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은 해야 하나? Homo laborans! (헤시오도스, "일과 날," <신들의 계보>, 천병희 역, 도서출판 숲, 2009)
1.
삽질하는 아킬레우스! 낫질하는 아가멤논! 호미질하는 헬레네! 걸레질하는 클리타임네스트라! 모양새가 영 아니다. 서양 고대 세계에서 귀족들에게 일은 수치스러운 것이었다. 창피스러운 짓이었다. 일은 순전히 노예들의 차지였기에. 일에 대한 이와 같은 생각은 서양의 고대는 물론 근세 시대까지도 그대로 유지되었는데, 전거는 포르투갈의 코임브라 대학에서 출판된 아리스토텔레스의 <범주론>에 소개된 학문 편제의 일부이다.
농사, 사냥, 군사, 제작, 의술, 직물, 항해의 기술 등은 노예들(serviles)이 담당하는 것이다. (<코임브라 대학의 아리스토텔레스의 <범주론> 주해>, 1606, 마인츠)
이 기술들은 오늘날은 대학에서 소위 잘 나가는 학과들이 되었지만, 어쨌든, 서양인들에게 실용 기술들은 자유인(eleuteroi)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것들로 간주되었다. 적어도 호메로스 시대에는 그랬다. 물론, <오뒷세이아> 6권에서 나우시카가 빨래를 한다. 하지만 이는, 내 생각에, 오뒷세우스가 나우시카를 만나도록 하기 위한 극적 설정일 뿐이다. 또한, 페넬로페도 옷을 짠다. 하지만, 이는 노예들이 하는 허드레 일이 아니고, 한편으로 이는 시아버지를 위한 수의를 짜는 일이고, 이도 또한 이야기 전개에 있어서 중요한 설정이다.
각설하고, 서양 고대인에게 일은 노예들이나 하는 것이었다. 적어도 명예를 중시하는 귀족들의 생각에는 그랬다. 그런데, 이에 대해 정면으로 반기를 드는 사람이 있었다. 바로 헤시오도스였다. 기원전 7세기 사람이었고, 직업은 농부였다. 하지만, 이야기를 잘 짓고, 그런데 자기 이야기를 할 줄 알았으며, 세계와 우주에 대한 심원한 통찰의 눈을 가진 현자였다.
2.
사태의 중심으로 바로 들어가자. <일리아스>의 아킬레우스가 그토록 소중하게 여겼던 명예(time)에 대한 헤시오도스의 생각이다.
피에리아에서 오신 무사 여신들이여, 노래로 명성을 주시는 분들이여, 이리 오셔서 그대들의 아버지 제우스를 노래 찬미하소서! 그분에 의해 필멸의 인간들이 유명해지기도 하고, 무명에 그치기도 하며, 이름이 기억되기도 잊혀지기도 하지요, 위대한 제우스의 뜻에 따라. 그분께서는 쉬이 강하게 하시는가 하면 강자를 쉬이 억누르기도, 돋보이는 자를 쉬이 줄이시는가 하면 눈에 띄지 않는 자를 키우시기도, 굽은 자를 쉬이 바루시는가 하면 거만한 자들을 시들게도 하시니까요, <일과 날> 제1행-7행
명예, 그것은 아무것도 아니라고 한다. 죽어야 할 인간에게 명예는 이제 노력한다고 얻어지는 것도 아니고, 추구할 만한 무엇도 아니라고 한다. 모두 제우스의 소관이기에. “명예”에 대한 헤시오도스의 생각은, 지금은 당연한 것으로 여길지도 모르겠지만, 매우 급진적인 생각이다. 일단, 지배 귀족들의 가치관에 정면으로 반기를 드는 것이기에. 헤시오도스의 소위 “반골” 기질에 대해 의문을 표할 독자가 있을 지도 모르겠다. 이에 대한 전거는 다음과 같다.
우리는 이미 유산을 나누었고, 그대는 더 낳은 것을 낚아채 갔소, 왕들을, 뇌물 먹는 자들을 많은 뇌물로 매수하여, 그래서 그들은 그런 판결을 내리는 것이라오. (<일과 날> 제39행-41행)
일개 농부에 불과한 헤시오도스는 대놓고 왕이 뇌물을 받는다고 비판한다. 헤시오도스의 이런 당당한 모습은 <일리아스>에서 평민 출신의 병사 테르시테스가 ,
아트레우스의 아들이여, 무엇이 부족해서 불만이오? (…) 하나 아카이오이 족의 아들들을 불행으로 인도하는 것은 그들의 지휘자들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짓이오. 이 겁쟁이들이여, 못나고 수치스런 자들이여! (…) 아트레우스의 아들이여! 그대의 횡포도 이번이 마지막이 되었을 것이오. (<일리아스> 제 제2권225행-242행)
라고 대들다가 오뒷세우스로부터 심한 질책과 함께 매질 당하는 장면과 대비된다. 호메로스의 노래다.
그대는 백성들이 모인 앞에서 왕들을 가르치려 들거나 그들에게 욕설을 하거나 귀향의 기회를 엿보지 마라. (<일리아스> 제2권 250행-251행)
도대체 헤시오도스의 저 당당함의 근거는 무엇일까? 한마디로, 땀과 수고이다. 즉 노동이다. 물론, 헤시오도스도 명예를 중시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헤시오도스에 따르면, 명예는 모든 물자가 풍족했던 황금 시대나 백은 시대, 혹은 적어도 정의와 수치가 살아있던 청동 시대에나 효력을 발하는 가치라는 것이다.
3.
헤시오도스는 자신이 살아야 하는 철의 시대에 명예는 아무런 효력이 없는 가치라고 일갈한다. 이와 관련해서, 그는 심지어 인간을 돌보는 마지막 보루인 정의의 여신과 수치의 여신도 두 손을 들고 이미 지상을 포기한 상태에서 명예란 공허한 메아리에 불과하다고 주장한다. 이것이 실은 명예에 대한 헤시오도스의 생각이더. 또한 <일과 날>을 시작하는 초사(招辭)의 핵심이다. 아닌 게 아니라 헤시오도스가 살았던 철의 시대의 사정을 조금만 들어보면, 명예가 왜 힘을 발하지 못하는지를 쉽게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헤시오도스의 묘사다.
이번에는 철의 종족이 태어났기 때문이오. 그들은 밤이나 낮이나 노고와 곤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고통을 받을 것인즉 신들께서 그들에게 괴로운 근심거리를 주실 것이오. (…) 아버지는 아들에게, 아들은 아버지에게 낯선 사람일 것이고, 손님은 주인에게, 친구는 친구에게 두려운 사람일 것이며, 형은 동생에게, 동생은 형에게 해로운 사람일 것이오. (…) 주먹이 곧 정의이고, 나라는 나라를 약탈할 것이오. 약속을 지키는 사람과 정의롭고 선량한 사람을 아무도 감사하지 앓을 것이오. 사람들은 오히려 악행과 범죄에 능한 자를 존경할 것이오. 정의는 주먹 안에 있고 염치는 사라질 것이오. 사악한 자가 이 선량한 사람을 삿댄 말로 모함하고, 거짓 맹세가 판을 칠 것이오. (<일과 날> 제 176행-194행)
아수라장이다. 개판이다. 이런 세상에서 인간을 인간답게 만들어주는 것은 무엇일까? 이에 대한 헤시오도스의 답은 간결하다. 한마디로, “일하라”이다. 헤시오도스의 조언이다.
내 조언을 명심하오. 배고픔이 그대를 싫어하고 대신에 아름다운 꽃의 모자를 쓴 대지의 여신이 그대를 사랑하도록, 그대의 곳간을 양식으로 가득 채우도록 말이요! 배고픔은 게으름의 친구요. 일하지 않고 사는 자는 인간은 물론 신들도 싫어하는 법이요. 일을 사랑하되, 때를 놓치지 마시오. 그대의 곳간은 양식으로 철철 넘칠 것이요. 사람들이 더 많은 것을 가지게 되고, 부자가 되는 것은 일 덕분이요. 일하는 자를 신들이 더 사랑하는 법이요. 일은 수치가 아니고. 일하지 않는 것이 수치요. 그대가 일하면 게으름뱅이는 그대를 시기할 것이요. 곧 부자가 될 그대를! 부에는 위엄과 명예가 따르는 법이오 (<일과 날> 제 299행-313행)
소수 귀족들이 전유했던 명예가 일하는 농부에게 주어지는 순간이다. 삽질하는 아킬레우스가 이제는 창피한 것이 아니고, 오히려 자랑스러운 사람이라는 소리다. 그렇다면, 창을 들고 달리는 아킬레우스보다 삽질하는 아킬레우스가 더 명예롭다고 하는 근거는 무엇일까? 헤시오도스의 해명이다.
경쟁은 한 종류만이 있는 것이 아니오. 지상에는 두 종류가 있소. 그 중 하나는 칭찬 받아 마땅하지만, 다른 하나는 비난 받아 마땅하니 둘은 서로 성질이 다르오. 그 하나는 잔인하게도 사악한 전쟁을 싸움을 부추기니 그 어느 누구도 좋아하지 않소. 그러나 사람들은 어쩔 수 없이 불사의 신들의 뜻에 따라 맹렬한 경쟁을 존중하오. 하지만, 다른 하나는 검은 밤이 먼저 그녀를 낳자 하늘의 높은 자리에 계시는 크로노스의 아드님이 대지의 뿌리 속에 감추었고, 인간들에게 큰 유익함이 되게 하였소. 이 경쟁은 게으른 사람도 일을 하도록 부추긴다오.
인용에 따르면, 아킬레우스가 누리는 불멸의 명예도 실은 사람들이 어쩔 수 없어서 존중하는 것인 셈이다. 진정으로 인간에게 유익을 가져다 주는 것은 아니기에. 전쟁 영웅의 명예는 전쟁과 싸움을 부추기는 것이기에. 결국 나쁜 경쟁의 장식에 불과하다는 소리다. 이와 관련해서, 헤시오도스는 좋은 경쟁, 곧 진정한 명예는 대지의 뿌리 속에 숨어 있다고 한다. 다시, 헤시오도스의 말이다.
아욱과 둥굴레 속에 얼마나 큰 이익이 감춰져 있는지 모르고 있소. 그게 다 신들께서 인간의 양식을 감춰두었기 때문이다. (<일과 날> 제41-42행)
참고로, 아욱과 둥굴레는 값이 가장 싼 먹거리다. 하지만, 여기에 가장 큰 유익이 들어있다고 한다. 귀족들과 전쟁 영웅들에게는 도무지 납득이 안 되는 소리일 게다. 웃통을 벗고 삽질하는 아가멤논의 모습이 그들에게는 도무지 상상이 가질 않을 것이기에. 하지만, 헤시오도스는 일이 진정한 멋이고, 일이 명예의 출발점이라고 한다. 앞에서 소개했듯이, 부, 명예, 위엄은 일을 따라다니는 종자들이기 때문이다. 일이 명예의 출발점인 이유는, 또한, 일 자체가 실은 최소 명예(honestas minina)이기 때문이다. 명에의 반대인 수치와 창피의 원인이 게으름이고 나태이기에. 헤시오도스의 권고다.
그대는 옷을 벗고 씨를 뿌리고, 옷을 벗고 소를 몰며, 옷을 벗고 낫을 들라, 데메테르 여신의 일을 모두 제때에 맞추어 모든 것이 제때에 자라기를 바란다면 말이다. 그렇지 않으면 그대는 나중에 궁핍해져서 남의 집을 돌며 구걸해도 아무것도 얻지 못할 것이오- 일전에 그대가 나를 찾아왔듯이 말이오. 나는 그대에게 아무것도 주지 않을 것이며, 낟알 하나도 주지 않을 것이오. 일하시오! 어리석은 페르세스여! 신들이 인간에게 정해준 대로 일을 하시오.
인간이 일을 해야 하는 이유가 단순하게 부자가 되기 위함만은 아니라는 언명에 눈길이 간다. 헤시오도스는 신들이 정해준 법도를 따르는 것이 일이라고 한다. 아니 단순하게 “따르는 것”이 아니라 신의 일을 “제때에 맞추어” 수행하는 것이라고 한다. 이쯤 되면, 일은 이제 단순한 노동이 아니다. 일은 이제 우주사(宇宙事)를 집행하는 행위이고, 일을 매개로 우주사를 관장하는 숭고한 실천으로 격상된다. 우주 삼라만상의 한 중심에서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는 작업이 곧 일인 셈이다. 문제는 우주의 역사에 어떻게 참여할 것인가 일 것이다.
이와 관련해서, 헤시오도스는 “제때”를 알 것을 권하다. 제때! 그리스말로는 kairos다. 대지의 뿌리에 새겨진 우주의 작동 원리가 작동하는 순간이 kairos다. 그렇다면, kairos를 놓치는 순간이 바로 수치의 시작점일 것이다. 따라서 kairos를 아는 것, 아니 kairos에 맞추어 일을 한다는 것, 그것이 비록 아욱과 둥굴레 이파리를 돌보는 일이라 할지라도, 그 모습은 청동 갑옷을 두르고 전장을 달리는 모습보다 훨씬 더 멋이고 훨씬 더 값있는 모습일 것이다. 신이 대지의 뿌리에 숨긴 유익함을 찾아 가꾸고 거두어 들이는 것이 다른 인간의 이익과 몫을 폭력과 사기로 빼앗고 약탈하는 것보다는 훨씬 명예로운 것이기에. 약탈과 사기는 신들도 못마땅해 하는 것이기에.
4.
여기까지가 명예가 귀족의 전유물에서 농부들의 자랑으로 전환되는 과정에 대한 이야기다. 이를 위해서 헤시오도스는 호메로스 작푸들에 그려진 가치 체계의 전환과 전복을 서슴지 않는다. 이런 의미에서 아마도 서양 학문의 역사에서 최초의 혁명적 사상가일 것이다. 예컨대, 명예라는 귀족 시대의 가치를 전복한 최초의 현인이었기에. 물론, “명예”라는 개념 하나만으로는 이 주장을 입증하기에는 부족할지도 모르겠다. 해서, 여러 사례가 있겠지만, 지면 관계상 의미의 전복이 가장 극적으로 드러나는, 하지만 그 개념이 지금도 매우 중요한 개념 하나를 소개하겠다.
바로, arete 개념이다. 우리 말로 “덕”이라고 번역하는 아레테는 처음부터 덕은 아니다. 오히려 뛰어남, 탁월함이 맞는 옮김일 것이다. 이 탁월함은 어떤 부분에서 혹은 능력에서 기능적으로 뛰어남을 뜻한다. 예컨대, 전쟁에서 뛰어남이 아레테의 한 예이다. 그런데, 내 생각에, 이 아레테는 땀과 노력을 통해서 얻어지는 능력이 아니다. 그것은 타고난 것이 대부분이다. 적어도 호메로스의 시대의 아레테의 의미는 타고난 뛰어남을 의미했다. 예를 들면, 아킬레우스의 발빠름과 오뒷세우스의 꾀많음이 노력을 통해서 획득한 탁월함이 아니기 때문이다. 문제는 여기에서 발생한다. 아욱을 돌보는 데에는 발빠름이 아무런 소용이 없기 때문이다. 둥글레를 가꾸는 데에는 땀과 노력이 요청되기에 말이다. 이와 관련해서, 흥미롭게도, 헤시오도스는 이 “노력”을 “아레테”라고 부른다.
과연 웃통 벗고 삽질하는 모습이 아레테의 모습일까? 헤시오도스에 따르면, 이 모습이야말로 진정한 아레테의 구현이다. 단적으로, 대지의 뿌리에 감춰진 유익함을 찾아내기 위해서 요청되는 것은 땀과 노력과 인내이기에. 영웅이 타인과 공동체를 위해서 이익을 가져다 주기에 명예와 아레테를 가지고 있다는 찬사를 듣지만, 그것이 다른 나라와 다른 사람의 희생을 바탕으로 하는 것이라면, 땀과 노력은 다른 이의 희생 없이 신이 제공한 유익함을 찾아서 가꾸고 돌보는 일이고, 그 일이 실은 우주의 역사에 직접적으로 참여하고 세계를 만들어 가는 일이기에. 다음은 아레테에 대한 헤시오도스의 생각이다.
그대에게 좋은 뜻에서 말하는 것이요. 열등한 것은 힘들이지 않고 많이 얻을 수 있소. 길은 평탄하고, 그것은 곁에 가까이 붙어있으니까. 하지만 탁월한 것은 그 앞에 불사의 신들께서 땀을 가져다 놓았소. 그곳으로 가는 길은 멀고 험하며 거칠다오. 그러나 정상에 도달하면 처음은 힘들지만, 나아가기 쉬어지는 법이요. 가장 훌륭한 사람은 나중에 그리고 최종적으로 무엇이 최고인지를 따지며, 스스로 모든 것은 깨닫는 사람이요. (<일과 날> 제285-295행)
인용에서 말하는 “탁월한 것”이 바로 아레테다. 주목해야 할 점은 아레테로 올라가는 길이 험하고, 그래서 “땀”이 필요하다는 언명일 것이다. 탁월함은 그냥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이 노력이 요청되고, 처음에 힘들지만, 나중에 쉬어진다고 하는데, 이 언명은 타고난 탁월함이 아니라 어떤 능력이 내면화를 거쳐서, 즉 지속적인 노력을 통해서 하나의 습관(hexis)으로 자리잡는 과정에 대한 묘사이다. 그런데, 어떤 능력이 하나의 습관이 자리잡은 것! 아리스토텔레스는 이를 덕이라고 불렀다. 하지만, 웃통 벗고 아욱을 따는 것을 어쩌면 아리스토텔레스는 탁월한 능력이라고 부르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반전은 여기에서부터다. 헤시오도스는 이를 아레테라고 부를 것이기 때문이다. 어쨌든, 타고난 탁월함에서 땀과 노력을 통해서 올라가는 아레테로의 길은 이런 생각과 이야기를 통해서 만들어졌다. 외면의 화려한 뛰어남을 뜻하는 아레테에서 땀과 노력을 바탕으로 내면화 된 능력으로서 덕성을 뜻하는 아레테로 가는 전환의 길이 말이다. 아닌 게 아니라 아욱을 기르는 데에 익숙해지려면 상당한 땀과 기다림과 제때를 아는 능력이 요청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는 분명 타고난 뛰어남과는 구별되는 능력이다.
그렇다면, 한걸음 물러나서 헤시오도스에게 한 번 물어보자. 제때도 알고, 즉 부지런하고 성실하며, 땀과 노력을 다 바칠 용의가 있음에도 일의 세계에 참여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서 무슨 말을 해 줄 것인지를 말이다.
5.
“일하라!”라는 말로 충분할까? 일을 하고 싶어도 일자리가 없는 사람들에게 말이다. 이 문제에 대해서는 입을 굳게 다물 것이 분명하다. 그럼에도 헤시오도스가 이 한 소리는 분명히 할 것 같다. “그렇다면, 다 큰 문제일 것이다. 더 큰 죄악일 것이다. 우주의 질서를 어지럽히는 짓이다. 일을 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일자리를 주지 않는 것은! 일은 단순하게 돈을 버는 것이 아니라 일은 우주사의 한 활동이기 때문이다. 그 일을 통해서 사람들이 우주의 역사를 만들고 우주를 창조하는 것이기에.
일을 할 수 없다는 것은, 하고 싶어도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는 것은 사람들에게는 단순하게 생존의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신들의 일을 수행하고 나아가 자신의 우주사의 집행자로서의 우주의 존재자로서의 자격을 박탈당하는 것이다.
또한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우주의 입장에서도 심각한 사태이기 때문이다. 우주와 세계 자체의 운행이 중단되는, 심각하고 위태로운 상황에 처할 수도 있을 것이다. 아욱 뿌리 하나에도 우주의 원리가 작동하는데, 하물며 사람에게 그 원리가 작동하지 않을 리가 없다! 아욱도 참여하는 우주사에, 사람도 참여시킬 방법을 찾아야 한다. 이는 우주의 명령이다. 필요하다면, 일을 나누어야 할 것이다. 이는 우주가 돈에게 내리는 명령이다. 돈아! 사람들을 우주사에 복귀시키는 일에 방해 말라. 돈아! 우주와 신은 특히 너에게는 아욱 뿌리에게 나눠 주었던 우주의 이익을 숨겨 둔 적도 나눠준 적도 없기에.”
* 이 글은 2013년 <두리안> 4/2호에 게제된 글이고, 두리안 편집진의 동의를 얻고 게제한 것임을 밝힙니다. ([서평] Aporia Reivew of Books, Vol.2, No.1, 2014년 1월, 안재원, 서울대학교 인문학연구원 HK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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