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罪)와 벌(罰), 세상의 심판과 하나님의 심판

- 심판받는 자의 죄와 심판하는 자의 죄 -

기독법률가회 이병주 변호사

* 이 글은 기독법률가회에서 「현실의 사법적 심판권, 즉 검찰과 법원이 행하는 ‘현세의 심판’과 기독교 신앙이 말하는 ‘하나님의 심판’과의 관계」를 해명하기 위해 토론한 법률의견서 형식의 글입니다. 정치와 종교, 검찰권의 행사와 현실의 형사재판에 대한 관심이 고통스러울 정도로 첨예하게 높아진 오늘의 현실에서, 기독교인이시거나 기독교인이 아니시거나 세상의 형사적 심판권과 법률가들의 역할에 대해서 궁금증이 있으신 분들께는 일독을 권합니다. 

1. 질의의 요지  – ‘세상 법정의 죄와 심판’과 ‘하나님 법정의 죄와 심판’은 얼마나 다르고 얼마나 같은가

어려운 주제입니다. 하지만 ‘인간의 죄와 벌, 심판과 용서’를 주제로 하는 기독교의 핵심 원리와, 마찬가지로 ‘인간의 죄와 벌, 심판과 용서’를 내용으로 하는 현실 세계의 사법적 심판권은 기본적으로 한글 문언 상 동일한 대상을 다루고 있습니다. 따라서 진지한 크리스천 법률가로서, 기독교 신앙과 현실의 사법적 심판권과의 관계를 다루지 않고 넘어가는 것은 명백한 신앙적 태만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주제를 다루는 데 있어서 하나의 커다란 어려움은, 기독교에서 말하는 ‘죄와 벌, 심판과 용서’와 세상 법정에서 다루는 ‘죄와 벌, 심판과 용서’를, 우리들이 보통 전혀 다른 개념 및 내용으로 배우고 이해하고 있다는 점에 있습니다. 통상 우리는 기독교의 죄(sin)는 종교적인 죄로서 영혼의 죄를 의미하고, 세상의 사법적 죄(crime)는 사회적 죄로서 영적 의미는 없는 육신의 죄를 의미하는 것처럼 구분하여 배웠습니다. 이것 때문에 세상의 법정에서 죄인으로서 기소되거나 처벌받지 않는 ‘죄인 아닌 사람’들이 하나님 앞에서 ‘나는 죄인입니다’라는 고백을 상호모순 없이 진술하는 것이 가능해졌습니다.

기독교를 믿지 않는 사람들이 기독교 신자들의 ‘죄인’ 주장에 거부감을 갖는 것도 바로 이 지점입니다. ‘나는 (사법적) 죄를 저지른 것이 없는데 왜 내가 죄인이냐?’는 비기독교인들의 항변은 상식적인 차원에서는 정당한 항변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기독교 신자들 또한 현실적인 의미에서 ‘당신, 죄를 졌지?’하고 추궁한다면 ‘절대로, 나는 죄를 지은 사실이 없다.’고 결사적으로 자신을 방어할 것입니다.

기독교를 믿는 사람들이 매주 일요일 주일 예배에서 ‘나는 죄인입니다’라고 자백하고 회개하는 것은, 일반적으로 그 죄가 ‘현실적으로 세상에서 처벌을 받는 죄’가 아니라는 것을 기본 전제로 합니다. 그래서 ‘현실적으로는 죄인이 아니면서, 신앙적으로는 죄인’이라는 것을 양립시키기 위해서 여러 가지 논리들이 동원되는데, 이것이 도리어  세상 법정에서의 죄와 벌에 대해서 기독교 신앙적으로 접근하는 것을 어렵게 만드는 장애 요소들이 되고 있습니다.

문제는 “그렇다면 ‘하나님의 관점에서의 죄와 벌’은 ‘세상 법정에서의 죄와 벌’과 아무 관계가 없느냐?”는 것입니다. 아무래도 ‘아무 관계가 없을 것’ 같지는 않은데, 정확히 어떤 관계가 있는지가 모호하고 흐릿해서 상당히 답답합니다.

생각건대 우리가 ‘하나님의 형사법정’과 우리가 일하는 ‘세상의 형사법정’을 정확히 비교, 분석해야만, 「(i) 세상의 형사재판의 본질과 내용에 대한 기독교적 시각(視覺)을 정립하고, (ii) 검사와 판사 및 변호사들이 무슨 원리로 형사재판에 임하며, (iii) 그 과정에서 법률가들은 어떤 위험과 죄악을 경계하면서 일을 해야 할 것인지」가 규명될 것입니다. 이에 본 의견서에서는 ‘죄와 벌, 심판과 용서’라는 주제들을 놓고, ‘법률가들이 행하는 현실의 사법적 심판권의 명암(明暗)을 속속들이 따져보는 것’을 목표로, 다음과 같은 질문들을 검토해 보고자 합니다. 

  ① 죄 : 세상의 사법적 죄와 신앙적 죄의 비교분석

  ② 벌과 심판 : 세상의 사법적 벌/심판과 하나님의 벌/심판의 비교분석

  ③ 용서 : 세상의 사법적 용서와 하나님의 용서의 비교분석

  ④ 관계 : 세상의 심판과 하나님의 심판의 관계 (도입)

  ⑤ 충격 : 세상의 심판이 주는 충격과 하나님의 심판이 주는 충격 (본론 I)

  ⑥ 차이 : 세속적 형사재판 원리와 믿음으로 뜯어보는 형사재판 원리 (본론 II)

  ⑦ 위험 : 형사재판으로 인한 ‘소자(小子)의 영혼의 실족’ (각론)

  ⑧ 처방 : 법률가의 계명  (결론)

2. 검토의견 - 세상의 ‘죄와 벌’ vs. 하나님의 ‘죄와 벌’

  가. 죄(罪) :  세상의 사법적 죄 vs. 신앙적 죄

우선 ‘죄의 대상(對象)’에 있어서 (i) 세상의 사법적 죄는 ‘다른 사람이나 사회적 가치’를 죄의 대상으로 하는데 비하여 (ii) 신앙적 죄는 ‘하나님’과 ‘하나님의 말씀’을 죄의 대상으로 합니다.

다음으로 ‘죄의 강도(强度)나 범위(範圍)’에 있어서 (i) 세상의 사법적 죄는 ‘행위(行爲)’만을 대상으로 하고, 도덕적 흠결이 있는 행위 중 법익 침해의 정도가 심한 것들을 추려내어서 법적 처벌의 대상을 최소한으로 줄인 ‘최협의(最俠義)’의 죄입니다. 이에 비하여 신앙적 죄는 ‘행위’뿐만 아니라 ‘마음의 나쁜 생각’까지 범위를 넓히고, 사법적 처벌대상이 되는 행위뿐만 아니라 사법적 처벌을 받지 않는 경미한 도덕적 위반행위까지도 포함하는 ‘최광의(最廣義)’의 죄라는 차이가 있습니다. 즉 신앙적 죄는 세상의 사법적 죄보다 범위는 더 넓고 강도는 더 약한 것까지 포함합니다.

  나. ‘벌(罰)’과 ‘심판(審判)’ : 세상의 사법적 벌/심판 vs. 하나님의 벌/심판

다음으로는 죄에 대한 ‘벌(罰)’, 즉 ‘심판(審判)’의 근거와 방법에 대해서 살펴보겠습니다.

① 세상의 사법적 죄는 여러 가지 특정 범죄행위, 즉 개인적 법익(신체적 법익, 재산적 법익, 명예적 법익)에 대한 죄, 사회적 법익(거래질서, 사회풍속 등)에 대한 죄, 국가적 법익(내란죄 등)에 대한 죄 등에 대하여 각각 ‘벌(罰)’의 방법(생명형, 신체형, 재산형)과 벌의 양(量, 법정형의 한도)이 법에 정해져 있습니다(죄형법정주의). 그리고 그 벌이 ‘심판(審判)’으로서 구체적으로 진행되고 집행되는 것은 세상의 검찰(기소기관)의 수사절차와 기소를 통하여, 법원(판결기관)의 재판절차와 판결 선고를 통하여, 그리고 감옥(監獄), 즉 교도소(집행기관)의 구금과 집행을 통해서, 우리의 신체, 즉 ‘육체(肉體)’를 대상으로 하는 자유형 또는 벌금을 물리는 재산형으로 이루어집니다.

② 여기에 비하여, 신앙적 죄, 즉 하나님의 죄는 그 ‘벌(罰)’의 방법과 양이 성경에 기록되어 있고, 그 벌이 판정되고 집행되는 것은 일반적으로 하나님의 ‘심판(審判)’을 통해서 우리의 ‘영혼(靈魂)’을 핵심적인 대상으로 이루어진다고 설명됩니다. ‘신앙적 죄와 심판’의 구체적인 내용을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우선 「하나님에 대한 불순종 죄」, 즉 십계명 중 제1계명부터 제4계명까지에 해당하는 우상숭배, 형상숭배, 신성모독, 안식일을 지키지 않는 죄 등에 대해서는, 구약에서는 아담과 이브의 경우에는 죽음의 운명과 땅의 저주를 선고받고 에덴동산에서 쫓아낸 벌, 노아 시대의 홍수, 소돔과 고모라에 대한 불(火) 심판, 이스라엘 민족의 민족적 불순종에 대해서는 하나님이 주신 가나안 땅을 뺏기고 쫓겨나는 벌, 신약에서는 최후의 심판 때에 염소의 줄로 분류되어 예수님으로부터 부인(否認) 당하고 심판 당하는 벌, 상실한 마음대로 그대로 내버려두시는 벌(로마서 2장) 등이 규정되어 있습니다.

다음으로  「이웃을 해치는 죄」 즉 십계명 중 제5계명부터 제10계명에 이르는 부모공경, 살인, 절도, 간통, 거짓증거, 남의 것을 탐하는 행위 등에 대해서는, 구약의 경우 개인적 차원에서는 모세오경에 기록된 율법(Law)에 따라 개별적으로 정해진 사형, 재산형 등의 처벌규정(處罰規定)이 있고, 민족적 차원에서는 이웃에 대한 집합적 범죄가 하나님에 대한 집단적 불순종죄와 동일시되어 이스라엘 민족이 가나안 땅에서 내쳐지는 처벌규정의 적용을 받는다고 모든 예언서들이 규정하고 있습니다.

심판(審判)의 방법은 내면적으로는 ‘영혼의 타락한 상태대로 내버려두는’ ‘영혼(靈魂)의 심판’(로마서 2장), 다른 민족을 통한 ‘역사적(歷史的)’ 심판(앗시리아의 북이스라엘 침공, 바벨로니아의 남유다 침공), 재림하는 예수님을 통한 ‘종말론적(終末論的)’ 심판 등이 있습니다.

「하나님에 대한 불순종죄」와 「이웃에 대한 죄」의 관계는 논리적으로는 구분될 수도 있지만, 「하나님에 대한 불순종죄」는 「이웃에 대한 죄」를 낳는 원인(原因)으로, 「이웃에 대한 죄」는 「하나님에 대한 불순종죄」의 징표(徵標)로 되기도 해서, 실질적으로는 두 가지가 한 가지로 평가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다. 용서(容恕) : 세상의 사법적 용서와 하나님의 용서

세상 법정의 용서는 ‘죄가 있는데 처벌하지 않는 것’과 ‘죄가 있는데 처벌을 감경하는 것’의 두 가지가 있습니다. 죄가 있는데 처벌하지 않는 것은 검찰의 기소유예, 법원의 선고유예, 대통령의 사면 등이 있고, 죄가 있는데 처벌을 감경하는 것은 법원의 집행유예, 집행과정의 가석방과 감형 등이 있습니다. 세상 법정의 죄에 대한 벌은 원칙적으로 죄를 지은 자가 벌을 받는 ‘자기책임의 원칙’ 하에 있고 희생 제사나 타인을 통하여 벌을 면하는 대속(代贖), 구속(救贖)의 개념은 우리 형법이나 형사소송법에는 없습니다.

하나님의 심판은 ‘피 흘림이 없이는 죄 사함이 없느니라(히브리서 9:22).’는 원리에 따라, 원칙적으로는 본인의 피를 요구하지만, 본인의 피를 흘리지 않고 용서하는 방법으로 구약에서는 동물의 피를 통하여 본인의 죄를 용서받는 희생(犧牲) 제사와, 신약에서는 예수님의 십자가 피 흘림을 통하여 모든 사람이 단번에 용서를 받는 대속(代贖)의 용서가 있습니다. 

세상 법정의 심판은 삶 속에서 현실로 대가를 치러야 하고, 쉽게 용서를 받을 수 없으며 남이 대신 받을 수도 없으므로, 매우 엄중하고 무섭습니다. 그런데 하나님의 심판은, 일반적으로 죽은 후 최후의 심판 때 이루어지고, 예수님의 대속을 통해서 남이 대신할 수 있고, 나 자신이 스스로 책임을 지지 않아도 되는 것처럼 느껴져서 오히려, 가볍고 쉬운 느낌도 있습니다.

당연히 하나님의 심판이 세상 법정의 심판보다 더 엄중하고 근본적인 것이어야 할 것이고, 인생의 절망과 참혹한 느낌도 육체의 구속보다 영혼의 위기에서 더 강하게 나타나는 것은 분명합니다. 하지만, 우리가 실제로 살아가는 일상적 신앙생활 현실의 체감온도(體感溫度) 상으로는 세상의 심판이 더 무섭고, 하나님의 심판은 예수님의 은혜로 거저 면할 수 있으니 조금 쉬운 것 같은 느낌을 금할 수 없습니다.

  라. 관계(關係)  : ‘세상의 심판’과 ‘하나님의 심판’과의 관계 (도입)

(1) 문제제기의 이유 – 우리의 재판업무가 기독교 신앙적으로 무슨 의미가 있는가

여기에서 우리가 이 글의 주제, 즉 ‘죄와 벌’에 대해서 한 가지 정확하게 따져보고 넘어갈 내용이 있습니다. 법률가들이 종사하는 세상의 사법적 심판과 하나님의 심판은 어떤 관계에 있는가 하는 문제입니다.

이것을 문제로 제기하는 것은, 구체적으로 법정에서 법률가들이 ‘판사-검사-변호사’로 삼정립(三鼎立)하여 진행하는 세상의 형사적 심판이 (i) 하나님의 심판과 관계가 있는지 없는지, (ii) 관계가 있다면 도대체 어떤 관계가 있는지를 알아야, 1) 우리가 법률가로서 우리의 생업으로 형사재판을 하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 2) 그리고 법률가들이 어떤 생각과 태도로 현실의 형사재판 업무에 임해야 하는지를 정확히 파악할 수가 있기 때문입니다. 이하 우리 법률가들 속에 실제로 존재하는 몇 가지의 다른 견해들을 검토해 보겠습니다. 

(2) ‘무관계설’ – 절대적 세속주의

만일 세상의 심판이 하나님의 심판과 관계가 없는 별개 독립의 것이라면? 우리는 별 고민할 것 없이 법정 외부에서 교회와 가정과 일상에서만 신앙생활을 잘 하면 되고, 형사법정에서 굳이 하나님의 뜻을 따져볼 필요가 없이, 헌법이 정한대로 세속적(secular) 법률적(法律的) 양심에 따라 형법과 형사소송법 이론에 따라 성실하게 판결하고 변론하고 기소하기만 하면 될 것입니다. 언뜻 보아 우리 법률가들이 열심히 공부하고 실무에 적용하고 있는 형법과 형사소송법은 매우 합리적인 체계와 내용을 가지고 있고, 수천 년 동안 수십만 수백만 건의 재판을 통해서 형성된 판례법은 인간의 합리적인 판단력의 축적을 보여주고 있어서, 굳이 여기에 믿음이 어쩌고저쩌고 하는 논의를 가져다 붙이는 것이 번잡하다는 생각도 충분히 들 만 합니다.

그렇게 되면 크리스천 법률가의 형사재판에 임하는 태도는 일반적, 세속적으로 ‘좋은 법률가가 되어, 좋은 기소(검사)와 좋은 변론(변호사)과 좋은 판결(판사)을 하는 것’이면 충분합니다. 이 경우 여러 가지가 심플하고 쉬워지고 우리는 머리도 복잡하게 쓸 필요도 없고 몸과 마음이 그냥 편해지지만, 이렇게 되면 ‘우리가 믿는다는 것’은 마치 속이 텅 빈 강정처럼 전혀 아무 의미도 내용도 없는 것이 되어 버릴 것입니다.

‘믿으나, 믿으나 마나’ 실질적인 면에서는 아무 차이를 내지 않는 기독교라면, 우리는 무엇을 위해서 그렇게 기를 쓰고 신앙생활을 하는 것인지? 그저 개인적인 내면의 구원과 영혼의 평안과 갈등하는 감정의 평안함을 구하는 것 이외에는, 세상의 학문과 실무가 치열하게 획득한 합리성 이상으로 아무 다른 점이나 효력도 못 가지는 것이 우리 기독교라면 도대체 우리는 무엇 하러 그토록 많은 열과 성과 애정을 이 믿음에 투여하는 것인지? 이런 질문을 저절로 던져보게 됩니다. 

(3) ‘유관계-무갈등설’ - 로마서 13장의 절대화

세상의 심판이 하나님의 심판과 관계가 있다면(아마도 이것이 정답이겠지만), 둘 사이가 ‘어떤 관계’인지를 정확히 규명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바울이 로마서 13장에서 세상의 권세와 형벌권이 하나님의 권세로부터 ‘칼’을 위임받은 것으로 설명한 것을 절대시(絶對視)할 경우에는 ‘세상의 심판 = 하나님의 심판’ 내지 ‘세상의 심판 ⊂ 하나님의 심판’이 되어 세상의 형사사법, 검찰의 기소와 법원의 판결이 모두 그대로 거룩하고 온전한 것이 될 것입니다. 이 경우에도 우리법률가들은 아무 질문도 던질 것 없이 그냥 하던 일만 그대로 묵묵히 하면 됩니다.

‘유관계-무갈등설’과 ‘무관계설’은 논리적 근거는 다르지만 실천적인 결론은 거의 비슷해집니다. 무관계설은 ‘하나님의 심판’을 무시(無視)해서 ‘세상의 심판을 절대적으로 존경’하지만, 유관계/무갈등설은 ‘하나님의 심판’을 근거로 해서 ‘세상의 심판을 절대적으로 존경’합니다. 이러면 우리의 재판제도는 그저 선(善)한 것이 되고, 우리가 법정 안팎에서 하는 일도 마냥 선한 것이고, 법률가들은 (착실하게 일하기만 한다면) 법률가들의 인생과 생업을 두고 회개할 일이 전혀 없습니다. 그저 집에서 배우자나 자녀한테 화낸 것, 직장에서 주변 사람들과 경쟁하고 미워하고 욕한 것 정도나 일주일에 한 번씩 회개하면 되겠지요. 그러나 과연 이래도 될까요? 

우리가 알다시피 우리가 믿는 하나님은 이 세상과 그 속에 있는 것들을 그렇게 예쁘게만 보지를 않으십니다. 오히려 우리보고 이 세상과 그 속에 있는 모든 것을 사랑하지 말라고 하셨습니다(요한1서 2:15-16). 그러니까 하나님 눈에 이 세상에 있는 재판제도와 그 속에 있는 우리들이 그냥 예쁘고 마음에 들리는 없습니다. 무엇보다도 이 땅에 오신 하나님인 예수님은 이 땅의 형사사법 절차, 로마제국의 세속적 형사사법 절차와 유대교의 종교적 형사사법 절차에 따라서 기소되고 사형선고를 받고 사형의 집행을 받았습니다. ‘무죄한 하나님을 죄인으로 선고하고 죽음에 처하게 만든’ 인간의 ‘악(惡) 중의 악(惡)’은 바로 우리가 봉사하는 인간의 형사사법 제도와 우리 법률가 업종의 선배들인 ‘예수 재판’의 심판관들에 의해서 저질러졌습니다. 그러니까 예수를 죽인 것은 바로 우리 법조인들인 셈입니다.

2천 년 전 빌라도의 형사법정에 비하여 2천 년 후 지금의 형사법정은 훨씬 현대화되고 발전되었으므로, 이제는 우리 손에 의해서 ‘예수 재판’이 재현되지 않을 것이라고 반론하고 싶겠지만, 절차적으로는 2천 년 전 빌라도의 법정도 ‘로마의 법’에 따라 변론과 재판의 최소한도의 틀은 갖추고 있었을 것이어서, 오늘의 재판과 ‘본질적인 차이’는 나지 않을 것입니다. 복음서에서 보듯이 ‘빌라도 판사’는 예수님에게 죄가 없다고 느끼고 멈칫멈칫거렸지만 결국에는 예수에게 사형의 유죄판결을 한 악당 중의 악당입니다. ‘예수 재판’을 한 것은 인간의 악성이고, 그 악성은 오늘의 우리들 법률가들 중에서 가장 착하고 아주 선량하고 무척 지혜롭고 훌륭한 사람들 속에서도 계속 살아 숨쉬고 있습니다. 바울과 로마서 13장만 믿고 우리의 법 집행과 기소와 판결과 변론의 정당성을 만만하고 편안하게 생각하는 것은 신앙적 착각이고 오해이고 교만이며, 마치 ‘마비(痲痹)된 발바닥으로 날 선 칼날 위를 걷는 것’과 같이 위험한 일입니다. 현실의 우리 법률가들은 로마서 13장의 말씀처럼, 하나님의 일반은총에 따라 세상을 평안하고 평화롭게 만들기 위하여 하나님의 칼을 위임받은 선한 역할을 행하기도 하지만, 마음을 풀고 놓으면 언제든지 하나님께 받은 칼을 예수와 무고한 이들에 대해서 휘두르는 ‘예수 재판’을 재현할 수 있는 죄성을 가졌다는 긴장을 항상 놓쳐서는 안 됩니다. 

(4) ‘유관계-전(全)갈등설’

이와 반대로, 「세상의 사법적 심판은 하나님의 심판과 공의를 전혀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유전무죄, 무전유죄로 악을 행하는 것이며, 법조계와 법정은 공중의 권세 잡은 사탄에 의해 전면적인 지배를 당하는 악의 세계라는 시각」이 있을 수 있습니다. 특히 법조계 바깥에 있는 사람들에게는 이런 시각이 강하게 들 수 있고, 여기에는 상당한 근거도 있습니다. 법조계 소속의 사람들이 그동안 집단적으로 보여 온 사회적 기득권과 사회적 오만함, 변호사들이 보여 온 물욕과 불성실함, 검사들이 보여 온 가혹함과 권력에의 비굴함, 판사들이 보여 온 법정에서의 우월감과 미묘한 오판 등 수많은 에피소드들이 사회 사람들의 ‘법조계에 대한 비판과 비난과 욕’의 충분한 경험적 근거가 됩니다. 그리고 우리 법조계 종사자들은 여기에 변명을 할 수는 있지만 완전히 자유롭고 떳떳하지는 못합니다.

그러나 법조계 안에서 실제로 형사재판 업무에 종사하는 실무가로서는, 현실의 형사재판 제도 전체가 악하고 사탄의 권세에 지배당하고 있다는 견해에는 100퍼센트 동의하기 어렵고, 실제로도 그렇지는 않습니다. 만일 진정 그렇다면 우리는 변호사나 판사나 검사 직업을 지금 곧바로 때려치우고 정의를 위한 투쟁의 길로 나서야 하지, 절대 여기 그대로 앉아서 더 죄를 지으면 안 됩니다.

‘유관계-전(全)갈등설’은 세상의 악함과 인간의 악성 속에서도 하나님의 일반은총이 작동한다는 사실을 이해 못 한 소치입니다. 앞서 ‘유관계-무갈등설’처럼 로마서 13장을 절대시하여 세상의 형사재판 제도에 문제가 전혀 없는 것처럼 생각하는 것도 큰 잘못이지만, 이 땅의 형사재판, 세상의 사법적 심판에는 로마서 13장의 언급처럼 ‘세상의 악을 심판하고 성도들의 삶을 평안하게 유지하기 위하여 하나님의 칼을 일부 위임받은’ 일반은총적인 성격이 분명히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실제로도 형사재판의 상당수는 피해자를 위한 응보(應報, 응당한 처벌의 보상)와 죄에 대한 벌의 배급에 있어서 대체로 합당한 결과를 내고 있기도 합니다. 

(5) ‘유관계-긴장(緊張)설’

그렇다면 이 문제에 대한 일응의 정답은, (i) ‘세상의 사법적 심판’은 ‘하나님의 심판권(칼)의 일부를 위임’받은 것으로서 하나님의 거룩한 일반은총을 반영하고 세상의 평화와 안전을 도모하는 선(善)한 기능도 갖지만,

(ii) ① 당초 하나님을 불순종하고 선과 악을 아는 나무의 과실을 따먹은 인간의 원죄로 말미암아 만들어진 ‘인간(죄인)의 법정’이라는 근본적인 ‘한계(限界)’와, ② 그 인간의 법정에서 이 땅에 내려온 무고한 하나님이신 예수를 기소하고 유죄판결을 내려 사형선고를 하고 선악나무의 재현인 십자가 나무에 매달아 죽인 ‘치명적인 전과(前過)’와, ③ 언제든지 ‘예수 재판’의 불의를 재생시킬 수 있는 상습성(常習性)을 가지고 있는 악(惡)한 성질이, 서로 경쟁하고 갈등하는 치열한 긴장관계에 있다는 ‘유관계-긴장설’이 될 것입니다.

자, 이 정도는 착하고 진지한 크리스천 법률가라면 누구든지 공감하고 동의할 결론이 될 것입니다. 그러면, 「‘우리 법률가들에게도 존재하는 악성과 죄성을 충분히 생각하고 삼가면서’, 최대한 양심적이고 선한 기소와 재판을 하기 위해서 노력하고, 재판의 일반은총적 기능도 더 갈고닦아 ‘겸손하고 좋은 법률가가 되는 것’」정도가 무난하고 부드러운 답으로 도출됩니다.

그런데 여기에서 또다시 총론(總論)적 답이 가지는 애매모호함과 실천적인 한계가 그대로 나타납니다. 문제는 「위에서 답으로 제시된 ‘우리의 악성과 죄성을 충분히 생각하고 삼가면서’라는 것이 구체적으로는 도대체 무엇을 얘기하는 것이냐?」는 것입니다. 

(6) 도전 :  도대체 긴장(緊張)의 내용은 무엇인가

도전해 봅니다. 「‘유관계-긴장설’에서 제시하는 ‘하나님 앞에서 겸손한 재판’이라고 하는 답」이, 「‘무관계설’에서 말하는 ‘법률적 양심에 따른 재판’」이나, 「‘유관계-무갈등설’에서 말하는 ‘하나님의 칼을 위임받은 선량한 관리자로서의 재판’」과 나아가 「안 믿는 성실한 법조인들이 추구하는 ‘진지하고 성실한 양심적인 재판’」과 구체적으로 어떤 차이가 있습니까?

이렇게 물어보면 잘 답이 안 나옵니다. 결국 ‘하나님 앞에서 겸손한 재판’이라는 총론적 답은 ‘착하고 성실한 사람이 되자’는 것 이외에는 아무 답도 못 내는 것이 아닌가 의심됩니다. 이렇게 되면 우리는 이것저것 얘기하느라고 시간은 오래 걸렸지만 결국에는 처음의 출발점으로 도돌이표처럼 돌아와 단 한 발자국도 앞으로 내딛지 못한 셈이 됩니다.

우리 기독교인들이 교회에서 많은 말씀을 듣고 성경공부를 하고 매주 회개를 하고 매주 용서를 받지만, 막상 세상에 나와서는 믿지 않는 사람들과 아무런 차이가 나지 않게 사는 것도, 결국 우리의 신앙적 다짐과 회개가 그저 ‘착하게 살자’는 추상적 총론(總論)적 차원에서 그치고, 구체적인 세상과 인생 속에서 실질적으로 높이 날며 심층적으로 깊이 들어가고 풍부한 넓이를 만들어 실질적인 능력을 만들어내는 구체적(具體的) 각론(各論)의 차원으로 나아가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수학문제를 풀다 말면 점수를 받는 것이 아니고 빵점을 받습니다. 우리들은 믿음의 문제도 대충 풀다 말고 다 푼 것처럼 굴지만, 풀다 말면 하나님 앞에서 빵점을 맞을 것입니다.

‘인간의 형사법정’에서, ‘하나님의 일반은총’이라는 순기능과 ‘선악과를 따먹은 죄인들이 서로 심판하고 심판받는 재판’이라는 역기능 간의 긴장이 어떻게 나타나고, 어떻게 발현되며, 어떻게 극복되어야 하는지, 그리고 여기에 우리가 어떤 하나님의 말씀을 무기와 지침으로 적용할 수 있는지를 구체적으로 파악하기 위해서,

다음 항에서는 ‘인간의 법정에서 이루어지는 벌/심판의 성격 및 충격(임팩트)’과 ‘하나님의 법정에서 나타나는 벌/심판의 성격 및 충격(임팩트)’에 대해서 비교분석을 하면서, 둘 사이의 긴장이 구체적으로 어떤 것인지 그 실마리(clue)를 찾아보고자 합니다.

  마. 충격(衝擊) : 세상의 심판이 주는 충격과 하나님의 심판이 주는 충격 (본론 I)

(1) 문제제기 – 심판이 주는 충격(임팩트)을 따져보는 이유

도스토예프스키가 그의 소설 ‘죄와 벌’에서 다룬 것이기도 한데, 도대체 죄에 대한 ‘벌(罰)’이 구체적으로 우리 인간의 삶에 어떤 효과와 어떤 충격(impact)을 주는가 하는 점을 따져 보고자 합니다. 세상의 사법적 심판이 주는 충격은 어떤 것이고, 하나님의 심판이 주는 충격은 어떤 것이며, 그 둘 간의 차이는 무엇이고 공통점은 무엇인가?

하나님의 심판이 인간의 영혼과 육체 모두에 적용되며, 인간의 법정이 주는 심판보다 훨씬 더 깊고 더 강하고 더 높고 더 폭넓다는 것을 우리는 당연히 인정합니다. 그러나 이 글에서 하는 논의의 초점은 ‘인간의 법정(法庭)에서 이루어지는 심판’에 있습니다. 따라서 이하에서는 하나님의 심판의 속성 중 어떤 내용들이 어디까지 세상의 벌과 심판에 적용되고 나타나는지를 규명해서, 크리스천 법률가들이 그 속에서 하나님의 진정한 도구로 기능할 수 있는지를 모색해 보고자 합니다.

(2) 심판이 충격하는 대상 - ‘육체’와 ‘영혼’

1.  문제의 제기

앞서 의견서의 도입 부분에서 짧게 언급한 우리의 신앙적 상식에 의하면, 「신앙적 심판은 영혼의 심판을 다루고, 세상 법정의 심판은 육체의 심판을 다룬다.」고 한 바 있습니다. 이 인식에 의하면 세상 법정의 심판은 신앙적 심판과 교집합이 없고 중첩관계가 없으므로 신앙적으로는 거의 무의미한 일이 됩니다. 이것이 맞는지 한번 따져 보겠습니다.

② 하나님의 심판은 영혼만을 충격하는가?

결론부터 말한다면, 성경은 신앙적 죄에 대한 하나님의 심판이 영혼만을 다룬다고 한 일이 없고, 육체와 영혼이 모두 심판이 대상이 된다고 합니다. 창세기에서 선악나무의 과실을 먹은 인간의 죄에 대한 벌은 ‘죽는 것’이었습니다. 이 죽음에는 영혼의 죽음(하나님과의 분리)도 포함되지만 당연히 육체적 생명의 죽음이 들어있습니다. 그리고, 예수님께서도 마태복음 10장 28절에서 제자들을 파송하실 때 제자들이 향후 세상 임금들에게 끌려가 심문을 받을 것을 예언하시면서 “몸은 죽여도 영혼은 능히 죽이지 못하는 자들을 두려워하지 말고, 오직 몸과 영혼을 능히 지옥에 멸하시는 자를 두려워하라(Do not be afraid of those who kill the body but cannot kill the soul. Rather be afraid of the One who can destroy both soul and body in hell).”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따라서 하나님의 심판의 충격은 영혼 뿐 아니라 몸(육체)에도 타격을 줍니다.

③ 세상 법정의 심판은 육체만을 충격하는가? :

세상의 형사사법이 정한 ‘죄’에 대하여 세상의 사법절차가 주는 ‘벌’과 ‘심판’은 구체적이고 현실적이고 가차가 없어서, 사람에게 실질적이고 확실한 고통을 줍니다. 세상이 주는 벌과 심판은 구체적으로 ‘몸’을 구속하여 신체를 고통에 빠뜨리지만, 또한 인생의 자유(自由)를 실제로 구속하거나 구속의 가능성을 통하여 그 사람의 인생과 ‘영혼’도 동시에 고통을 빠뜨릴 수 있는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위력이 있습니다. ‘감옥’의 ‘옥(獄)’과 ‘지옥’의 ‘옥’이 똑같이 ‘큰 개(犭)와 큰 개(犬) 사이에 갇힌 인간의 말하는 영혼(言)’을 보여주는 것처럼, 구체적으로 고소고발과 수사와 기소와 재판과 판결과 집행이라는 형사사법절차 속에서 그것을 경험해 본 사람은, 현실적인 형사사법 절차가 주는 인생과 그 영혼에 대한 구속력과 위협을 잘 알 수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이른바 양심범(良心犯)이라고 하는 범주의 정치적 확신범을 빼고는 현실적 형사 사법절차에 연루되는 것을 인생에 대한 치명적인 위험으로 느끼고 두려워하게 됩니다. 육체에 대한 타격은 최종 판결 시에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고소고발 등을 통한 수사의 시작 시점부터 시작되고, 영혼에 대한 타격도 최종적인 유죄판결이 내려졌을 때에만 가해지는 것이 아니라 형사절차의 시작 시점부터 ‘인생의 함정(trap)’에 빠진 것으로 느껴지기 시작합니다. 따라서 세상 법정의 심판 또한 사람의 몸(육체)만 충격하는 것이 아니고 사람의 영혼도 심각하게 충격합니다.

(3) 공통점 – 세상의 심판도 하나님의 심판도 사람의 ‘영혼(靈魂)’을 충격한다

이와 같이 하나님의 심판은 인간의 육체와 영혼을 모두 충격하고, 세상 법정의 심판도 인간의 육체와 영혼을 모두 충격합니다. 세상의 심판은 이생의 범위에서 육체와 영혼에 적용되고, 하나님의 심판은 이생을 포함하여 내세와 영생을 전부 포함합니다. 그러면 적어도 이생의 기간 동안에 이루어지는 육체와 영혼의 심판에는 하나님의 심판과 세상 법정의 심판이 오버랩하여 중첩되는 부분이 있습니다.

우리의 초점은 영혼에 대한 충격에 있습니다. 마가복음 9장 22절에서 예수님은 “누구든지 나를 믿는 이 소자(小子) 중 하나를 실족케 하면 차라리 연자 맷돌을 그 목에 달리우고 바다에 던지움이 나으리라.”라고 말씀하신 바 있는데, 이 말씀은 세상 재판을 통한 영혼의 실족 사건도 포함하는 것이고, 우리들 법률가들의 형사재판 속 역할의 엄중성과 연관이 됩니다.

역할이 크면 위험도 커집니다. 사람의 운명을 다루는 법률가의 역할에는 사람의 영혼을 다치게 할 위험도 그만큼 큽니다. 나중에 하나님의 법정에서 우리 법률가들은 자신이 행한 일을 설명하고 변명해야 합니다(로마서 14:12 “이러므로 우리 각인(各人)이 자기 일을 하나님께 직고(直告)하리라. So then, each of us will give an account of himself to God.”).

세속적 형사이론이 세상의 형사절차에서 사람의 신체적 처벌과 사회질서를 주로 다루고 영혼의 문제를 직접적인 주제로 삼지 않는다면, 신앙적 형사이론은 형사절차에서 사람의 육체에 대한 처벌과 동시에 사람의 영혼에 대한 심판과 고통을 피해자의 측면에서와 가해자의 측면에서 모두 포커스하면서 업무를 처리하여야 합니다. 

(4) 차이점 - 세상 법정의 심판은 ‘죄인(罪人)인 인간’이 한다 (기독교적 관점)

하나님의 심판과 세상 법정의 심판은 ‘충격을 주는 주체(主體)’가 다릅니다. 하나님이 심판은 전적으로 의로운 신이 하고, 세상 법정의 심판은 죄인인 사람들이 담당합니다. 하나님의 법정에서 하나님이 행하시는 심판은 육체에 대한 것이든 영혼에 대한 것이든 다 옳습니다(righteous).

그러나, 세상의 법정에서 인간의 옷을 입은 우리들 법률가들이 행하는 심판은 옳다는 보장이 없습니다(just and/or unjust). 세상의 법정에도 모세에게 법률과 재판제도를 주신 하나님의 일반은총과 수십 세기 동안의 진지한 노력으로 발전시킨 합리적이고 정밀한 재판제도와 원칙들이 있지만, 「근본적으로 재판제도를 담당하는 우리들이 인간의 한계와 악성을 지닌 죄인(罪人)이라는 점」이 가장 큰 차이입니다.

이 세상의 형사재판은 죄인들이 죄인을 기소하고(검찰), 죄인들이 죄인을 변호하고(변호사), 죄인들이 죄인을 판결하는 것(법원)입니다. 인간의 본질을 죄인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세속적(secular) 관점은 법관과 검찰과 변호사(?)를 제도적 기능적 의인(義人)으로 간주합니다. 그러나 인간의 본질을 죄인이라고 생각하는 기독교적 관점은 법관과 검찰과 변호사도 기능적 죄인(罪人)으로 생각합니다.

그러니까 우리의 형사재판에서는 피고인의 죄도 다루어져야 하지만 그것을 다루는 법률가들의 죄성(죄를 지으려는 성질)과 법률가들의 죄(실제로 짓는 죄)도 함께 다루어져야 합니다. 이 점이 신앙적 재판이론에서, 현실의 심판권자, 즉 법률가들을 인식하는 가장 근본적인 관점의 차이;가 아닐까 합니다. 즉 법률가는 형사재판에 임할 때, 자신도 ‘죄인’이라는 정체성을 가지고 임하여야 하고, 자신을 ‘착하고 의로운 법률가’라는 ‘의인’의 정체성으로 임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 세속적 형사이론이나 관점과 차이가 나는 점입니다. 

(5) 소 결 – 충격의 대상과 충격의 주체

이상에서, 우리는 하나님의 심판과 세상 법정의 심판이 주는 ‘충격’을 비교분석하면서, (i) 충격의 대상(對象)이라는 측면에서 세상 법정의 심판도 하나님의 심판과 같이 영혼을 충격한다는 것을 주목하였고, (ii) 충격을 가하는 주체(主體)의 측면에서 세상 법정의 심판은 하나님의 심판과 달리 ‘죄인인 인간’이 담당한다는 점에 주목하였습니다.

이하  「법률가의 죄성」과 「당사자(피고인과 피해자)의 영혼」이라는 두 가지 요소를 가지고, ‘믿음으로 뜯어보는 형사재판’에 관한 검토를 조금 더 진행해 보겠습니다. 하나는 세속적 관점의 형사재판 원리와 신앙적 관점의 형사재판 원리의 차이점을 따져보고, 다른 하나는 구체적인 형사절차에서 ‘유/무죄’와 관련된 영혼의 문제, 법률가의 업무와 관련된 ‘영혼’의 문제를 다루어보고자 합니다.

  바. 차이(差異) : 세속적 형사재판의 원리와 믿음으로 뜯어보는 형사재판의 원리 (본론 II)

(1) 피의자/피고인의 영혼(靈魂)의 문제

논의의 편의를 위하여 다소 도식적으로 단순화하여 정리해 보겠습니다. (비록 아래의 논의에서는 다소 부정적으로 표현한다고 하더라도, 우리가 배운 형법과 형사소송법과 재판실무가 전반적으로는 현실적이고 실용적이고 실증적이고 공리적인 입장에서는 매우 진지하고 치열하게 진행되고 있다는 점을 인정하는 것을 전제로 합니다.) 

세속적 형사재판원리는 형사절차에서 심판이 주는 타격의 대상을 ‘인간의 신체적 자유’로 보고 ‘인간의 영혼’에는 큰 관심이 없습니다. 그러나 신앙적 형사재판원리는 형사절차에서 심판이 주는 타격의 대상을 ‘인간의 신체적 자유’뿐만 아니라, ‘인간의 영혼’까지 포함하는 것으로 봅니다.

그래서 세속적 원리는 형사재판의 실체적 최종 결과(확정판결)에 좀 더 포커스하고 그 과정에서의 굴곡에 대해서는 다소 관대하다고 한다면, 신앙적 원리는 형사재판의 시작부터 끝까지 절차적인 전 과정이 인간의 영혼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에 좀 더 포커스하고 형사절차의 과정에서 이루어지는 굴곡에 대해서 보다 엄격해 집니다.

세속적 원리는 현실적으로 발생하는 소수의 무죄 사건이나 오심(誤審) 사건에 대해서 불행하지만 불가피하다는 인식과 제도적으로 보완하려는 접근방법을 갖지만, 신앙적 원리는 현실적으로 발생하는 소수의 무죄사건이나 오심사건이 당사자의 영혼을 실족시키는 치명적인 효과를 심각하게 생각하며, 검찰의 오(誤)기소와 법원의 오심(誤審)과 변호사의 오(誤)변론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데에 더 심각한 노력을 요구합니다.

우리가 배운 형법과 형사소송법의 세속적 이론은, 인간의 합리적인 이성(理性)에 기초해서 ‘사회질서의 유지’를 중심 목적으로 두고, 자유형으로 ‘인간의 신체(身體)를 제어하고’ (이념상) 교정형(矯正刑)으로 죄인의 이성(理性)을 교화하려고 합니다. 즉 인간의 법정에 대한 세속(secular) 이론은 인간의 ‘육체’를 벌하고 (가능하면) 이를 통해서 그 이성을 깨우려고 합니다. 그러나 교정형으로 인간의 이성이 잘 교정되지 않는다는 것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바이고, 다만 육체의 벌에 대한 두려움이 죄를 예방하는 측면에서 이성의 작용을 일깨우는 점은 인정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세상 법정의 심판은 근본적으로 ‘인간의 육체’에 포커스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인간의 육체와 육체들의 다툼을 정돈하기 위한 세속적 형사이론은 실용적이고 공리적인 합리성을 갖지만, ‘인간의 영혼에 대한 관심’이 약해지면 기능적이고 분절적(分節的)으로 흘러갈 위험이 있습니다.

(2) 법관/검사/변호사도 죄인(罪人)이라는 문제

이 문제도 도식적으로 단순화해 봅니다. 세속적 원리는 법률가(법관/검찰/변호사, 특히 지상의 심판권을 행사하는 법관과 검사)의 판단능력의 객관적 한계와 오심 가능성은 인정하지만, 법률가들을 기소와 재판과 변론 과정에서 ‘나쁜 짓’을 할 정도의 악당으로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신앙적 원리는 법률가들의 판단능력의 객관적 한계뿐만 아니라, 경우에 따라서는 개인적 욕망으로 인하여 고의적으로, 또는 형사절차에 대한 책임감의 결여로 인하여 고의 내지 중과실로 판단을 그르치고 무책임한 판단을 할 수 있는 ‘죄인’ 중의 한 사람으로 봅니다.

세속적 원리는 오기소나 오심과 오변론을 현실적으로 불가피한 과실로 보아 쉽사리 용서하려고 하지만, 신앙적 원리는 오기소나 오심과 오변론을 ‘한 소자(小子)의 영혼을 실족시키는 행위로 보아 잘 용서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3) 실질적인 차이

현실적으로, 세속적 원리의 형사재판과 신앙적 원리의 형사재판 간에 실질적 차이는 미세하거나 별로 없거나 오히려 역방향의 차이를 내기도 합니다. 즉 피고인의 신체적 자유와 인격을 존중하는 성실한 비기독교인 법률가와 성실한 크리스천 법률가 사이에는 별 차이가 없고, 성실한 비기독교인 법률가는 게으르게 대충 기소를 하거나 재판을 하는 크리스천 법률가보다 더 양심적으로 올바른 재판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렇게 차이가 나지 않는 이유는 (i) 일반적(一般的)으로. 기독교의 가르침에는 믿는 사람의 실질적인 삶을 차별화할 만큼의 능력이 없거나 결여되어 있다는 점과 (ii) 구체적(具體的)으로는, 기독교인들에게도 ‘믿음의 원리로 하는 형사재판’에 관한 구체적인(specific) 관점과 신앙이론이 정립되어 있지도 않고 제시된 적도 없고  배운 적도 없다는 것입니다.

믿음의 능력이 일어나기 위해서는, 말씀의 능력에 의지하여야 합니다. 그저 ‘차카게 살자’, ‘착하게 재판하자’가 아니라, 「우리들의 혼과 영과 관절과 골수를 찔러 쪼개기까지 하며 또 마음의 생각과 뜻을 감찰하여 지으신 것이 하나라도 그 앞에 나타나지 않음이 없고 우리가 하나님의 눈앞에 벌거벗은 것 같이 드러나게 하는」 하나님의 말씀, 「살아있고 운동력이 있어 좌우에 날선 어떤 검보다 예리한」 하나님의 말씀을 우리는 찾아야 합니다(히브리서 4:12-13).

과연 그런 하나님의 말씀이 있을지 없을지 찾아보기 전에, 우선 그 전단계로서 형사재판을 통해서 발생하는 영혼의 위험과 우리의 죄, ‘형사재판으로 인한 소자의 (영혼의) 실족’이 어떤 양상으로 나타나는지를 살펴보겠습니다.

  사. 위험(危險) : 형사재판으로 인한 ‘소자(小子)의 영혼의 실족(失足)’  (각론)

(1) 소자를 실족시키는 죄

마가복음 9장 42절에서 예수님은 “누구든지 나를 믿는 이 소자 중 하나를 실족케 하면 차라리 연자 맷돌을 그 목에 달리우고 바다에 던지움이 나으리라.”고 경고하셨습니다. 결코 만만한 경고가 아닙니다. 여기에서 타인(소자)를 실족시키는 행위는 예수님을 믿지 못하게 하는 행위, 하나님을 대항하게 하는 행위, 사람의 영혼을 절망에 빠뜨리는 행위 등이 포함될 것입니다. 이하에서는 피의자/피고인이 유죄인 경우와 무죄인 경우로 나누어, 각각의 경우 피의자/피고인의 영혼과 피해자의 영혼이 어떻게 실족케 되는지를 간단히 살펴보겠습니다.

(2) 유죄 사건

일반적으로 형사사건 중 가장 많은 폭행/상해/폭행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위반 사건처럼 ‘신체적 법익’에 관한 죄명의 경우에는 상대적으로 유죄의 비율이 매우 높습니다.

사실관계나 증거에 있어서 피의자/피고인이 유죄인 것이 (거의) 명백한 사건의 경우에는, 피고인의 영혼이 겪는 위기보다 피해자의 영혼이 겪는 위기가 조금 더 주목이 됩니다. 타인의 신체나 정조에 위해를 가한 피의자/피고인은 응당한 처벌을 받는 것이 정당하고 피해자의 고통도 경감할 수 있으며, 피의자/피고인 본인의 영혼을 위해서도 좋습니다. 만일 명백한 유죄 피고인이 처벌을 받지 않고 넘어간다면 그것이 오히려 피의자/피고인이 영혼을 더 심각한 죄악의 늪에 빠뜨릴 수 있고, 자신의 피해를 신원 받지 못하고 오히려 가해자의 조롱을 받게 된 피해자의 영혼에는 심각한 타격을 주게 됩니다.

주로 개인적 폭력, 집단적 폭력, 권력에 의한 폭력 등은 모두 이 범주에 속합니다. 예컨대 우리나라에서 5공화국을 만든 1979년 12.12.사태와 광주에서의 1980년 5.17. 발포사건의 책임자인 전직 대통령 두 명을 형사재판에 붙여 중형을 선고한 것이 얼마나 많은 피해자들의 영혼을 위로하고 우리 사회를 정의롭고 평화롭게 만들었는지는 더 강조하기조차 어렵습니다. 독일에서 수백만 명의 유대인을 학살한 나치전범들을 뉘른베르크 전범재판을 통해서 처벌한 것도 마찬가지로 피해자들의 영혼을 신원(伸冤)하고, 피고인들의 영혼을 더 큰 죄악으로부터 건진 행위입니다. 그러나 일본에서 전후 미국이 2차대전과 대동아전쟁의 전범을 제대로 처벌하지 않고 옹호하면서 넘어간 것은 아직도 ‘자기가 가해자인 줄을 모르는’ 일본의 영혼적 마비상태를 낳고 피해자인 이웃국가 국민들의 영혼에 대한 가해를 계속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검찰이나 법원이 권력이나 더 큰 힘에 굴종하여, 피고인의 폭력을 정당하게 않거나 못하는 것, 그러고도 이런 저런 핑계를 대는 것은 피해 입은 수많은 소자(小子)의 영혼을 실족케 하는 큰 죄입니다. 하나님의 연자 맷돌을 두려워해야 합니다.

(3) 무죄 사건

일반적으로 우리나라에서 연간 제기되는 형사 본안사건의 수 30여만 건 중 무죄를 받는 사건의 비율은 평균 2.5% 정도입니다. 죄명에 따라 무죄 비율은 조금씩 차이가 나는데, 횡령 배임죄의 무죄비율이5~6% 정도 되는 것처럼 법률적 논쟁의 여지가 비교적 큰 경제적 법익에 관한 죄들의 무죄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아 보이고, 특가법(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위반 뇌물죄의 경우에는 무죄율이 10%를 넘을 정도로 다소 이례적으로 높으며, 고소인과 피고소인이 서로 치고받는 무고죄의 경우에도 무죄율이 7~8%로 다소 높은 편입니다. 무죄 사건의 양상과 모습은 매우 다양하므로 죄명에 따라 일률적으로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무죄율이 높아 보이는 특가법 뇌물죄의 경우에도 무죄 사건이 10%면 유죄 사건이 90%이기 때문입니다.

‘심증은 있는데 물증이 부족해서 무죄가 되는 사건’의 경우에는, 무어라고 쉽게 말하기가 어렵습니다. 실제 사실관계(Fact)가 유죄라면 피해자의 영혼이 데미지를 입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형사재판은 오랜 역사를 통해서 전체적인 관점에서 ‘무고한 자에 대한 유죄판결을 피하기 위하여’ 증거불충분 무죄 제도를 마련해 놓았기 때문에 이것을 두고 죄악이라고 비난하기는 조금 어렵습니다.

문제는 ‘실제로 무죄’인데 기소되고 하급심에서 유죄판결을 받았다가 상소심에서 무죄판결을 받는 사건들입니다. ‘증거불충분 무죄’가 아니라 ‘죄 없음 무죄’의 사건 중에는 (i) 사실관계의 오인으로 기소되거나 유죄판결을 받았던 사건과, (ii) 법률해석 내지 법적용의 오류로 기소되거나 유죄판결을 받는 사건들이 있습니다. 피고인/피의자로서는 더 명백한 무죄인 전자(사실관계의 무죄)가 더 괴로울 것처럼 생각되기도 하지만, 후자의 법률상 무죄의 경우에는 본질적으로 ‘그것이 죄인지 아닌지에 대해서 검사도 헷갈리고 판사도 헷갈리고 피고인 본인도 헷갈린다는 점’에서 오히려 죄의식의 불분명함과 불확실성으로 인해 도대체 참회하지도 못하고 변명하지도 못하는 그 영혼이 더 괴로워지는 측면이 있습니다.

무죄 사건에서는 검찰과 변호사와 법관의 입장과 태도와 변론이 크게 차이가 납니다. 검찰의 입장에서는 “무죄판결은 ‘기소기관과 판결기관을 분리한 탄핵주의(彈劾主義)’ 제도 하에서 검찰의 기소 자체에 내포된 위험이니 어쩔 수가 없는 것이고 어차피 법원에서 판결을 받아 무죄를 받았으니 검사도 정당하고 판사도 정당하고 피고인도 정당한 것이다”라는 입장과 논리를 가질 수 있습니다.

법관의 경우에도 “법관의 가치판단과 법률적 견해의 차이로 하급심과 상급심 판결이 엇갈릴 수 있는 것이 삼심 제도의 본질이므로, 법원 간에 판결이 엇갈리는 것은 당연한 것이지 잘못된 것은 아니며, 하급심 판사도 정당하고 상급심 판사도 정당하며 피고인도 정당하다”는 입장과 논리를 가질 수 있습니다. ‘결국에는 무죄판결을 받았고, 결국에는 풀려났으니 중간 과정에서의 우여곡절이 있더라도 결국 사법적 정의는 실현된 것 아니냐?’는 논리입니다. 사법제도의 기능적, 실증적, 실용적, 실무적 조건과 한계 등을 고려한다면 맞는 얘기처럼 생각됩니다. 그러나 고소고발에서 기소되고 유죄판결까지 받았던 피고인의 입장에서 본다면, 이러한 검찰과 법원의 논리를 100퍼센트 수긍하기는 어렵습니다. 적어도 몇 개월 내지 몇 년간 경험한 신체적 부자유와 정신적 고통은 물론, ‘자기 인생과 운명의 불안정성’으로 인한 피고인의 영혼의 고통은 보상받을 방법이 별로 없습니다.

무죄 사건에 관한 오(誤)기소와 오판(誤判)과 오변론(誤辯論)이 있었다고 전제하고 볼 때, 문제는 “그러한 오기소와 오판과 오변론이 피할 수 없는 불가피(不可避)한 것이었는가 아니면 피할 수 있는 가피(可避)한 것”이었는가 하는 점입니다. 법원, 검찰에서는 다소 섭섭하게 들리겠지만, 피할 수 있는 사건이 꽤 있었고, 피할 수 있는 일이 불가피한 것으로 바뀐 데에 문제가 있습니다.

오랜 기간 발전해 온 재판제도는 삼심 제도와 탄핵주의(기소하는 사람과 판결하는 사람의 분리) 등으로 인간(심판관)의 판단능력의 한계를 예방하고 보완하려는 장치들을 만들어 왔습니다. 그런데 이 점이 역으로 형사사법 절차의 각 단계에서 이루어지는 일과 법률가의 역할을 기능화·상대화·분절화한 면이 있습니다. 기소와 판결의 분리, 세 번의 판결은 검사와 각급 법원 판사의 실수(失手) 가능성이 존재한다는 것을 예상하고 대비한 것입니다. 그런데, 이 제도가 역으로 검사와 법관으로 하여금 ‘나중에 누군가가 바로잡을 수 있다는 생각’으로 자신의 실수에 대하여 관대하게 만드는 효과가 실제로 있습니다. 마치 ‘율법이 범죄를 야기한다.’는 바울 서신의 역설과 흡사합니다.

다소 조심스러운 얘기지만 역기능적인 측면을 조금 강조해서 얘기한다면, 고소인은 피고소인이 처벌되든 말든 일단 ‘그를 괴롭히기 위해서, 법적 분쟁을 이기기 위한 집중포화 양동작전 식의 전술로서, 또는 민사재판의 증거자료를 확보하기 위해서’ 고소고발을 합니다. 검사는 유죄와 무죄 중 어느 쪽인지 확신이 안가면 즉 무죄라는 확신이 안 가면 일단 법원의 판단을 받아보겠다고 기소를 하는 경우가 꽤 있습니다. 하급심 법관은 법적으로 유죄가 되는지 조금 의심스럽고 결국에는 무죄(無罪)가 될 가능성이 커 보이더라도 피고인을 그냥 풀어주기는 억울해서 상급심 가서 잘 변론해서 풀려나라고 일단 유죄판결 실형선고를 합니다. 이 사건을 받은 상급심 법관은 하급심 법관이 어련히 잘 판단했겠지 생각하면서 항소를 기각하고 상고를 기각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다 변호사들조차도 잘 따져보면 진짜 무죄일 수 있는 사건을 대충 보고서 진지하게 무죄 주장을 하는 의뢰인에게 실형을 받기 싫으면 차라리 자백하고 집행유예를 받자고 압박하기도 합니다 (진짜 무죄인 경우를 얘기하는 것입니다).

일반 시민들에게는 의외일 수도 있겠으나, 이런 과정을 거쳐서 세상의 법정에서는 ‘실제로 무죄인데도, 검찰과 법원을 거치는 과정에서 피고인의 무고함이 밝혀지거나 인정되지 못하고, 유죄판결로 끝나는 경우’도 존재합니다. 그 중 일부는 재심절차를 통해서 구제되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에는 지상의 법정에서는 회복이 되지 않는 피고인의 운명으로 받아들이고 인생을 마쳐야 하는 경우들도 있습니다.

형사소송의 최종 ‘결과(結果)’만을 중시하는 입장에서는 고소나 고발이나 하급심 판결이 잘못되었더라도 최종적으로 무죄판결이 나기만 하면 문제는 없는 것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러나 영혼의 실족(失足)이라는 차원에서 본다면 형사절차의 시작과 진행으로 사람은 ‘새 덫(trap)’에 갇혀 지내게 되고, 이 고통은 새 덫에 갇힌 기간 내내 존속하며 최종적으로 그 사람이 참새구이가 되지 않았다고 해서 영혼의 고통이 없는 것처럼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어찌 되었든 무죄사건에서는, 한 소자(小子)가 이미 실족했거나, 거의 실족할 뻔 했습니다. 예수님은 연자 맷돌을 준비해 놓았다고 하셨습니다. ‘기소를 한 검사나 유죄판결을 한 판사나 태만하여 무죄판결을 받아내지 못한 변호사가 아무 걱정 없이 이 연자 맷돌을 피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상황입니다. 현실의 법률가로서 우리들 자신에게 이렇게 깐깐하게 굴고 싶지는 않지만, 이것은 ‘영혼의 무게’에 관한 문제입니다. 우리가 배운 세상의(secular) 형사재판 이론은 100명 중 2.5명의 실수는 ‘괜찮다’고, 10명 중 9명이 맞으면 1명이 실수는 ‘어쩔 수 없다’고 말하고, 우리도 심판하는 자인 법률가의 영혼과 심판받는 자인 피고인/피의자/의뢰인의 영혼을 1:1의 가치로 똑같은 무게로 달고 싶지는 않습니다. 그런데 예수님은 소자 “한 명”의 영혼의 무게를 법률가들의 영혼의 무게와 똑같이 달고 계십니다. 그 결과 이제는 피의자/피고인의 영혼뿐만 아니라, 우리 법률가들의 영혼이 위기에 처하게 되었습니다.

너무 극단적으로 빡빡하게 굴고 싶지는 않습니다만, 이것은 ‘무게’와 ‘가피(可避, 피할 수 있었던가)’의 문제입니다. 심판받는 자인 피의자/피고인/의뢰인의 영혼에 더 많은 무게를 인정하는 것과, 심판하는 자인 법률가들의 노력과 진지함의 한계를 변명하는 불가피(不可避)의 범위를 온당하게 줄이는 문제입니다. 1명의 소자라도 실족하면 하나님의 연자 맷돌을 돌리시겠다고 우리 법률가들을 협박하는 예수님이니, ‘만일 5명의 소자가 우리 법률가들의 손을 거쳐 실족하는 것’을 ‘4명만 실족하는 것’으로 만들어 오직 단 한 명이라도 실족하는 사람의 숫자를 줄인다면 예수님께서 상당한 칭찬을 주시지 않겠습니까?

이것은 여전히 법률가들에게 뭔가 무리하고 너무 부담스럽고 부당한 요구처럼 느껴질 수 있습니다. 여기에 대해서 예수님은 누가복음 12장 48절에서 “무릇 많이 받은 자에게는 많이 찾을 것이요 많이 맡은 자에게는 많이 달라 할 것이니라.”고 세상의 법률가들에게 반박을 하십니다. 로마서 13장에서 말한 것처럼 우리 법률가들이 세상에서 ‘하나님의 칼’을 위탁받았다면 그 칼의 무게를 감당해야 합니다. 감당하기 싫으면 그 칼을 놓아야 합니다. 의무를 감당하지 않고 권리만 행사할 수는 없으며, 대가를 치르지 않는 영광은 없습니다.

이렇게 자꾸 우리 법률가들 자신을 달래 보아도 뭔가 답답하고 뭔가 억울합니다. “아니 우리 법률가들도 하나님이 아니고 연약한 인간인데, 우리더러 세상의 재판을 하라고 위탁해 놓으시고 어떻게 사람이 하나님처럼 완벽하게 기소와 재판과 변론을 하기를 기대하시느냐?”고. “그럴 것 같으면 우리를 시키지 마시고 하나님이 직접 재판을 다 하셔야 하는 것 아니냐?”고.

이런 법률가들의 투덜거림과 답답함에 대해서, 하나님은 최후의 강력한 그리고 결정적인 타격을 주는 말씀을 준비해 놓으셨습니다. “너희 법률가들은 「세상 법정의 심판관」이 아니고 「하나님 나라 법정의 증인(證人)」이다. 너희는 이웃에 대하여 거짓증거하지 말라!”고.

  아. 처방(處方) : 법률가의 계명(誡命) - “너희는 이웃에 대하여 거짓증거하지 말라” 

(1) 제9계명의 정체는 무엇인가

십계명은 하나님이 하나님의 백성들에게 주신 10개조의 헌법입니다. 집으로 치면 불과 10개밖에 없는 기둥과 서까래에 해당하는 중심적 계명입니다. 한 계명 한 계명이 다 크고 깊고 넓고 높고 무겁습니다.

하나님 이외의 다른 신을 인정하지 말라는 제1계명은 하나님의 절대적 본질을 우리에게 계시하고(존재론), 하나님을 눈에 보이는 다른 형상으로 만들지 말라는 제2계명은 하나님의 성품을 다른 것을 덮어 씌어서 왜곡하지 말라는 우리 믿음의 기본원칙을 계시한 것입니다(인식론). 제3계명은 하나님의 거룩함을 욕보이지 말라는 것이고(실천론), 제4계명은 안식일을 지켜서 모든 사람과 동물과 자연의 복지를 도모하라는 것입니다(하나님의 사랑). 이렇게 하나님에 대한 4개의 계명은 하나님에 관한 존재론, 인식론, 실천론, 하나님의 사랑이라는 거대한 내용들을 담은 큰 기둥들입니다.

이웃을 사랑하라는 6개의 계명 중 부모를 공경하라는 제5계명은 위에서 아래로 내려오는 가족의 근본줄기를 다루고, 살인하지 말라는 제6계명은 하나님께서 주신 인간 생명의 존엄성과 폭력에 대한 반대를, 간음하지 말라는 제7계명은 최초의 인간관계인 수평적 부부관계의 거룩함을, 도둑질하지 말라는 제8계명은 사람들이 함께 먹고사는 세상의 경제질서의 근본을, 이웃의 것을 탐하지 말라는 제10계명은 이웃 간의 분쟁의 기본원리와 예방책을 다룹니다. 그러니까 제5계명과 제7계명으로는 수직적 수평적 가족관계가 다 커버되고, 제6계명으로 인간의 생명이, 제8계명으로 인간의 경제생활이, 제10계명으로 인간의 사회관계가 다 규정되는 커다란 기둥들입니다.

그런데 오직 제9계명만이 조금 이상합니다. ‘너희는 이웃에 대하여 거짓증거(證據)하지 말라(You shall not give false testimony against your neighbor).’ 우리의 일상적 상식과 문언적 해석에 의한다면 여기에서의 거짓증거는 「재판에서 증언대에 선 증인이 위증을 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재판(trial)에는 우선 적용할 법(law)이 있고 싸움을 할 법원(court)이 있고, 판단을 할 판사(judge)가 있고, 기소를 하는 검사(prosecutor)가 있고, 변호를 할 변호사(counsel)가 있고, 무엇보다도 싸움을 하는 당사자(parties)들이 있고, 그러고 나서야 사실을 뒷받침하는 증인(witness)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증인은 재판에 관해서 보더라도 판사, 검사, 변호사, 피고인의 뒤로 겨우 다섯 번째 차례 정도에 나오는 조연적 등장인물인데, 불과 10개의 핵심계명 중 하나가 이렇게 조연격인 ‘법정의 증인’에 대해서만 제공되다니, 민/형사 재판의 증인들로서는 하나님의 대접이 도무지 황공무지할 상황입니다. 그러나 아무래도 이상합니다. 다른9개의 계명은 모두 하나님과 인간의 전체 영역을 각각 십분의 일 토막씩 나눠가질 정도로 큰 영토를 가지고 있는데, 제9계명은 ‘재판의 증인’에게만 이 세상 전부의 십분의 일 영토를 주다니? 수범자(首範者, 규범의 적용을 받는 자)의 숫자도 너무 적고, 규범 적용의 범위도 너무 작고, 다른 계명들과는 전혀 균형이 맞지 않아서 도저히 납득할 수가 없습니다.

제9계명의 존재와 의미를 납득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이것을 ‘세상의 법정에서 이루어지는 재판(裁判)’ 전부를 다루는 계명으로 해석하는 것입니다. 이러면 비로소 제9계명이 납득이 됩니다. 이웃사랑의 여섯 계명은 세상의 영역을 ‘부모(제5계명) / 부부(제7계명) / 생명(제6계명) / 경제(제8계명) / 사회(제10계명) / 재판(제9계명)’으로 나누고 각각의 분야에 대한 핵심적 계명을 준 것입니다. 그리고 이 계명들은 각각 ‘하나님의 사랑을 지상에서 대행하는 부모(5)’ ‘하나님이 창조하신 생명(6)’ ‘하나님이 만들어 주신 돕는 배필(7)’ ‘하나님이 주신 자연과 물질(8)’ ‘하나님이 주신 사회(10)’ 그리고 ‘하나님의 심판을 지상에서 대행하는 재판(9)’으로 서로 아귀를 맞추어 하나님이 창조하시고 인간이 타락시킨 세상의 모든 영역을 6개의 분야로 다 포괄하여, 사람들이 살아가는 원칙을 제시한 6개 분야의 기본적 사회 헌법이 됩니다. 

(2) 법률가들이여, 이웃(피고인과 피해자)에 대하여 거짓증거(거짓심판)하지 말라!

그러므로 ‘하나님의 심판을 지상에서 대행하는 재판’에 관하여 계시된 제9계명 ‘너희는 이웃에 대하여 거짓증거 하지 말라!’는 명령의 수범자는 결코 증인(witness)에 국한되는 것이 아닙니다. 인간의 법정 전체, 그 중심에 자리한 법관, 그리고 검사, 변호사, 쌍방의 당사자들, 피고인 모두가 제9계명을 지켜야 하는 장본인이 되어 ‘이웃에 대하여 거짓증거를 하지 말아야 할’ 의무를 부담하는 것이고, 증인은 그 뒤를 따르게 됩니다.

이렇게 본다면, ‘세상의 법정’은 그 전체가 ‘하나님의 법정’에서 증언을 하는 중인이 되고, 심판 기능을 하는 법관과 검사는 그 증인단의 대표가 되며 변호사는 증인단의 그 다음 가는 구성원이 되는 셈입니다. 세상의 법정에서 검사가 하는 기소와 판사가 내리는 판결은 하나님의 법정에서는 심판자인 하나님에 대해서 사람의 대표가 진술하는 ‘이웃에 대한 증거’이고, 변호사와 당사자와 고소고발인들 모두가 세상의 법정에서 행하는 행위들은 세상 법정의 하나님에 대한 ‘증언’을 구성하는 일부분들이 됩니다.

(3) 세상 법정의 심판권자(법률가들)의 거짓증거(거짓심판)에 대한 하나님의 처벌

자! 이렇게 되면 상황이 거의 180도 달라집니다. 세상의 법정에서 선서하고 증언한 증인(witness)은 ‘거짓증거(위증)’을 하면 형법 제152조에 따라 5년 이하의 징역 1천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가차 없이 처해지게 됩니다. 그런데 세상의 법정에서는 잘못 판단(거짓증거)한 법관과 검찰과 변호사에 대해서는 일체 처벌규정이 없고, 죄를 졌다고 추궁하는 자도 없고, 검사나 판사나 변호사들도 자신이 죄를 졌다는 생각은 없이 그저 열심히 했지만 불가피한 실수나 의견차이가 발생한 것처럼 생각하고 그냥 평안하게 넘어갑니다.

그러나 하나님이 주신 성문헌법인 십계명 중 제9계명 ‘너희는 이웃에 대하여 거짓증거하지 말라’는 계명에 따라, 세상의 법정과 그 대표자인 법률가들은, 당당한 심판자가 아니라 위증죄의 처벌을 추궁 받아야 하는 ‘하나님 앞의 증인’ 신분으로 서게 됩니다.

세상의 법은 위증한 증인에게 징역 5년의 신체형을 준비해 놓고 있지만, 하나님의 법은 ‘이웃에 대하여 거짓증거(거짓판단)을 하여 소자(小子) 단 한명의 영혼을 실족(失足)케 한 법률가’들에 대하여 마가복음 9장 42절의 성문법으로 ‘연자 맷돌’ 형을 준비해 놓고 있습니다.

검사나 법관이나 변호사들은 자신을 세상의 법정에서 심판자의 자리에 앉아 사람들을 기소하고 판결하고 형을 집행하면서 처벌하는 ‘주인공’으로 생각합니다. 그러나 우리가 선 세상 법정은 하나님의 법정과 분리되거나 별개로 존재하는 것이 아닙니다. 하나님의 법정은 세상 법정과 동시에 존재하고 그리고 세상 법정의 앞과 뒤로 연결되어 영원히 세상 법정 전체를 품에 안고 세상 법정 전체를 하나님 법정의 증언대에 세워 놓고 있으며, 세상법정을 담당하는 증인(법률가)들이 ‘거짓 심판을 통해서 거짓 증거하는 행위’, 즉 지상의 심판권자들이 법과 재판의 이름으로 이웃을 해치고 소자를 실족케 하는 행위를 심판의 대상으로 쳐다보고 계신 것입니다. 즉, ‘세상 법정의 심판자’는 동일한 시간에 동일한 장소에서 그 심판 행위 전체를 가지고 ‘하나님 법정의 심판 대상’으로 서 있는 것입니다.

결국 법률가들은 우리를 법대 위에 있는 심판관이라고 생각했지만, 실제로 우리는 하나님의 법대 아래 있는 증인이고 하나님 앞에서 위증죄로 심판받아야 하는 피고인들인 것입니다.

‘세상 법정의 심판’은 ‘하나님 법정의 심판’의 현실적 일부분을 이룬다고 보아야 합니다. 세상의 형사절차에서 수사와 기소와 재판과 선고와 형 집행을 통해서 사람이 겪는 고통은 시편 1편 4절 5절의 ‘바람에 나는 겨와 같이 심판을 견디지 못하는’ 것의 가장 현실적인 모습을 보여줍니다. 저 세상에서의 심판을 우리는 믿지만 그 모습을 정확히 알지도 경험하지도 못했습니다. 그러므로 우리가 하는 세상 법정에서의 재판은 매우 심각한 하나님의 일이고 하나님의 심판 역사의 일부이고, 만일 우리가 법률가라는 이름으로 하나님의 심판을 그르치는 것은 ‘사소한 불가피한 세속적 실수나 의견차이’가 아니라 하나님 앞에서 법률가들이 스스로 피고인이 되어 정확하게 변론하고 설명하고 스스로 책임을 져야 하는 일이 될 것 같습니다.

그러니까 ‘세상 죄인들에 대한 하나님의 심판’보다 ‘세상 죄인들을 1차적으로 심판하는 법률가들에 대한 하나님의 심판’은 이중(二重)의 심판(‘심판하는 행위’에 대한 심판)이자 두 세트의 죄(‘법률가 본인의 죄’와 ‘타인을 심판하는 과정에서 범한 죄’)에 대한 심판이어서 더블 더더블로 무거워지는 것 같습니다. 조금 무섭지요. 그러나 법률가들이 심판하는 자리에 앉거나 그 옆에 서 있지 않으면 이런 무서운 일을 경험할 필요도 없습니다. 법관이든 검찰이든 변호사든 다른 권력의 자리에서 이웃을 판단하고 정죄하는 자리(오만한 자의 자리-시편 1편 1절)에 앉은 것이 근본적인 문제입니다. 권력이 크면 대가도 크고, 하나님은 많이 받은 자에게는 많이 찾으십니다(누가복음 12장 48절). 제9계명에 의해서, 법률가들은 세상 법정에서의 (심판권자로서의) 자유를 잃고, 하나님의 법정에 (증인으로) 매였습니다!

이제 법률가들은 하나님 법정의 이웃에 대하여 결코 실수로도 거짓증거하지 않기 위하여 고소/고발인들은 그냥 조심성 없이 타인을 고소·고발하지 말고, 무죄라는 확신이 안 간다고 대충 기소하지 말고, 피고인이 마음에 안 들어서 에라 유죄판결을 하거나 힘들고 귀찮아서 대충 변호하면 안 됩니다. 세상 법정의 형사절차에서 벌어지는 이웃에 대한 거짓증거에 대해서 법률가들이 하나님 앞에 ‘불가피했다’고 변명하는 것도 더 이상 쉽게 통할 것 같지는 않습니다.

(4) 거짓 증거(False Witness) = 사탄의 참소의 세계

‘거짓 증거’는 사람의 일상적 세계가 아니고, 거짓의 아비요 참소하는 자인 사탄의 세계입니다. “너희는 너희 아비 마귀에게서 났으니 너희 아비의 욕심을 너희도 행하고자 하느니라. 저는 처음부터 살인한 자요 진리가 그 속에 없으므로 진리에 서지 못하고 거짓을 말할 때마다 제 것으로 말하나니 이는 저가 거짓말장이요 거짓의 아비가 되었음이니라 (요한복음 8:44).” 세상 법정의 증인이 고의로 거짓증거를 하는 것은 명백한 악의 행동입니다.

하나님 법정의 증인인 법률가들이 대충 귀찮아서, 기분 내키는 대로, 애매해서, 어떻게 되나 두고 보려고, 법을 잘 몰라서, 또는 때로는 심판권자의 이익이나 고집을 관철시키려는 오기로, 거짓 심판(오기소, 오판, 오변론)을 하는 것은 하나님 앞에서 불가피한 행위가 아니고 거짓이요 참소요 악입니다. 법률가들은 여차 하면 ‘죄를 심판하는 의인의 자리’에서 ‘이웃을 참소하는 사탄의 지배를 따르는 죄인의 자리’로 전락하게 되는 것입니다. 

(5) 처방의 보완

이렇게 되고 보니, 우리가 법률가의 입장에서, 신앙적 형사재판 이론을 찾기 위해서 제9계명을 논한 것은, 병이 낫는 처방을 찾은 것이 아니고 마치 사약을 들이키게 된 것 같은 기분으로 느껴집니다. 세상의 심판권을 가진 법률가들이 의인의 자리에서 죄인의 자리로 추락하고, 심판하는 자의 자리에서 심판받는 자의 자리로 떨어졌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법률가들이 너무 겁내고 두려워만 할 필요는 없습니다. 시민들도 법률가들을 다 없애버릴 수도 없습니다. 법률가들이 거짓심판의 죄를 짓지 않도록 하는 처방약을 찾으면 됩니다. 우리가 성경에서 찾을 수 있는  ‘하나님을 경외하는 약’, ‘이웃을 사랑하는 약’, 그리고 ‘자기를 부인하는 약’, 이 세 가지 약은 법률가들에게 ‘거짓심판(거짓증거)하지 말라’는 주처방의 독성을 완화시킬 보완 처방약이 될 수 있습니다. 

우선 법률가들이 지금까지 하나님을 경외하지 않고 우리가 이 세상의 주인이라고 생각하고 지상에서는 누구한테 추궁 받을 것 같지가 않으니까 다소 방만한 기소와 재판과 변론을 했다면, 이제부터라도 제9계명을 알고 하나님을 경외하면서 삼가 형사재판 실무를 하면 ‘거짓 심판을 통한 거짓 증거’를 할 이유가 없을 것입니다. 과거에는 세속의 형사이론에 따라 기소나 판결 과정에서 ‘실수를 해도 되고, 실수해도 괜찮다’고 생각했으니까 잘못이 있었던 것이고, 이제는 신앙적 형사이론에 따라서 하나님 앞에서 ‘실수를 하면 안 되고, 실수하면 안 괜찮다’고 생각하면 거짓심판의 실수를 안 하게 될 것입니다. 이것이 법률가들에 대해서 세상의 심판자라고 자만하지 말고 겸손하게 ‘하나님을 경외하라’는 1차적인 처방약입니다.

다음으로 법률가들이 과거에는 피고소인이나 피의자나 의뢰인의 인생의 무게를 조금 가볍게 생각하고 이런저런 잘못을 했던 것이라면, 앞으로는 법률가들 앞에 있는 피해자와 피고인들의 한 사람 한 사람 모두 ‘예수님이 사랑하시는 소자 한 사람’인 것을 알고 최대한 그 운명과 영혼을 존중하고 가급적 실족시키는 일이 없도록 정색하고 노력을 하면  피해자/피의자/피고인으로 내 앞에 서 있는 이웃의 영혼을 실족시키는 일도 안 하게 될 것입니다. 이것은 법률가들에 대해서 냉담하고 가혹한 태도를 버리고 겸손하게 내 앞에 서 있는 ‘이웃을 사랑하라’는 2차적인 처방약입니다.

마지막으로는 검사나 판사나 변호사가 ‘자기의 출세욕이나 야망이나 여론의 공격을 회피하려는 생각이나 의뢰인에 대한 불성실’과 같이 ‘자기의 욕망’을 우선할 때에 ‘거짓 심판을 통한 거짓 증거’의 위험이 커지는 것이므로, 법률가들이 자기의 자리에 만족하거나 오만해 하지 않고 개인적이거나 집단적인 욕망을 자기의 직무에 앞세우지 않고, 삼가 진지하고 성실하게 그 직무를 행한다면, 본의 아니게 우리의 의뢰인과 피고인과 피의자를 참소하는 행동은 안 하게 될 것입니다. 이것이 법률가들에게 오히려 더 중요한 ‘자기를 부인하는’ 3차적인 처방약입니다.

이렇게 해서 법률가들이 ‘하나님의 법정에 대한 경외심’과 ‘이웃 사랑’과 ‘자기부인’으로 법률가들에게 맡겨진 달란트인 ‘하나님의 칼’을 잘 다루고 잘 행사하여 이 땅에 하나님의 공의가 온전히 움직이도록 하는 선한 역할을 최대한 수행하려고 노력하면, 하나님은 인상을 확 푸시고 그런 법률가들에게 흐드러지게 웃으시면서 “잘 하였도다 착하고 충성된 종아 네가 작은 일에 충성하였으매 내가 많은 것으로 네게 맡기리니 네 주인의 즐거움에 참예할찌어다 (마태복음25:21)”라고 즐거워하시고 하나님 나라의 기쁨을 만끽할 수 있게 해 주실 것입니다.  

3. 결 론  - ‘심판받는 사람들의 죄’와 ‘심판하는 사람들의 죄’

세상에는 ‘심판받는 사람들의 죄’가 있습니다. 다른 사람을 해친 사람들은 피해자의 신원(伸冤. 고통을 배상)하기 위하여 응당한 처벌을 받아야 합니다. 인류의 역사는 수천 년 동안의 재판 역사를 통해서, 어떤 것이 개인과 사회와 공동체에 대한 죄인지를 정하고 그 죄의 크기에 합당한 처벌을 정하고, 그러한 죄의 조사와 처벌과 심판을 담당한 사법제도를 만들고, 그 심판업무를 담당할 사람들로 법률 전문가들을  뽑아왔습니다. 성경은 우리에게 하나님 사랑의 첫째 계명만 요구한 것이 아니라 이웃 사랑의 둘째 계명도 요구하면서 구약에서는 모세율법으로 죄와 벌의 기본 형식을 신약에서는 예수님의 산상설교로 죄와 벌의 기본 정신을 제시하였습니다.

세상의 법관과 검찰과 경찰은 하나님의 칼(로마서 13장)로서, 사람이 사람에게 범하는 죄를 벌하고 사람이 사회를 혼란스럽게 하는 죄를 벌하고, 사람이 공동체를 무너뜨리는 죄를 벌합니다. 이것이 없으면, 피해자가 구원을 요청하여 갈 곳이 없고, 세상은 살인하고 도둑질하고 서로 해치는 일이 난무하는 무법천지가 될 것이므로, 지상에는 하나님의 심판권을 일부 대행하는 지상의 심판권자, 법관과 검찰과 경찰과 법률 전문가들이 필요합니다.

세상에는 ‘심판하는 사람들의 죄’가 존재합니다. (심판받는 자들의 죄를 벌하는) ‘심판하는 자들의 죄’는 인류의 오랜 역사를 통하여 고통스럽게 확인되어 왔고, 수많은 희생을 거치면서 심판하는 자들의 죄를 방지하기 위한 민주적 통제장치가 만들어져 왔습니다. ① 형사처벌의 법률규정이 있어야만 처벌이 가능하도록 한 죄형법정주의, ② 죄의 크기에 따라 형사처벌의 종류와 형량을 달리 하는 비례적 법정형주의, ③ 기소한 사람이 판결도 선고하는 ‘네 죄를 네가 알렸다’는 왕정시대의 원님재판(규문주의)을 극복하기 위하여 기소하는 사람(검사)와 판결하는 사람(법관)을 분리시킨 탄핵주의, ④ 고문을 통한 자백만으로 처벌할 수 없게 하고 자백을 뒷받침하는 보강증거를 요구하는 증거재판주의, ⑤ 단 한 번의 재판만으로 지상의 심판을 끝내지 아니하고 세 번의 재판을 통해서 억울한 유죄판결을 번복할 기회를 주는 삼심(三審) 제도 등은 모두 인류의 역사가 경험한 ‘심판하는 자의 죄’를 제한하려고 기를 써서 마련한, ‘심판하는 사람을 믿지 않는’ 제도들입니다.

기독교의 핵심 메시지는 모든 사람이 죄인이라는 것입니다(로마서 3:10 “기록된 바 의인은 없나니 하나도 없으며”). 이에 의하면 비기독교인도 죄인이지만 기독교인도 죄인이고, 심판받는 사람들도 죄인이지만 심판하는 사람들도 죄인입니다.  인간의 악은 심판받는 사람들의 죄를 통해서만 흘러가는 것이 아니라, 심판하는 사람들의 죄를 통해서도 흘러가고 증폭됩니다. 기독교의 성경은 창세기의 시작부터 ‘선과 악을 판단하는 나무의 과일을 먹는 것’을 인간의 첫 번째 죄로 명시하고 있습니다(창세기 2:16-17). 세상에서 심판하는 사람들은 세상에서 선과 악을 판단하는 자리에 놓여있습니다. 그것도 한 번 두 번이 아니고 다른 사람의 선과 악을 판단하는 일이 그 직업입니다. 세상에서 죄인을 처벌하는 사람들은 자신을 의인이라고 착각하기가 쉬워집니다. 지상에서 심판권을 행사하는 자리의 권세는 눈에 보이지 않는 신적 권위보다 더 강한 지상의 권위를 가지고 있다는 착각을 불러일으킬 수 있습니다.

선과 악을 판단하는 법률가들의 직업에는 이처럼 선악과의 독(毒)이 들어 있습니다. 법률가들이 이 선악과의 독을 잘 억누르고 절제하고 조심하면 하나님의 계명을 지키고 이웃 사랑의 질서를 유지하는 세상의 의사 역할을 해 나갈 수 있습니다. 그러나 법률가들은 선악과의 독을 스스로 억제하지 못하여 고의적으로 악용하거나 과실로 오용하면 자신도 해치고 타인도 해치고 세상도 해칠 수 있다는 커다란 위험을 알고, 지극히 조심하여야 합니다. 힘이 없는 사람들에게는 다른 사람을 해칠 힘도 약하지만, 힘이 강한 사람들에게는 다른 사람을 해칠 힘도 더욱 강합니다. 세상에서 행사하는 권한이 클수록, 그에 대한 책임은 더욱 엄중합니다. 지상의 심판권자인 법률가들은 기독교인이든 기독교인이 아니든 모두 ‘하나님의 심판을 받는 피고인’처럼 마음을 겸손히 해야만, ‘악을 벌하는 힘으로 악을 범하는 죄’를 피할 수 있습니다. 이것은 법률가들뿐만 아니라 정치인과 언론인과 종교인과 세상의 모든 권력 가진 사람들에게 마찬가지로 적용되는 원리입니다. 아마도 이것 때문에, 예수님은 2천 년 전 세상에서 선과 악을 판단하는 심판자의 자리를 취하지 않으시고, 오히려 지상의 심판권자들에 의해서 십자가 사형수로 심판받는 자의 자리를 취하셔서, ‘세상의 모든 권력 속에 들어있는 악(惡)’을 격렬하게 폭로하고 심판하셨던 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