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웹툰으로 네티즌 사이에 인기를 누렸던 만화 “미생”이 한 케이블 TV의 드라마로 편성되어서 인기리에 방영 중이다. 현장에서 직접 전쟁(?)중인 직장인들의 애환을 고스란히 담고 있어서 지상파의 드라마 시청률에 도전하는 케이블TV 최대의 시청률을 갱신 중이다. 

바둑 신동으로 출발했으나 최종 입단시합에 번번히 실패하여 대학에 진학도 못하고, 결국 고등학교 검정시험이 최종 학력이 된 주인공 장그래. 그가 계약직(미생) 사원의 무역회사 입사로부터 전개되는 직장인의 에피소드는 20~30년 전의 구성에 더 적합할 정도로 지금 사정과는 차이가 있다. 그러나 다소 과장이 있기는 하지만, 주인공 장그래 사원과 직속 상사인 김대리, 오과장(극 중에 늦게나마 차장으로 승진), 박부장과 옆 부서의 입사 동기와 대리, 그리고 최전무 까지, 필자가 회사 생활 30여년 동안 경험하고 때로는 피해자로 때로는 가해자였을 당시 상황의 전개는 훌쩍 지나가 버린 과거의 직장 생활이 떠올라 감회가 새롭다. 

미생은 바둑용어인 미생마(未生馬) 즉, 온전히 살지 못한 상태의 바둑세력을 일컫는 말이다. 그런데 늘 아슬아슬하게 살아가는 미생마로서의 계약직뿐만 아니라 정규직이지만 안전하지 않은 모든 직장인들의 애환을 담은 말이다. 바둑에서 큰 세력이든, 작은 바둑세력이든 독립된 두 개의 집이 있어야 완생(完生)인데 아직 두 집이 안 만들어져 삶과 죽음의 중간상태로 처지가 불안정한 진영을 뜻한다. 

이번에는 오래 전 출장 길에 비행기에서 본 일본영화 이야기 이다. 영화제목이 “화천의 성”이라는 오다 노부나까의 성을 짓는 목수의 이야기를 영화화한 것인데 우리나라에서는 그리 유명하지 않아서 본 사람도 많지 않겠지만 그 영화 대사 중에 적.재.적.소. 에 대한 인상 깊은 이야기가 있어서 나누고자 한다.

야마모토 켄이치 작가의 동명 소설을 니시다 토시유키(西田敏行) 주연으로 영화화한 시대극으로, 천하통일을 꿈꾸는 오다 노부나가(織田信長)에게 등용되어 아즈치성(安土城) 건설을 명령 받은 이름없는 목공이 장인의 자긍심을 걸고 도전한 일대 프로젝트의 과정을 가족과 문하생들의 교류와 함께 드라마틱하게 그리고 있다. 감독은 다나카 미츠토시(田中光敏)로 전력을 다해 평생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섬세하게 다루면서도 성을 만들어가는 다이내믹한 작업 과정을 통쾌하게 스크린에 담아낸 휴먼 영화이다. 

일본의 전국시대인  1576년, 오다 노부나가는 그의 천하통일사업을 상징할 거대한 성을 비와호가 보이는 아즈치(安土) 땅에 건축하기로 결심하고, 설계 및 현장 총감독으로 대목공 오카베 마타에몬을 임명한다. 3년 안에 아즈치의 산 하나를 통째로 이용해 성을 만들어라 는 노부나가로부터 직접 엄명을 받은 마타에몬은 전국의 쟁쟁한 건축가들과의 도면경쟁, 즉 싸움에서 이기고 아내 타즈루와 딸 린과 문하의 목공들의 지지를 얻어 서서히 축성을 진행해 나간다. 

그러나 이 정도의 거대한 성을 지탱하기 위해서는 지금까지 기둥에 이제까지 사용된 적이 없는 거대한 노송나무가 필요했다. 최적의 목재가 기소 아게마츠 지방에 있다고 판단한 마타에몬은 노부나가의 적인 다케다 가츠노리의 영지에 위험을 무릅쓰고 잠입한다. 한편 아즈치의 공사현장에서는 새로운 전란이 감도는 가운데 마타에몬을 기다리던 목공들까지 전쟁에 나가야 하는 상황에 몰려 시작된 처절한 전투, 동료의 죽음. 과연 마타에몬은 전쟁과 건축을 동시에 이루는 목숨을 건 장인의 집념이 돋보인다.

영화 속 주인공인 대목공 마타에몬은 성의 기둥을 설치한 후배를 호되게 야단을 친다. 노송의 나이테를 분석하여 벌목을 하기전의 “살아있던 나무의 자란 방향인 위치와 똑 같은 위치로 기둥을 세우라”는 지시는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나무 한 그루도 이렇게 위치나 방향이 중요한데 하물며 사람의 쓰임은 어떠하겠는가?

옛날 왕조나 봉건시대에는 개개인의 실력보다는 부모의 신분이나 가문의 배경이 곧, 나의 신분이고 나의 실력이 되었다. 요즘처럼 보편적 교육기관이 발달하지 못한 시대여서 부모나 가문이 전문 교육을 배울 수 있는 유일한 통로였고 출세나 사회진출 제도자체가 세습이나 가업승계로 제한되어 있어서 정치가든 행정가든, 아니면 전문기술직이든 장사이든 학자든 부모님 특히, 아버지의 신분이나 실력이 나의 신분이고 또 나의 실력으로 정해져서 대대로 이어져 왔다. 또한 한번 공직에 나가면 어느 직종이든 맡을 수 있고 재능 여부나 능력에 상관없이 심지어는 문관과 무관 의 구별도 없이 한 사람이 여러 가지 종류나 직책을 맡을 수 있었다.

유럽에서 촉발된 산업혁명으로 전세계의 물자가 풍부해 지고 왕조의 붕괴와 국민 개개인의 권리와 기회가 보장되는 근대사회에서는 부모나 가문의 배경 없이도 개인의 노력과 능력 만으로도 신분의 상승과 다방면에서 사회 지출의 기회가 보장되었고 많은 영웅들이 등장하였다. 산업의 발달과 문맹률이 줄어들고 개인의 학습기회가 늘어나 누구나 제대로 교육을 받고 재능이 인정받으면 전문가가 될 수 있고 자신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었다.

이제 다시 세상이 바뀌었다. 자신의 실력만으로는 성공할 수 없는 시대로 바뀌었다. 기존 상품이나 서비스 뿐만 아니라 새로운 아이디어도 넘쳐나는 대신 오히려 수요는 줄어드는 성장의 정체시대에 양적인 팽창은 더 이상 가치형성에 큰 도움이 안 되고 협력과 공감의 시대로 전환되고 있다. 과거 자원이나 아이디어 부족함의 시대에는 큰 차이를 벌려야 경쟁력이 있던 시대를 지나 이제는 오히려 ‘작은 차이’가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내는 시대적 상황에서 나만의 차별화를 찾아 나와 동료의 적재적소를 찾아야 하는 융합의 시대, 다양화 시대, 전문화 시대로 돌입하게 되었다. 

오랜 인류 역사 동안 우리는 자원의 결핍시대를 살아왔다. 의식주는 물론이고 모든 경제활동에서의 자원의 부족시대에는 존재의 이미, 즉, 독립된 자원뿐만 아니라 단순한 아이디어의 존재만으로 충분한 가치를 느낄 수 있었다.

대량생산이 가능해진 농업사회와 산업화 시대를 거치면서 제조업의 발달과 무역의 결합된 산업화의 절정에서는 늘어나는 수용에 대응하기 위한 공급증가에 주력한 시절이 우리나라의 경우는 근대 약 50여 년 동안의 일이다. 이 시대에는 성장이 지속적으로 일어나고 생산이 바로 소비로 이어지는 순환구조에서는 생산성이나 효율이 최고의 가치였다.

하지만, 인구가 감소와 성장정체로 자원이 풍부해지고 풍요를 넘어 잉여자원의 보관과 유동에 필요한 거래비용이 더 늘어남에 따라 지금까지 없었고 누리지 못한 가치의 필요성이 생기게 되었고 기존에 남는 자원이나 가치를 새롭게 조합하고 융합하여 다른 가치로 변화하는 시대적 요청이 되고 있다. 이렇듯 소품종 대량생산의 규모의 대량화에서 벗어나 다품종 소량 생산으로 인한 롱테일의 소수의 부가가치 높은 제품이나 서비스의 창출을 위해서는 단일 사고 단일 제품의 틀에서 벗어나 개념의 반경을 넓히는 새로운 사고의 체계가 필요해 졌다.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예술가이자 과학자 이었다. 다빈치는 혼자서 천재적인 그림솜씨와 과학적 지식이 당시대 최고의 경지에 오른 사람이다. 귀족과 서민의 중간에서 위로는 귀족의 신임과 투자를 받고 일반사람의 스승으로 자리매김하기가 충분 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한 사람의 천재형 아이디어 보다는 집단적이고 인문학적 가치의 흐름이 아이폰으로 대변되는 새로운 생태계의 출현이다. 새로운 것이 전혀 없어 보이지만 고객의 본질적인 욕망과 새로운 수요를 발굴하여 산업의 지도를 다시 재편하고 있다. 많은 동종 업계의 경쟁사뿐만 아니라 타 산업에서의 스마트 열풍을 일으키고 급기야는 정부나 정치환경의 변화를 넘어 교육의 장으로 확산되어 대학교를 중심으로 융합전공의 급속한 전환이 일어나고 있다.

학생들에게 과학적 사고와 창의적인 융합을 가르치는 것과 병행하여 동시에 사람과 제품 각각의 존재의 가치와 존중이 병행되고 각각의 속성이 정확히 파악되어 융합되고 결합되었을 때 일어나는 결과를 예측하고 한쪽이 부족한 것 다른 한쪽을 보완해 줄 수 있는 저비용 고효율의 새로운 모델이 만들어 질 수 있다.

풍요와 잉여의 스펙과 자원을 다시 개별적으로 준비하고 쌓아가고 있는 동안 점점 잉여는 늘어나고 자원이든 사람이든 잉여자산, 잉여인간으로 쌓여 취직이 어렵지만, 취지하고도 잉여인간이 되어 적응하지 못하고 겉돌거나 융합의 경과를 만들어 내 못하는 악순환을 끊고 각자의 역할이 중복되지 않고 적재적소의 자원으로서 융 복합이 되어야 개인의 능력과 힘을 전체의 힘과 성적으로 모아서 최상의 결과를 만들어 내고 생산자나 소비자의 간극을 줄임과 동시에 규모의 경제로는 전혀 풀 수 없는 소위 비대칭경제의 실현이 가능하다.

과학적 한계와 비용의 문제로 현실화 되지 못한 상상의 세계가 이제 그 제한이 없어지므로 점차 현실화 되어 가고 있고 더 많은 일들이 융합의 모습으로 이루어 지리라 생각 된다.

하지만 개별의 기능이나 가치는 융합을 했을 때 다른 모습으로 나타난다. 음식이나 한약의 경우 좋은 효험의 재료를 단순히 섞어서 끓인다고 좋은 음식이나 약이 되어 나오지 않는다. 많은 경우에 몸에 맞지 않거나 오히려 해로운 결과로 나타나기도 한다.

한두 사람의 천재적인 머리로 만드는 과학이나 예술의 분야도 분명 필요하다. 그러나 모든 사람이 천재이고 영웅이 될 수는 없다, 분명한 사실은 대다수의 평범한 사람이 고객이고 또한 수요자 일진데 이들이 원하는 곧, 내가 일상생활에서 꿈꾸고 원했던 것들은 심플하고 타 기능과 융 복합이 가능한 레고형으로 만들어 조립과 분해, 선택과 비 선택의 자유도를 높이기 위한 자유사고의 폭을 넓히고 깊게 만들어야 한다.

한쪽은 남고 다른 쪽은 부족하므로, 남는 쪽은 잉여자원에 대한 관리비용이 들고 부족한 쪽은 획득비용이 드는 전통의 단면시장에서 벗어나 양쪽이 같이 이익을 볼 수 있는 양면시장과 양면 가치의 발굴과 상호인정이 미래의 융합기술이나 창조적인 융합제품이 근간이 되어야 비로소 충분조건이 이루어 지리리 생각된다.

맘껏 상상하고 과학적 자원뿐만 아니라 이를 효율적으로 이용할 때 내가 잘 할 수 있는 가치를 만들고 이웃의 가치를 존중하고 인정하여 나와 남의 가치를 융합하여 새로운 가치를 만들면 우리는 자연이 만든 상호 작용과 순환적인 창조적 원리를 인간의 세계에서도 비로소 이룰 수 있을 것이다. 

과학은 자연 현상의 공학적 정리이고, 인문은 인간의 마음과 생각에 대한 표현일진데 과학이나 기술이 정해진 프로세스에서 나오는 output이 들어가는 input에 비례하고 결과가 예측되고 반복이 가능한 반면, 인문이나 예술은 공식으로 정형화 하기가 어렵다. 이러한 예술과 과학의 차이와 특성의 이해 위에 과학과 예술의 만남을 얼마나 잘 할 수 있느냐는 잉여의 시대인 현재와 미래의 숙제이나 다른 한편으로는 역설적으로 과학과 인문학의 융합활용이 창조적 융합의 미래 기회이고 과학의 한계를 보완할 미래의 가치이다.

나만의 재주가 좋다고 조직이나 사회에서 성공하고 기여할 수 없다. 진정한 적재 적소는 나의 가치와 고유의 재목이 상호 존중을 하고 또 존중 받으며 자기가 속한 조직이나 사회의 한 기능으로 어떻게 조화롭게 적응해 나가야 하는 거대 담론이 필요한 시기 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