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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5-07-26 22:33

요한 이야기 (4): 늦은 밤의 은밀한 이야기

글쓴이 : 아포리아

요한 이야기 (4): 늦은 밤의 은밀한 이야기

유다가 떠나가는 것을 지켜보는 예수님의 눈에는 눈물이 고였다. 그리고, 이제는 끝났다는 듯이 말한다.

“여러분들은 저와 함께 지내면서 인간답게 산다는 것이 무엇인지 보지 않았나요? 저와 함께 하는 하나님을 보지 않았나요? 우리가 참다운 인간이 될 때, 하나님이 사람들에게 온전히 드러날 거예요. 제가 평생 여러분 곁에 있을 수 없어요. 여러분들은 저를 그리워하겠지요. 하지만, 여러분은 제 길을 따라올 수 없답니다. 하지만, 서로의 마음에 공감하고, 서로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 보세요. 그 속에서 저와 맺은 관계가 떠오를 거예요. 우리가 서로를 온전히 이해하게 된다면, 그것이 정말 풍성한 삶이 아닐까요? 많은 사람들이 여러분의 관계를 부러워할 거예요. 예수와 함께 했던 사람들에게서 독특한 매력을 느끼게 되겠지요.”

베드로는 당황해서 말했다.

“예수님, 도대체 자꾸 어디로 가신다는 말인가요?”

예수님이 대답했다.

“여러분들이 제가 지금 가려는 길을 지금은 이해할 수도 없고, 따라올 수도 없어요. 하지만, 언젠가는 저와 같이 여러분만의 길을 걷게 될 거예요.”

베드로가 끼어들었다.

“왜 지금 따라올 수 없다고 말씀하세요? 저는 예수님을 위해서라면 죽음도 감수할 준비가 되어 있다는 것을 모르시나요?”

예수님이 쓸쓸하게 말했다.

“베드로야, 네가 지금 확신에 차서 그렇게 말할지 몰라. 하지만, 그렇게 장담하지는 말려무나. 막상 어두운 시기가 다가 오면, 네가 나를 부인하고 말 거야. 수탉이 울기 전에, 나를 부인하게 될 거야!”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도대체 어떤 일이 벌어지길래 예수님은 베드로조차 예수님을 부인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하는 것일까? 예수님은 침묵을 깨고 대화를 이어간다.

“제가 떠나가고, 여러분도 저를 배반하는 순간이 올 겁니다. 그 순간 너무 걱정하고, 자신을 학대하지 마세요. 제가 이렇게 떠나가면, 여러분이 항상 돌아갈 수 있는 따스한 집을 찾게 될 겁니다. 모두들 마음을 둘 곳을 찾지 못해서 방황하지요. 하지만, 제가 걸은 길은 여러분에게 참다운 집을 찾는 여정을 알려줄 겁니다.”

도마는 의아한 표정으로 질문했다.

“어디로 떠난다는 말씀이신지 이해하지 못하겠네요. 예수님이 떠나신다면, 어떻게 저희가 그 길을 스스로 찾아 나갈 수 있겠어요? 스승님이 없는 길에는 어두움만 남아있을 뿐이에요.”

예수님이 말씀하신다.

“저와 함께 하면서 무엇을 보았나요? 항상 진실함 속에서 머무르면, 하나님의 진리가 찾아오지 않던가요? 이렇게 진실함 속에 머무르면서 진리와 동행하는 것 외에는 다른 길은 없어요. 이런 길을 따라 가면 하나님을 경험하게 되지요. 여러분은 이미 하나님을 경험하고, 만나지 않았던가요?”

빌립은 부끄러운 듯이 말했다.

“예수님, 저는 아직 하나님을 만나지 못한 것 같아요. 어떻게 하면 하나님을 경험할 수 있을까요? 저는 하나님을 알 수 있다면, 여한이 없겠어요.”

예수님이 안타깝게 대답했다.

“빌립아, 나와 함께 있으면서 너는 무엇을 보았니? 내가 깊은 내면에서 하나님과 대화하고, 그분을 경험하며, 그분께 순종하면서 사는 것을 보지 않았니? 하나님을 저 멀리 하늘에서 찾고 있니? 하나님이 거창한 성공에 있다고 생각하니? 모두 어리석은 생각이란다. 네 마음을 열고 내 눈을 들여다보렴. 거기에 무엇이 보이니? 내 안에서 움직이는 하나님의 생명력이 보이지 않니? 하나님의 지혜와 사랑이 보이지 않니? 하나님을 경험할 수 있고, 그와 함께 하는 삶을 살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렴. 너희들도 나처럼 하나님과 함께 하는 풍족한 삶을 경험할 수 있단다. 내 삶이 왜 너희들의 삶과는 다를 것이라고 생각하니? 너희 삶도 내 삶과 다르지 않을 거란다. 마음에 있는 진실에 따라서 기도해보렴. 하나님께서 너희의 진실한 갈망을 들어주실 거야.”

아직도 뭔가 의문스럽다는 제자들을 향해서 다시 말을 이어나간다.

“여러분이 저와 나누었던 대화와 공감의 시간을 잊지 마세요. 여러분도 제가 그랬듯이 이웃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공감해주세요. 무엇보다 놀라운 사실은 성령이 여러분을 찾아온다는 것이지요. 하나님에 대해 마음을 닫은 사람들은 성령을 받아들일 수 없어요. 하지만, 여러분은 그분을 알아차릴 거예요. 하나님을 경험한 사람들에게 성령은 친숙한 분이니까요. 제가 여러분들을 버리고 간다고 생각하지 마세요. 우리가 잠시 이별하는 순간에 참담게 느껴질 거에요. 하지만, 우리는 새로운 차원에서 서로를 만나고, 경험하고, 대화하게 될 거예요. 여러분은 제가 다시 살아났다는 사실을 알게 될 거예요. 제가 하나님과 하나되듯이 여러분도 저와 하나되고, 하나님과 하나되는 놀라운 경험을 하게 될 겁니다. 여러분이 이웃과 공감하는 삶을 산다면, 저는 여러분이 저와의 특별한 만남을 기억한다고 생각할 거예요. 저와의 만남이 소중하기 때문에 이웃과의 만남도 소중하겠지요? 저도 여러분의 마음에 더 공감할 거예요.”

다른 제자가 대화에 끼어들었다.

“예수님은 왜 저희들에게만 속내를 비추세요? 더 많은 사람들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나눠서 좀더 공개적으로 활동하시는 것은 어떨까요?”

예수님이 이야기한다.

“친밀한 관계가 형성되어 있지 않은 사람들에게 말하면, 그 언어는 무의미한 울림이 되고 말아요. 저에게 공감하고, 마음을 나눈 사람들은 제 이야기를 마음으로 받아들이고, 저와 하나되는 경험을 공유하지요. 여러분은 그 과정에 하나님과 하나되는 신비한 경험을 하게 됩니다. 여러분은 제가 떠난 뒤에 깊은 여운이 있음에 놀라게 될 거예요. 그렇게 마음이 울리는 까닭은 바로 성령이 여러분의 마음을 만지고 있기 때문이지요. 사실 여러분에게 지금까지 숨겨둔 선물이 있답니다. 저와 같은 길을 걷는 사람은 놀라운 평화를 경험합니다. 저를 빼앗긴 상실감 때문에 우울증에 시달릴 까봐 두렵겠지요. 그 너머에는 놀라운 충족감, 풍요로움, 자유, 위로, 해방감이 기다리고 있어요. 당장은 불안하고, 당황스러울지 모르겠지요. 기다리세요. 평화가 여러분을 찾아올 겁니다. 저와의 헤어짐이 여러분의 축복이 될 거예요. 종교지도자들을 포함한 이 시대의 악이 저를 공격할 것이 분명해요. 하지만, 걱정하지 마세요. 제게 어떤 잘못이 있어서 그런 것이 아니니까요. 그렇다고 그 거대한 악에게 참된 힘이 있는 것도 아니에요. 하나님의 소명을 따라가는 사람이 경험하는 깊은 만족감을 건드릴 수는 없어요. 그것은 하나님과 함께 하는 사람의 비밀이니까요. 한 곳에 너무 오래 있었네요. 우리 자리를 옮길까요?”

제자들은 놀랐다. 결국, 예수님은 종교지도자들에 의해 죽임을 당할 것을 예견하고 계셨다. 예수님과 함께 자리를 옮겨서 걷는 동안 많은 생각이 스쳤다. 예수님이 떠난 뒤에 찾아오는 놀라운 경험이 무엇일까? 무엇이 예수님을 상실한 절망감을 채워줄 수 있다는 말인가? 엄습하는 두려움에 제자들은 더 이상 말을 꺼내지 못했다. 하나님과 함께 산다는 것, 참다운 인간으로 존재한다는 것, 마음과 마음이 이어지는 참다운 관계를 맺는 것을 알려주시는 분이 자신의 죽음을 예감하고 유언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 자리에 그대로 앉아 있기에는 분위기가 너무 무거웠다. 저녁 공기가 차가웠고, 제자들의 마음도 차가워졌다. 오로지 제자들에 대한 따스함과 안타까움을 간직한 예수님의 눈빛만 추운 밤공기에서 빛나고 있었다. 제자들의 마음을 알 수 없는 충격에 얼어붙고, 눈이 뿌옇게 흐려지는 것을 느꼈다. 이 저녁이 하염없이 심연으로 빠져드는 듯했다.

* 이 글에 대한 권한은 아포리아에 있습니다. copyrights@aporia.co.kr ([Otium Sanctum] Aporia Review of Books, Vol.3, No.8, 2015년 8월, 박현욱,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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