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예수님을 다시 만났지만, 제자들도 먹고 살아야 하는 인간이었다. 부양해야 할 가족은 커다란 짐이었다. 예수님과의 만남은 그들의 삶을 송두리째 바꿔놓았지만, 당장 먹고 살아야 했다. 이런 마음을 먼저 내뱉은 것은 베드로였다.

옆에 있던 다른 제자들도 기다렸다는 듯이 맞장구쳤다.

그들은 갈릴리 호수에 배를 띄우고, 그물을 던졌다. 그런데 고기는 한 마리도 보이지 않았다. 나름 잔뼈 굵은 어부들이 조류의 흐름을 보고 그물을 던졌건만 밤새 물고기의 기척도 보이지 않았다. 고요한 저녁은 그렇게 지나갔다. 어스름과 함께 차가운 새벽공기가 몸과 마음을 싸늘하게 찔렀다. 알 수 없는 자책감과 허망함만 뱃전을 맴돌았다.

그때 한 사내가 호숫가에 등장한다. 그는 제자들에게 말을 건넨다.

제자들은 대답한다.

그 사내가 다시 말한다.

이미 모든 것을 포기한 제자들에게 오른쪽에 그물을 던지는 것은 별 대단한 일이 아니었다. 자신이 어부라는 것을 잊은 지 오래였다. 잠시 후 그물은 묵직해졌다. 이제는 도저히 그물을 끌어올릴 수 없을 만큼 많은 물고기들이 걸려들었다. 그 순간 요한은 소리친다.

베드로는 기다렸다는 듯이 물 속에 뛰어든다. 예수님이라는 외침이 물고기, 배, 그물, 어부, 생업 같은 단어를 베드로에게서 날려버렸다. 머릿속에는 예수님 생각뿐이었다. 거대한 호수 위에서 밤새 고기잡이를 하며 허무함과 자괴감이 그를 사로잡았다. 익숙한 어부생활이 너무도 낯설었다. 평생 그의 제2의 고향이었던 갈릴리 호수가 너무 멀게 느껴졌다. 깊은 마음이 말했다. 그의 존재는 어부의 삶에서 이미 떠났다고 말이다. 예수님이라는 단어를 듣는 순간 알았다. 그는 밤새 물고기를 기다린 것이 아니라 그분을 기다렸던 것이다. 그래서 일분 일초도 지체할 수 없었다. 그물을 올린 뒤에 배가 호수에 대기를 기다릴 여유가 없었다. 그에게는 지금 당장 예수님이 필요했다. 그분과의 만남만이 그의 존재를 가라앉힐 수 있을 것을 확신했다. 예수님 안에서만 안식과 의미가 있었다.

예수님은 숯불에 생선을 굽고 있었다. 옆에는 빵도 놓여있었다. 그들이 밤새 갈릴리 호수곳곳에서 찾아 다녔던 생선이 여기 있었다. 가족들과 함께 먹기를 간절히 원했던 빵도 여기 있었다. 예수님은 나와 함께 머무는 곳에 빵과 생선이 있다는 말은 하려는 것 같았다. 예수님을 떠나서 다시 어부로 돌아가면 먹고 살 수 있으리라 생각했었다. 하지만, 예수님을 만난 사람은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것만 밤새 공치면서 깨달았다. 예수님이 없이는 그들의 삶은 의미가 없다는 것을 분명히 알았다. 별이 총총 빛나는 아름다운 호수의 정경이 허무하게 무너지는 것도 순간이었다. 그분을 다시 만난 순간 베드로와 제자들의 마음에 활짝 핀 꽃의 생기가 찾아왔다.

따스한 생선이 입안에 들어와 추위를 녹여주었다. 뱃속에서는 새벽추위로 얼어붙은 몸을 녹여주었다. 예수님이 떼어주는 떡은 몸도 마음도 따뜻하게 주었다. 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로 5천명이 넘는 사람을 먹인 사건이 떠올랐다. 예수님은 항상 제자들의 배고픔과 목마름에 관심을 가졌다. 그는 그런 욕구와 필요에 늘 주목했다. 하지만, 그것을 넘어서는 본질적인 욕망과 갈망으로 이끌곤 했다. 베드로는 잘 알았다. 생선과 빵을 건네준 예수님의 제스처는 기본적인 욕망을 넘어서 더 근본적인 소명과 사명의 자리로 나아가라는 부드러운 제안이었음을 말이다.

예수님은 떡과 생선을 건넨다. 이렇게 예수님은 우리의 먹고 사는 문제에 관심을 기울인다. 그 손길의 따스함과 친절함에 빵과 생선을 집어 든 제자들은 목이 메인다. 그 식탁에는 사랑과 배려가 녹아있다. 그리고, 우리의 필요를 채워주며 새로운 세계로 인도하는 예수님만의 독특한 어법이 녹아있다. 그분은 먹고 사는 현장에 우리와 함께 한다. 함께 먹고 마시지만 우리를 거기에 머무르기를 원하지 않는다. 사람이 떡으로만 사는 것이 아니라는 강력한 여운을 남긴다. 먹고 사는 것만이 전부가 아니라고 말한다. 베드로는 밤새 갈릴리 호수를 헤매며 그 허무함을 몸으로 느꼈다. 떡을 먹으며 예수님과 눈빛이 마주치자 삶은 떡을 먹는 것 이상의 심오한 문제라는 것이 분명해졌다.

예수님 말대로 오른쪽에 그물을 던지니 153마리를 한 번에 잡는 쾌거를 달성했다. 이런 성공이 몇 번만 계속되면 갈릴리 지방의 거부가 되는 것도 시간문제였다. 하지만, 예수님이 건넨 빵과 생선을 먹으면서 삶은 단순히 어부라는 직업을 갖고, 큰 배를 구매하고, 집을 사고, 어부를 고용해서 큰 돈을 버는 것 이상의 문제라는 사실이 분명해졌다. 이런 어획량이면 옆집에서 빌린 돈도 갚고 가족들 먹을 음식도 장만할 수 있으리라는 생각에 마음이 놓였다. 하지만, 이전처럼 흥분되지 않았다. 그것은 가족을 부양하고, 부유해지는 것이 인생의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은 사람만이 느끼는 보다 본질적인 느낌이었다. 제자들은 앞에 놓인 생선과 빵을 보면서 그들 앞에 더 가야 할 여정이 있음을 깨달았다. 그들은 여기서 먹고, 살다 죽을 운명은 아니었다. 

빵과 생선으로 인간의 영원한 갈망을 일깨워주는 예수님의 손길은 너무도 따뜻했다. 그래서 베드로는 그분이 좋았다. 그의 가르침은 가르침이 아니라 삶이었고 음식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