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갈릴리 호숫가는 인산인해를 이뤘다. 예수님이 왔다는 말에 너도나도 모여들었다. 그분이 최근 예루살렘에서 38년된 환자를 치료했다는 소문이 이곳 갈릴리까지 퍼지는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모든 사람들이 예수님에게 관심이 많았다. 그의 일거수일투족이 이야깃거리였다. 이 특별한 인물이 어떤 말을 하는지, 어떤 기적을 일으킬지 궁금했다. 예수님도 그 많은 인파에 놀랐다. 그들을 먹일 빵을 사는 일도 만만치 않아 보였다. 예수님이 머리가 비상한 빌립에게 말한다.

빌립이 대답한다.

다른 제자들이 영리한 빌립을 선망의 눈길로 바라보았다. 하지만, 예수님의 표정은 밝지 않았다. 그것은 예수님이 듣고 싶은 대답이 아니었다. 이때 베드로의 동생 안드레가 다가와 말한다.

다른 제자들은 무슨 헛소리를 하느냐는 눈치였다. 그런데 예수님은 어느새 미소를 짓고 있었다. 질문에 대한 해답은 상상할 수 없는 곳에 있었다. 작은 소년이 바치겠다고 내놓은 작은 음식이 거대한 인파가 먹을 엄청난 음식에 대한 해답이었던 것이다. 예수님은 이전부터 생각했다는 듯이 말한다.

갈릴리 호수의 햇빛이 찬란하게 빛났고, 초록의 잔디도 아름답게 펼쳐져 있었다. 수많은 사람들이 무리를 지어 앉는 것만으로도 거대한 장관이었다. 예수님은 조심스럽게 빵을 집어 올린다. 그리고 기도한다.

예수님은 제자들에게 말한다.

신비한 일이 벌어졌다. 우리는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 알지 못한다. 먹고 남은 음식물을 광주리에 모으니 열두 광주리에 가득 찼다. 소년의 헌신에 감동된 사람들이 자기만 먹으려고 가져온 음식을 나눠먹으려고 꺼내놓은 것일까? 아니면, 정말로 빵과 물고기가 늘어났을까? 어느 쪽이든 놀라운 기적이었고, 하나님의 기적이었다. 

예수님은 보잘것없는 것에 관심을 가진다. 우리가 보기에 사소하고 별볼일 없다고 무시하는 것이 결코 무가치한 것이 아니다. 예수님은 소년이 가진 물고기 두 마리와 빵 다섯 개가 수천 명을 먹일 거대한 음식이라고 말하고 있다. 아무리 작아도 그것을 진실된 마음으로 내어놓을 때, 기적이 시작된다.

이 사건으로 가장 많이 놀란 사람은 소년이었다. 이 세상에 작은 일은 없고, 사소한 것도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작은 일에 진심을 담아 행동하면, 우주적인 기적이 찾아온다는 것을 믿게 되었다. 작은 도시락을 나누겠다고 했을 때 모두들 비웃었다. 안드레 외에는 누구도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하지만, 작은 도시락을 나누겠다는 작은 결단은 너무도 큰 차이를 불러왔다. 그것은 배가의 기적, 나눔의 기적이었다.

그날의 기적에 매료되어 예수님을 왕으로 삼겠다는 군중들이 몰려들었다. 예수님은 그들을 뿌리치기라도 하듯이 어려운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예수님은 군중들이 좋아하고 알아들을만한 말을 하지 않았다. 그래서, 기적 때문에 예수님을 따랐던 대다수의 사람들이 예수님을 떠난다. 예수님에게서 빵을 얻어 먹고, 예수님이 왕이 되면 한자리 얻으려던 사람들이 떠나버린다. 이제 남은 제자들이 가야 할 길은 하나님을 알고, 경험하며, 그와 하나되는 것뿐이었다. 예수님은 진정한 기적이 빵을 얻고 권력을 얻는 길에 있지 않다고 말한다. 하나님을 경험하고 그와 하나되는 순간 진정한 기적이 찾아오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