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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3-11-17 15:50

누가를 그리워하며 (11): 전대와 칼

글쓴이 : 아포리아

누가를 그리워하며 (11): 전대와 칼

“이르시되 이제는 전대 있는 자는 가질 것이요. 배낭도 그리하고, 검 없는 자는 겉옷을 팔아 살지어다.” (누가복음 22:36)

누가복음을 읽으면서 이 구절만큼 이해하기 힘든 곳이 있을까 싶다. 신학적 지식이 일천해서 그럴 수도 있겠지만, 예수님께서 제자들과의 마지막 만찬을 마치고 난 뒤에, 왜 ‘돈주머니를 차고, 칼을 준비하라.’고 당부하셨을까 도무지 이해를 할 수 없다. 만약 유대인 지도자들과의 싸움을 준비하라고 하셨다면, 제자들이 “여기 검 둘이 있나이다.”라고 했을 때 “족하다.”하셨을 리 만무했을 것이다(누가복음 22:38). 그리고 예수님께서 대제사장들과 장로들이 보낸 사람들에게 붙잡히실 때 베드로가 칼을 빼어 휘두르자, “칼을 가지는 자는 다 칼로 망한다.”고 베드로에게 경고하시지 않았는가 말이다(마태복음 26:52).

혹자는 예수님께서 하신 이 말씀을 영적 전쟁처럼 말하기도 한다. 예수님께서 “내가 세상에 화평을 주려고 온 줄로 아느냐. 내가 너희에게 이르노니 아니라 도리어 분쟁하게 하려함이로다.”고 하신 말씀을 떠 올린다(누가복음 12:51). 즉 “분쟁”(diamerismos)을 마태복음에서 거론하신 “검”(machaira)와 동일시하고(마태복음 10:34), 누가복음에서 말씀하신 ‘검’의 의미를 하나의 비유로 받아들인 것이다. 실제로 “겉옷”(himation)이 의미하는 바는 다기하다. 오랫동안 스스로를 보호해온 것이기도 하고, 다른 귀한 것을 취하기 위해 내어 놓는 것이기도 하다. 그러기에 성경은 많은 사람들이 앞을 보지 못한 맹인처럼 예수님을 만나기 위해 ‘겉옷’을 버려두었다고 기록하고 있다(마가복음 11:51).

그럼 예수님께서 누가복음에서 하신 위의 말씀은 당신께서 십자가에서 돌아가신 이후의 제자들이 겪을 고난, 그리고 이런 고난을 이겨내는 방법으로써 ‘영적 전쟁’을 언급하신 것일까? 그렇다면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전대’(ballantion)는 무엇을 말씀하시는 것일까? 이제부터는 예수님께서 함께 동행을 하시지 못하시니, 제자들이 스스로 노동하여 최소한의 생존을 위한 돈벌이가 필요하다는 말씀을 하신 것일까? 칠십 인의 제자를 세워 보내실 때, “전대나 배낭이나 신발을 가지지 말라.”고 당부하신 것은 예수님이 함께 계셨을 때에만 유효한 가르치심일까?(누가복음 10:4) 사도 바울처럼 “천막”을 만드는 일을 하면서, 예수님의 말씀을 전 세계 구석까지 전하라는 ‘제자도’의 모범을 가르쳐주신 것일까?(사도행전 18:3)

2.
베드로는 예수님께 두 번의 ‘부르심’을 받는다. 본회퍼(Dietrich Bonhoeffer) 목사의 해석처럼, 한 번은 예수님께서 세상에서 말씀을 전하실 때에, 다른 한 번은 예수님께서 부활하시고 난 뒤 베드로를 찾아가셨을 때다.

첫 번째 부르심을 받을 때, 베드로의 삶은 이전과 크게 다를 바가 없었다. 비록 예수님께서 부르시자 단 한 번의 주저함도 없이 하던 일을 그만두고 예수님을 따랐지만, 베드로에게는 본회퍼 목사가 말하는 ‘값비싼 은혜’를 받을 마음의 준비는 없었던 것 같다. 그래서인지 예수님도 이런 베드로에게 큰 부담을 주려고하지 않으셨다. 왜냐하면 예수님께서 베드로를 처음 부르실 때, 모든 것을 버리고 ‘나를 따르라!’(akoloutheo)고 말씀하시지 않으셨기 때문이다. 오히려 이렇게 ‘모든 것을 버리고 예수님을 따랐다.’고 말한 사람은 베드로였다(마가복음 10:28). 그리고 예수님께서 ‘제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라오라’(akoloutheo moi)라고 말씀하셨을 때조차도, 베드로의 삶이 하나님의 은혜에 비싼 값을 치룰 준비가 된 것은 아니었던 것 같다. 왜냐하면 예수님께서 ‘그리스도’라는 것을 알면서도, 그분의 구원의 계획에는 관심이 없는 옛 사람의 마음만 가득했기 때문이다(마태복음 16:24).

이방인 누가는 이런 베드로를 좀 더 관대한 눈으로 바라본다. 첫 번째 부르심에도 베드로가 그 누구보다 ‘하나님께서 주신 은혜’를 뼈저리게 느끼는 인간으로 나오기 때문이다. 누가는 베드로가 예수님께 첫 번째 부르심을 받을 때, “주여 나를 떠나소서. 나는 죄인이로소이다.”했다고 기록한다(누가복음 5:8). ‘죄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사람’(hamartolos aner), 즉 자연적 욕구에 의지하며 살아가는 사람이라는 고백을 할 줄 아는 인물이었음을 강조하는 것이다. 어쩌면 사도 베드로의 행적을 보고 들은 사람이었기에 그의 신실함을 부각시키고 싶었을지도 모르고, 어쩌면 인간적 흠결에 대해 보다 따뜻한 시각을 가졌을지도 모를 일이다. 다만 예수님께서 베드로에게 ‘두려워 말라.’(phobeo me)고 위로하신 것에서 보듯(누가복음 5:10), 누가는 베드로의 고백이 여전히 인간적 고뇌에서 비롯된 것임을 부인하지 않았던 것 같다.

이렇게 볼 때, 두 번째 부르심에 대한 베드로의 태도에 다시금 관심이 갈 수밖에 없다. 일단 베드로는 자기 성격대로 매우 솔직하고 화끈하게 예수님을 만나러 간다. “주님이라 하는 말을 듣고 겉옷을 두른 후에 바다로 뛰어내리더라.”는 말 속에, 그 동안 죄책감에 짓눌렸던 베드로의 해방감을 맛보게 된다(요한복음 21:7). 그리고 예수님께서 ‘네가 나를 사랑하느냐?’고 여러 번 질문하셨을 때, 말부터 내지르던 그의 옛 모습으로부터 벗어나 ‘내 모든 것을 버리면서까지 주님을 사랑’(agapo)한다고 말씀드리지 못하는 베드로의 겸손함을 본다(요한복음 21:17). 이제야 예수님께서는 베드로가 ‘값비싼 은혜’의 대가를 치룰 준비가 되었음을 우리에게 알려주신다. 베드로가 받을 고난을 일러주시고, “나를 따르라.”(akoloutheo moi)고 하신다(요한복음 21:19). ‘요한은 어떻게 됩니까?’라는 질문에도, 예수님은 “네게 무슨 상관이냐.”시며 “너는 나를 따르라.”(akoloutheo sy moi)라고 말씀하신다.

두 번째 부르심을 받은 베드로는 정말 다른 사람이 되어있다. 세 번씩이나 예수님을 부인하던 모습은 어디에도 찾아볼 수 없다. 솔로몬의 행각에서 유대인들에게 ‘당신들은 생명의 근원이 되시는 예수님을 죽였다.’고 담대하게 비판하고, 걷지 못하게 된 사람에게 “은과 금은 내게 없거니와 내게 있는 이것을 네게 주노니 나사렛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일어나 걸으라.”고 거침없이 말한다(사도행전 3:6). 유대의 지도자들과 장로들 앞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그들의 위협에 베드로는 이렇게 말한다. “하나님 앞에서 너희의 말을 듣는 것이 하나님의 말씀을 듣는 것보다 옳은가 판단하라.”고 되묻는 것이다(사도행전 4:19). 예수님의 첫 번째 부르심에 대한 베드로의 태도와 두 번째 부르심에 대한 마음가짐은 큰 차이가 있었던 것이다. 전자가 ‘변화’없는 은혜 속에서도 지속된 한 인간의 습관을 반영한다면, 후자는 ‘변화’를 통해 새롭게 태어난 인간의 성령에 의지한 새로운 역사를 보여준 것이다.

3.
본회퍼 목사의 ‘값비싼 은혜’를 망각한 독일 교회에 대한 경고가 오늘날 한국 교회에 어떤 모습으로 다가오는지를 함께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물론 ‘값비싼 은혜’를 회복하는 기독교인이 되자는 이야기가 잘못되어다는 말을 하고자하는 것이 아니다. 첫 번째 부름을 받은 베드로의 ‘값싼 은혜’를 세 번째인 ‘값비싼 은혜’로 이끌기 위한 인간적 노력에 대해 이야기하고자하는 것이다.

본회퍼 목사는 ‘값싼 은혜’를 몇 가지로 정의해서 우리에게 전달한다. 첫째, ‘값싼 은혜는 원칙, 원리, 체계로 이해되는 은혜’(Cheap grace means grace as a doctrine, a principle, a system)다. 즉 하나님께서 거저 주신 ‘은혜’를 인간이 만든 틀 안에 넣어 주체와 내용을 바꾸어버리는 것이다. 이때 주체는 교단 또는 인간 집단이고, 내용은 그들이 이해한 ‘세상과 구별되는 행위방식’이다. 본회퍼 목사는 교회의 이런 태도가 한편으로는 소수의 ‘바리새인’이나 ‘수도사’와 같은 구별된 사람들의 독특한 신앙방식이 ‘은혜 입은 사람’의 전형인 것처럼 오해하도록 만들었고, 다른 한편으로는 은혜의 삶을 소수만이 가능한 것처럼 만듦으로써 일반인이 ‘약속을 바라보고 죄를 짓고 은혜를 바라보고 죄를 짓도록’ 방관했다고 개탄한다.

둘째, ‘값싼 은혜는 죄인의 회복이 없이 죄를 용서하는 것’(the justification of sin without the justification of the sinner)이다. 비록 우리의 행위가 아니라 하나님의 은혜로 구원받은 사실은 부인할 수 없지만, 그리스도인으로서 우리가 ‘아무 것도 할 것이 없다.’고 가르침으로써 은혜를 마치 상품권처럼 전락시켰다는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본회퍼 목사는 종교 개혁의 역사의 실질적 승리는 ‘값비싼 은혜’를 회복하려는 신앙이 아니라 ‘값싼 은혜’를 찾아가는 인간의 종교적 본능이었다고 말한다. 생의 마지막에서 ‘삶이란 무의미한 것.’이라고 말하는 것과 어린 아이가 ‘삶이란 무의미하다.’고 말하는 것이 어떻게 같겠냐고 반문하는 것이다.

아마도 본회퍼 목사의 책(Nachfolge, The Cost of Discipleship)을 읽은 기독교인이면 누구나 이 책이 말하는 ‘값비싼 은혜’에 대해 깊이 고민하게 되었을 것이다. 문제는 이런 개인적 고민이 하나의 운동으로 전환될 때, ‘제자도’의 전형을 통해 전달되는 교회의 훈육과 지침들이 또 다른 하나의 ‘값싼 은혜’의 전형을 만든다는 사실이다. 본회퍼 목사는 이미 그의 서문에서 이런 우려를 던지고 있다. “문제는 예수님의 순수한 말씀에 너무나도 많은 인간적 과장(부담되는 규칙과 규제, 잘못된 희망과 위안)을 부과해서, 예수님을 위해 순수하게 결단하기가 너무나 어렵게 만들었다(The real trouble is that the pure Word of Jesus has been overlaid with so much human ballast – burdensome rules and regulations, false hopes and consolations – that it has become extremely difficult to make a genuine decision for Christ).”고 탄식하는 것이다.

베드로가 경험했던 ‘값싼 은혜’로부터 ‘값비싼 은혜’로의 변화는 예수님과 베드로의 관계를 통해 형성되었다. 비록 믿음의 동료들과의 관계를 통해 ‘값비싼 은혜’는 더욱 탄탄하게 빚어져 갔겠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베드로의 변화는 베드로 자신과 하나님이 함께 만들어가는 시간 속에서 결정되었다는 점이다. 따라서 ‘값비싼 은혜’를 지키기 위해 교회와 동료의 도움이 필요하겠지만, 그 누구도 ‘제자도’라는 이름으로 이러한 변화를 조장하거나 강요할 수는 없다. 만약 이런 행위가 용인된다면, 그 누구도 ‘인간을 영적으로 지배하려는 태도.’를 가졌다는 비판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값싼 은혜’로 교회의 외형을 키우는 것만큼이나, ‘값비싼 은혜’로전사를 인위적으로 양육하는 행위가 ‘은혜’를 왜곡할 수 있기 때문이다.

4.
이방인 누가는 가끔 흥미로운 사건의 배열을 보여준다. 누군가 “나는 선생님이 가시는 곳이면, 어디든지 따라가겠습니다(akoloutheo).”고 말한 것도 그 중 하나다(누가복음 9:57). 마태는 이 말이 율법사의 입에서 나왔다고 전한다(마태복음 8:19). 상황도 조금 다르다. 누가복음에서는 예수님께서 사마리아인에게 배척을 받고 다른 마을로 발걸음을 옮기신 이후 이 말이 나온다. 반면 마태복음은 예수님께서 많은 기적을 행하시고 이것으로 많은 무리가 모여들자 자리를 옮기실 때 이 말이 나온다. 더 극적인 것은 누가복음이다. 왜냐하면 예수님께서 이 말을 들으시고, “인자는 머리 둘 곳이 없다.”고 하셨기 때문이다(누가복음 9:58). 배척을 받고 다른 마을로 옮기실 때에 하신 말씀처럼 읽히기에, 예수님을 따르는 길이 얼마나 ‘값비싼 은혜’인가를 가늠할 수 있게 들리는 것이다.

흥미로운 것은 예수님의 대답에 그 율법사가 아무런 응대를 하지 않은 것이다. 대신 그 사람의 대답은 곧 예수님의 제자 중 한 사람의 입에서 나오게 된다. 예수님께서 “나를 따르라(akoloutheo moi).”라고 하시자, 그 제자는 “먼저 아버지의 장례를 치르겠다.”고 말한다(누가복음 9:59). 누가복음은 이 사람이 제자라는 말을 아끼지만, 마태복음에서 이 사람은 제자 가운데 하나다(마태복음 8:21). 예수님께서 “너는 가서 하나님의 나라를 전하라.”(aperchomai sy diaggello basileia theos)고 말씀하신 것으로 볼 때(누가복음 9:60), 누가도 그 사람이 제자였음을 알았다는 것은 추측할 수 있다. 그러기에 그 다음으로 변명하는 사람도 제자들 중 한 사람이었다고 말해도 무리는 없다. 이 사람이 ‘나를 따르라.’는 예수님의 말씀에 식구들에게 작별 인사를 먼저 하겠다고 하자, 예수님께서는 “뒤를 돌아본다(blepo eis).”는 지적을 하신다(누가복음 9:62). 마치 롯의 아내가 소돔에 대한 미련으로 뒤를 ‘돌아보듯’(nabat)(창세기 19:26),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이 여전히 옛 사람인 것, 그러기에 당신의 고난에 동참할 아무런 준비가 제자들에게 없음을 알고 계셨던 것이다.

5.
다시 누가복음의 ‘전대’와 ‘칼’로 돌아가 보자. 예수님께서는 제자들과 마지막 만찬을 마치시고, 이제 너희에게 필요한 것은 ‘전대’와 ‘칼’이라고 일러주신다. 예수님과 함께 이스라엘 지역을 다닐 때와 다른 형태의 사역이 시작될 것임을 가르쳐주신 것이다. 어떤 이는 이스라엘에서 ‘이방인’처럼 살아야하고, 어떤 이는 이방인들의 도시로 가서 진짜 ‘이방인’의 대접을 받아야 한다. 자기를 무장할 필요는 없지만, 이제 하나님의 말씀을 말한다고 거저 얻어먹을 수도 없고, 예수님께서 계시지 않은 상태에서 마냥 오병이어의 기적과 광야에서의 만나를 기대할 수 없는 형편이다.

그러기에 예수님께서는 ‘전대’를 차라고 말씀하신다. ‘돈’이 중요하다거나, ‘최소한의 생존’을 위한 삶의 근거를 마련하라는 말씀은 아니신 것 같다. 이들이 이제 먼 여행을 떠날 것임을 미리 암시하신 것 같다. 칼이 “두 개면 충분하다.”고 말씀하신 것에서 볼 때, 전쟁을 준비하라는 말씀은 아니신 것 같다. 밤중에 겉옷을 팔아 ‘칼’을 살 수 있는 곳도 없다. 이사야서의 예언에 나오는 ‘범죄자’ 중 한 사람으로 오인 받으신다는 예언을 이루시기 위함이었는지는 말 그대로만으로는 알기 힘들다(이사야 53:12). 어떤 맥락에서든, 칼 두 개로 ‘정의로운’ 전쟁을 준비시키신 것은 아니라는 점은 분명하다. 제자들 중 그 누구도 부활의 ‘값비싼 은혜’를 체험한 후, 칼을 든 사람이 없었다는 것이 이를 반증한다.

어쩌면 ‘겉옷’으로 바꾼 ‘칼’은 ‘하나님의 새로운 말씀’일지 모른다. 베드로가 일을 할 때 거추장스러운 겉옷을 벗어던지고 그물을 당겼듯이, 유대인들이 예수님께서 예루살렘으로 들어가실 때에 그 길에 겉옷을 깔았듯이, 우리가 예수님께 다가가기 위해 벗어던지거나 내려놓아야할 ‘율법’이나 ‘교리’일 수도 있다. 그렇다면, 누가복음이 전하는 ‘칼’의 의미는 하나님의 말씀, 곧 ‘좌우에 날이 선 검’(distomos machaira)으로 읽힌다(히브리서 4:12). 그리고 진정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믿음이요, 우리가 갖추어야할 칼은 ‘성령의 검’(machaira pneuma)이라는 사실을 확인하게 된다(에베소서 6:17).

6.
아마도 이방인 누가는 예수님께서 가르쳐주신 ‘전대’와 ‘칼’의 진정한 의미를 아는 한 사람을 곁에서 오랫동안 지켜보았을 것이다. 바로 사도 바울이다. 그는 ‘값비싼 은혜’를 지속시키기 위해 ‘전대’를 차고 로마로 향했다. 그가 텐트를 만들며, 다른 사람들과 함께 생활하며 ‘하나님의 말씀’을 전한 사람이었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다만 우리가 간과하는 것 중 하나가 있다. 사도 바울이 ‘좌우의 날이 선 칼’을 다른 사람이 아니라 자기 자신에게 우선적으로 사용했다는 점이다.

사도바울은 스스로를 ‘죄인 중의 괴수’라고 자인하고, 그가 구원을 받은 것은 오로지 ‘예수님께서 오래 참으셨기에’ 가능했다고 고백한다(디모데전서 1:15-16). 모든 사람이 예수님의 두 번째 부르심에 응답하는 ‘제자’가 될 수는 없더라도, 모두가 첫 번째 부르심의 은혜에 힘입어 두 번째로 나아갈 수 있음을 알았기에, 첫 번째 부르심으로부터 두 번째 부르심으로의 전환도 오직 성령의 힘으로만 가능한 것을 알았기에, 그는 이러한 사실 이외의 것들을 모두 ‘헛된 말’(kenophonia)이라고 말한다(디모데전서 6:21). 진정한 ‘영적 전쟁’은 한 사람의 ‘전사’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 앞에 무릎을 꿇은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있음을 사도 바울은 그 누구보다 잘 알았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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