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고등학교를 졸업한지 20년이 지나면 옛 은사들을 모시고 졸업 20주년 기념 동창회를 갖는 경우가 많다.나도 피끓는 청춘을 보낸 시절이었던 만큼 옛 친구들이 그립고, 또 어떤 모습으로 살아왔을까 궁금한 마음에 필자도 설레이는 마음으로 참석하였다. 

같은 반 친구들끼리 옹기종기 모여 살아온 삶의 궤적들을 나누느라 시간가는 줄도 모르고 얘기 꽃을 피웠다. 세상의 관점에서 성공은 역시 부에 관한 것이 제일 큰 몫을 차지하는 것 같았다. 학교 다닐 때야 성공의 기준이 공부를 잘하는 것이었겠지만, 20년이 지난 후의 삶의 과정들을 평가할 때 그래서 어떻게 되었는지가 더 궁금한 건 사실이다. 

소위 ‘공부의 세계’에서 상위권 학생들은 전반적으로 좋은 대학을 나와서 평범한 직장인들이 되어 있었고, 하위권 학생들은 뜻밖에도 이런 저런 사업을 통해 큰 부를 이룬 경우가 꽤 있었다. 이런 상황을 곰곰히 곱씹어 보면, 사람들은 누구나 자신만의 달란트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다시금 인식하게 된다. 그래서 세상은 공평하다고들 한다. 

당시 상위권 학생들은 부모님은 물론이고 동네 아주머니들과 학교 선생님들의 사랑을 얼마나 많이 받았을 것인가? 그리고 하위권 학생들은 숱한 핍박(?) 속에서 생존의 법칙을 깨우치느라 얼마나 힘이 들었을까? 이제 와서 하는 얘기이겠지만 그때 그들은 자신 속에 감추어진 소중한 씨앗을 알지 못했을 것이다. 20년 후 자신이 어떠한 사람이 되어 있을 것이라는 것을. 

[서서울 호수공원에서] 한때는 저들도 작은 씨앗이었다.

2.

이 부분은 또한 현재의 자신에게도 던져볼 만한 질문이라고 생각한다. 산전수전 다 겪고 중년을 살아가는 사람들 조차도 자신 속에 숨겨진 소중한 씨앗을 발견하지 못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를 인식하는 순간 정말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말이 가슴 속에 깊이 새겨질 수 있다. 

어디선가 들은 얘기이지만 일본의 어떤 노신사가 60대가 되어 직장생활을 마감한 후 뭔가 노년을 뜻 깊게 보내고 싶은 마음에 스페인어를 처음으로 공부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10년을 공부한 후 70대가 되자 브라질(?)에서 어떤 강연에 초대되어 스페인어로 일장 연설을 했다고 한다. 

자신 속에 숨어있는 달란트를 찾는 작업은 최소한 자신의 삶을 독립적으로 살아가기 위해서는 항시적으로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소중한 씨앗을 꺼내어 심고 물과 비료를 주어 잘 키워나가는 과정도 중요하다. 살아가다 보면 자신도 모르는 자신 속의 달란트를 끄집어 낼 기회가 찾아오는 경우가 많이 있다. 그때 “아! 내가 이런 달란트가 있었구나”라고 긍정적인 생각을 하는 순간 그 달란트는 세상 밖으로 나오게 된다. 그리고 이런 달란트를 사람들과 나누고 싶다는 생각과 실제로 나눌 수 있는 용기를 가지면, 나의 달란트는 더욱 성장하고 언젠가는 꽃을 피우게 된다. 일본의 저 노신사처럼.

삶의 모든 과정은 늘 새로운 도전의 시간들이다. 우리가 일어나 걷기까지 아기들은 3천번의 도전과 실패를 겪는다고 한다. 수억 분의 일의 확률로 세상에 태어나는 것도 기적이지만, 우리가 이처럼 도전적으로 어린 시절을 보냈다는 것은 더 믿기 어려운 일이다. 아기들은 자신 속에 숨어 있는 달란트를 꺼내기 위해 무모에 가까운 도전을 하는 것이다. 그래서 요즘 아기들을 보면 마냥 귀엽지만은 않다. 불굴의 의지를 가진 인간들이라는 생각에.

[이화마을의 벽화] 우리 속에 숨겨진 씨앗은?

3.

한 달란트는 20~40 kg에 해당하는 옛 질량단위로 로마시대에는 32.3kg에 해당하는 무게라고 한다. (Wikipedia) 성서에서도 화폐의 단위 개념으로 달란트가 많이 나온다. 신약에서는 달란트 비유를 통해 하나님이 맡긴 재능을 잘 가꾸어 열매를 맺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마태복음25:14-28) 달란트를 땅에 감추어 둔 종은 악하고 게으르다고 평가 받았다. 그 종이 달란트를 땅에 감춘 것은 두려움 때문이었다. 아마도 사업수완이 부족해서 맡긴 돈을 까먹을까봐 두려웠을 것 같다. 그가 저 아기의 무모한 도전정신을 한번이라도 생각했다면 두려움을 조금이라도 극복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처럼 새로운 도전에는 항상 두려움이 뒤따른다. 하지만 그러한 두려움을 극복한 뒤에 얻는 상급 또한 있는 것이다.

하나님이 사람에게 심어 둔 소중한 씨앗을 ‘찾아서’, ‘꺼내고’, ‘싹을 틔워 가는’ 하루 하루를 살아갔으면 하는 바램으로 글을 맺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