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의 전설은> 2008년 처음 출판된 이후 20개 언어로 번역되고 15개 이상의 상을 받은 촉망 받는 작가 데이비드 밴의 데뷰작이다. 그는 헤밍웨이와 콜맥 매커시를 잇는 미국문학의 새로운 목소리라는 엄청난 호평을 받으며 등장했다. 8월 말 한국어 번역판 출시에 맞춰 방한한 작가와 직접 만날 기회가 있었다. 작품보다 작가를 먼저 만난 결과 작품을 작가에게서 받은 인상과 결부시키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자서전적 작품이어서 더욱 작가와 작품을 떼어 생각하기 어려웠다. 그러다 보니 이 글은 엄격한 의미에서 <자살의 전설>에 대한 서평이라기보다 데이비드 밴이라는 우리에게는 생소한 작가에 대한 소개와 그의 작품에 대한 개괄적인 평이라고 하는 편이 옳을 것이다. 

  <데이비드 밴이 서울대학교 인문학연구원이 주최한 행사에서 발표를 하고 있다. 서평자가 동시통역을 진행 중이다.> 

<자살의 전설>은 작가가 13세때 권총 자살한 아버지에 대한 기억과 그 충격을 바탕으로 쓴 6이편의 글을 엮은 일종의 자전적 소설 모음집이다. 책의 2/3 이상을 차지하는 중편 “수콴섬” 중심으로 5개의 단편이 둘러싸고 있는 형식이 독특하다. 각각의 작품은 아버지의 자살이라는 사건에 대해 서로 다른 관점에서 이야기를 풀어낸다. 아버지의 죽음과 그 충격을 살아내야 했던 아들의 심리적 현실, 기억의 편린들과 내적 갈등이 고스란히 작품으로 승화된 수작이다. 단순히 사건에 대해 사실을 나열하는 것으로는 실제 일어난 사건의 진실을 전달할 수 없다는 작가의 말처럼, 적어도 데이비드 밴에게 있어 소설적 허구는 사실에서 찾지 못한 진실에 좀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길을 열어 주었다.

부모의 이혼 후 떨어져 살아온 41세의 아버지가 13세의 아들에게 1년만 알래스카의 오지에서 함께 지내자는 제안을 한다. 만 13세, 요즘 흔히 중2병이라 불리는 예민하고 걷잡을 수 없는 혼란기를 겪고 있는 사춘기 소년에게 가장 소중한 것은 친구와 학교, 스포츠 등 현재의 환경이었을 것이다. 그 모든 것을 버리고 텔레비전도 전화도 전기나 수도조차 없고, 가장 가까운 이웃은 다른 섬에나 가야 만날 수 있는 그런 외진 곳에 아버지와 단 둘이 1년을 살아야 한다는 것은 선뜻 받아들이기 쉽지 않은 제안이었다. 아들은 거절했고 정확히 2주 후 아버지는 알래스카의 한 오두막에서 자신의 머리에 대고 권총을 쏜다. … 이후 아들은 끊임없는 죄책감에 시달린다. 혹시 그때 그 제안을 받아들여 아버지와 함께 지냈더라면… 

책의 중심이 되는 중편 “수콴섬”은 바로 그 가지 않은 길에 대한 이야기이다. 소설 속 아들은 아버지를 따라 알래스카로 간다. 그때 그 제안을 받아들여 알래스카로 갔다면 아버지는 죽지 않았을 지도 모른다는 죄책감에 시달려온 작가는 그 가지 않았던 길을 소설을 통해 걸어간다. 작가 자신의 말대로 소설은 어떤 의미에서 그에게 두 번째 기회를 제공해 준 것이다. 그리고 일류 최후의 프론티어인 알래스카의 잔혹한 대자연을 배경으로 아버지와 아들의 사랑과 증오, 삶과 죽음의 서사가 펼쳐진다.

아버지를 따라 인적 없는 알래스카의 섬으로 떠난 소년은 서부개척시대 개척민들처럼 문명을 떠나 생존을 위해 낚시와 사냥을 하고 겨울을 대비해 식량을 비축하고 창고를 지어야 하는 혹독한 일상에 적응해야 했다. 그러나 소년에게 가장 견디기 힘든 것은 밤이면 들려오는 아버지의 흐느낌과 탄식이었다. 아버지는 자기가 짊어져야 하는 삶의 무게를 어린 아들에게 전가하고 있었다. 자연 속에서 살아갈 준비도 제대로 갖추지 않은 채, 삶에서 도망쳐 대자연의 품에 안기고 싶어하는 아버지는 그런 자신의 삶의 증인이 되어줄 동반자로 아들을 선택했던 것이다. 그리고 무선통신을 이용해 이혼한 아내에게 자신을 다시 받아달라 애원한다. 밤마다 스스로를 비관해 흐느끼고 낮이면 무계획적이며 비효율적인 노동에 자신과 아들을 혹사시키며 현실을 망각하려 애쓰고 심지어 사고를 가장해 절벽에서 뛰어내리기까지 한다. 외로움과 절망과 알래스카의 겨울 칼바람 속에서 아들은 점점 아버지의 절망과 자기연민을 감당하기엔 역부족인 자신을 발견하고 벼랑 끝까지 내몰리게 된다. 

1, 2부로 나뉘어진 작품의 1부 끝엔 전혀 예기치 못한 반전이 기다리고 있었다. 현실에서 자살한 아버지 대신, 아버지를 따라나선 아들이 아버지가 건넨 총으로 자신의 머리를 쏘아 자살한다. 이 뜻밖의 사건에 막상 글을 쓴 작가 자신도 놀랐다고 한다. 그리고 다음날 이 마지막 부분을 고쳐 쓰려고 지금까지 쓴 글을 다시 읽어보았을 때, 작가는 자신이 알아채지 못한 패턴이 무의식적으로 이 글을 발전시켜왔다는 것을 발견하게 되었고, 아들의 죽음에 이은 아버지의 고뇌에 찬 삶으로 작품의 나머지 반을 채운다. 아들의 시신을 끌고 얼어붙은 알래스카의 겨울바다를 떠돈다. 마치 고향 이타카를 찾아 20년을 떠돌던 저주받은 오딧세우스처럼. 2부는 이렇게 아버지의 눈을 통해 그 동안 작가 자신이 감내해야 했던 고통을 세세히 들여다 보는 과정이기도 한다.

아버지의 자살을 수치스럽게 여긴 아들은 이후 3년 동안 아버지가 암으로 죽었다고 거짓말을 한다. 그리고 15년간 긴 불면에 시달린다. 전과목 A를 받는 우등생이 밤이면 아버지가 유품으로 남긴 총을 들고 거리의 가로등을 저격하고 때론 멋모르고 창가에 선 이웃을 향해 총구를 겨누곤 했지만 이 사실을 아무도 눈치채지 못한다. 심리상담사였던 어머니는 학교에서 우수한 모범생인 아들이 잘 적응하고 있다고 믿었고 그에게 기본적인 심리치료조차 제공하지 않았다. 혹시라도 자제력을 잃으면 자신이 무슨 짓을 할 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그는 22세까지 술을 입에도 대지 않았다. 15년을 이어진 불면의 밤들도 그와 같은 맥락이었을 것이라고 작가는 말한다. 잠들면 이성의 통제를 벗어난 자신이 무슨 짓을 할지 두려웠기 때문이었을 것이라고. 이렇게 어둡고 암울한 내면의 충동과 갈등의 경험이 그로 하여금 2008년 노던 일리노이 대학에서 일어난 총기난사 사건을 파헤친 다큐멘터리 <지상의 마지막 날(Last Day on Earth, 2011)>를 쓰게 한 바탕이 되었다. 착실한 모범생의 모습으로 대학을 다니던 장학생이 어떻게 하루아침에 주변학생들과 교수들을 향해 무차별 총기난사를 하는 괴물로 변모하게 되었는지를 이 책에서 작가는 인간 내면의 본질적 어둠과 광기를 섬세하게 추적한다.. 

이 같은 고통의 시간을 겪으며 아들은 자신이 아버지의 전철을 그대로 밟게 될 것이라 확신한다.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것은 저주받은 운명일 것이라고.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 아버지처럼 아내를 속이고 외도를 하고 이혼하고 절망 속에 헤매다 자살로 생을 마감하게 될 것이라고. 마치 면도날 위를 걷는 것 같은 위태로운 균형을 유지하며 소년은 청년이 되었고 봉인된 채 영혼을 갉아먹는 내면의 상처와 분노를 글로 옮겼다. 그는 19세에서 29세까지 10년에 걸쳐 아버지의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썼다. 그리고 출판되기까지 12년을 기다려야 했다. 완성된 원고를 어디서도 출판해 주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샌프란시스코 대학에서 교수로 재직하면서 그는 이 작품을 공모전에 출품했고 상을 받았고 마침내 책으로 출판되었다. 그가 죽은 아버지보다 많은 나이인 43세가 되던 해였다.

<자살의 전설(Legend of a Suicide)>은 “어류학,” “로다,” “선인의 전설,” “수콴섬(1, 2부),” “케치칸,” “높고 푸르게,” 이렇게 6개의 이야기로 이루어져 있다. “”수콴섬”을 제외한 나머지 5편은 짤막한 단편들로 각기 다른 시점과 스타일로 아버지의 죽음과 아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야기는 서로 상충되는 측면도 있지만, 오히려 일관되지 않은 관점의 서술이 사건을 다양한 각도에서 접근할 수 있게 해주어 입체적인 조망이 가능해 진다. 서로 다른 이야기들이 충돌하고 어우러지며 새로운 의미를 창출해내는 것이다. 작품의 영어 원제인 Legend of a Suicide의 “legend”는 흔히 “전설”이라 번역되지만, 작가의 설명에 따르면 그는 이 제목을 중세 영문학 작품인 초오서의 <캔터베리 이야기> 중 “Legend of Good Women”에서 따왔다고 한다. 이때 “legend”는 “본보기가 되는 초상들”의 의미이다. 즉, “Legend of Good Women”은 “덕성스런 여인의 초상들” 정도로 해석될 수 있다. 그렇다면 이 책의 제목도 실은 “자살의 전설”보다는 “어떤 자살의 초상들”이 더 원래 의도에 맞는 해석이고 또한 책의 구성을 설명해 준다. <선인의 전설>도 마찬가지로 "좋은 남자들의 초상"이 더 적합한 해석이다. 하지만 “전설”이라는 단어가 가지는 신비감이 책 제목으로는 더 매력적인 것도 사실이다. 다음은 <수콴섬>이전의 시간을 그린 작품들에 대한 간략한 요약이다.

<어류학(Ichthyology)>: Ichthyology 어류학이라고 번역되는 낯선 용어의 제목이 붙어 있다. 작가는 자신의 자서전적인 이야기를 자신의 출생에서부터 풀어 나간다. 마치 찰스 디킨스의 <데이비드 커퍼필드>처럼 작가는 알래스카의 아다크 섬에서 어머니가 자신을 낳았다는 문장으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아버지와 어머니의 너무나 다른 특성이 어린아이의 시각에서 서술된다. 부모의 다툼과 그에 따른 아이의 불안과 공포가 아이로 하여금 어두운 밤 아무도 없는 이웃집에 들어가 수족관에 있는 물고기들을 죽이는 과정에서 끔찍한 아름다움으로 그려진다. 

<로다>: 이혼 후 아버지는 어린 26세의 여자와 재혼한다. 그 결혼식에 참가한 소년의 눈에 비친 새엄마의 모습은 신비롭고 아름답다. 마치 제임스 조이스의 단편 “애러비(Araby)”의 한 장면을 연상시킨다. 소년은 젊은 새어머니에게서 여인을 보고, 성적으로 성숙해간다. 하지만 로다는 또 다른 비극을 잉태하고 있다. 그녀의 부모는 심각한 불화를 겪고 있었고, 결국 어머니가 아버지를 권총으로 살해하고 자신도 자살하는 비극이 일어난다. 더우기 그 끔찍한 사건을 겪은 지 몇 달 지나지 않아 헤어진 남편(작가의 아버지)이 권총으로 머리를 쏘아 자살하는데, 그 소리를 전화기 너머로 직접 듣게 되었다고 한다. 영혼에 아로새겨진 깊은 상처 때문일까? 소년은 로다를 숭배하고 그녀의 아픔에 공명한다.

<수콴섬> 이후의 두 작품: <케치칸>과 <높고 푸르게>는 어른이 된 아들의 회고적 관점에서 쓰인 것으로 기법적인 실험이 두드러진다. <케치칸>은 알래스카의 자연경관에 대한 일종의 명상으로 자연경관에 인물들의 감정을 투사시키는 미국 서부문학의 전통을 이어받고 있다. <높고 푸르게>는 도날드 바셀미(Donald Bathelme)를 연상시키는 메타픽션적 요소가 강하게 드러나는 작품이다. 하여 번역상의 문제가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번역하기 난해하기도 하거니와 이러한 작품에 대한 이해 없이는 작품을 제대로 번역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좀 더 시간을 들여 작품에 대한 이해가 담긴 번역이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데이비드 밴의 글쓰기는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 멜빌의 <모비딕>처럼 자연과 운명에 맞서는 인간의 드라마를 그려내는 선 굵은 남성적 스케일과 제임스 조이스같은 하이모더니스트 작가들의 세련되고 지적이며 섬세하게 인간 내면을 그려내는 감수성을 결합시켰다. 도시와 문명 속에 사는 현대작가들은 대부분 문명을 벗어나 야생 그대로인 극한의 자연을 마주할 기회가 별로 없다. 반면, 거친 자연 속에 살아가는 소수의 사람들 중 그 경험을 현대인이 이해할 수 있는 언어와 감수성으로 전달해줄 수 있는 사람은 더욱 드물다. 데이비드 밴은 이 둘의 절묘한 조합이다. 서부개척시대를 경험한 미국인들의 피 속에 내재된 프론티어에 대한 기억과 향수, 이를 직접 체험하며 자라났으면서 동시에 대학에서 문학과 종교학 등을 공부하고 선불교에 심취하는 등 정신문화와 분석적 지성을 갖추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지적인 편력이 그의 작품을 구성하는 세련된 형식과 언어의 바탕을 이룬다. 작가는 스스로를 네오클래시스트, 즉 신고전주의 작가라고 평한다. 그리하여 그는 서양 문화의 원류인 그리스 비극에서 자신의 작품의 원형을 찾는다.

이는 두 가지 점에서 분명하게 드러난다. 하나는 근본적으로 서로에 대해 애정 어린 호의를 가진 인물들이 어쩔 수 없는 상황까지 몰려가 무너지면서 자신의 본질을 바닥까지 내보이는 상황에서 파국에 이른다는 점이다. 다른 하나는, 그들은 최선을 다하려 애쓰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로에게 상처를 주고 파멸에 이를 수 밖에 없는 인간의 본질에 대한 통찰이다. 

그는 인간 내면의 어둠을 그 한계까지 파헤쳐 들어가는데 그 방편으로 그리스 비극작가들이 주로 사용했던 짓기(poiein) 방식을 차용하고 있다. 이는 자신이 그려내고자 하는 것을 온전하게 지어내기 위해서 불필요한 것들을 모두 제거해버려는 방식으로, 아리스토텔레스가 <시학>에서 말한  소위 "카타르시스(Katharsis, 제거하기)"가 바로 그것이다. 이 제거의 과정을 통해서 "파국과 파멸" 자체가 온전하게 드러난다. 반전은 여기서부터다. 온전하게 드러난 파멸 혹은 파국 자체는 더 이상 파멸 혹은 파국 자체가 아니게 된다. 작품을 통해서 파국을 정면으로 직시하는 순간, 파국 자체는 더 이상 파멸 혹은 파국 자체가 아니게 된다. 작품을 통해서 파국을 정면으로 직시하는 순간, 통찰이 "파국"을 감싸안는다. 또한 이 통찰은 "파국"이 품어내던 두려움과 불편함 따위의 감정 응어리들도 정화시켜주고, 이 정화를 통해서 마음은 다시 맑아지고 깊어지며, 생기를 되찾게 된다. 파멸 혹은 파국이 주는 무거움과 불편함은 이런 방식으로 극복된다. 

영국 소설가 죠셉 콘라드는 소설 <어둠의 핵심>에서 인간의 내면의 탐욕과 원초적 폭력성을 탐색했다. (이 작품은 프란시스 코폴라 감독에 의해 <지옥의 묵시록>이라는 제목의 영화로 각색되었다.) 콘라드는 문명사회를 이 어둠의 공포로부터 지켜주는 것은 경찰과 도축업자라고 지적한다. 문명화된 도시에 거주하는 우리는 도축업자 덕분에 직접 사냥하고 도축하는 과에 수반되는 공포와 잔인함, 피와 죽음을 외면하고 망각한 채 일상의 식탁에 오르는 육류를 즐길 수 있다. 경찰도 마찬가지다. 그들은 우리들 개인을 범죄, 즉 인간의 탐욕과 폭력으로부터 지켜주는 사회적 안전장치이다. 밴의 작품은 경찰도 도축업자도 없는 곳, 문명을 벗어난 인간사회의 그물망을 제거해 버린 대자연을 무대로 하여 인간이 운명 앞에 무너져가는 비극을 그려낸다. 

<수콴섬>을 예로 들어 보면, 등장인물은 단지 두 사람, 아버지와 아들뿐이다. (그 밖의 소수의 인물들은 그림자 속의 엑스트라처럼 스쳐 지나갈 뿐이다.) 사회와 격리된 두 사람은 서로 간의 관계에만 집중하게 되는데, 광활하고 잔혹한 자연은 그들의 고통을 심화시켜 마침내 더 이상 버텨내지 못하고 무너져 버릴 한계상황까지 이들을 내몬다. 그 무너지는 순간에 그들이 가진 인간성이 바닥까지 드러나고 드라마는 파국을 맞는다. 그의 드라마에선 자연 또한 하나의 캐릭터이다. 마치 <리어왕>에서 버림받은 리어가 폭풍우 몰아치는 광야에서 울부짖듯이, 밴의 인물들은 무심한 알래스카의 자연 속에서 처절하게 무너져 간다. 

데이비드 밴의 소설은 인간 내면의 어둠을 뚫어지게 직시하고 한 치도 피하지 않는다. 광기와 분노의 깊은 지하로 내려가 차마 눈길을 주고 싶지 않은 폭력과 추함, 끔찍함을 그대로 보여준다. 줄리아 크리스테바가 "애브젝트(abject)"라고 부르는, 그 끔찍한 어둠의 바닥까지 파헤치는 용기를 보여준다. 차마 읽고 싶지 않은 하지만 읽지 않을 수 없는 이야기. 하지만 그의 이야기에는 따스한 사랑이 스며있다. <수콴섬>의 아버지는 무력하고 부조리하지만 아들을 사랑한다. 아들 또한 아버지의 죽음의 자리에 자신을 대신 내던질 만큼 처절하게 아버지를 사랑한다. 데이비드 밴은 이렇게 끔찍한 아름다움으로 가득한 새로운 문학의 세계를 우리에게 선사해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