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적으로, 10년에 걸쳐서 도시의 역사 연구에 매진해 온 김창성 교수의 10년에 걸친 뚝심을 존경하며 그 결실인 이 책의 출판을 진심으로 축하 드린다. 그런데 나는 이 책에 대한 전체 서평을 감당할 만한 적임자가 아니다. 엄밀하게 도시사 전공자가 아니기에 말이다. 또한 이 책에 대한 전체 서평은 전남대의 최혜영 교수가 <서양고대문화사연구> 제26집(323-327쪽)에서 했기 때문에, 전체 서평 대신에 이 책을 읽으면서 내가 관심 있게 읽었던 논의에 대해서 아주 간략하게 촌평하겠다. 나의 관심을 붙잡았던 주제는 “폴리테이아와 키비타스; 정치 체제와 공간구조의 비교, 56쪽-71쪽>이다. 이 주제에 대해서 다음의 이유에서 흥미롭다. 그 동안 그리스의 “폴리테이아(politeia)” 개념과 로마의 “키비타스(civitas)” 개념에 대해서 많은 언급은 있었지만, 실질적으로 양 개념을 비교한 글은, 적어도 한국어로 된 논문은 그리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점에서 두 개념의 공통성, 유사성 그리고 차이를 다루려는 노력은 의미 있는 시도라 하겠다. 이 논문을 계기로 많은 후속 논문과 논쟁이 촉발되길 기원한다. 결론적으로, “폴리테이아와 키비타스”의 비교에서 김창성 교수의 논의는 크게 두 가지로 요약-정리된다. 

정리 1번과 관련해서, 김창성 교수는 “그렇지만 주의할 것은 시민(polites)과 인민의 차이라고 할 수 있다”(66쪽)라고 주장한다. 이와 관련해서 그는 그리스의 폴리테이아를 “주권체”라고 규정한다. 이는 예컨대, 64쪽에서 “이런 결론에 따르면, 폴리테이아는, 일인이든 다수이든, 시민으로 구성된 주권체로서의 의미를 가지는데, 폴리테이아를 필자(김창성)는 폴리스적인 내지는 그리스적인 것을 뜻하는 말로서 이해해 보고자 한다”라는 언명에서 확인된다. 그런데 문제는 과연 폴리테이아를 “주권체”로 볼 수 있는지가 문제다. 왜냐하면 주권체 혹은 주권이라는 개념은 근대 철학의 산물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전통적으로 폴리테이아는 두 가지로 해석된다. 하나는 폴리테이아는 정치-공동체 자체를 뜻하고, 다른 하나는 개별 정체(regime)를 지칭한다. 전자는 유적 개념으로 “정체”(constitution)로 이해되기도 한다. 이는 “모든 정체(politeia)의 공통의 이름인 폴리테이아로 불린다(60쪽)”라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언명에서 확인된다(<정치학>1279a 37). 그러니까 개별 정체들의 공통 혹은 형상(Form)으로서 공통 정체가 폴리테이아인 셈이다. 이 형상적 정체를 해석함에 있어서 많은 학자들은 ‘정체’라는 말을 현대적인 의미의 ‘정체’로 이해하려 시도했다. 하지만 이는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그리스의 폴리테이아는 오늘날과 같은 성문 헌법에 입각해서 구성된 정체를 지칭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주권 개념에 입각한 근대의 분류 방식에 입각해서 폴리테이아를 접근하기 어렵다는 말이다. 이와 관련해서 나는 정치-공동체의 주인이 누구인가에 대한 논의와 정치 공동체의 통치와 지배에 대한 주도권에 대한 분류는 다르다는 점을 지적하고자 한다. 정치-공동체의 주인이 누구인지에 대한 논의가 보다 선명하게 부각되려면, 폴리테이아와 바실레이아와의 비교하는 것이 설득력을 가질 것이라고 제안한다. 왜냐하면 폴리테이아라는 개념은 유(類)적 개념으로 그리고 형상으로서의 정치적 공동체를, 그것이 어떤 종류의 개별 정체(regime)로 구현되든 것과 관계없이, 한편으로 조건적으로 인간의 본성 안에 있는 정치적 공동성에 기본을 두고, 다른 한편으로 현실적으로 형성된 정치적 공동체 일반을 지칭하는 개념이기 때문이다. 

다른 하나는 개별 정체로서 폴리테이아이다. 이 폴리테이아는 종(種)이자 구체적인 실현체(Material)로서 개별 정체를 지시한다. 이와 관련해서 김교수는 폴리테이아를 개별 정체의 종류로 보고 있다. 이는, 그가 정체를 일인정, 과두정, 다수정으로 나눈다는 사실에서 확인된다. 이 분류에 대해서 이의를 제기하자는 것은 아니다. 다만 문제는, 이 분류가 주권 개념에 의해서 구분되는 범주 구분이 아니라는 점을 지적하고자 한다. 그러니까 누가 정치-공동체의 주인인지에 대한 구분-기준에 의해서 성립하는 범주 구분이 아니라 정치-공동체의 정치적 주도권(regime)을 누가 가지고 있는지에 따른 구분이라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서 김 교수도 “여기에서 폴리테이아는 폴리테우마로 파악된다. 폴리테우마는 일반적으로 국정을 담당하는 것을 지시하므로 다르게 표현하면 ‘폴리스들의 주권자’이다(62쪽)”라고 표명하고 있다. 그러니까 김교수의 표명대로 “국정을 담당하는 것과 국가의 주인은 다르다는 점을 지적하고 한다. 그런데, 어쨌든 ‘폴리스들의 주권자’라는 표명이 구체적으로 무엇을 지칭하는 지가 분명하지 않다. 이와 관련해서 보다 상세한 설명이 요청된다 하겠다. 

이상의 논의에 기초해서 정리1) 문제에 대한 내 생각은 다음과 같다. 그리스의 폴리스의 경우, 정치-공동체의 주인은 근본적으로 시민이라는 점이다. 이에 대해서는 김교수도 인정하고 있다. 이는 “모든 시민들이 폴리테이아에 참여한다((61쪽)”라는 인용에서 확인된다. 인용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하지만 김교수는 시민을 폴리테이아의 개별적 단위로 파악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는 단순한 접근이라는 점을 지적하고자 한다. 공동체(polis)의 부분으로서의 개인(meros)이라는 점에 주목해야 할 것이다. 이런 점에서 유적 개념으로서 전체 폴리테이아를 구성하는 부분으로서의 시민을 개별 단위로 고립시켜 파악하는 것은 곤란하다. 이에 대립하는 표현으로 그리스인들은 폴리테스가 아니라 사인(私人)을 이디오테스(idiotes)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또한 김 교수는 로마의 경우 키비타스이 중심은 “인민(66쪽)”이라고 보고 있다. 그러나 로마의 경우도 마찬가지로 키비타스의 중심은 키비스(시민)이라는 점을 지적하고자 한다. 물론 국가-공동체의 주인이 인민이라는 점은 맞다. 그러나 그리스의 폴리스와 로마의 국가(res publica)의 차이를 드러내기 위해서 “인민”을 강조하고 있는 것으로 짐작되는데, 실은 내 생각에는 그리고 별 차이가 없다고 본다. 다만 아리스토텔레스의 경우, 인간 안에는 정치적 속성-국가성이 강조되었을 뿐이다. 이와 관련해서 라틴어의 인민에 해당하는 개념이 아마도 그리스어 polis일 텐데, 이에 대한 분석이 전혀 없다는 것이 아쉽다. 

정리2)와 관련해서, 김교수는 “이것은 폴리테이아의 모든 요소를 종합하고 있는 폴리테이라는 점에서, 한 가지의 폴리테이아만을 인정하려는 그리스의 폴리테이아와는 크게 다른 점이라고 하겠다(71쪽)”라고 주장하는데, 이 주장은 재고해야 할 견해라고 본다. 물론 김 교수의 주장이 실제 아테네의 직접 민주정치를 염두에 두었다면 어느 정도 수긍이 가지만, 하지만 이 경우도 김교수는 데모크라티아라는 표현을 사용하지 않았고, 폴리테이아라는 개념을 사용하고 있다. 적어도 아리스토텔레스가 사용하는 의미에서 폴리테이아라는 개념을 사용하고 있다면, 앞에서 인용한 김교수의 주장은 재고되어야 한다. 왜냐하면 아리스토텔레스도 여러 개별 폴리테이아들이 하나로 혼합된 정부(regime) 형태에 대해서 논의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한 전거로 요컨대 <정치학> 제4권 8장을 1293 b 33-34를 제시할 수 있다 (Pol 1293b.33-1293b.38). 아리스토텔레스의 혼합 정부가 폴리비오스가 말하는 혼합 정체인지에 대해서는 물론 보다 자세한 논의가 요청되는 주제이지만, 이 논의 자체가 흥미로운 적은 다수의 정치(democratia)와 소수의 정치(oligarchia가 혼합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니까 소위 다수의 정치에 대한 가능성을 열어놓으면서, 그렇지만 소위 직접 민주주의에서 나타나는 폐단의 극복을 위해서 소수의 정치가 개입해야 하는데, 그 방식은 소위 소수가 인격(personification)을 통한 정치에 개입하는 것이 아니라, 소수정이 법으로 구현된다는 점에서 소위 법률에 입각한 다수의 정치가 전환 가능함을 보여주는 대목이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서 플라톤의 <국가>와 <법률>의 상관성을 따지는 문제와 관련되어 있다. 그러니까 철인왕의 역할이 법률의 역할 사이의 상관성으로 전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의미에서 아리스토텔레스의 폴리테이아를 하나의 개별 정체로 이해하는 것은 단순한 접근이라 하겠다. 이 문제와 관련해서 역사학자 폴리비오스가 말하는 의미의 혼합된 정체(constitution)와 아리스토텔레스의 혼합 정부에 대한 보다 자세한 논의를 부탁 드린다. 김교수는 주석 41에서 “혼합 정체는 폴리비오스가 한 것이 아니라, 근대 역사가들이 만든 조어(71쪽)”라고 하지만, 적어도 위의 인용에서 볼 수 있듯이, '혼합'이라는 표현은 이미 아리스토텔레스가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