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끊임없는 선택의 연속이다. 사람은 살아가면서 학교, 학원, 직업, 친구, 배우자를 선택하고 ‘ 어떻게 살 것인가? ’ 를 고민하면서 인생의 가치관을 선택하고 종교를 선택한다. 신림동 고시촌과 전국 25개 로스쿨에서 법학공부를 하고 있는 수많은 젊은이들은 법조인이 되기 위하여 사법고시공부와 변호사시험공부라는 선택을 하였고 학교강의실과 도서관과 시험장에서 오답이 아니라 정답을 선택하기 위해서 치열하게 공부하고 고민한다.
그러나 아무리 열심히 공부를 하고 오랜기간동안 피땀흘려 준비를 한다고 해도 마음먹은 대로 계획했던 원하는 시기에 사법고시나 변호사시험에 합격하는 사람은 드물다. 낙방의 횟수가 늘어감에 따라 누구나 한번쯤은 슬럼프에 빠져들고 좌절을 경험하게 된다. 어린 시절부터 대학교와 로스쿨을 졸업할 때까지 부모님의 따뜻한 보살핌 속에서 별다른 어려움 없이 지내오다가 사법고시 또는 변호사 시험공부를 하면서 처음으로 실패다운 실패를 맛보고 좌절과 절망을 경험하면서 인간의 한계와 연약함을 알게 된다. 그러한 인간의 절망과 한계상황 속에 처해 있을 때가 인생의 진정한 의미와 가치를 고민하고 인생의 정답을 발견하고 그 정답을 선택할 수 있는 가장 좋은 기회이다.
2. 필자는 고려대학교 법학과를 졸업한후 은행에 입사해서 은행원으로 일하다가 서른살 되던 해인 1996년에 사표를 내고 다시 사법고시공부를 시작하였다. 요즘도 그러하지만 그 당시에 은행은 많은 월급을 주었기에 사법고시에 응시하지 않는 법대졸업생들이 선호하는 직장이었다. 그러나 필자는 현실에 안주하는 것보다는 인생의 새로운 도전을 시도해보고 싶었고 3년정도만 열심히 공부하면 사법고시에 합격할 수 있을 것만 같은 자신감으로 기세좋게 사표를 던지고 신림동 고시촌으로 들어가 사법고시공부를 시작했다.
매일 새벽시간부터 시작해서 밤 12시까지 공부하고, 하루 30분정도 운동하는 시간외의 모든 시간을 공부에 쏟아부어 하루 평균 15시간, 일주일 평균 90시간이 넘게 열심히 고시공부를 했으나 4년 동안 연속해서 계속 1차 시험에 낙방했다. 필자는 그 당시에 야수의 심정으로 眼光(안광)이 紙背(지배)를 徹(뚫다)할 정도로 법서를 보며 공부를 했었다. 함께 공부하던 후배가 독서실 한쪽 구석에서 공부하는 나의 뒷모습을 보고 “원우형은 사람이 공부할 수 있는 최대한의 시간 이상을 공부한다. 원우형은 그야말로 짐승처럼 공부해...,”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렇게 열심히 고시준비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1996년부터 1999년도까지 4년째 연속해서 사법고시 1차 시험에 낙방했다. 그 사실을 확인한 후, 필자는 삶의 가장 밑바닥 상태에서 느낄수 있는 실패와 절망과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는 자의 처절한 고독을 경험했다. “그렇게 열심히 공부했었는데... 연속해서 4년째 낙방이라니....” 이렇게 절망속을 헤매이며 방황하고 있던 그 순간에, 갑자기 머리속에 섬광처럼 떠오르는 말씀이 있었다. “그리스도인의 생명력은 감사할 수 없는 조건 속에서 감사를 드리는 것에 있다.” 그것은 수년전의 어느 교회에서 들었던 목사님의 설교말씀이었다.
필자는 그 순간 그 자리에서 무릎을 꿇고 기도를 드렸다. “하나님! 제가 이렇게 4년째 시험에 낙방하여 절망가운데 있지만, 나를 구원해 주시고 하나님 자녀 삼아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앞으로 어떤 환경속에 있을지라도 하나님을 믿고 의지하며 감사를 드리겠습니다. 하나님께서 저를 인생의 실패자로 그냥 두지 않으시고 하나님의 때에 하나님의 방법으로 하나님의 선한 도구로 사용하여 주실 줄 믿고 감사기도를 드립니다.” 라고 기도했다. 그로부터 약 5개월정도 지난 후인 1999년 9월경 대법원 확정판결이 났다. 1997년에 실시되었던 제40회 사법시험 1차시험에서 네 문제가 복수정답이라는 판결이었고, 이로 인해 약 250여명의 1차시험 낙방생들이 구제되어 사법고시 2차 시험을 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
대한민국에서 고시가 시작된 이래 국가가 시험출제의 과실을 스스로 인정하고 낙방생들을 구제해 준 것은 역사상 초유의 일이었다. 인생의 절망가운데에서 드렸던 감사기도를 하나님께서 기쁘게 받으시고 필자에게 새로운 길을 열어주셨다는 확신이 들었다. 그 다음날부터 사법고시 2차 시험공부를 다시 시작하여 그야말로 짐승처럼 열심히 공부하였으나 2차 시험일을 보름정도 앞둔 시점에서 그동안 공부했던 내용이 하나도 기억나지 않고 머리속이 하얗게 비어 버리는 것을 경험했다. 또 다시 낙방에 대한 두려움 속에 떨면서 방황하고 있을 때에 교회에서 예배드리던 중에 목사님의 설교말씀을 통해서 큰 깨달음을 얻었다. “삶의 초점을 예수님의 비전에 맞추라 그리하면 삶속에서 놀라운 일을 이룰 수 있고 삶의 가능성의 길을 열어주신다.”
필자는 그날 밤에 간절하게 다음과 같은 기도를 드렸다. “하나님 ! 이 순간 저의 삶의 초점을 예수님의 비전에 맞추겠습니다. 저의 남은 인생은 상처받은 이웃들을 예수님의 마음으로 돕고 위로하는 삶을 살겠습니다. 법조인이 되기 위해 공부하고 있는 젊은 영혼들에게 예수님의 사랑을 전하고 복음으로 생명을 살리는 일에 헌신하겠습니다. 이 사법고시라는 강은 저의 힘으로는 도저히 건널 수 없사오니 하나님께서 저를 건너가게 하옵소서“ 라는 기도를 드렸다. 보름뒤에 생애 처음으로 성균관대학에서 치른 사법고시 2차 시험에 생동차로 합격하였다. “삶의 초점을 예수님의 비전에 맞추겠다.” 는 필자의 기도를 간절한 기도를 하나님께서 기쁘게 받으시고 은혜로 합격시켜주신 것이다.
3. 필자는 11년동안 서초동에서 변호사로 일하면서 수많은 사람들과 동료 법조인들을 만났다. 사법고시공부하는 기간동안 많이 실패하고 낙방하면서 인생의 쓴맛을 많이 경험한 사람일수록 법조인이 된 이후에 고통 중에 처해 있는 이웃들과 의뢰인들을 잘 돕고 잘 위로하는 삶을 살고 있는 것을 발견한다. 실패와 좌절과 고통의 기간을 직접 경험해본 사람만이 고통당하는 자들의 진정한 위로자가 될 수 있다. 인생길 고난의 용광로에서 인간의 연약함과 한계를 알게 되고 낮아짐과 겸손을 배운 자가 절대자이신 하나님을 만나 삶의 목표와 의미를 발견하게 된다면 고시공부기간중의 실패와 고난은 오히려 변장된 축복이라고 할 수 있다.
신림동 고시촌과 전국 25개 로스쿨에서 공부하고 있는 수많은 젊은이들이 법조인이 되기 위해 준비하는 기간 중에 고난의 용광로를 만나고 그 속에서 마음속 깊은 곳에 도사리고 있는 세속적인 욕심과 소영웅주의와 교만 등의 불순물들이 다 걸러지고 정금같이 고결한 사람이 되어 억을하고 상처받은 이웃들을 선한 사마리아인처럼 돕고 위로하는 진정한 위로자, 돕는 자로서의 삶을 살아가는 법조인으로 준비되기를 바란다.
필자는 신림동 고시촌 골방에서 고시공부하던 시절에 하나님 말씀안에서 인생의 참된 가치와 목적을 발견했다. 인생의 근본적이고 본질적인 존재의 이유와 목적은 이 땅에 하나님의 의와 영광과 사랑이 드러나게 하는 것이다. 그러한 목적에 따라 하나님의 말씀에 순종하며 살아갈 때에 삶 속에서 진정한 변화와 소명을 발견하며, 진정한 용기와 결단과 헌신의 삶을 살 수 있다. 나 자신의 뜻이 아니라 하나님의 뜻, 하나님의 영광을 위하여 나의 계획과 야망을 내려놓는 것, 그것이 인생에서 가장 지혜로운 선택이다. 하나님이 주시는 사랑의 능력을 덧입고 예수님의 마음으로 이웃을 위해 섬기고, 봉사하고, 희생할 때 이 땅에 하나님의 나라가 이루어질 것이다.
4.
기독변호사의 소명은 법조계의 죄악을 회개하고 법조계를 위해 중보기도하며 법조계의 주인이 예수 그리스도이심을 선포하고 성령님과 동행하는 삶을 통해 법조계 속에 하나님의 나라를 이루는 것이다. 기독변호사의 삶은 의뢰인과 이웃을 위한 상담자와 위로자인 동시에 친구가 되어주고, 때로는 중재자와 치유자로서 인내를 가지고 봉사하는 것이다. 억울한 이웃들의 고통과 탄식소리에 귀기울이고 상처와 분노와 좌절 속에서 신음하며 고통의 눈물을 흘리는 사람들의 눈물을 예수님의 마음으로 닦아주고 그들 곁에 서서 함께 울어주는 삶이다.
기독변호사의 소명에 충실한 삶을 살아감을 통해 선,후배, 동료법조인들에게 빛과 소금이 되고 희망과 용기를 주는 삶이다. 그러한 삶을 살아갈 수 있는 밑거름은 바로 자신의 불완전함과 한계와 연약함을 인식하고 절대자이신 하나님을 믿고 의지하고 하나님의 말씀과 그의 사랑안에 거하겠다고 결단하는 것에 있다. 하나님을 믿고 의지하게 되면 매일의 삶 속에서 항상 기뻐하고 늘 기도하고 범사에 감사하고, 성령 안에서 의와 평강과 희락을 누리며 살게 된다. 그리고 상처받은 이웃들을 돕고 위로할 수 있는 힘과 능력과 사랑을 매일 아침 공급받게 된다. 우리와 늘 함께 동행하시고 도우시는 하나님의 음성에 순종하고 겸손히 머리 숙일 때에 하나님께서는 이 땅과 이 나라 이 민족을 구원해 낼 수 있는 생명력을 허락하실 것이다.
필자는 앞으로 남은 인생은 억울한 사람들과 상처입은 이웃들을 하나님의 말씀과 예수님의 사랑으로 돕고 위로하고 그들의 권리를 법률로 되찾아주는 일을 하면서 하나님을 기쁘시게 하고 이웃을 유익하게 하는 기독변호사로 살아가기로 결단하였다. 묵상할 때마다 새로운 힘을 공급받게 되는 성경말씀을 뜨거운 가슴으로 소개하면서 글을 마치고자 한다.
한 알의 밀이 땅에 떨어져 죽지 아니하면 한 알 그대로 있고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느니라. (요한복음 12: 24)
* 이 저술의 저작권은 도서출판 아포리아에 있습니다. copyrights@aporia.co.kr ([태원우 칼럼] Aporia Reivew of Books, Vol.1, No.3, 2013년 11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