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물의 기원을 무시하는 것은 항상 위험하다. 기원을 묻지 않고, 논의를 시작하는 것은 탄탄한 기반도 없이 모래 위에 성을 쌓는 것과 다를 바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인간의 정신적 사건을 설명하려는 심리학과 철학의 역사에서 이와 같은 일은 이미 벌어져 왔다. 또한 아직도 진화론과 생물학을 참조하지 않은 채 인간에 대한 탐구는 지속되고 있다. 아마 인간의 정신이 갖는 고유의 내성적 특성 때문에 그런 함정에 빠지기 쉬운 듯 보인다.  하지만 탐구대상인 정신을 가능하게 하는 물질적 기반에 무관심한 것은 학문적인 통합과 발전의 지속을 위해 상당히 안타까운 일이다.

신경과학자인 제럴드 에델만은 <신경과학과 마음의 세계(Bright Air, Brilliant Fire: on the Matter of the Mind)>라는 이 책에서 인간의 마음의 기원에 대해 탐색한다. 일련의 철학자들이 혹은 일부 물리학자들이 제시하는 몽매적 주장들을 차례로 논파하면서, 정신의 기원과 원리에 대한 학문적으로 충실하면서 가장 개연성 높은 이론을 제시하는 것 같다. 

에델만의 제시하는 큰 틀은 다윈주의이다. 다윈주의 모델은 생명의 신비를 밝혀주는 가장 강력한 담론이라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런데 이 모델이 과연 인간의 정신의 특수성까지 밝혀주는 것이 가능할지는 언뜻 의문이 든다. 하지만 에델만은 오직 진화론적 방식으로만 신경계에서 비롯되는 인간의 마음의 특질들을 제대로 규명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름하여 ‘신경 다윈주의’이다. 

다윈주의. 의아하게도 아직도 많은 학자들은 마치 다윈주의가 마치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사고하고 행세한다. 하지만 그것은 우리의 기원에 알려주며, 동시에 우리가 어떤 방식으로 그 기원에 영향 받고 있는지를 알게 해준다. 그 이론을 통해 우리는 우리의 가치적 노력들이 곤경에 처할 때, 어떤 식으로 그 문제를 풀어나갈지에 대한 실마리를 제시하기 때문에 실용적이고도 동시에 심원한 요소마저 있는 이론이라고 할 수 있다. 

우선 본론에 들어가기에 앞서 진화론에 대해 간단히 요약을 해보자. 진화는 경쟁과 주변 환경 변화로 인해 발생한다. 그것들이 개체군의 변이에 작용한다. 변이는 생명이 있는 모든 개체군에서 존재하는데, 바로 그 변이로 인해 적응도에 차이가 생긴다. 결과적으로 자연선택을 통해 개체들의 차등생식이라는 효과를 낳는다. 어떤 변이는 그 개체들이나 후손들이 주변 환경 변화에 적응해 나갈 때 다른 개체들과 경쟁에서 이점을 제공한다. 차등생식과 유전은 적응도를 증가시키는 특성이 보존될 가능성을 높인다. 이 결과로 개체군에서 결정적으로 달라진 점은 적응도 높은 유전자 빈도의 증가이다. 진화가 일어나는 방법은 표현형에서의 자연선택이지만 그 결과는 유전자의 빈도 변화에 의해 기록된다. 

여기서 기본이 되는 것은 바로 개체군 사고(population thinking)다. 한 개체군에서의 개체 변이는 다양성의 원천이 되는데, 이 다양성으로 인해 자연선택이 다양한 종류의 기관들을 만들게 된다. 개체군 사고에 의하면 진화는 무한한 시간에 걸쳐 진행되는 점진적 선택과정을 통해 아래에서 위로 새로운 생명체들의 종류를 만들어 낸다. 개체군 내에서 무방향적이며 무목적적인 다양한 변이는 끊임없이 일어나고, 이것이 환경 변화와 경쟁 속에서 적절한 것이 선택된다. 진화의 역사에서 ‘고등한’ 생명체의 출현은 미리 계획되는 것이 아니며 단지 사후적이며 우연적인 것의 누적적 효과라는 것이다.

에델만은 이런 다윈주의의 틀을 면역반응에 적용하면서, 재인(recognition)이라는 개념을 끌어내고 있다. 재인이라는 개념을 이해해야 신경 다윈주의에 더 근접할 수 있으니, 에델만의 면역반응에 대한 설명을 따라가 보자. 

 

생명의 여러 신비한 현상 중 하나가 척추동물에서만 발견되는 면역반응이다. 우리 몸 안의 면역계는 ‘자기’는 놔둔 채 세균이나 바이러스가 침입했을 때 그것을 ‘비자기’를 구분해서 그에 대한 항체를 생성한다. 그것을 통해 병원균의 위해성에 대응한다. 그럼 면역계는 어떻게 자기와 비자기를 구분하는가? 일반적으로 병원균을 항원이라고도 부른다. 그 항원에 적절한 항체를 생성하고, 그 항체생성을 증폭시키는 것이 일반적인 면역반응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럼 어떻게 우리 몸의 면역계는 항원이 침입했을 때 그것을 인식하여 적절한 항체를 생성할 수 있을까? 항체에 눈이 달린 것을 물론 아니다. 그럼 주어진 항원에 대해서 어떻게 그에 딱 맞는 항체를 만들어 낼까? 눈에 잘 안 보이는 작은 인간이 부지런히 움직여 항체의 주형틀을 제작하는 것일까? 아니라면 도대체  단백질 복합체에 불과한 항체는 그 새로운 물질(항원)을 어떻게 인식하는 것일까?

이에 대해 해답은 신비로운 개념을 끌어들이지 않고도, 물리 화학적 생물학적 토대를 손상시키지 않고도 설명할 수 있다. 면역계는 항원을 새롭게 인식하는 것이 아니다. 대신 수없이 많은 다양한 종류의 항체를 면역계는 미리 생산해 놓는다. 그리고 어떤 특정 항원이 몸 안에 들어왔을 때, 백과사전적인 엄청나게 풍부한 항체들의 라인업 덕분에 그 특정 항원에 들어맞는 것이 있게 마련이다. 그래서 항원은 항체에 결박된다. 그 항체는 일련의 과정을 거쳐 분할해서 클론(같은 종류의 항체를 같은 세포들)을 만든다. 여기서 새로운 인식(cognition)은 필요 없으며, 이미 만들어진 수많은 항체들 중에서 그에 알맞은 것을 재인식(recognition)해서 끌어다 쓰는 것이다. 이런 면역체계에 대한 설명에서는 어떤 초자연적인 것을 끌어올 필요가 없다. 면역계에서는 진화론적인 패러다임이 후성적(epigenetic) 차원에서 적용되는 것이다.  

 

면역계와 마찬가지로 신경계도 진화론적 패러다임이 후성적 차원에서 적용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후성적이란 말은 발생한 개체가 환경에 의해 그 표현형이 바뀌는 것을 말한다. (진화론이 경쟁과 환경 변화에 의해 개체군 내에 유전자가 변화를 설명하는 것이라면, 후성적 차원이라 함은 유전형이 변하는 것이 없이, 이미 태어난 개체가 환경과의 상호작용 속에서 자신의 표현형이 변화하는 것을 뜻한다.) 면역계가 병원균들에 의해 일련의 항체군이 선택적으로 증폭되어 변할 때, 그 면역계는 유전적 변화 없이 후성적으로 변화한다. 신경계도 면역계처럼 재인을 통해 후성적 차원이 관여된다고 에델만은 주장한다.

신경에 대한 진화론적 설명으로 들어가기에 전에, 마음에 대한 생물학적 연구를 가로막는 전통들에 대해 언급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의식의 메커니즘은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도 없기 때문에 의식이 어떤 외형적인 물체처럼 연구 가능한 대상이 되기 힘든 것은 사실이었다. 그동안은 기껏해야 내성하거나, 아니면 다른 사람들의 행동에 근거해 간접적으로 유추해 볼 수 있을 정도였다. 이런 상태에서 나온 통상적 반응은 인간의 마음은 과학이 다룰 수 없는 주제라는 주장이었다.

데카르트는 사고의 방법을 모색하는 중에 실체이원론을 표명했다. 이 견해에 의하면, 세계는 연장실체와 사유실체로 구성되어 있다. 물리적 조작은 연장실체, 즉 부피를 갖는 것들에 작용한다. 그러나 사유실체, 즉 생각하는 것들의 집합은 시공간 내에 존재하지 않는다. 데카르트에게 마음은 특수한 실체였지 공간에 위치하거나 물질과 같이 연장되는 것이 아니었다. 그의 이원론적 태도는 많은 철학자들과 일부 과학자들에게 만연되어 있다. 

이원론은 오늘날까지 여러 형태로 지속되고 있다. 예를 들어, 외견상 일원론이지만 행태주의는 과학적 대상으로서의 마음을 부정하는 방식의 이원론일 뿐이다. 행태주의자들은 행동만을 조사하고 지향성을 무시함으로써 딜레마를 해결했다. 그들은 마음이 정당하게 과학적 대상이 될 수 있음을 부정한 것이다. 또한 게슈탈트 양식들은 성과는, 행태주의로 설명하기 어려운 부분이 존재함을 알려주었다. 인지적 판단에서 의식의 맥락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게슈탈트 이론은 행태주의의 한계를 보여주었다고 할 수 있다. 

자신들이 유물론자이지 실체이원론자는 아니라고 주장하는 비행태주의적 심리학자에 해당하는 프로이트(특히 후기 프로이트)는 속성이원론자라고 할 수 있다. 마음과 뇌가 하나의 물질로부터 생겨났음을 인정하면서도, 그들은 심리학적 특성들이 자신들의 고유한 술어로 다루어져야만 한다고 고집할 뿐, 심리학과 생리학을 연결시키려고 하지 않았다.

다윈 이래 생물학자들은 특별한 종류의 생물학적 구조에 대해서 거의 자동적으로, 어떤 진화적 과정이 그것을 생겨나게 했을까를 생각하게 되었다. 뇌와 마음도 예외가 아니다. 마음의 기초를 이루는 뇌구조가 진화의 역사에서 어떻게 생겨났는가에 대해 알 필요가 있다. 마음은 물질의 특별한 배열에 따라 발생한 특이한 과정이라는 것이 에델만이 취하는 근본 입장이다. 마음에 대한 기술이 그 물질의 특별한 배열에 대한 고려 없이 ‘자유롭게’ 진행 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럼 이제 본론에 해당하는 신경계로 가보자. 에델만은 신경생물학이 재인을 다루는 학문이라고 본다. 앞서 언급되었던 면역계는 신경계와 원칙적 유사성이 엿보인다. 물론 세부적인 내용에서는 다른 점도 많다. 

재인은 일종의 적응적 맞추기(adaptive matching)이다. 진화론의 개체군 사고를 후성적 영역인 체성 선택계에 적용시킨 것이 재인인 것이다. 이런 재인 혹은 개체군 사고를 뇌과학의 영역에 어떻게 적용시킬 수 있을까? 뇌과학을 재인에 관한 학문으로 간주한다고 할 때, 그 말에는 이미 목적론적 방향성이 없다는 말이 된다. 앞에서 살펴 본대로 면역과 진화의 과정에서 특별한 정보의 전달(지령)은 없다. 단지 사후적으로 적절한 선택처럼 보이는 우연만이 있다.

발생학적 연구들은 신경망의 가장 미세한 분지에서의 특별한 해부학적 다양성이 발생학적 과정의 피할 수 없는 결과라는 사실을 입증했다. 이미 존재하는 다양한 레퍼토리 상에서 사후에 맞추기가 일어나는 선택계는 특별한 창조를 할 필요가 없다. 뇌기능이 선택적 과정에 따라 확립된다면, 우리의 뇌의 구조적 변이성과 뇌가 어떻게 범주화를 이행하는지(기능)에 대한 설명의 필요를 조화시킬 수 있어야 한다. 그 이론은 심리적 과정이 생리적 과정과 어떻게 연결되는지도 설명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이런 문제들을 설명하기 위해 에델만이 제안한 이론이 뉴런 집단 선택설(theory of neuronal group selection, 이후 TNGS로 약칭한다)이다. TNGS의 3가지 교리가 있다. 첫 번째 교리인 발생 선택(developmental selection)에 의하면 발생 초기의 역동적 과정을 통해 특정 종 고유의 신경해부학적 구조가 형성된다. 이 해부학적 구조는 가장 미세한 단계와 분지의 단계에서 발생과정 중의 세포 운동과 세포 돌기 확대, 세포 소멸 등의 확률적인 변동 때문에 반드시 다양한 변이를 갖는다. 두 번째 교리인 경험 선택(experimental selection)은, 해부학적 구조에 대한 수정이 아닌 또 다른 추가적인 선택 메커니즘을 제공해 준다. 신경세포간의 시냅스 연결은 특수한 생화학적 과정에 의해 선택적으로 강화되거나 약화된다. 이를 통해 강화된 시냅스를 가진 다양한 기능 회로를 효과적으로 개척한다. 세 번째 교리는 심리학과 생리학을 어떻게 연결시키는지와 관계가 있다. 이 교리는 뇌의 지도들이 재입력(reentry)이라는 과정을 통해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를 보여준다. 재입력이라는 이 속성으로 인해 회귀적 종합(recursive synthesis)이 가능해진다. 아마도 이것이 교리들 중 가장 중요한데, 왜냐 하면 그것이 바로 진화과정 중 생기는 뇌의 여러 부위들이 조화 속에서 어떻게 새로운 기능을 발생하는지의 기반이기 때문이다. 신경계 발달은 재입력에 의해서, 뉴런 집단 간의 상호 연결에 대한 선택적 조정에 의해 이루어진다.

이런 TNGS 이론을 염두에 두고서, 지각 범주화를 실행하는 능력이 어떻게 신경계 내에서 체현되는지를 살펴보자. 지각 범주화란 적응성을 높이기 위해 많은 사물이나 사건들 중 특정한 것을 선택적으로 구별해 내는 것을 뜻한다. 여기서 지각 범주화는 고전적 범주화(인간의 인지구조 외적인 것으로 일종의 객관적 절대 범주)에 의해 일어나는 게 아니라 각각의 사물과 사건을 개체가 선언적으로 표본 추출함으로써 이뤄진다. 바로 개체의 지향성이 반드시 관여된다는 것이다.

범주화는 항상 가치(이 텍스트에서 ‘가치’는 ‘생존에 적합하고 유리한 가치’의 뜻으로 지속적으로 사용된다)라는 내부적 기준과 관련해 일어난다. 그러한 가치 기준은 특수한 범주화를 결정하지는 않지만 특수 범주화가 일어나는 영역을 규제해 준다. TNGS에 의하면 특정 종의 동물들의 가치계에 대한 기반들은 진화론적 선택에 의해 미리 설정된다. 그 기반들은 심장 박동, 호흡, 먹이에 대한 반응, 호르몬의 작용, 자율 반응 등의 신체 기능에 대한 규제와 관계있는 뇌의 영역에서 나타난다. 

고차원적 뇌기능의 근본이 되는 세 가지 요소는 지각 범주화와 기억, 그리고 학습이다. 지각 범주화는 일반적으로 기억에 필수적인 요소인데, 여기서의 기억은 결국엔 앞서 일어난 범주화에 대한 기억을 의미한다. 위험한 사건들이 예측할 수 없이 이어지는 상황 속에서 한 동물이 적응하기 위해서, 행위에 영향을 주는 학습이 필수적이다. 이렇듯 범주화와 기억, 학습은 밀접히 연결되어 있다. 

그러나 지각 범주화와 기억이 학습에 필수적이긴 하지만 그것만으로 충분하지는 않다. 충분조건은, 진화론적으로 확립된 가치인 항상성 유지나 식욕을 채우려는 욕구 등을 충족시키는 방식으로 전면적 지도화를 쾌락중추인 대뇌 변연계(limbic system)의 활동에 연결시킴으로써 주어진다. 

 

광범위한 범주적 능력을 체현하기 위해서는 기억에 덧붙여, 재범주화와 같은 또 다른 진화적 발생이 필요하다. 이를 ‘개념’을 갖는 능력이라고 부른다. 여기서 ‘개념’은 언어적 원초성을 획득하기 이전에 진화과정에 나타난 식별하는 능력을 가리킨다. 개념을 가질 수 있는 동물은 사물이나 행동을 식별하고, 이 식별을 전제로 행위를 규제한다. 

말(speech)의 요소들과는 달리 ‘개념’은 전통적이거나 자의적이지 않으며, 발생하기 위해 언어 공동체와 연결될 필요도 없고, 순차적 표상에 의존하지 않는다. 개념적 능력은 말에 훨씬 앞서 진화과정을 통해 발생한다. 개념을 형성할 때 뇌는 지각범주화의 경우에서처럼 외부적 자극에 의해서가 아니라 스스로의 활동에 의해 지도를 형성한다. 그 개념 형성을 책임지는 뇌 영역에서, 여러 유형의 전면적 지도화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뇌 활동들을 다시 범주화하고, 구별하고, 재결합시킨다. 이런 활동들을 수행해 내는 구조들은 뇌의 전두엽, 측두엽, 두정엽 피질 등에서 발견될 것 같다. 뇌가 스스로의 활동(특히 지각 범주화)을 범주화하는 개념이라는 용어에 의해, 우리는 일반화된 범주와 이미지들이 어떻게 체현될 수 있는지를 알 수 있게 되었다. 

이로써 의식을 생물학적으로 설명한다는 우리의 목표에 이르는 데 반드시 있어야할 교량적 요소들이 제공되었다. TNGS의 기본 이념 위에 지각 범주화와 기억, 학습이라는 근본적 3요소를 세워 놓으면, 이 요소들은 곧 개념적 능력의 출현으로 이어진다. 

마음에 있어 진정으로 독특하고 진기한 점이 무엇이냐고 물어 보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의식(consciousness)이라고 답할 것이다. 의식의 특성은 개인적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변화하지만 끊임없이 이어진다. 그것은 선택적으로 대상을 다룬다. 

에델만은 1차적 의식과 고차원적 의식이라는 구분을 만들었는데, 이 구분은 아주 근본적인 것이라고 본다. 1차적 의식은 세계의 사물들을 자각하는 상태, 즉 현재의 심상을 갖는 상태다. 거기에는 과거와 미래를 가진 사람이라는 의미가 수반되지 않는다. 그것은 동물들이 소유하고 있다고 여겨지는 비언어적이며 비의미론적인 것이다.

반면 고차원적 의식에는 자기 자신의 행동이나 감정에 대해 사고하는 주체에 의한 자각이 포함된다. 그것은 개인적인 모델을, 그리고 현재는 물론 과거와 미래의 모델을 체현한다. 또한 직접적인 감각 수용체가 관계되지 않는 정신적 사건들에 대해 직접적인 자각을 나타낸다. 그것은 1차적 의식과 함께 우리가 인간으로서 가지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우리가 의식하고 있다는 사실을 의식한다. 

 

두 번째 중요한 신경계 조직은 시상피질계(thalamocortic system)라 부른다. 시상 피질계는 동시에 작용하는 시상과 피질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 시스템은 감각 수용판으로부터 신호를 받아들이고, 수의근에 신호를 보내는 식으로 진화했다. 대뇌피질은 시상을 통해 외부 세계로부터 입력을 받아들인다. 대뇌피질은 시각, 촉각, 미각, 후각, 청각, 고유 감각 등의 다양한 감각 양식들을 통해 세계로부터 밀도 있고 빠른 일련의 신호들을 동시에 받아들이기에 적합한 구조다. 점점 복잡해지는 운동 행위와, 세계의 사건들에 대한 범주화를 허용하기 위해 이 대뇌피질은 진화됐다. 

변연-뇌간 시스템과 시상피질계는 진화과정 중 서로 연결됐다. 후에 진화한 피질계는 점점 복잡해지는 주변 환경에 적합한 학습 행위에 도움이 됐다. 이 행위는 초기 변연-뇌간 시스템에 의해 조정되는 생리적 욕구와 가치에 도움이 되도록 선택되었음이 분명하다.

피질계를 가지고 있는 어떤 종에서는 인과적인 연관이 없는 세계의 각 부분들에 대한 범주화 작업이 상호 연관될 수 있다. 그것의 장점은 동물의 과거에 중요한 사건들이, 현재의 외부 세계에서 직접적인 연관이 없어도 새 사건에 연결될 수 있다는 것이다. 개별 동물들의 가치계에 대한 요구라는 관점에서 이런 연관성이 확립된다. 1차적 의식의 출현을 이끄는 것은 바로 이런 장면을 창조해 내는 능력의 진화론적 발생이다. 이러한 1차적 의식은 일종의 ‘기억된 현재’다.

1차적 의식은 개체의 현재 입력을 그 행동과 과거의 보상에 연결시켜 주는 방법을 제공해 준다. 그것은 또한 효과적 방법으로 실수를 교정해 주고, 학습을 통해 적응적인 주의가 유도되도록 해준다. 1차적 의식을 갖고 있는 동물은 그것을 가지지 않은 동물보다 단서들에 대한 학습 능력을 더 빠르게 일반화하는 능력을 가진 듯하다. 다시 말하면 의식은 유효하며 진화적 적응도를 높여 줄 것 같다. 

그렇다면 어떻게 이 기억된 현재(1차적 의식)에서 고차원적 의식이 발생할 수 있을까? 아마도 새로운 형태의 기호 기억의 진화에 의해서, 그리고 사회적 커뮤니케이션에 의해서 가능할 것이다. 이것은 언어 능력에 대한 진화적 획득을 의미한다. 

고차원적 인식은 반드시 1차적 의식에 도움을 주는 구조가 계속 작동될 것을 요건으로 한다. 뿐만 아니라 고차원적 의식에는 사회적 기반을 가지고 있는 개성을 만들 수 있는 능력과, 과거와 미래의 술어로 세계를 모형화할 수 있는 능력, 직접적으로 자각할 수 있는 능력 등이 포함되어야 한다. 기호 기억 없이는 이런 능력들은 발생하지 못한다.

언어가 진화를 시작하기 전에 뇌에는 개념을 만들고 작동케 하는 기반이 이미 갖춰져 있었다고 에델만은 주장한다. 이미 존재하고 있는 개념 중추들에 특수한 기호 기억이 연결되어 추가됨으로써 수많은 새로운 개념들을 만들어 내고, 세련시키며, 연결하고, 창조하며, 기억하는 능력이 생기는 것이다. 언어중추가 개념들을 ‘함유하고’ 있다거나 개념들이 언어(말)에서 ‘생겨나는’게 아니라는 것이다. 의미는 가치-범주 기억이 개념 영역과 말 영역이 결합된 활동과 상호 작용함으로써 생겨난다. 

 

어떻게 사람은 자신이 ‘의식하고 있다는 사실을 의식하게’ 되었을까? 이런 능력의 획득을 위해 기억 시스템은 자기를 개념적 표상에 반드시 연결시켜야 한다. 즉각적 현재에 대해 각 개체는 즉각적 반응들을 늦추면서 1차적 의식의 과정 자체를 범주화시킬 수 있어야 한다.

고차원적 의식은 생물학적 개체성이라는 그림에 사회적으로 구축된 개성을 추가한다. 의식적 사고를 즉각적 현재의 규제로부터 자유롭게 함으로써, 미래의 상태와 계획된 행위를 예견 할 수 있다. 그 능력으로 인해 세계를 모형화하고, 분명한 비교를 만들며, 결과를 평가하는 능력이 생겨났다. 

이로서 대략적으로 에델만이 주장하는 신경 다위주의의 모델을 살펴보았다. 인간의 마음에 대한 에델만의 신경 다윈주의 모델은 각론에서는 난삽하고 다소 복잡해 보이지만(생물학의 특성상 어쩔 수 없다!) 총론적으로는 상당히 단순하다. 다윈의 진화론이 뇌과학의 영역에서도 당연히 통용되며, 오직 진화적 설명으로서만 타당하게 설명될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에델만이 제시한 틀이 인간의 마음과 의식을 충분히 설명하거나, 모델을 재현할 수 있는 정도의 정보를 제공하진 못한다. 유력한 가능성이 있는 인간의식 모형의 필요조건들을 제시하는 듯 보인다. 하지만 적어도 그의 접근방식과 통찰은 우리가 인간의 내면을 어떤 식으로 접근할지에 대한 상당한 영감을 주는 것 같다. 

이러한 신경다윈주의의 유효성을 맛보기 위해서, 앞에서 살펴보았던 행태주의나 프로이트 혹은 다른 철학자들(데카르트, 로크, 버클리, 흄 등)에 대한 이 입장에서의 비판을 반복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인간의 마음을 재현하는 방식에서 다윈주의적 패러다임을 사용하지 않는 유력한 경쟁 상대가 있으니 그것이 바로 인지과학이다. 인지과학에 대한 에델만의 지나치게 비판적인 관점을 통해, 신경다윈주의의 의미와 더불어 한계까지 엿볼 수 있다.

이러한 인지과학의 전제는, 정해진 문법에 딱 맞는 형식으로 세상이 구성되어 있고, 그 형식에 맞춘 조작을 통해 인간의 의식적인 것은 무엇이든 재현가능하다는 입장인 것 같다. 그렇기 때문에 보편문법을 구성하는 언어습득 장치를 인간이 갖고 태어났다는 주장을 끌어들이게 되고, 실재에 대한 명료한 서술이 주어질 수 있다는 생각인 객관주의를 동반시킨다.

인지과학의 주장은 참으로 대단했고 범세계적인 파급력이 있었다. 그러나 에델만은 인지주의자의 과업이 검토되지 않은 가정들에 의존한다고 지적한다. 결함 중의 하나는, 인지주의가 설명하고자 하는 메커니즘의 기초를 이루는 생물학적 기반에 대해 단지 지엽적인 언급만을 한다는 사실이다. 그것은 상당한 과학적 일탈이라고 에델만은 주장한다.

뇌는 오랜 기간에 걸쳐 지도의 경계에 주된 변동이 있다. 개체들은 개별적으로 특유한 지도를 보인다. 성숙한 동물에게 있어 지도는 신호입력에 따라 후성적으로도 변한다. 이처럼 뇌는 컴퓨터와 물질적 특성이 매우 다르다. 뇌의 역동적 속성은 필연적으로 다양성을 낳는데, 이것이 정신이 만들어지는데 가장 중요한 특징으로 본다.

또한 뇌의 입장에서 세계는 객관적으로 분류되지 않는다. 처한 환경 내에서 개체가 세계라는 대상을 구획할 수 있는 방법의 수는 대단히 많다. 객관주의 주장처럼 하나의 구획만 있는 것이 아니란 것이다. 동물에 의해 만들어지는 경계의 지정은 상대적이지 절대적이지 않으며, 그 동물의 적응상의 혹은 의도된 욕구에 따라 달라진다. 

동물과 인간이 어떻게 세상을 범주화하며 어떻게 어린이들이 정신적으로 성장하는지를 면밀히 조사해보면, 구문론적 분석으로는 언어가 적절히 설명될 수 없음을 알게 된다. 세상을 객관주의자의 시각으로 분석하면 아무리 애를 써도 완전하게 세상을 볼 수가 없으며 최악의 경우엔 명백한 오류를 범하게 된다. 객관주의자들이 전체적인 구도를 완성시키기 위해서는 지향성이라는 요소를 추가해야만 한다. 논리에 의해서가 아니라 합성된 양식(논리와 가치의 상호작용)에 의해 사고가 발생하며, 바로 이런 이유로 인해 사고는 항상 그 영역 내에서 구문적인, 또는 기계적인 관계들을 넘어서게 된다는 것이다. 공리적이고 구문론적인 체계들은 명백한 우아함을 갖는다. 그러나 그런 체계들은 사회적 구조물로서, 사고의 기반이 아니라 사고의 결과물이다. 

신경계의 반응 패턴들은 컴퓨터와 달리 각 시스템의 개별 역사에 의존한다. 왜냐하면 적절한 반응 패턴을 고르는 유일한 방법은 세계와의 상호 작용에 대한 경험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환경에 의존하지 않고서는 개념과 믿음을 개별화할 수 없다. 뇌와 신경계는 환경과 상호 작용하는 상태와 떨어져서 생각할 수 없다. 인지계에서 보이는 대규모의 가변적 양상 때문에, 표상은 물리적인 실체에 의존하지 않고 독립적으로 의미를 갖는다는 기능주의 기본적인 전제는 부정된다. 

규칙이나 알고리듬으로 압축시킬 수 없는 정보처리 업무들이라고 여겨지던 자동차 운전이라는 분야에서 구글의 무인자동차가 상당한 성취를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최근에는 <제퍼디!>라는 퀴즈쇼에서 IBM의 기술자들이 만든 ‘왓슨’이라는 이름의 컴퓨터가 인간 챔피언들을 물리치는 성과를 보였다. 이 성취는 세계 체스 챔피언에 대해 승리한 컴퓨터와는 다른 차원의 상당한 성취였다. 그 퀴즈쇼는 단순한 형식체계로 접근할 수 있는 상식을 대결하는 것이 아니라, 형식화된 언어체계의 틈바구니에서 재담, 운율 등을 갖고 다양하고 재치 있는 인간 특유의 말놀이를 하는 것이기 때문에 ‘왓슨’의 성과는 눈부신 것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이처럼 예전에 인간만이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되던 곳곳의 영역에 인지과학의 성과들이 침범하고 있다. 

장구한 시간인 10만년의 기간도 진화적 관점에서는 유전적 변화가 발생하기 너무 짧은 찰나적 시간으로 본다. 그런 차원에서 진화적으로 보면 역사시대 이후 수천 년 간의 인간은 마치 기계인 컴퓨터처럼 거의 변화하지 않고 고정된 것처럼 보일 수 있다. 수억 년이나 수천만 년의 진화적 변화를 컴퓨터가 흉내 내긴 힘들어도, 마치 고정된 것처럼 보이는 (역사시대 이후의) 인간을 컴퓨터가 흉내 내기는 상대적으로 덜 어렵지 않을까? 

단순한 알고리즘은 인간의 사고와 확연한 차이가 난다. 하지만 ‘왓슨’에서 보여지 듯 수 천 수 만의 알고리즘 모듈이 복잡하게 엮어진 컴퓨터가 보여주는 양태는, 그 내부적 구조가 비생물학적일지라도, 외양적으로는 인간의 반응 양태와의 차이가 현격히 줄어드는 것처럼 보인다. 에델만이라면 튜링테스트 말고 어떤 테스트로 인공지능의 성공을 판단했을까? 

모노의 <우연과 필연>이 진화론의 분자생물학적 버전이라면, 에델만의 이 저서는 진화론의 신경과학적 버전이다. 진화론은 우연을 말한다. 어떤 목적론적 필연도 배제된 채 생명은 진화해 왔고 동물의 신경계도 그렇게 발생했으며 심오한 인간의 마음과 복잡한 의식도 우연성에 의해 설명한다.

여기서 우리는 진화론의 철학적 면모를 잠깐 음미해보아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진화론은 겉보기에 질서 정연해 보이는 상태들이 어째서 실제로는 아무 의미도 없는 우연한 변화들의 결과임을 알려준다. 우연하고 무의미한 차이의 바다 속에서 마치 목적론적이고 질서정연한 질서가 어떻게 나타나게 되는가를 설명해주는 것이다. 다윈주의는 정연한 질서 이면의 ‘의미(목적론적 필연)의 존재’를 해체한다. 

여기서 차연과 해체의 철학자 데리다가 연상되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다. 정체성과 자기 동일성을 폐쇄적 태도로 보면서 생산적 해체를 통해 유일성으로 나아가고자 했던 사람. 인식체계의 폭력적 이분법이 은폐하는 유령을 불러내고 싶었던 학자. 그의 작업이 얼마나 생산적이었는지에 대해서는 사람마다 평가가 다를 것이다. 물론 그 평가는 여기서 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은 아니다. 단지 진화론을 데리다의 해체주의와 더불어 음미해 보면 마치 이것들이 서로를 뒤집어놓은 거울상처럼 느껴진다는 것이다. 카오스적 세계 속에서 우연을 통해 어떻게 질서 정연한 체계가 생성되는지를 진화론이 말한다면, 데리다는 그 정연한 이분법적 질서 체계가 은폐하는 차연의 심연을 드러내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