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쉰다’라는 말은 일거리가 없어서 놀고 있는 경우와 바쁜 와중에 짬을 내어 휴식을 취한다는 서로 상반된 이중적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이 글은 후자에 관한 글이다.

야호~ 내일부터 휴가다!

사회생활 초반에는 연휴나 휴가철을 맞을 때면 마음이 참 가볍고 묵은 체증이 일거에 다 내려가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을 것이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이런 느낌이 들기 시작하는 순간이 온다.  

어휴~ 내일부터 휴가네!

돈은 없고, 할 일은 많고, 벌려 놓은 일은 마무리 안되고… 이런 상황이라면 휴가가 오히려 부담으로 다가올 수도 있다. 집안에 수험생이라도 있다면 뭔가 색다른 휴가를 보내야 할 지도 모른다. 

필자도 여름휴가를 맞아 기왕 쉬는 거 잘 쉬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잘 쉰다는 것이 무엇인지 살짝 고민이 되었다. 조용한 곳에서 모자란 잠이나 더 자고 푹 쉬는 게 잘 쉬는 것인가? 아니면, 육체적으로 쉬지는 못하더라도 뭔가 의미 있는 일을 하는 것이 잘 쉬는 것인가? 나이가 들어갈수록 체력의 한계로 조용히 쉬는 쪽을 선호하게 된다. 그러나 어떠한 연유든 마음이 평안하지 않다면 쉬는 것도 쉬는 것이 아니다. 차라리 일하는 편이 나을지도 모른다. 결국 쉼을 통해 육체적 피로회복뿐 아니라 정신적 심리적 평안을 느낄 때 비로서 잘 쉬었다는 느낌이 들 것이다. 

사람들은 휴가를 다녀와서 재충전 혹은 리프레쉬(Refresh)하고 왔다는 표현을 많이 사용한다. 신선한 무엇인가를 마음 속에 다시 채웠다는 의미인데, 단순히 놀고 먹는 휴가를 보낸 것이 아니라 뭔가 인상적인 혹은 가치 있는 경험을 했다는 것을 내포하고 있다. 삶에 대한 재해석을 했을 수도 있다. 이러한 인상이나 경험은 자신의 삶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게 해준다. 쉼표를 통해 그전의 악보와 이후의 악보가 부드럽게 연결되는 것처럼, 쉼은 우리 삶의 순간순간들을 분리시키면서 또한 연결한다. 즉 쉰다는 것은 삶의 불연속 점이자 새로운 삶의 출발점이 되는 것이다. 잘 쉰다는 것은 새로운 삶을 맞이할 준비를 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DDP] 삶의 악보에는 쉼표가 있다.

한동안 한국사회는 쉼 없이 질주하는 기관차 같았다. 하지만 요즈음은 ‘삶의 질’, ‘일과 생활의 균형’ 같은 화두들이 한국사회의 지배적 가치로 자리매김해 가고 있다. 쉰다는 의미도 이에 따라 바뀌어가고 있는 듯하다. 휴가를 앞두고 업무가 밀려서 마음이 불편하거나, 심지어 휴가를 취소하는 경우도 많이 있다. 일이 생활에 우선하는 경우이다. 물론 새해 초반부터 하계휴가 계획을 짜서 저렴한 항공권을 미리 예약하고, 6개월간 설레는 마음으로 휴가철이 오기를 손꼽아 기다리는 사람도 많다. 휴가기간이 다가올수록 업무 보다는 여행 생각에 마음이 점점 콩밭으로 달아난다. 일보다는 생활의 균형에 방점이 찍혀있는 경우라고 할 것이다. 이러한 두 부류의 사람들이 한 사무실에서 자연스럽게 공존하는 것이 한국사회의 현주소요, 변화된 모습이다. 어찌되었건 우리는 쉼을 통해 삶의 질을 한층 높일 수 있다. 쉬는 기간을 활용하여 무엇인가 자신에게 부족한 부분을 채울 수 있기 때문이다. 그것이 육체적 휴식이든, 지적 갈증이든 간에.   

                                                      [남이섬] 나를 채우는 시간, 쉼

   

쉼은 가뭄을 해소하는 단비와 같다. 

일년 사시사철 쉼 없이 일해야 한다고 생각해보면 쉰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깨닫게 된다. 많은 사람들이 바쁜 일상으로 인해 가족간의 소통이 많이 부족한 것도 슬픈 현실이다. 간만에 조용한 곳에서 가족들과 함께 식탁에 둘러앉아 즐거운 잡담을 하는 것 만으로도 행복지수는 많이 올라간다. 여유로움은 서로의 마음을 열어준다. 쉼은 그 매개체이다. 열린 대화를 통해 가족들은 서로의 사랑을 다시금 확인할 수 있으며, 서로의 삶에 대한 깊은 공감과 조원을 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메마른 가정에 대화의 단비가 내리면 행복이 싹튼다. 행복을 가져다 주는 쉼 또한 멋진 쉼이리라.  

                                                  [쁘띠 프랑스] 쉼, 대화의 시간

결국 편안한 마음으로 새로운 삶을 위해 자신을 재충전하고 더불어 가족들과 못다한 대화를 나누는 것이 잘 쉬는 것이라는 평범한 결론에 도달하였다. 이제 남은 휴가는 이렇게 보내리라 다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