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월절 시즌이 되자 예루살렘은 수많은 인파로 북적거렸다. 그리스에서 온 유대인들은 단연 눈에 띄었다. 세련된 문화에서 교육받은 지적인 외모에 경제적 풍요를 과시하듯이  자줏빛 옷으로 단장하고 있었다. 이들은 세련된 코스모폴리탄이었다. 이들도 예수님에게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재력과 지성을 겸비한 엘리트 그룹들의 움직임도 심상치 않았다. 지중해의 지도층들조차 예수님의 영향력을 인정하고 나선 것이었다. 지금 이 순간 예수님이 이들을 만나서 의기투합한다면 상당한 정치적 자원을 확보하는 셈이었다. 빌립은 이런 소식에 흥분해서 안드레에게 예수님께 만남을 주선해보자고 제안한다. 이들의 후원이라면 지금처럼 구차한 삶에서 벗어나서 안정된 생활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갑자가 자신들을 찾아오는 유력자들의 방문이 제자들을 흥분시켰다. 거지, 병자, 과부만 상대하다가 세련된 지성인과 부유층들이 찾아오니 스스로 중요한 인물이 되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제자들은 자신들의 지위와 신분이 하루아침에 높아졌다는 것을 실감했다. 그래서 예수님이 이런 영향력 있는 인물과 만나도록 주선하고 싶었다. 

하지만, 예수님은 이런 거창한 접견에는 관심이 없었다. 예수님은 유력자들을 만나라는 제안에 어떠한 답변도 하지 않는다. 언뜻 보면 그들의 질문을 무시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예수님의 행동을 자세히 들어보면, 이것은 무시라기보다는 무관심에 가깝다. 예수님이 다른 심각한 고민에 빠져있었기 때문이다. 

그 순간 하늘이 요동쳤다. 사람들은 하나님이 예수님에게 말씀했다고도 하고, 어떤 사람들은 천둥이 쳤을 뿐이라고 했다. 예수님의 내면은 이런 확신으로 가득 찼다.

예수님은 말한다.

예수님은 자신이 서서히 죽음의 길에 들어서고 있음을 느꼈다. 그리고 제자들이 이런 비극적인 사건 때문에 충격 받지 않도록 그들의 마음을 준비시켰다. 사람들은 예수님의 말을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그래서 큰 소리로 질문한다.

예수님은 대답했다.

사람들은 성공과 인기를 얻으면 변하기 마련이다. 모두들 그를 떠받들고, 자만심을 부추기는 말을 하기 때문이다. 이전과는 다른 부유하고 힘 있는 사람들과 만나다 보면 그런 변화가 필연적이다. 옛 친구들은 성공한 사람에게서 예전의 소박함과 단순함을 찾을 수 없다. 더욱더 자기중심적으로 변하고, 자만심의 노예가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예수라는 인물에게는 성공과 인기가 건드릴 수 없는 그 무엇인가가 있었다. 예수님은 시끄러운 소음 속에서도 자신을 성찰하는 놀라운 성숙함을 보인다. 제자들이 예수님의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할 전략을 짜는 동안, 예수님은 자기중심성을 극복할 방법을 고민했다. 그의 관심은 오로지 참다운 삶을 사는데 있었다. 인생길에서 현란한 상품으로 유혹하는 상인이 등장해도 예수님은 눈은 절대로 큰 이정표에서 벗어나는 법이 없었다.

예수님은 주변이 피상적인 흥분으로 분주할수록 본질에 더 집중했다. 그는 내면에 깊이 자리 잡은 하나님의 소명에 집중한다. 그 소명에 몰입할수록 권력을 향유하는 장밋빛 그림이 아닌 십자가와 죽음이 떠올랐다. 내면의 깊은 음성은 왕좌를 권유하지 않고, 불편하고 고통스러운 십자가로 인도하고 있었다. 

제자들은 성공과 인기에 도취되고 말았다. 그래서 예수님의 이야기가 더 이상하고 어색하게 들렸다. 예수님이 세상물정 모르는 완고한 시골청년처럼 보였다. 세상이 이렇게 변했는데 내면의 진실, 참다운 진리만 말하는 예수님이 한심스러워 보였다. 자신의 말 한마디면 온 유대와 갈릴리의 장정들이 혁명에 동참할 것이 분명한 이 결정적 시점이었다. 그 열기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한가하게 내면의 이야기를 늘어놓고 있는 것을 이해할 수 없었다. 예수님은 스스로 혁명의 열기에 찬물을 끼얹었다. 예수님이 생각하는 혁명은 총과 칼을 든 혁명이 아니었다. 그는 하나님과의 공감, 이웃과의 공감에서 일어나는 혁명을 원했다. 사람들이 모두 혁명은 끝났다고 믿은 순간 예수님은 혁명을 위한 한 알의 씨앗을 조용히 싹 틔우고 있었다. 그것은 예수님의 내면에서 시작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