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치의 의미에 대해 사전적으로는 “사물이 지니고 있는 쓸모”, “대상이 인간과의 관계에 의하여 지니게 되는 중요성”, “인간의 욕구나 관심의 대상 또는 목표가 되는 진선미 따위의 총칭” 등으로 나온다. (네이버 국어사전)
이러한 의미 중에서 인간의 욕구의 궁극적 대상이나 목표가 되는 것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은 삶의 방식을 철저히 바꾸어 놓을 수 있는 중요한 부분이다. 흔히들 요즘 세상은 물질 만능시대라고 하는데, 이는 현대인의 삶의 목표가 물질(돈)을 추구하고 있다는 것을 빗대어 말하는 것이리라. 스스로 제어하지 않는 한 인간의 욕심은 무한대로 커지게 마련이다. 아무리 물질적으로 부유하다 하더라도 본인이 만족하지 않는다면 더 많은 물질을 가지길 원하며, 결국 타인의 소유를 탐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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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화하여 얘기하기는 어렵겠지만, 이러한 심리의 배후에는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도사리고 있다고 본다. 누구나 젊었을 때 부지런히 일하고 돈을 많이 벌어 노후에 편안하게 살고 싶다는 욕구를 가지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미래의 일은 누구도 예측할 수 없으며, 한때 잘 나가던 사람도 갑작스런 환경의 변화나 소비패턴에 따라 갑작스럽게 곤란한 지경에 빠지기도 하고, 물질적으로 매우 어렵던 사람이 본인의 노력이나 운이 따라주어 후일에 탄탄한 기반을 가지게 될 수도 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의 심리 속에는 어찌되었건 미래를 위해 (물질적으로) 준비해야 한다는 것이 불변의 진리처럼 각인되어 있다. 그리고 미래를 미리 준비하는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서 비교적 평탄한 노후를 보내게 되는 것도 일반적으로 예상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편안하고 평탄한 노후라는 것이 우리 삶의 진정한 목표일까? 즉, 우리가 진정으로 추구하는 가치일까 하는 궁극적 질문을 던져보자. 과연 우리는 Yes라고 고개를 끄덕이게 될 것인가? 하루를 살아도 가치 있는 삶을 사는 것과 백년을 살아도 별 가치 없이 사는 삶을 대비해 보자면 상당수는 앞에서와는 다른 결론에 도달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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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이제는 그저 관광자원이 되어버린 과거에 번영했던 대제국들의 유물들은 그 시대에 그토록 갈망하던 것들, 궁극의 가치들 중 과연 무엇이 아직까지 남아서 그 빛을 발하고 있는지 되돌아보게 한다. 우리가 그토록 갈망하는 지금 이순간의 것들에 대해 “장고한 시간의 흐름”이라는 관점에서 다시 생각해 본다면 무엇을 버리고 무엇을 택할 것인지가 보다 선명해질 수 있다. 즉 오랫동안 자신과 함께 할 것들, 그리고 후대에 남겨 기념할 만한 것들이 더 중요한 부분으로 다가올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궁극적으로 추구해야 할 것들에 대한 관점이 바뀔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페이스북이나, 카카오톡, 밴드 같은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가 인간의 교류방식을 획기적으로 바꾸어 놓고 있다. 오프라인과 온라인의 결합을 통해 과거에 비해 보다 더 친밀한 관계를 형성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주고 있다. 이러한 서비스가 나오게 된 배경도 궁극적으로 인간이 추구하는 가치가 무엇일까를 고민하는 와중에 나온 것이라 생각된다. 살아가면서 진정한 친구나 지인이 없다면 아무리 부유하고 많은 것을 소유하고 있다 하더라도 결국 외로움에 떨며 자신만의 세계에 갇혀 살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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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다양한 가치들 중 변함없이 계속 이어져 가는 것은 그 시대에 가장 필요로 하는 것들이다. 추상적 개념일수는 있지만, 사랑, 감사, 우정, 인내, 긍정, 희망과 같은 개념들은 어떤 시대와 어떤 지역을 막론하고 변함없이 중요한 가치로 인정받고 있는 것들이다. 한편 권력, 부, 명예 같은 개념들은 욕망이나 야망이 강한 사람들의 중요한 가치가 되곤 하지만, 권력을 잡고, 부를 이루고 명예를 얻은 후에는 허무의 세계를 방황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굳이 역사적 인물들을 거론하지 않더라도, 이러한 허무감은 누구나 쉽게 경험할 수 있는 부분이다. 직장을 위해 평생을 물불 가리지 않고 열심히 일하던 사람이 구조조정으로 인해 하루아침에 직장을 떠나야 하는 경우도 많다. 이때 가장 먼저 드는 생각은 내가 무엇을 위하여 자신을 이렇게 희생하며 살았을까 하는 후회감일 것이다. 그러나 그 내면을 자세히 들여다 보면 자신의 삶의 가치를 직장 내에서의 성공에 둔 사람일수록 그런 후회감을 느낄 가능성이 높다.
열심히 노동을 하는 것은 분명히 그 자체로서 가치 있는 일로 여겨진다. 이처럼 가치 있는 일을 했는데도 왜 후회하게 될까를 곰곰이 생각해보면, 결국 직장에서의 자신의 위치가 자신의 욕구를 충족시켜 주는 매개체였다는 점이 드러날 것이다. 하지만 일을 통해 자신의 능력이 개발되고, 서로에게 도움을 주고 인간적 사랑을 나누는 관계로 많은 사람들과 인연을 맺고, 가족을 돌보며, 성취감을 맛보게 해준 것은 다름 아닌 그 직장일 것이다.
이러한 감사의 마음을 가지고 직장생활을 지속한다면, 동료들이 하나의 자리를 놓고 혹은 더 좋은 성적을 받기 위해 경쟁하는 경쟁자라기 보다는 공동체의 일원으로, 나의 사랑하는 이웃으로 자리매김 될 것이다. 결국 궁극적 가치에 대한 생각의 작은 차이가 삶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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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경제적 관점에서 볼 때 현재의 가치와 미래의 가치는 차이가 있고, 현재의 가치는 미래의 가치보다 크다는 것이 일반적인 얘기이다. 이는 할인율이라고 하는 인플레이션 요인을 반영하기 때문이며, 다른 관점에서 보면 미래에는 불확실성이라는 위험요소가 있기 때문이다. 미래를 위해서 현재를 희생하는 것은 이처럼 경제적 관점에서 맞지 않는 얘기일 수 있다. 오늘 해야 할 일은 오늘 하라는 얘기도 일맥상통한다. 가치 있는 일에 지금 투자를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의미이다. 효도를 하고 싶으나 엄마가 벌써 떠나고 없는 청개구리 신세로 살아가지 않으려면, 부모가 살아계실 때 조금이라도 더 많은 시간을 같이 하고, 정을 나누는 게 도리일 것이다.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떨치고 지금 바로 여기에서 궁극적의 가치를 찾으며 살아가는 것이 후회 없이 자족할 수 있는 삶일 것 같다. 성경에는 공중의 새는 심지도 거두지도 않지만 하나님이 기르신다(마태복음 6:24, 누가복음 12:24)는 구절이 있다. 유명한 노래가사처럼 우리는 빈손으로 세상에 오지만 옷 하나는 건지고 세상을 뜨게 된다. 우리가 추구하는 세상의 가치란 이러한 것일지도 모른다. 아무리 고귀하고 좋은 가치라 하더라도 결국 마지막에 입고 갈 옷 한 벌로 귀결된다는 것. (그러므로 내일 일을 위하여 염려하지 말라. 내일 일은 내일 염려할 것이요, 한 날 괴로움은 그 날에 족하리라. 마태복음 6:34)
* 이 저술의 저작권은 도서출판 아포리아에 있습니다. copyrights@aporia.co.kr ([Otium Sanctum] Aporia Reivew of Books, Vol.1, No.4, 2013년 12월, 이재호, SK 이노베이션 글로벌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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