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사는 특별한 능력을 지닌 아이였고, 그 힘을 “감추고, 남의 눈에 띄지 않게”해야 “good girl(착한 아이, 참한 여자)”가 될 수 있다고 교육받는다. 그런 특별한 능력은 여자아이에겐 어울리지 않는 것이기 때문이다. 앞서 언급한 버지니아 울프는 <자기만의 방>에서 “여성은 수백 년 동안 내내 남자의 형상을 실물보다 두 배로 확대해 비춰주는 마법 같은 달콤한 능력을 발휘하는 거울 역할을 해왔다”고 지적한다. 즉, 가부장적 사회는 여성이 남성보다 열등한 존재라는 믿음을 바탕으로 성립되고 유지된다는 날카로운 분석이다. 남성중심적 사회를 유지하기 위해 여성들은 남성에 의존적인 존재로 길러져야 했다. 사회가 인정하는 “좋은 여자(good girl)”는 자아실현이나 욕망을 배제하고 결혼하여 가정에 헌신하는 소위 “집안의 천사”이다. 동양의 유교적 전통에서 나온 삼종지도(어려서 아버지를 따르고, 결혼해 남편을 따르고, 늙어서는 아들을 따른다)를 따르는 여인 상과 흡사하다.
<겨울 왕국>의 엘사는 “참한 여자”가 되기 위해, 타고난 능력을 감추고 고립되어 살아왔다.
Don't let them in,
don't let them see
Be the good girl you always have to be
Conceal, don't feel,
don't let them know
Well now they know
사람들을 들이지 마
보게 하면 안돼
언제나처럼 착한 아이(참한 여자)가 돼야 해
감춰야 해, 느껴서도 안돼
사람들이 알면 안돼.
그런데 이제 다들 알게 되었지
이제 그 굴레에서 벗어난 엘사는 난생 처음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인정한다. 그리고 외친다.
Let it go, let it go
Can't hold it back anymore
숨기지 마, 억누르지마
이제 더 이상은 참을 수 없어.
그녀를 억누르던 자신의 능력과 미래에 대한 두려움도 떨쳐버리고, 이제 엘사는 있는 그대로의 자신과 마주선다. 생전 처음 긍정하고 풀어놓은 자신의 능력과 욕망이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 그 한계를 가늠해 볼 시간인 것이다. 그녀는 외친다. 이제 내겐 옳고 그름도 정해진 규율도 없다고. 왜냐면 그녀는 자신만의 고립된 <겨울왕국>의 여왕이니까. 엘사는 “나는 자유다”라고 맘껏 소리친다.
4
자유로운 그녀는 이제 바람과 하늘과 하나가 되고 내부에 억눌려 있던 힘과 욕망을 마음껏 발산한다.
Let it go, let it go
I am one with the wind and sky
Let it go, let it go
You'll never see me cry
Here I stand
And here I'll stay
Let the storm rage on
숨기지 마, 억누르지마
난 바람과 하늘과 하나가 되었어.
숨기지 마, 억누르지마
결코 우는 모습은 보이지 않을 거야
나 여기에 서있어
이제 이곳에 머무를 꺼야
폭풍아 휘몰아쳐라.
그리고 엘사는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여 겨울왕국의 여왕이 거할 얼음궁전을 짓는다. 엘사는 이제 어두운 방에 갇혀 마녀로 낙인 찍힐까 두려움에 떠는 작은 소녀가 아니라 하늘과 땅과 대기를 마음대로 부릴 수 있는 강력하고 자신감 넘치는 마녀이자 여왕으로 거듭난다.
My power flurries through the air into the ground
My soul is spiraling in frozen fractals all around
And one thought crystallizes like an icy blast
I'm never going back, the past is in the past
나의 힘은 대기를 진동케하고 땅으로 스며들지
내 영혼은 온통 주변을 둘러싼 얼어붙은 형상들로 솟구쳐 올라
생각은 얼음 돌풍이 되어 몰아친다.
다시는 돌아가지 않아. 과거는 과거야
엘사는 이제 남의 시선과 평가에서 벗어난다. “참한 여자”가 되고 “완벽한 여자”여야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나 내면의 소용돌이치는 욕망과 자아를 있는 인정하고 그대로 분출한다.
Let it go, let it go
And I'll rise like the break of dawn
Let it go, let it go
That perfect girl is gone
Here I stand
In the light of day
Let the storm rage on
The cold never bothered me anyway!
숨기지 마, 억누르지마
나는 동트는 새벽처럼 일어설 꺼야.
숨기지 마, 억누르지마
흠잡을 데 없이 완벽하던 그 소녀는 이제 가고 없어.
여기 내가 서있어
훤한 대낮에
폭풍아 휘몰아쳐라
내게 추위 따윈 아무 상관없으니.
[다음 편에 계속]
* 이 글에 대한 권한은 아포리아에 있습니다. copyrights@aporia.co.kr ([Otium Sanctum] Aporia Review of Books, Vol.2, No.4, 2014년 4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