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흩어 구제하여도 더욱 부하게 되는 일이 있나니 과도히 아껴도 가난하게 될 뿐이니라. 구제를 좋아하는 자는 풍족하여 질 것이요 남을 윤택하게 하는 자는 자기도 윤택하여 지리라. ” [잠언 11장 24-25]
1. 임원 6시그마 대회 우승 이야기
2006년 회사에서 Mr.애니콜로 불리시던 기술총괄(CTO) L 부회장 소속의 전체 임원 전원을 대상으로 임원6시그마 경연대회가 있었다. 당시 상무였던 필자는 사람들의 예상을 완전히 뒤엎고 전체 우승을 차지 했는데, 그 전년도의 임원 6시그마 평가에서 총 10점 만점에 0점을 받아 전체 임원평가 10%를 고스란히 잃어버린 후 겨우 찾은 나만의 방법으로 정정당당하게 전체 우승하였기 때문에 주위 사람들이나 필자 스스로 생각해도 이상한(?) 일이 일어난 것이다.
당시 기술총괄 소속으로는 생산성기술팀이나 품질연구팀, 제품기술팀 등등 6시그마를 전문으로 연구하는 조직이 즐비한데, 콘텐츠마케팅으로 생소한 DSC라는 부서의 한 무명 임원이 6시그마 초보인데도 전체 우승을 한 것이다. 이 결과에 모두들 당황해 했었다.
우승의 비결은 바로 비대칭경영 기법을 사용한 것이다. 다른 사람이 쓰는 방식인 6시그마의 표준편차 줄이기가 아닌 오히려 표준편차 늘이기 기법을 사용하여 거꾸로 중심값을 상향시키는데 성공한 사례이다. 물론 필자의 문제해결 방법의 특이성과 발상의 전환을 높이 산 부회장님 이하 여러 심사임원들의 평가점수가 높게 나온 결과이지, 필자가 6시그마 최고의 전문가가 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해당분야 전문가나 오랫동안 하나의 과제를 연구하신 분들과의 대칭경영에서 필자가 이길 수 있는 방법은 Zero(0)에 가까웠다. 다행히도 그분 전문가들은 이론에 너무 강해서 실행이나 방법에 제한적이고 근원적인 한계를 같이 가지고 있는 것이 비전문가나 후발주자에게는 커다란 기회였던 것이다. 여기서 필자는 6시그마의 정답으로 알려진 도구인 표준편차 줄이기에서 벗어나 일의 본질인 중심값 상향이동이 쉽도록 오히려 표준편차를 늘이는 방법을 사용했다.
물론 이 표준편차 강제 확장으로 중심값을 옮기는 방법은 기존의 제조업이나 안정된 프로세스에서는 적용할 수가 없었다. 당시 제조업회사에서 처음으로 온라인게임을 시작했었고 던전앤파이터로 상당한 실험적 성과를 내던 필자가 담당하던 콘텐츠나 인터넷 서비스업에 적용이 제한적으로 사용이 가능했던 것으로 제조업이나 기존 임원들의 과제에서는 쓸 수 없는 방법이었다. 제조업 방식에서 다른 임원들은 당연히 표준편차를 줄이는 방법을 사용해야 했다.
이것은 마치 6.25 전쟁 때 맥아더 장군이 사용한 인천 상륙작전 같은 비대칭 전략이다. 인민군과 국군연합군은 재래무기로 무장한 대칭전쟁으로 낙동강 전선에서 대치하고 있었는데, 인민군은 인천 상륙작전 같은 전략을 쓸 필요도, 쓸 수 없었던 것과 같은 비유이다. 불리한 전쟁에선 맥아더만 가능한 전략이었다.
오늘 이야기하고자하는 주제는 대칭경영(對稱經營) 또는 대칭경쟁(對稱競爭)이다. 이것은 상대방과 같은 방법이나 같은 기술로 경합을 하지 않고, 약자나 후발자가 상대방과 다른 가치의 본질이나 새로운 가치를 찾아서 게임의 룰이나 판을 주도적으로 바꾸는 경쟁방식을 말한다. 요즘 유행하는 창조경제와 일맥이 통하는 전략이 아닐까 생각한다. 아마도 성경의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 대표적인 비대칭경영의 하나의 예라고 생각하면 될 것이다.
칼을 잘 쓰는 사람과 싸우기 위해 나도 칼 연습을 열심히 하여 상대와 대결하는 것은 대칭경영이고, 칼을 잘 쓰는 사람에게 칼을 쓰지 않고 빈손으로 설득하는 것은 비대칭경영이다. 싸움을 걸어오는 사람에게 싸움으로 대응하지 않고 위험을 무릅쓰고 본인의 무장을 해제하고 본질을 토론하여 설득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러한 방식이 비대칭 경영이다. 몰론 이러한 비대칭 경영은 한편으로는 대단히 위험한 전략이어서 나만의 충분한 준비와 훈련이 없이는 안된다. 상대방의 전략이나 무기에 일방적으로 당할 수 있고 당했을 때의 피해는 어느정도 미리 각오해야 하는 용기도 필요하다. 자칫 비대칭 방법으로 대응했다가 예선탈락이나 완패를 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2. 6시그마 그 장점과 치명적인 단점.
6시그마는 제조업 회사 근무자나 공학 출신자들은 익숙한 것이지만, 인문학적 배경의 독자들에게는 제목부터 다소 생소한 단어일 것이다. 한 마디로 설명을 듣는 것 조차도 부담스럽고 알고 싶지 않는 용어일 것이다. 그러나 문맥상 최소한의 이해를 하기 위해 6시그마가 일종의 품질향상 도구 또는 프로그램이라는 점만이라도 알아두면 좋을 것 같다.
한동안 우리나라 기업에서 유행처럼 번졌고 지금도 많은 기업들이 사용하고 있는 품질혁신과 고객만족 향상 달성을 위한 프로세스 방법이 6б(시그마)다. 공대 수업이나 통계학 수업에서만 들을 수 있었던 것을 1980년대 모토롤라가 기업에 도입하였고, 이후 GE에서 최적화하여 전세계 기업으로 퍼졌다가 요즘은 약간 주춤한 이론이다.
우선 б(시그마)는 통계척도인 시그마 곧, 중심값을 중심으로 얼마나 산포되어 있는지를 말하는 표준편차의 정도를 말하는데, 6시그마는 100만분의 3.4(3.4ppm, percent per million, 3.4%의 만분의 일)로 달성하는 것으로 환경적인 변동성을 고려하여 이론적인 실제오차인 백만개당 0.002개에서 현실적인 수치인 3.4개로 변환하여 사용하는데, 0.002 든 3.4개든 100만개 중 오차로 대단한 품질 지수임에 틀림이 없다. 6시그마는 99.9999%, 3시그마는 93.8%, 99%는 3.8시그마 이고, 80%는 2.34시그마 임을 감안할 때, 시그마 1레벨을 향상 시키는 것이 얼마나 어렵고 대단한 정확도와 품질보증인지 알 수 있다.
6시그마의 시작은 문제정의와 분석으로 시작하는데 6시그마의 요체는 중심값 주변에 산포되어 있는 표준편차 요소들을 분석해서 편차를 줄여서 결국은 중심값을 상향 시키거나 변동성을 줄이는데 있다. 그러나 이러한 이론은 절대적으로 옳은 방법이기는 하지만 그 목적에 대비하여 수단에 너무 제약이 많고 현실과 이론의 갭이 상당히 많이 발생하는다는 치명적이 헛점이 있다.
일례로 국내 모 기업에서 6시그마를 통한 개선효과가 전체 이익규모의4배가 넘었다는 발표를 보고 헛웃음이 나올 정도이다. 그래서 토요다는 6시그마 이론의 헛점을 보완한 간반 시스템으로 이론치와 실제치를 일치화 시키는 자체 방법을 정착시켜 왔고 국내의 많은 제조업 임원이나 간부들이 연수를 다녀오고 배워오기도 했다. 다만, 본질이 아닌 형식이나 모양만 배워온 회사나 간부가 더러 있어서 안타까울 때도 있었다.
만화가 이현세 화백의 천재와 싸워 이기는 방법으로 천재들과 절대로 정면 승부를 하지 말라고 말한다. 다시 말해서 천재들과는 대칭경영(경합)을 하지 말라는 이야기 이다.
필자가 가끔 만나 뵙는 문화계 거두 분들이 계신데 특이하게도 그분들은 필자한테는 대단하신 전문가들처럼 보이는데 막상 그분들과 대화해 보거나 강연을 들어보면 그분들이 느끼는 고민은 의외로 일반적인 경우가 많닸다. 일례로 만화가 이현세 화백의 고백을 들어 보자.
“살다 보면 꼭 한번은 재수가 좋든지 나쁘든지 천재를 만나게 된다. 대다수 우리들은 이 천재와 경쟁하다가 상처투성이가 되든지 아니면 자신의 길을 포기하게 된다. 그리고 평생 주눅들어 살거나 아니면 자신의 취미나 재능과는 상관없는 직업을 가지고 평생 못 가본 길에 대해서 동경하며 산다.”
많은 분들이 같은 경험을 했겠지만, 이렇게 자신의 분야에서 추월할 수 없는 천재를 만난다는 것은 좌절에 빠지거나 힘 빠지는 일임이 틀림이 없다.
“어릴 때 동네에서 그림에 대한 신동이 되고 학교에서 만화에 대한 재능을 인정받아 만화계에 입문해서 동료들을 만났을 때 내 재능은 도토리 키재기라는 것을 알았다. 그러다 그 중에 한두 명의 천재를 만났다. 나는 불면증에 시달릴 정도로 매일매일 날밤을 새우다시피 그림을 그리며 살았는데 그 친구는 한 달 내내 술만 마시고 있다가도 며칠 휘갈겨서 가져오는 원고로 내 원고를 휴지로 만들어버렸다. 나는 타고난 재능에 대해 원망도 해보고 이를 악물고 그 친구와 경쟁도 해봤지만 시간이 갈수록 내 상처만 커져갔다.”
그래서 이현세 화백은 새로운 학기가 열리면 이 '천재와 싸워 이기는 방법'을 학생들에게 꼭 강의한다고 한다. 그것은 고수들이나 천재들과 절대로 정면 승부를 하지 말라는 것이다. 천재를 만나면 먼저 보내주는 것이 상책이다. 그러면 상처를 입을 필요가 없다고 한다. 예술가의 지구력 비대칭 경영의 한 예이다.
“이처럼 천재를 먼저 보내놓고 10년이든 20년이든 나는 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하루하루를 꾸준히 걷다 보면 어느 날 멈춰버린 그 천재를 추월해서 지나가는 자신을 보게 된다. 산다는 것은 긴긴 세월에 걸쳐 하는 장거리 승부지 절대로 단거리 승부가 아니다.”
만화를 지망하는 학생들은 그림을 잘 그리고 싶어 한다. 그렇다면 매일매일 스케치북을 들고 10장의 크로키를 하면 된다고 한다. 이렇게 1년이면 3,500장을 그리게 되고 10년이면 35,000장을 그리게 되고 그 속에는 온갖 인간의 자세와 패션과 풍경이 생기고 자신만의 그림체계가 완성 된다는 것이다.
“가끔 지구력 있는 천재도 있다. 그런 천재는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축복이고 보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다. 그런 천재들은 너무나 많은 즐거움과 혜택을 우리에게 주고 우리들의 갈 길을 제시해준다. 나는 그런 천재들과 동시대를 산다는 것만 해도 가슴 벅차게 행복하다. 나 같은 사람은 그저 잠들기 전에 한 장의 그림만 더 그리면 된다. 해 지기 전에 딱 한 걸음만 더 걷다 보면 어느 날 내 자신이 바라던 모습과 만나게 될 것이다. 그것이 정상이든 산중턱이든 내가 원하는 것은 내가 바라던 만큼만 있으면 되는 것이다.”
그렇다. 한때 삼성전자는 휴대폰 업계에서 노키아라는 넘사벽(죽어도 넘지 못할 벽) 이 있었다. 세계 핸드폰시장에서 삼성전자가 점유율 10% 남짓일 때 노키아는 점유율 50%를 육박하며 도저히 따라 잡을 수 없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이젠 노키아는 저 멀리 처져 있다. 쳐진 정도가 아니라 주저 앉아 있다. 넘사벽을 넘은 것이다. 그것도 직접 경쟁이 아닌 다른 방법으로 해야 한다. 그러다 보면 그들은 스스로 쓰려지거나 멈추고 결국은 이기게 된다는 것이다. 장기전이나 다른 방법으로 본질에 접근하는 것이 바로 비대칭 경영이고 비대칭 전략이다.
3.당(唐)나라 조유의 반경(反經) 과 성경에서의 비대칭경영
당나라의 대학자이며 은둔자인 조유는 그의 저서 반경(反經) 이라는 책에서 만물이 정(正)과 반(反)의 상생을 이루어 진다고 역설하였다. 익히 잘 알고 있는 새옹지마(塞翁之馬)나 백가쟁명(百家爭鳴) 이라는 고사성어에서도 알 수 있듯이 반경은 이론보다는 실천적인 삶의 과정을 철학적으로 풀어낸 고서이다.
위로문학(?)과 금과옥조 같은 조언과 훈수가 난무한 이 시대에 ‘아름다운 옥으로 만든 배와 노는 강을 건너지 못한다. 금과 옥으로 만든 화살은 쏘지 못할 것’이라고 반경에서 조유가 말하고 있다. 세상사람들이 선배들의 조언이나 좋은 글은 그 속에 숨어 있는 이치를 깨닭지 못하고 인기검색어 한두 마디에 감동하고 따라하는데 이렇게 해서는 결코 제대로 된 실천을 할 수 없게 된다는 해석이다. 우리가 말로서 표현할 수 없는 것이 있고 상황은 늘 상대적이기 때문에 근본을 파악해야지 피상적인 나타남 만을 쫓아서는 안 된다고 하는 것이다.
우리가 어렸을 때부터 배우고 실생활에서 요긴하게 사용하고 있는 산수(또는 수학)는 대단히 대칭적인 사고 원리이다. 하나에 하나를 더하면 둘이 되고, 둘을 가지고 있다가 하나를 남에게 주면 나에겐 하나밖에 남지 않는다. 이러한 사고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더 큰 가치를 기본으로 양보하고 주는 비산수적인 사고체계가 필요하다. 신앙이나 철학, 예술 같은 인문학은 수학체계와는 전혀 다른 비대칭 사고 분야이다.
성경에서는 발견되는 비대칭 경영의 흔한 예를 찾아보면, 잠언은 재물에 대하여 이렇게 말한다. “흩어 구제하여도 더욱 부하게 되는 일이 있나니 과도히 아껴도 가난하게 될 뿐이니라. 구제를 좋아하는 자는 풍족하여 질 것이요 남을 윤택하게 하는 자는 자기도 윤택하여 지리라. ” 기존의 산수는 흩어 구제하면 내 것이 줄어들고 가난해 진다. 남이 윤택하면 나는 궁핍해 진다. 산수의 대칭원리는 전체의 수가 한정되어 있을 때이다. 대칭적인 가치에 갇히지 말고 좀더 풍요로운 세상의 가치를 발견하고 내 손안의 가치를 양보할 오히려 수 있을 때 더 큰 새로운 가치는 다시 채워진다.
4. 한겨울 부산 유엔국립묘지에 푸른 잔디를 심어라! 잔디와 보리의 공통점?
1953년 12월 동족 전쟁이 막 끝난 후 미국 아이젠하워 대통령이 부산 국제 유엔 묘지를 방문하였을 때의 에피소드가 전해진다. 12월의 겨울, 온통 눈으로 덮이고 묘지조성이 얼마 되지 않아서 잔디도 자라지 않고 벌거숭이 묘지를 미국의 대통령이 방문 하다고 하니 정부에 비상이 걸렸다. 대통령은 해당 장관을 불러 묘지에 잔디를 심도록 지시했고, 그 장관은 건설업을 하는 기업인들을 불러서 잔디를 심을 방법을 강구하지만 한겨울에 잔디가 있을리 만무하여 아무도 대답을 못하자 모 기업회장은 자기에게 맡겨 달라고 하고 결국 김해평야의 보리밭의 보리를 통째로 사서 묘지에다가 옮겼다는 예화가 전해진다. 결국 대통령이 원하던 것은 잔디 자체가 아니라 묘지의 푸르름이었고 다른 기업 회장들은 잔디(도구)에 초점을 맞춘 반면 그 회장님은 푸르름(목적)에 초점을 맞춘 것이다.
앞서서 6시그마 대회의 목적은 표준편차의 획기적인 줄임(도구)를 통하여 중심값을 안정되게 하거나 상향되게 하는 것이 목적이었는데 다른 6시그마 전문 임원들이 도구인 표준편차를 줄이는 연구발표를 한 반면, 필자는 던전앤파이터 라는 당사 투자 온라인게임의 실제 데이터를 이용하여 산포를 더 늘이어 아웃라이어를 많이 만든 다음 중심값을 상향(목적) 조정하는데 성공한 것이다. 모두가 표준편차를 줄일 때 필자는 표준편자를 늘여서 부정값을 없애고 능동값을 증가시켜 중심값을 쉽게 상향 할 수 있었다. 다른 임원들은 표준편차를 줄이는 것(도구)에는 성공했지만 오히려 그것 때문에 중심 값의 상향(목적)에 방해가 되었던 것이다.
다르게 생각하라, 다르게 접근하라. 금과 옥조 같은 좋은 훈수가 많다. 하지만 어떻게(How Come?) 가 항상 문제이다. 이제는 나만의 방법과 내 몸이 소화되는 도구를 찾아 본질인 목적에 접근할 때다. 그래야 새로운 가치 안에서 상대와 나 모두가 이길 수 있고 이기지 못하더라도 나만의 목표에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 이 저술의 저작권은 도서출판 아포리아에 있습니다. copyrights@aporia.co.kr ([Otium Sanctum] Aporia Review of Books, Vol.2, No.8, 2014년 8월, 권강현, 서강대 교수/전(前) 삼성전자 전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