적 통일이나 땅의 통일 이전에, 남한과 북한의 사람들의 통일이 먼저 이루어 질 때에만 이 땅 한반도의 진정한 통일은 이루어 질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남한사회에 들어와 있는 북한이탈주민들의 인권보장은 우리 민족의 진정한 통일을 여는 평화의 열쇠라고 할 것이다.

* 이 저술의 저작권은 도서출판 아포리아에 있습니다. copyrights@aporia.co.kr ([태원우 칼럼] Aporia Reivew of Books, Vol.1, No.2, 2013년 10월, 태원우, 법무법인 겸인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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