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말만 하고, 타인의 말에 귀를 기울일 생각이 없는 사람들과 대화하는 것처럼 괴로운 일은 없다. 그런 대화는 에너지를 소진시키고, 크고 작은 상처만 남긴다. 그러나, 일상에서 이런 대화는 끊이지 않는다. 마음과 마음을 나눌 수 없는 순간 느끼게 되는 답답함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예수님은 자신을 모함하려는 유대인들과 이런 대화를 끊임 없이 해야 했다. 그 대화에는 삶의 차가운 진실이 담겨있다. 예수님이 말한다.

이런 이야기를 그대로 받아줄 바리새인들이 아니다.

예수는 답변한다.

바리새인들은 그 말뜻에는 도대체 관심이 없다. 이제는 아버지라 단어의 말꼬리를 잡고 늘어진다. 

예수님의 대답은 그들의 질문과 차원이 다르다.

바리새인들은 새로운 삶을 제안하는 예수의 이야기가 이단의 가르침처럼 이상에게 들렸다. 그래서 이 문제를 더 이상 언급하기 싫었다. 그래서, 보다 도발적인 질문을 던진다.

당신이 누구냐는 질문은 너무도 무례하다. 그 앞에 살아있는 인격을 두고, 그를 이해하고, 그의 이야기를 경청할 생각조차 없으면서 당신은 누구냐고 따진다면 이것은 욕설과 다를 바 없는 폭언이다. 어떻게 한 단어로 참다운 존재를 관념화시킬 수 있겠는가? 바로 그 앞에 살아 움직이는 인격체가 있는데 말이다. 예수님은 오히려 담담히 대답한다.

사람들은 예수님의 이야기를 듣다 보니 그 자연스러움, 편안함, 안정감에 빠져들었다. 이제까지 저 멀리 하늘에 계신 초월자 하나님만 알았지, 내 안에서 함께 하고 경험할 수 있는 하나님에 대해서는 너무도 무지했다. 그리고, 하나님을 내적으로 경험하는 것이 어떤 것인지를 몸소 보여주는 예수님은 너무도 인간적이었다. 예수님은 말한다.

하지만, 자신들이 자유롭고 건강하다고 확신하는 사람들은 예수님이 말한 치유와 자유를 이해할 수 없었다. 그들은 자신이 건강한 정상인이라고 생각했고, 누구보다 똑똑하고 제대로 된 자유인이라고 확신했다. 건강하다고 확신하는 사람들에게 치유는 무의미했고, 자유인이라고 믿는 사람들에게 해방은 무가치했다. 예수님은 계속 말한다.

유대지도자들은 자신들의 이중성을 지적하는 말에 기분이 상했다. 이제까지 누구도 완벽한 조건, 신앙적 전통, 지위를 가진 자신들을 정면으로 비판하는 일은 없었기 때문이다.

예수는 이 말에 물러서지 않고 대답한다.

유대인들은 자신들이 기존부터 알아온 하나님의 이미지에 도전하는 예수님의 이야기가 너무도 불편했다. 그래서 정색을 하고 예수님을 비난한다.

예수님은 이런 인신공격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대화를 이어나간다.

하지만, 유대인들은 예수님의 이야기를 들을 생각이 없었다. 이제 본색을 드러낸다. 자신들의 세계관과 경험으로 예수를 이단자로 몬다.

예수님은 이런 협박에도 굴하지 않는다. 자신만의 속도를 유지한 채 말한다.

유대인들은 발끈했다.

예수님은 그들의 압박에도 뒤로 물러서지 않는다.

그들에게 예수님은 자기를 하나님으로 내세우는 교만한 사람으로 보였다. 분노한 유대인들은 돌을 들었다. 더 이상 대화를 거부하고 폭력에 의존하는 유대지도자들과 대화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예수님은 그 순간 깨끗하게 그 자리를 떠난다. 대화가 폭력으로 변질되는 순간 대화를 시도하는 것은 어리석은 행동이라는 것을 너무도 잘 알았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은 타인의 평판과 존경에 비중을 두고 자신의 인생을 설계한다. 그래서 남들이 부러워할만한 대학에 입학하고, 남들이 인정하는 직장에 취업하고, 남들이 질투할만한 미녀를 아내로 얻고, 남들이 얻고 싶어하는 부를 축적하고자 한다. 그런 길을 살아온 것이 유대지도자들의 삶이었다. 하지만, 예수님은 그런 것이 전혀 부럽지 않았다. 거기에 대단한 의미도 부여할 수 없었다. 예수님은 모두가 확신하고 존중하는 가치체계를 뒤집어 엎었다. 유대지도자들은 이런 예수님이 두려웠다. 새로운 자유와 진리를 전파하는 예수님의 이야기가 체제를 위협하는 선동으로 들렸다. 

예수님은 지금도 우리의 가치관을 새롭게 재조명할 것을 제안한다. 다른 사람 하듯이 사는 인생을 청산하고, 내면의 음성을 따라 진실을 쫓아가라고 격려하는 것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유대지도자들에게는 이런 용기가 없었다. 그들은 두려웠다. 자신을 두텁게 보호하고 있던 학력, 지위, 배경의 껍질을 벗어 던지기가 무서웠다. 자신을 지켜줄 그 무엇도 없는 상황이 끔찍했다. 그들에게는 이 멋진 갑옷을 던질 하등의 이유가 없었다. 그러나, 정작 그 갑옷 때문에 마음 깊숙한 곳에서 하나님을 만나고 경험할 기회를 잃어버렸다. 

그 갑옷을 벗어 던질 때, 우리는 참된 자아를 만나고, 하나님도 만날 수 있다. 그들에게는 자신만의 길을 가는 예수님이 자신을 질투해서 갈구는 천덕꾸러기처럼만 보였다. 그 갑옷을 붙들기 위해서 할 일은 너무도 분명했다. 예수님을 이단자, 콤플렉스덩어리, 정신병환자로 매도해서 자신을 정당화하는 것이었다. 우리가 내면의 진실을 외면한 순간, 안타까운 일이 벌어진다. 우리 안에서는 파괴적인 괴물이 자라는 것이다. 가슴 아픈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