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양에 물든 구름이나 낙엽과 조화를 이루는 화창한 가을하늘을 보면서 가끔 이 세상이 참으로 아름답구나 하는 느낌을 받는다. 한편 신문지상이나 뉴스를 통해 들려오는 사건과 사고는 이와는 반대로 세상이 너무 위험하고 부도덕하구나 하는 느낌도 갖게 된다. 과연 이 세상의 본 모습은 어떠했고 지금은 왜 이렇게 변하게 되었는지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창세기에 의하면 혼돈과 흑암 속에서 빛이 생겼고, 궁창 (하늘)이 만들어지고, 땅과 바다와 온갖 식물이, 그리고 해와 달과 별이, 이어서 물고기와 새를 창조하시고, 마지막에 온갖 뭍의 동물과 하나님 형상을 꼭 빼 닮은 인간을 창조하시고 안식을 취하신 것으로 나온다. (창세기 1장-2장)
그래서인지, 에덴동산에서 하나님과 함께 거닐던 순수한 아담과 하와가 하나님의 말씀을 거역한 그 결정적 순간은 엉뚱한 상상을 낳게 한다. 만일 뱀의 유혹을 하와가 물리쳤다면, 우리의 세상은 사건 사고가 없고 서로를 사랑하고 신뢰하며 날마다 기쁘게 살아가는 천국으로 이어져 왔을지도 모른다. 특히 세상의 혼돈과 무질서와 폭력의 순간들을 접하게 될 때, 우리가 꿈꾸게 되는 세상의 모습이 아마 그러할 것이다.
모든 죄의 근원은 인간이 창조된지 얼마 안되어 시작된 것으로 성경은 전하고 있다. 죄의 대가로 에덴에서 최초의 피조물들이 추방된 후에 발생한 카인의 범죄는 죄의 확대 재생산 과정으로 보여진다. 노아에 이르러서는 세상에 죄가 만연해져 하나님의 분노가 극에 달했음을 보여주는 대사건이 발생한다. 하지만 곧 하나님은 무지개 언약을 통해 새로운 세상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내신다. 이후 인간들은 번성하여 무리를 이루고, 교만의 표상인 바벨탑을 쌓다가 하나님의 분노를 다시 사게 된다. 무리가 흩어지고 언어가 흩어지게 되었다. 그 후에도 아브라함과 롯의 시대에 이르러 소돔과 고모라의 타락에 의한 하나님의 분노로 도시 전체가 파멸되는 아픔이 이어진다. 하나님 보시기에 좋은 세상이 더 이상 아닌 것이다.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지만 소돔과 고모라는 과거에 멸망해 버린 이름뿐인 도시가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인간의 죄성이 여지껏 이어오면서 세상 어느 곳에서든 탄생과 멸망을 거듭하는 도시인 것이다. 하지만 하나님의 인간에 대한 사랑은 성경 전체를 통해 계속 선포되고, 천국의 계단을 오르기 위한 조건들을 제시하신다. 죄의 본성에서 벗어나 참된 인간이 되라는 것이다. 참된 인간이 되기 위한 지침도 직접 주신다. 구약에서는 모세를 통해, 신약에서는 예수님을 통해서. 참된 인간이 되는 순간, 마음의 평화가 찾아오고 인간관계뿐 아니라 인간세상을 둘러싼 자연과도 조화로운 삶을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양평 두물머리 풍경]
[상암동 하늘공원의 억새]
한편 하나님이 인간에게 선사한 최고의 선물 중 하나로 아름다운 자연이 주는 경외감도 포함될 것 같다. 감탄의 함성을 자아내는 아름다운 풍경은 우리의 가슴에 각인되어 오랫동안 되새김질을 하게 한다. 연인과 함께 한 곳이라면 세월이 흐른 후 추억여행을 통해 다시 그 시절로 돌아가 보게 될 것이다. 하나님이 보시기에 좋은 세상은 인간의 눈으로 봐도 좋을 수 밖에 없지 않겠는가? 이를 일깨워 주기 위해서 아름다운 자연을 우리에게 주셨을지도 모른다. 아름다운 자연을 순수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순간은 비록 잠시일지라도 자신을 돌아보게 되고 자신의 때묻지 않은 순수성을 확인해 보는 시간이 되곤 한다. 세상의 찌든 때를 벗기는 시간이요, 빈 영혼을 충전하는 시간이 되는 것이다. 이제 아름다운 자연의 세계로 나아가 하나님이 창조한 이 세상을 온전히 느껴보자. 조금이라도 참된 인간에 가까워지기 위하여.
"여호와 하나님이 동방의 에덴에 동산을 창설하시고 그 지으신 사람을 거기 두시고." (창세기 2장 8절)
* 이 저술의 저작권은 도서출판 아포리아에 있습니다. copyrights@aporia.co.kr ([Otium Sanctum] Aporia Reivew of Books, Vol.1, No.3, 2013년 11월, 이재호, SK 이노베이션 글로벌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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