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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와 가슴은 30센티, 그러나 머리에서 가슴까지 가는 거리는 70년이 걸린다는데. 그럼 "생각하는 머리와 마음"과 "행동"과의 거리는 얼마일까? 아마도 하나님이 우리 인간과 가장 큰 다른 점은 시간(時)과 공간(空)에 대한 개념일 것이다. 우리가 3차원의 세상에서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받는동안 하나님은 시공을 초월하여 "생각하시고 느끼시고 활동"하시고 계신다.

 

물론 우리 인간도 하나님처럼 완벽하게 할 수는 없지만, 어느 정도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여 "생각하고 느낄 수" 있다. 다만 시공(時空)은 인간의 몸이 움직이는 것을 완벽하게 제한한다. 지금 글을 쓰고 또 글을 읽는 여기 이 자리에서, 순식간에 2천년 전으로 옮아가서 그리스 로마시대를 생각할 수 있고, 2013년의 뉴욕과 런던을 동시에 생각할 수 있으며, 눈을 감으면 아프리카 세렝게티 초원의 얼룩말도 생각하고, 초원의 달리는 차에서 내려 나보다 두 갑절이나 키가 큰 기린과 함께 사진을 찍은 추억도 생각한다.

 

얼마 전 아프리카 케냐의 쇼핑몰의 인질 총격 뉴스를 들으며, 내가 출장 중 그곳을 방문하여 쇼핑몰 앞에서 동료들과 함께 핸드폰 사진을 찍다가 제지를 받던 기억이 났다. 총을 멘 하얀 이빨의 군인에게 호텔에서 익힌 어설픈 스와힐리어인 "아산테 사나"라고 연발하던 것을 떠올리며 격한 전율을 느꼈다. 지난 여름 어머님 장례식에서, 내가 어린 아이였을 때 마냥 따듯하고 포근한 어머니의 품을 추억해 내기도 했고, 가을에 있었던 아들의 결혼식을 보며 내가 30여 년 전 결혼했을 때의 모습과 기분을 동시에 떠 올릴 수 있었다. 결코 다시 돌아갈 수는 없을 뿐, 생각과 기억은 시간과 공간으로부터 비교적 자유롭다.

 

이렇게 머리와 마음으로는 순식간에 과거와 미래와 지구를 한 바퀴 돌면서도, 몸의 움직임은 늘 시간과 공간의 철저한 제약을 받는다. 시간과 공감의 제약이 덜한 머리와 가슴으로 많은 생각을 하고 다짐을 하고 맹세를 해도, 막상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몸의 실천이 좀처럼 되지 않는다. 날씬해지기 위해 다이어트를 하려고 식사를 줄이고 운동을 하려 해도 그때뿐이고, 성적을 올리기 위해 열심히 공부하려고 작정을 해도 지속적인 공부의 습관이 안 들어 있으면 금방 포기를 하고 마는게 우리네 삶이다. 왜 자유로운 생각과 느낌과는 달리 우리의 행동과 실천은 이렇게 어려운 것일까?

 

우리의 몸은 주인인 머리가 시키면 무엇이든 해야하는 지체인데, 왜 머리가 시켜도 행동이 따라 되지 않을까? 초등학생 같은 질문이 자꾸만 넘쳐 난다.

 

인도태생의 신경과학자 라마찬드란 박사가 쓴 두뇌실험실은 참 두꺼운 책이다. 원어로는 두뇌 속의 유령(Phantoms in the brain) 인데 번역본에는"우리의 두뇌 속에는 무엇이 들어 있는가?" 라는 부제가 들어가 있다. 이 책의 내용 중에는 오른 팔이 절단되었는데, 오른 손가락이 가려움을 느끼는 이상한 일이 벌어진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의사가 왼쪽 손을 이용하여 거울로 대칭유리를 만들어 마치 오른손을 치료하는 것처럼 왼손을 치료하면, 일정 시간 후에는 그 가려움이 없어진다는 것이다. 결국 뇌는 가려운 느낌을 단지 신호로만 받은 결과, 뇌는 오류를 범하고 만 것이다.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여 쉽게 생각하고 유리하게만 생각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은 것이 많은 게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생각-마음-행동-환경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생각과 마음의 거리. 마음과 행동의 거리. 행동과 행동의 연속이 습관으로 굳어지는 거리와 시간. 등등을 생각해 보았다.

 

문득 지난 여름 어머님의 장례예배를 집전하시던 목사님이 추도의 말씀이 생각난다. "인간은 수억 년의 역사(시간)와 무한대의 우주(공간)를 동시에 생각할 수 있게 창조되어 살아가고 있지만 오히려 그 생각을 담고 있는 육체의 수명은 고작 100년도 못되니. 이것이 인간의 비극이자 행복이다." 과연 이것이 비극일까 아니면 행복일까?

 

우리나라 국민 대다수로부터 존경을 받으시고 돌아가신 김수한 추기경님은 그의 남기신 책에서 머리와 가슴의 거리는 고작 30센티에 불과 했는데 거기로 내려오는 데는 70년이 걸렸다고 하셨다. 그러면 머리와 가슴의 간극이 더 클까 아니면 생각하고 느꼈으면, 그 가슴으로 느낀 것을 실천하고 행동하는 것의 거리가 더 멀까?

 

올해 읽은 많은 책 들 중에 가장 기억에 남은 책은 단연 “습관의 힘”이라는 책이다. 저자 찰스 두히그는 반복된 행동인 습관을 습관 자체가 아닌 "신호-행동-보상"이라는 고리로 풀어내고 있다. 단순히 습관을 바꾸거나 고칠 수 없는 가장 큰 이유는 이 신호-행동-보상이라는 연결고리에서 단지 행동(습관) 하나만 바꾸거나 없앤다고 해결 되는 것이 아니라는 이야기이다. 오히려 신호와 보상 사이에 있는 행동을 다른 것으로 바꾸어 넣어도 신호와 보상이 같은 반응이 나온다면 자기도 모르게 습관을 달라진다는 연구 리포트이다.

 

 

내 생각과 내 느낌과 내 행동의 일치화(어라인먼트). 끝없는 도전이고 숙제이다. 작심삼일이고 마음은 원이로되 몸이 따르지 못한다. 필자의 경험이나 관찰에 의하면 서른 살이 넘으면 몸이 머리를 따르는 것이 아니라, 머리가 몸을 따르는 것 같다. 이웃의 성공이나 성과를 부러워하며, 나도 그렇게 되어야지 작정을 하고 조급한 마음에 "열심히 하려는" 사람은 늘 피곤하다. 그런데 "열심히 하는" 사람은 피곤하지 않다. 왜일까?

 

인터넷 서비스 회사인 드롭박스의 최고경영자(CEO) 드루 휴스톤이 자신의 모교인 MIT에서의 졸업 연설을 보면 소름이 끼쳐진다.

 

 

그렇다. 열심히 하는(사는) 사람은 힘들지 않다. 생각이나 마음으로 열심히 하는 것이 아니라 재미와 비전을 그리며, 근육으로 열심히 하고 그 열심을 통해 다시 근육이 더욱 튼튼히 자라나니까. 아무리 유명회사 CEO가 된 사람이라도 어떻게 30살 젊은이가 이런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 물론 세상에는 30살 어른도 있고 60살 어린이도 있나 보다.

 

그냥 넘어가기가 너무 아쉬워서, 그의 연설문을 좀 더 요약하면, 휴스턴은 이 연설에서 후배 졸업생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올해 하반기 신입사원 공채시험에 20대 1에 육박하는 치열한 경쟁력을 보이는 치열함을 보면서, 지금의 경쟁률이라면 아마도 나는 지금의 직장에 들어오지도 못했을 거라는 생각을 했다. 이런 생각에 34년 전 대학 4학년 졸업직전의 시간으로 돌아가 본다.

1979년 9월. 대학졸업을 앞두고 도서관에서 공부하다가 학교 앞 분식집으로 향해 친구들과 취직이냐 진학이냐 진로 의논도 하고 우정도 다질 때다. 나는 그때 학군후보생으로 졸업과 동시에 군입대를 앞두고 있었기에 진학을 하든 취직을 하든 군대를 제대할 때까지 2년 반의 여유가 있었다. 당장 취직을 할 필요도 없었고, 또 평소 마음에 두고 있던 대학원 시험을 볼 입장도 아니었다. 그런데 어쩌다 보니 친구들과 함께 덩달아 입사시험을 보게 되었다. 지금 생각하면 입사시험을 본 이유는 창피할 정도로 너무 단순했다. 그때 입사시험을 보면 회사에서 일정 금액의 교통비와 식대를 주었다. 그 당시 주 3회 이웃집 학생을 과외하고 2~3만원 정도의 용돈을 벌던 때였기에, 적지않은 입사시험 용돈이라는 유혹에 친구 따라 강남 가듯 별다른 생각없이 그룹 공채 입사시험을 보게 된 것이다. 그때 나는 입사시험을 볼 그 회사에 지금까지 30년이 넘도록 일을 하고 있을 줄 생각지도 못했던 것이다. 

 

계획과 다짐, 그리고 감동, 이 모든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사소한 계획과 행동이 이후 모든 과제와 고비고비를 넘기고, 인내와 끈기로 이겨가며, 계속되는 시행착오를 통해 배운 학습과 훈련이 지금의 모습을 만든 게 아닌가 생각된다.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 모든 것이 마음 먹기에 달렸다고 한다.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말이다. 하지만, 우리의 마음이 늘 갈대처럼 바뀌고 합리화 하고 변하는데 어찌할까? 오히려 성경은 이렇게 말한다, 생명의 근원인 마음을 지키라고.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 처럼 마음에 온전히 맡기지 않고, 마음을 지키라는 말이 무슨 뜻일까? 지키라는 것은 없어지거나 도둑 맞거나 변한다는 것을 막는다는 것이 아닐까? 사람은 누구에게나 서로 상반된 두 가지 마음이 있다고 한다. 어느 것을 지키고 어느 것을 억누를 것인가?
 
대부분의 사람들은 마음으로는 생각에 옳은 것을 따르고, 몸은 몸에 편한 것을 따른다. 운동을 하려는 마음과 오늘을 쉬자는 두 가지 상반된 마음, 이 두 마음은 결국 그 몸(육체)이 평소에 운동을 하려는 쪽으로 훈련되고 습관이 베어있지 았았다면 실행을 책임 지고 있는 몸(육체, 근육)은 몸(근육)에 유리한 쪽을 따른다.

 

골프는 여러 종류의 골프채로 하고, 야구는 한 개의 야구방망이로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야구와 테니스의 경우는 움직이는 공을 잘 맞춰야 하고, 또 그 공을 상대방이 받아치거나 잡아 던지거나 한다. 특히 투수의 빠른 공과 변화구를 맞추기도 어렵고 어렵사리 맞추었다고 해서 잘 훈련된 야수들이 곧잘 받아서 안타를 만들기는 아주 어렵다. 그런데. 골프는 이상한 구기 운동이다. 공도 머물러 있고, 친다고 해서 받아내거나 상대방이 물리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도 아니다. 그런데 야구나 테니스는 야구방망이나 테니스 라켓 하나로 하는데, 골프는 골프채의 종류가 너무나 다양하다. 사람에 따라 약간 적거나 더 많기도 하지만 평균적으로는 10개는 넘는다. 왜 그럴까?

 

골프는 야외 운동 중에서도 잘 다져진 평지인 운동장에서 하는 운동이 아니라 산과 들, 그리고 숲과 시냇물을 가로 질러하는 그야말로 자연을 이용한 운동이다. 아무리 땅과 수평을 하여 스윙을 하라고 배웠어도 땅이 굴곡 지거나 언덕이거나 잔디가 깊으면 두발의 위치도 달라져야 하고 골프채(도구)도 형편에 알맞게 바꾸어야 한다. 필자를 포함한 많은 주말(월말) 골퍼들은 이론상으로는 늘 싱글 수준인데 실제 실력은 훨씬 못한 보기플레이어이거나 백돌이인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실천은 이론이나 생각이 아니라 몸과 자연이 부딪히는 현실인 것이다. 똑 같은 원리를 숙지하고도, 실전에서는 이런 땐 이런 도구를 쓰고 저럴 땐 저런 도구를 쓸 수 있는 충분한 연습과 시행착오의 과정을 지켜야 한다. 나처럼 고개를 들지 말라고 수없이 다짐을 하다가도 늘 스윙을 하는 순간 0.01초 사이에 고개를 들고야 마는, 몸과 마음이 따로 노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15년 전쯤 필자가 회사 유학생으로 선발되어 미국에 유학을 갔을 때 현지교회의 장로님이 그곳 학교 교수님이셨는데 토요일 마다 새벽기도를 인도하셨다. 평일 새벽기도는 담임 목사님께서 인도하셨고 주말에는 그 교수님께서 인도하셨다. 그 당시 나는 성경을 열심히 암송하려고 무진 애를 썼는데도 좀처럼 외워 지지 않은 상태였는데 그 교수님께서는 이미 성경구절을 많이 외우고 계셨다. 당연히 어릴 때부터 어머님을 따라 교회 다니면서 성경말씀을 평생 외우신 것으로 생각했는데 막상 그 교수님의 설명을 듣고 깜짝 놀랐다.

 

한번은 그분 집에 초대되어 식사를 했는데 제가 성경 구절이 잘 외어지지 않아서 고민이라고 했더니 대뜸 "자네는 성격구절 하나 외우는데 몇 달이 걸리냐?" 하고 물으셨다. "몇 달이라고요? 저는 하루 한, 두 시간씩 외우고 며칠을 노력해도 잘 안 되더라고요." 했더니. "그건 도둑놈 심보이지." 하면서, "난 맨 처음 짧은 성경구절 하나 외우기 위해 6개월을 노력했네. 그것도 노란 포스트잇을 여러 개 준비해서 외우고 싶은 성경구절을 쓴 다음, 매일 아침 일어나서 화장실과 부엌, 그리고 출근시 운전대, 그리고 사무실에 붙어두고 6개월간 매일 볼 때 마다 외우려고 노력했지, 어디 그뿐인가. 내 목소리로 녹음을 하여 녹음한 거 출퇴근 왕복 두 시간씩 운전 하면서 계속해서 듣고 또 따라서 말하고 다시 듣고 말하고 하면서 암기하고 했어, 그랬더니 지금도 잊혀 지지가 안더라고. 나는 지금도 성경구절 하나 외우는데 한 달씩 걸린다오. 그래도 일년이면 12구절은 완전히 외울 수 있고, 10년이면 120구절, 50년이면 600구절. 이 구절은 단순히 내 머리나 마음으로 외우고 있는 것이 아니라 근육으로 외우고 피부로 외우고 있어서, 내가 화가 났을 때나 잠들었을 때, 내가 정신을 잃었을 때, 내가 운전 중에 억울한 일을 당하여 이성을 잃었을 때도 나도 모르게 내 근육이 알아서 그 외운 대로 행동하는 거라네.”라고 말씀하시는 거다.

 

그렇다. 머리로 생각하고 가슴으로 느끼고 했을 뿐인데. 실천은 근육으로 하는 거다. 근육으로 암기하고, 나의 몸 속, 바로 근육 속에다 생각을 넣어야 진정한 실천이 된다. 그건 오직 반복과 훈련의 결과다. 머리나 가슴이 아닌 몸이 기억해야 한다는 것이다.

 

* 이 저술의 저작권은 도서출판 아포리아에 있습니다. copyrights@aporia.co.kr ([Otium Sanctum] Aporia Reivew of Books, Vol.1, No.3, 2013년 11월, 권강현, 2020년 현 머지홀딩스 Co-Found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