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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3-06-28 17:37

누가를 그리워하며 1: 관찰자 이야기

글쓴이 : 아포리아

1.

누가(Luke)가 생각나는 시간 속에 살고 있다. 이유는 많지만, 무엇보다 누가가 신약 성서의 저자들 중 유일하게 이방인이었다는 사실 때문에 더욱 그러하다. 비록 많은 성경의 저자들이 유대인들을 포함한 이방인들에게 예수님의 말씀을 전하려고 노력했지만, 그들의 삶 속에 녹아져있던 ‘선택받은 민족’ (goy kadosh)이라는 태도는 그들이 전하는 말 속에 어쩔 수 없이 베여있다. 그러나 누가는 낮은 곳으로 내려온 예수님께 주목한다. 섬기는 분으로 오신 예수님의 모습, 누가는 이런 모습을 우리에게 전달하려 노력하는 것이다.

2.

신약성서에 등장하는 ‘이방인’(ethnos, ethne의 복수; 라틴어 gentilis, 족속 또는 부족이라는 의미)이라는 단어는 이미 선택받은 사람과 받지 못한 사람이라는 이분법적 사고를 전달한다. 실제로 영어의 ‘gentile’라는 단어의 어원인 라틴어의 gentilis가 '이방인'이라는 용어로 굳어진 것은 로마제국 이후의 일이다. 이전에는 모든 족속들에게 사용되었는데, 로마제국의 팽창으로 다른 부족들의 로마로의 유입이 확대되는 시점부터 ‘로마시민이 아닌 사람’이라는 의미를 갖게 되었다. 그리고 로마제국이 기독교를 공식적으로 승인한 이후, 기독교도가 아닌 사람들 또는 야만인들을 지칭하는 용어로 사용되었다.

이렇게 'gentilis'가 이방인이라는 의미를 전달하게 된 배경에는 기독교에 스며있는 유대이즘이 큰 영향을 끼친다. 예를 들면, 유대인들은 선택받지 못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goy’(goym 복수)라는 말을 일찍부터 사용했는데, 이스라엘인이 아닌 사람들을 아브라함의 자손이 아닌 사람들 혹은 신의 선택을 받지 못한 사람들이라고 부르는 과정에서 굳어진 말이다. 즉 유대인의 삶 속에 베여있던 선택받은 사람들로서의 자부심이 기독교인들에게도 전달된 것이다.

그러기에 최초로 기독교가 비유대인들에게 전파될 때, 유대인들은 어쩌면 자신들의 메시아사상을 가르치는 입장에 있었을지도 모른다. 가르치는 사람으로서의 시각, 그리고 그들을 설득함으로써 얻어지는 존경을 향유하는 입장에 있었을지도 모른다는 말이다.

3.

혹시 우리의 삶 속에도 이와 같은 사고가 스며들어있지는 않을까? 누가복음에서만 발견되는 ‘탕자의 비유’나 ‘착한 사마리아인의 비유’와 같이 가난하고 소외된 집단의 입장을 외면하지는 않는가?

그러기에 누가의 모습에서 진정 열린 마음을 가진 또 한 사람의 관찰자를 보게 된다. 그는 스스로를 숨기고, 기록자 또는 동행하는 사람이었을 뿐이라는 점을 전달하려고 무척이나 노력한다. 원어로 살펴보면 1장 1절은 “pragma plerophoreo en hemin” (things which are most surely believed among us," 즉 새 번역을 따르면 ‘우리 가운데서 일어난 일들에 대하여’가 적절한 번역이 된다. ‘사실’이 아니라, ‘우리가 일어났다고 믿고 있는 것’이라고 말함으로써 기록자의 입장에 서 있다는 것이다.

누구보다 더 확신하는 사람이었음에도, 관찰자의 입장에서 기술하려고 노력했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첫째, 성령의 운행하심을 믿는다는 것이다. 우리가 어떤 사람을 교화 또는 설득하려고 할 때, 우리는 ‘이것은 사실이다’고 말하려는 충동을 느낀다. 그러나 실제로 동일한 사실도 다르게 해석될 수 있다. 유대인들에게는 ‘예수님’은 메시아가 아니었으며, 주지하다시피 예수께서 귀신을 쫓아내실 때조차 유대의 지도자들은 ‘귀신이 귀신을 쫓았다’고까지 말하지 않았던가. 이것을 알게 되는 것은 곧 ‘성령의 힘’이며, 성령의 도움이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것을 차분하게 전달하고 있다.

둘째, 그가 ‘들은 사람’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즉 말하는 사람이 아니라 들은 사람이라는 것이 중요하다. 2절에서 말하듯 ‘우리에게 전하여 준 대로 엮어냈다’는 것이다. 원어로는 ‘pradiodomi’인데, 즉 ‘그들이 전하여준 바’를 강조하고 있다. ‘본 사람들(autoptes)’과 ‘가르쳐준 사람들(hyperetes)’이 본인이 아니라는 점을 밝힘으로써 ‘들은 사람’으로서 스스로의 위치를 확인시켜준다. 그는 관찰자이며, 또 수집가로서 자세를 견지하고자 한 것이다. 물론 이러한 행위는 ‘객관성’을 확보하려는 태도라기보다, 겸손과 겸양의 자세로 보이는 것이다.

하나님의 사도라는 명예를 선취하기보다, 늘 조력하고 도움을 주었던 사람으로 남고자했던 누가가 그리워지는 시대다. 얼마나 우리는 '성공'과 '지배'를 위해 달려왔던가. 얼마나 우리는 우리의 행복으로 다른 사람을 판단하는 입장에 있었던가. 이런 맥락에서, 누가가 바로 ‘누가복음 22:14절’에서 나타난 예수님의 말씀을 몸소 실천하던 사람이라고 말하는 것은 지나칠까.

* 이 저술의 저작권은 도서출판 아포리아에 있습니다. copyrights@aporia.co.kr ([Otium Sanctum] Aporia Reivew of Books, Vol.1, No.1, 2013년 9월, 아포리아 편집부, Diagog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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