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프리 엡스타인이 사랑한 진화심리학 (기사 링크)

자유의지와 리벳의 실험 (기사링크)

자유의지의 존재 여부를 얘기할 때 자주 등장하는 것이 리벳의 실험이다. 실험실에서 사람들에게 아무 때나 손가락을 움직이라고 했을 때 실제 근육 운동을 준비할 때 나오는 뇌파가 움직임을 결정했을 때 나오는 뇌파보다 먼저 나타난다는 것이 실험의 주요 내용이다. 즉 우리가 움직임을 결정하기 이전에 이미 무의식적으로 행동이 결정되어 있다는 것인데 이 실험 결과를 접했을 때 주변의 많은 사람들이 '상식적으로' 봤을 때 무의미한 실험이라는 의견을 냈다. 반면 유발 하라리 같은 지식인들은 이 실험이 엄청나게 중요한 것처럼 인용을 했고 칼 포퍼 같은 사람은 이 실험이 심리학에서 갈릴레오의 실험과 같은 위치를 차지한다고 거품을 물기도 했다.

최근 기사들에 의하면 적어도 이번에는 상식으로 생각하는 주변인들의 통찰력이 지식인들의 지성보다 나은 것 같다. 간단하게 얘기하자면 리벳이 측정한 '움직임을 결정했을 때 나오는 뇌파'는 잡음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실험실에서 손가락을 움직이는 행위 따위는 그 동작을 결정할 때 아무 근거도 맥락도 없는 무의미한 행동이기 때문에 의미 있는 신호의 양이 줄고 잡음의 비중이 훨씬 커지고 소위 결정 시점을 나타낸다고 주장하는 뇌파는 결국 동작을 결정하기 전의 머뭇거림에 의해 증폭된 잡음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현실의 맥락과 근거가 있는 상황에서는 이런 측정은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다.

결국 의지와 특정 뇌파를 동일시한 것이 오류라는 것이다. 이렇듯 측정 대상과 측정치를 별 근거도 없이 동일시하는 것은 특히 심리학에서 자주 발생하는 오류인데, 심리학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들도 상식적으로 짚어낼 수 있는 오류인 것 같다. 어쩌면 학문에 대한 열정이 상식이라는 눈을 가리는 것일지도 모르지만 많은 학문 분야에서 비상식적인 주장이 되풀이 되는 것은 참으로 신기한 일이다.

물론 최근의 연구가 리벳의 실험을 백프로 반박하는지는 비전문가인 나로서는 알기 힘들다. 내가 이 글을 쓰고 있는 것도 자유의지에 의해서가 아니라 무의식적으로 쓰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 이상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