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할 땐 뇌과학

1. 들어가며

대부분의 사람들이 살면서 즐겁고 행복하기를 바란다. 하지만 마냥 그럴 수는 없는 법. 경제적 곤경에 처하거나, 가족이나 가까운 친구와의 갈등, 직장에서의 문제, 연인과의 파탄 등에서 기분을 상하게 하는 자극을 피할 수 없다. 그런 외부적 스트레스나 자극이 좋게만 살고 싶은 우리를 불안하거나 우울하게 만들고, 때로는 그 자극이 부정적 기분의 시발점으로 작동하여 우리를 깊은 우울감 속으로 빠져들게 만들기도 한다.

우울한 기분을 만드는 최초의 자극이 발화점처럼 작동해서, 뇌의 나머지 부분까지 우울한 기분으로 타들어가게 만드는 것이다. 한번이라도 그 기분 상태를 경험해 본 사람이라면 알 것이다. 우울의 하강나선 속으로 빠져든다는 말이 무엇인지를 말이다. 그것은 위험하고 혼자서는 빠져나오기 힘든 개미지옥이다.

하지만 우리는 뇌과학을 통해, 우리 기분의 토대가 되는 뇌의 작동원리를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고, 우울감이 하강나선으로 빠져드는 이유도 뇌생리학적으로 알 수 있다. 뇌의 작동원리는 매우 복잡하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는 객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 또한 인간이라면 기능적 구조적으로 공통되는 부분이 꽤 많기 때문에, 뇌의 작동방식의 이해를 통해서 우리가 하강나선의 함정에서 벗어나, 상승나선으로 가는 방법도 찾을 있을 것이다.

개인이 살면서 때로 겪게 되는 감정의 개미지옥. 거기서 빠져나갈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는 것이, 바로 <우울할 땐 뇌과학>이란 책의 내용이다. 그래서 원제조차도 <The Upward Spiral>(상승 나선)인 것이다. 뇌과학자이자 우울증 연구자인 저자가 알려주는 우울증에서 벗어나는 주요한 조언(Tip)을 따라가면 침잠하는 심리적 곤경에서 벗어나 적극적이고 긍정적인 삶을 사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물론 이 책이 제시하는 가이드라인의 유효성은 깊은 우울감과 흥미의 완전한 소실이라는 주요 우울증 상태가 되어버려, 기능적으로 심한 무기력에 빠져든 사람에게는 해당하지 않는다. 우울감은 있으나, 그것에서 벗어나고 싶고, 그러기 위해서 책 한 권은 읽을 여력이 남아 있는 사람들이 적용 대상이다.

이 책은 상당부분 뇌의 기능에 대한 구조적이고 생리학적 설명에 할애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우울증 벗어나 상승나선을 타는 요령을 알려준다. 하지만 이 글에서는 다분히 임상적인 차원에서 설득력 있는 저자의 주장을 중심으로 내용을 소개하고자 한다. 더불어 이런 긍정심리학에 대한 뇌과학적 토대를 제시하는 담론의 유효성에 대한 사회적 한계도 검토해 보고자 한다.

2. 상승나선을 위한 신경해부학

슬픔이 있으면 기쁨도 존재하듯이, 뇌 회로는 우울증을 만드는 능력뿐 아니라 기분의 상승을 만드는 능력도 있다. 여러 연구에서 생활의 작은 변화만으로 뇌의 특정 회로의 활동과 화학성질을 실제로 변화시킬 수 있음이 증명되면서, 우리의 마음과 기분을 좌우하는 뇌가 도무지 알 수 없는 블랙박스 같은 것이 아니라고 밝혀지고 있다. 뇌 회로는 우리에게 일어난 일과 우리가 내린 결정에 의해 활동의 변화가 일어나고, 그 변화는 우울감을 눈덩이처럼 불어나게 할 수도 있고, 그 반대로 상승나선을 타게 할 수도 있다.

이 요령을 터득하려면, 뇌라는 신경망 놀이터의 지도를 파악하는 것이 크게 도움이 된다. 그중에 책에 반복적으로 나오는 일부는 알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인간의 사고를 담당하는 영역은 뇌 전두엽의 앞쪽 전전두피질(prefrontal cortex)이다. 이 전전두피질은 자아에 초점을 맞추는 내측과 외부세계에 초점을 맞추는 외측으로 구분하고, 또한 감정적 영역을 주로 담당하는 복측(ventral) 영역과 이성적 영역을 담당하는 배측(dorsal) 영역으로 나뉜다. 그래서 이 사분면은 주로 ‘복내측 전전두피질’과 ‘배외측 전전두피질’로 크게 대별되는데, 전자는 자아에 초점을 맞추고 동기부여와 충돌조절이라는 감정적인 부분을 관장하고 후자는 외부세계에 대해 주로 생각하고 계획을 세우고 문제를 해결하는 기능을 담당한다.

뇌에서 약간 안쪽 깊숙한 곳에 위치한 대상피질(cingulate cortex)은 집중과 주의를 통제하는 영역인데, 이곳의 앞부분에 해당하는 ‘전방대상피질’은 비유하자면 컴퓨터 모니터처럼 기능한다. 하드디스크에는 수많은 데이터가 있지만 모니터에는 우리가 현재 주의를 기울이는 부분만 보이는데, 그 보이는 부분이 우리 행동에 큰 영향을 끼친다. 그래서 우울증 상태라면, 전방대상피질이라는 모니터는 우리가 갖고 있는 수많은 정보와 기억 중에 부정적인 면에만 초점을 맞춘다. 좋지 않은 기억과 정보가 모니터에 비춰지면서 그것을 자꾸 되새기게 만든다는 것이다.

여기서 첫 번째 요령(TIP1)이 나온다. 뇌의 모니터에 가급적 행복한 기억을 떠올리는 것이다. 행복한 기억은 의욕의 에너지원인 세로토닌을 증진시킨다. 잠들기 전에 달콤한 옛사랑의 그림자 같은, 행복한 기억을 1가지씩 떠올려 보는 것이다. 일기장에 쓰거나 그 기억을 반추하는 것도 괜찮다.

상승나선을 위해, 혹은 좋은 습관 만들기를 위해 숙지해야할 뇌 기능 영역 중에 하나가 선조체이다. 선조체는 습관을 담당한다. 신경해부학적으로 선조체는 윗부분인 ‘배측 선조체’(dorsal striatum)과 아랫부분인 ‘측좌핵’(nucleus accumbens)으로 나뉜다. 배측 선조체는 뇌의 습관회로로 좋은 것이든 나쁜 것이든 상관없이 대부분의 습관을 통제한다. 측좌핵은 일종의 충동적인 파티광이다. 단것을 너무 많이 먹는 행동이나 약물 중독 같은 충동적 행동은 대부분 측좌핵의 몫이다. 재밌거나 흥분되는 일, 혹은 그럴 거라고 예상되는 일에 측좌핵은 중독을 일으키는 도파민을 분비한다.

3. 불안의 우스꽝스러움

우리가 하는 거의 모든 걱정이 제 3자에게는 우스꽝스러워 보인다고 한다. 일상에서도 간간히 느끼고, 여러 문헌에서도 반복되는 내용이다. 그래서 프로이트는 정신분석의 치유성에 대해 언급할 때, 정신분석의 기능이란 ‘나만 겪는 듯한 이 지극한 고통이, 실은 누구나 겪는 평범한 고통과 같은 것임을 느끼게 해주는 것’이라 말하지 않았던가.

하지만 그럼에도 인간의 감정은 불안과 부정적인 것에 편향된다. 대부분의 사람이 1가지 부정적인 감정을 경험하면 긍정적인 사건을 적어도 3배 이상 경험해야 둘이 비기는 정도가 된다고 한다. 부정적인 것이 더 활성화되는 경향은 아마도 진화적 이점 때문에 발전된 것으로 추정된다.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부정적 자극을 하나라도 놓친다면, 그것은 생존의 종결과 직결된다. 위협과 위협 비슷한 자극을 일단 피하고 보는 것이 삶의 지속에 매우 유리하다는 것이다. 그에 비해 생존의 기회가 되는 긍정적인 자극은 한두 개 놓쳐도, 일시적으로 굶거나 힘들지언정 생존의 직접성과의 관계가 상대적으로 느슨하다. 그래서 부정적인 것에 대한 민감성, 잘 모르는 것에 대한 부정적 편견이라는 인간의 경향은 진화론적으로 납득이 가능하다.

하지만 위험한 것 그리고 미지의 것에 대한 부정 편향은, 이전 시대에 비해 매우 안전해진 현시대에 또 하나의 진화적 함정으로 작동한다. 영아사망율과 산과적 사망률이 매우 현저하게 감소하고, 전염병과 감염성 질환에 대한 통제가 상당해지고, 국가의 치안 기능이 높아지면서 여러 겹으로 인간들을 보호하는 국가적 형태가 지금의 사회이다. 익스트림 스포츠라는 이름으로 잔뜩 안정장비를 하고서 위험을 즐기는 시대가 되었다. 이런 사회에서 위협이나 미지의 것에 대한 과민은 가끔 불리하게 작동한다.

이것은 이렇게 나타난다. 연애를 시작하거나 이직을 할 때, 뇌는 자동적으로 새로운 상황을 나쁜 것으로 해석한다. 그러나 그것은 그저 잘 모르는 상황이지 나쁜 상황은 아니다. 진정한 사랑이나 좋은 직업 등 가치 있는 것은 대부분 불확실한 시기를 거쳐야 한다.

하여 두 번째 요령(TIP2)은 미지의 기막힌 보상을 놓치지 않으려면 뇌가 모르는 것을 과잉되게 부정적인 것으로 느낄 수 있음을 감안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부정 편향을 벗어나는데 도움이 되는 방법은 상대적으로 단순하다. 운동하기, 밤에 숙면하기, 마사지 받기 같은 것이다.

부정성을 벗어나 낙천성의 상승나선을 위한 뇌회로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마음을 갖는 것이 필요하다. 1단계는 미래에 긍정적 사건이 일어날 가능성을 상상하는 것이다. (전방대상피질의 모니터적 기능을 상기해보자!) 내일 진정한 사랑을 만날 수 있다고 생각해 보자. 좋은 일이 일어날 수 있다고 인정하면 전방대상피질이 활성화되어 감정을 조절하는 편도체의 조절을 돕는다. 2단계는 좋은 일이 일어날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이다. 이것은 전방대상피질 뿐만 아니라, 전전두영역까지 활성화한다.

불안과 걱정의 쳇바퀴를 벗어나는 또 하나의 요령(TIP3)은 선택의 폭을 좁히고 가능한 한 빨리 결정을 내리는 것이다. 많은 가능성이 걱정해야 할 것을 더 많게 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통제할 수 있는 일에 주의를 집중하게 되고, 미래를 어느 정도 통제할 수 있고 예상할 수 있다면, 불안은 줄어들게 된다. 이런 효과는 자기가 통제할 수 있는 일에만 주의를 기울이는 것만으로도 가능하다.

4. 나쁜 습관에서 벗어나기

흡연이든 음주든 약물 중독이든 (때로는 운동 중독이나 심지어는 독서 중독도 마찬가지다) 나쁜 습관이 지속되는 이유는, 우리의 습관을 담당하는 배측 선조체가 좋은 습관과 나쁜 습관을 전혀 구별하지 않고, 장기적으로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도 관심이 없기 때문이다. 배측 선조체는 단지 이전에 우리가 했던 각인된 행동을 바탕으로 자기 할 일을 할 뿐이다.

그런 습관을 만들게 촉발하는 것은 측좌핵이다. 지금 당장 즐거운 일이 무엇인지에 따라 즉 도파민을 팍팍 분비시켜주는 것이 무엇인지에 따라 행동하는 것이 측좌핵이다. 섹스, 돈을 따는 것, 마약, 초콜릿도 도파민을 분비시킨다. 이런 순간적 욕망에 따르는 측좌핵의 행동이 배측 선조체에 새겨져 반복행동을 일으킨다.

우리의 행동을 유발시키는 또 하나의 중추는 전전두피질이다. 전전두피질만이 장기적으로 우리에게 유익한 일인지를 근거로 어떤 행동을 할지 선택하게 한다.

하여 우리의 행동은, 이러한 ‘이성을 대표하는’ 전전두피질과 ‘파티광’인 측좌핵 그리고 ‘습관’의 배측 선조체가 나누는 대화의 결과로 이루어진다. 이 영역들은 서로 지지하기도 하고 경우에 따라 각각 다른 의견을 내놓기도 한다. 우리에게 익숙한 전전두피질은 유일하게 개체의 장기적 안녕을 염두 해 주장하지만, 종종 어쩌면 매우 자주 다른 자극에 밀린다.

각인된 습관을 반복하는 배측 선조체의 강력한 관성을 벗어나려면, 네 번째 요령(TIP4)이 필요하다. 나쁜 습관을 피하려면, 어떤 방아쇠가 습관을 촉발하는지 파악해야 한다. 유혹에 저항하는 것보다 유혹을 처음부터 피하는 것이 더 용이하다. 습관이 형성되는 이유는 모든 행동이 배측 선조체에서 특정한 패턴을 활성화하기 때문이다. 같은 행동을 반복할 때마다 그 행동은 깊이 각인된다. 또한 배측 선조체에 새겨진 패턴은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그것은 나쁜 습관을 고치기가 매우 어려운 이유이다.

그렇다면 그러한 나쁜 습관에 어떻게 대처할 수 있을까. 여기에 습관 회로인 배측 선조체의 특성을 염두 해 생각해보자. 배측 선조체에 각인된 오래된 나쁜 습관은 제거되지 않는다. 그러면 어찌할 것인가. 여기에 다섯 번째 요령(TIP5)이 있다. 오래된 습관은 더 강력한 새로운 습관을 들임으로서 예전 습관을 약하게 할 수 있다.

5. 새로운 습관의 가능성과 한계

자신의 사회적 기능을 깎아 먹는 파괴적인 습관을 없애려 한다고 해서, 그 습관을 쉽게 멈출 수 있는 게 아니다. 무작정 그러면 더 큰 스트레스를 받게 되고, 스트레스는 뇌가 새로운 행동을 하게 하기보다는 오래된 습관을 다시 반복하게 편향시킨다.

따라서 그보단 나쁜 습관에 대해 다른 습관으로 대처하도록 해야 한다. 더 건설적인 습관을 만듦으로서 뇌에 스트레스를 줄이고, 다른 삶으로의 변화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차분하고 느긋할 때는 뇌의 전전두피질은 능숙하게 행동한다. 그러나 불안과 스트레스의 강도가 높아지면 힘이 전전두피질에서 선조체로 넘어간다. 무난하게 다이어트를 이어가다가 애인과 싸우면 다 무너지고, 가족과 갈등이 생기면 규칙적으로 유지하던 운동도 팽개치는 이유가 그것이다. 스트레스는 가장 깊이 새겨진 뇌의 무의식적 반복행동을 유발한다.

호모 사피엔스로서의 인간은 무의식적 반복행동으로 살아가는 동물과 다르게, 의지적 행동을 통해 그런 상태를 극복할 능력이 있다고 주장되어 왔다. 의지적 행동이란 의도적으로 브레이크를 밟아서 습관에 따른 행동을 멈출 수 있다는 뜻일 것이다. 의지적 행동을 실행하는 것은 전전두피질이며, 충동을 억제하려면 전전두피질에서 세로토닌이 제 기능을 해야 한다. 그러나 세로토닌의 공급량에는 한계가 있다. 충동을 하나씩 억제할 때마다 또 다른 충동을 억제하기가 어려워진다는 것이다. 제한된 수의 총알을 가지고 좀비 같은 수많은 충동들에 저항하는 일은 결국 한계에 도달한다. 아마도 이것이 인간의 긍정성을 삶의 에너지로 끌어내려는 긍정심리학의 생리학적 한계에 대한 뇌과학적 설명일 것이다. 또한 이것은 행동경제학에서 주장하는 비이성적인 경제적 주체에 대한 근거를 제시하는 것이며, 다양한 계몽적 홍보에도 불구하고 보이스 피싱이 자신의 먹이감을 확보할 수 있는 이유일 것이다. 정치적으로는 PC(정치적 올바름)가 왜 그 이성적 올바름에도 불구하고 정치적 지지층의 한계를 보이는 지에 대한 생물학적 설명일 수 있을 것이다.

나쁜 습관의 제어를 위해 더 좋은 습관을 들이는 것 말고, 또 하나의 해법은, 나쁜 충동과 무의식적 나쁜 행동을 억제하는 일 자체를 즐거운 일로 만드는 것이다. 즉 가치 있는 장기적 목표를 세우는 것이 있다. 대의를 위해서 사는 것이 아마 이에 부합하는 예시일 것이다. 큰 목표를 세우면 측좌핵과 전전두피질, 전방대상피질을 비롯해 여러 뇌 영역의 활동에 재구성이 생긴다. 이에 대한 예시는 퇴폐적인 삶을 살던 무신론자가 신을 믿으면서 생활이 바뀌고 헌신적인 사람으로 거듭난다든지, 세속적이던 사람이 사회 변혁의 가치를 믿게 되면서 혁명적 주체가 되어 거듭난 사람이 되는 경우를 생각해 볼 수 있다. 니체가 말했듯이, 살아야할 이유(궁극적인 핵심적 가치)가 있는 사람은 어떤 고난이든 달게 받을 수 있는 것이다.

6. 운동이 뇌에 미치는 영향

의사들이 환자들에게 귀가 따가울 정도로 얘기했을 운동에 대한 강조는, 비단 고혈압 당뇨병 같은 성인병 예방과 치료뿐만 아니라 우울증의 예방에도 중요시 된다. 운동은 기분의 상승나선을 가동시키는 효과가 크고 단순한 방법이다. 운동은 항우울제 효과와 비슷한 영향을 뇌에 끼친다. 운동은 근육을 키워주지만 뇌유래신경영양인자를 증가시켜 뇌를 튼튼하게 만들어준다.

정식으로 운동할 때뿐 아니라 어떤 식으로 움직이기만 해도(집안 청소를 하건, 정원을 가꾸건, 산책을 하건) 세로토닌이 증가해 뇌에 도움이 된다. 앉아 있는 것이 새로운 종류의 흡연이라는 것은 이제 주지의 사실이다. 그러니 최소한 한 시간에 1번씩 일어나 걷거나 스트레칭이라도 할 필요가 있다.

7. 최선의 결정이 아닌 괜찮은 결정

결정할 때 우리는 선택에 따라 어떤 결점이 나올지 주목한다. 세상은 너무 복잡하기 때문에, 우리는 대체로 결정에 확신을 가질 만큼 충분한 정보를 갖지 못한다. 최선의 결정을 내리려고 하면 우리는 지나치게 감정적인 복내측 전전두피질을 끌어들이게 된다. 하지만 그럭저럭 괜찮은 결정을 내리려고 한다면, 복외측 전전두피질이 활성화되어 자신이 상황을 장악하고 있다는 느낌을 갖는다. 일단 결정이 내려지면 전전두피질은 뇌가 사용할 수 있는 자원들을 더욱 효율적으로 운영해서 목표를 이루는 방향으로 행동을 조직한다.

목표를 정하고 결심하면 전전두피질은 뇌의 나머지 부분들이 세계를 인지하는 방식을 바꾼다. 이런 고위급 처리 과정은 하위의 감각처리에 영향을 미쳐서, 하위 피질들이 무엇을 무시하고 무엇에 주의를 기울일지 지시한다. 그래서 하위피질이 무의미한 정보에 반응하는 것을 억제하고, 중요한 정보에 반응하도록 뇌의 활성을 조정한다.

그래서 ‘결정 내리기’는 우울증 회복에 도움이 되는 뇌 회로를 사용하기 때문에, 상승나선에 시동을 걸기 매우 좋은 방법이다. 자신의 가치관에 초점을 맞추면 뇌의 스트레스 반응은 줄어든다.

우울증에 걸린 사람은 분명하게 정의되지 않은 막연한 목표를 세우는 경향이 있다. 그렇게 되면 목표를 진척시키고 성취하기가 매우 어려워진다. 목표를 정의하지 않으면 뇌는 우리가 그 목표를 이루었는지, 그 목표를 향해 다가가고 있는지 판단하기 어렵다. 그러면 도파민도 덜 분비되고, 진척상황을 알 수 없어 추진력을 잃을 수 있다.

그래서 여섯 번째 요령(TIP6)은 이것이다. 성취할 수 있는 목표를 몇 개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 구체적이고 의미 있으며 이룰 수 있는 장기 목표를 세우는 것은 우울증의 경로를 뒤집을 효과적인 방법이다.

8. 습관을 동지로 만들기

나쁜 습관을 고치는 방법은 바로 자기 긍정이다. (TIP7) 자신의 긍정적 특징에 대해 생각하면 습관을 바꾸기가 더 쉬워진다. 그 이유는 행복한 기억이 세로토닌을 더 촉진하기 때문이다. (물론 이것이 세로토닌 총알의 한계라는 생리학적 유한성 때문에 장기적으로도 유효한지는 의문이다)

자기를 긍정적으로 돌아보는 일이 세로토닌 활동을 증가시키고, 전전두피질이 제 기능을 하는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따라서 자기긍정은 생각하는 전전두피질이 습관에 따라 행동하는 선조체를 극복하고 좋은 습관을 이끌어내도록 도울 수 있다.

좋은 습관을 만들려다 실패를 하면, 우리는 흔히 의지력의 실패라고 말한다. 금연 실패, 금주 실패 등등. 그러나 좋은 습관을 이어가는 것은 단순히 의지력의 문제라고 볼 수는 없다. 우리가 믿는 의지력의 작동은 전전두피질이 주의를 기울이고 제대로 작동할 만큼 세로토닌이 충분히 있을 때 한해서이다. 따라서 습관 바꾸기의 실패에 대해 좌절감을 크게 느끼거나 그에 대한 지나친 자기비판은 스트레스의 원천일 뿐이며, 다시 옛 습관을 반복하게 만들 가능성을 키운다. (TIP8) 변화의 열쇠는 우리가 마음먹은 대로 습관을 실행에 옮기지 못했다는 사실을 깨닫는 순간에 찾아온다. 그 특별한 순간이 전전두피질이 우리에게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며 목표를 상기시키고 다시 시도하라고 말해줄 기회다.

당신은 여러 번 실수를 반복할지 모른다. 그러나 한 번 실수했다고 자탄하면서 포기한다면 습관회로인 선초체에 포기를 훈련하게 만드는 것이다. (TIP9) 마치 집에서 작은 강아지를 훈련시킬 때처럼, 자신을 참을성 있고 친절하게 대하라(그렇다! 우리는 강아지 같은 존재인 것이다!). 강아지에게 자꾸 스트레스를 주면 바닥에 쉬를 하게 하는 것이다. 처음에 습관이 들지 않으면 그냥 다시 시도하면 된다. 그리고 또다시, 또다시...

9. 그저 사람들 속에 있기

고독을 바라는 경향성은 마음을 우울증에 더 고착시킨다. 뇌과학의 중요한 원리는 아무리 혼자 있고 싶고 귀찮아도 우울증 치료의 희망은 다른 사람들과 같이 있음에 의존한다는 것이다. 하강나선은 혼자 있을 때 작동할 가능성이 크다. 기분이 처진다면, 도서관이나 커피숍 백화점처럼 사람들이 있는 곳으로 찾아가야 한다. 사람들과 대화할 필요까지는 없다. 단지 물리적으로 같은 공간에 있는 것도 도움이 된다.

친구나 가족을 돕는 일뿐 아니라, 자원해서 다른 사람을 돕는 일도 우울증 증상을 완화하고 긍정적 감정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 다른 사람을 돕는 것은 자신을 돕는 것이다. 다른 사람을 도우면 감정이입 회로가 활성화되어 내측 전전두피질의 개입을 통해 전두-변연계 사이의 소통에 긍정적 영향을 끼친다. 이러한 사교성을 담당하는 뇌 회로의 활성화 시키는 방법에는 포옹과 악수, 마사지, 친구들과 함께하기, 반려동울 키우기 등이 있다.

10. 나오며 - 긍정의 한계는 없는가.

이 책에 나오는 요령들을 생활 속에 적용해 보면서, 개인적인 부정적 감정 편향의 극복에 도움이 되었다. 하지만 그것의 유효기간, 이전과 다른 꽤 기분 좋은 시기는 2-3개월 남짓만 유지되었다. 의식의 모니터(그러니까 전방대상피질)에 좋은 연상을 자꾸 하는 것이 매우 도움이 되었으나, 그 붕 뜬 풍선적 느낌이 가라앉는 데는 오래 걸리지 않은 것이다. 아마 이 책에서 나온바, 내가 의식적으로 쓸 수 있는 세로토닌의 총알의 개수가 유한하기 때문일 것이다. 느낌의 발화에 해당하는, 의식적으로 좋은 기억의 연상은 그래서 한계가 있었던 것이다. 나쁜 습관을 넘어설 좋은 습관의 각인을 위한 지속적 시도만이 정서적 값의 총량을 지속적으로 변화시키지 않을까 싶다. 물론 쉽지 않을 것이다.

이런 개인적 소회와 별개로, 이 책에서 주장하는 바대로 어느 개인이 우울할 때, 뇌과학적 요령을 통해 우울한 기분을 통제하고, 긍정적 기분으로 나아가는 것은 과연 가능할까? 아마 가능할 것이다. 적어도 일시적으로는 말이다. 그리고 드물게 좋은 습관 만들기에 성공한다면 지속적으로도 가능할 수 있을 것이다. 개인 차원인 미시적 차원에서 이 책이 주는 심리적 요령들이 큰 도움이 될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의 요령들이 집단차원에서 그러니까 사회학적인 거시적 차원에서 집단의 우울증을 줄이고 사회를 더 근사하게 만드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까? 비유를 하자면 이렇다. 어느 마음씨 좋고 요령 있은 성공한 요식업계 사업가가, 영업의 곤경에 처한 음식점 주인인 자영업자에게 조언과 자문을 해준다. 요즘 TV에서 자주 나오는 것처럼 말이다. 그 도움을 통해 자영업자는 아마 상대적인 경쟁력이 생기면서 자기 사업이 잘될 가능성을 높일 것이다. 깔끔하고 솜씨 있게 주방을 운영하고, 맛도 대중성을 잘 고려하고, 손님 접대도 충실히 하고 등등. 하지만 그 요령을 식당을 운영하는 모든 자영업자가 따라한다고, 전체 자영업자의 소득이나 형편의 평균이 나아질 수 있을까? 유한하고 제한된 내수 요식업계의 파이가 달라지지 않는 한, 아마 제한적일 것이다. 그 요령의 유효성은 그것을 처음 솜씨 있게 체득한 사람에게만 돌아갈 것이고, 전체적인 사회적 경향성을 바꾸지는 못할 것이다.

물론 우리에게 우울을 일으키는 원인이 순전히 주관적이라면 얘기가 좀 다를 것이다. 하지만 부정적 감정을 일으키는 스트레스의 원인이 사회적이고 객관적인 것에 주로 근거한다면, 자영업자에게 도움이 되었던 요령의 효과처럼, 긍정심리학의 요령과 효과도 사회적으로는 그 구조적 한계에 직면할 것이다. 바로 이 지점이 자기계발서나 <시크릿>류의 긍정심리학에 대해 그토록 비토하는 진영의 논리적 토대를 이루는 것 같다. 개인이 경험하는 곤경들에 대해, 사회구조적 모순을 경시하고 모든 책임을 개인에게 부과하는 기만적 주장일 뿐이라고 말이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이는 반쯤만 맞는 말인 것 같다.

긍정심리학의 근원적 주장이 펼쳐지는 방식은, 실제 세계의 대부분의 일이 그렇듯이, 다소 복잡하고 복합적이다. 그 주장하는 내용의 유효성은, 그것이 자리한 지평 혹은 맥락에 따라 세속적 성공에 목마른 사람을 위한 채찍질로도 기능할 수도 있고, 새로운 가치를 도입하고 새로운 세상을 꿈꾸는 혁명적 주체의 몫일 수도 있다. 오히려 문제는 자기를 긍정하면서 상승나선을 타려는 긍정심리학에 대한 반박하는 담론이 지나치게 이데올로기적 성향을 띠면서 세계를 단순화한다는 것이다. 그런 행태는 현실이라는 생명의 나무에서 열린 열매 중에 반쪽만을 취하고 나머지를 놓치고 있다는 우려를 일으킨다.

(이 이슈에 대한 심화된 논의는, 이후에 이어질 바버라 에런라이크의 <긍정의 배신>과 다른 책의 북리뷰를 통해서 이어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