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5-02-02 21:09
[이승범 독서 일기5] 1991년 잊힌 퇴조의 출발점
 글쓴이 : 아포리아
조회 : 2,027  
   http://1991년잊힌퇴조의출발점 [1143]
   http://백승욱 [1129]


도서정보
저자명 백승욱
저서명 1991년 잊힌 퇴조의 출발점
출판사 북콤마
연도(ISBN) 979-11-87572-39-8(03

   <1991년 잊힌 퇴조의 출발점>

                            -백승욱(북콤마, 2022)


이 책은 M독서모임의 K님이 단톡방에서 추천하고, 다 읽어도 괜찮다고 지속적으로 언급하길래, 픽업한 책. 사두고 못 읽다가, 2025년 2월에 K독토에서 선정해서 어제 오늘해서 금세 완독했다.

저자는 진보진영의 소위 클래식한 운동권 진영(386)의 이론가 겸 활동가인거 같으며, 그런 스탠스에서 발언을 하는 것이다. 1987년 민주화 운동 이후에 개헌을 통한 체제를 소위 ‘87년 체제’라고 부르는데, 저자는 87년은 계기일 뿐이고 ‘91년’을 전후한 자유주의 체제의 성립을 더 중요한 사건으로 강조하며, 91년에 있던 중요한 문제를 현재의 진보진영이 간과하거나 망각하면서 이후에 이어지는 역사에서 진보진영의 비전부재와 ‘촛불’ 운동에 대한 맹목적 지지의 문제가 지금까지(2022년도 까지) 이어지고 있음을 주장한다.

이 책의 부제는 ‘자유주의적 전환의 실패와 촛불의 오해’이다. 이 책에서는 ‘자유주의’라는 단어가 여러 맥락에서 빈번하게 주장되는데, 저자는 이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없이 쓰고 있다. 그래서 그 뜻을 추정하는 수밖에 없다. 자유주의 국제질서라는 표현을 쓸 때는 그 자유주의는 작금의 주요국가에서 지배적인 의회주의와 시장 중심주의가 결합된 체제의 의미인 것 같고, 한국적 맥락에서 자유주의 확립을 운운할 때에는 근대적 정치 경제 제도가 확립된 법치 국가를 말하는 것 같기도 하다.

그럼 약간의 의문이 생길 수도 있는데, 왜 1991년이 퇴조이며, 자유주의적 전환의 실패라는 식의 수사를 하고 있을까, 하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한국사회는 1987년 개헌 이후에 점차로 민주주의가 확립되고 시장주의적 질서가 공고화되면서 세계적으로 봤을 때도 민주주의와 경제발전을 동시에 성취한 성공 국가가 아닌가?

여기서 저자의 입장을 고려해야, 그의 비판지점을 이해할 수 있다. 그는 철저한 진보진영의 이론가로서, 그의 비판은 한국 사회와 경제 전반이라기 보단, 소위 ‘진보 진영’이 전체적으로 현실인식에서 실패하고 있으며 그것을 비판적으로 지적하는 진영 내 담론을 구사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그가 실패라고 말하는 것은, 여전히 진보진영이 종족주의적인 방식으로, 우리 vs 적폐인 저들, 이라는 구도로 세상을 보고 있고, 그것이 87년 이후 91년의 자유주의(법치질서)가 우리 사회에 스며들었음에도 불구하고 2008년의 촛불, 2016년의 촛불에서 (여전히 잘못된 현실인식 속에서) 자기도취적인 승리주의적 역사인식에 경도되어 있다는 비판을 하는 것이다.

하여 자유주의적 전환의 실패라든지 1991년의 퇴조라 함은, 진보진영의 현실인식의 실패를 말하는 것으로 보여진다. 저자는 계속 경계하면서, 이론적 비관주의를 필요성을 주장한다. 촛불 운동에 대해 각성된 대중의 다중 지성의 발휘라며, 이에 대해 찬사를 거듭하는 행태를 비판한다. 이론가 운동가로서의 포지션을 포기하지 말고, 그 운동의 한계의 지점들을 지적하며, 좀 더 나은 대안을 만들 수 있는 쓴소리를 해야 한다고 반복하여 주장한다.

책은 그런대로 재미있고, 지난 한국 현대사에서 잘 모르던 지점들, 박근혜 탄핵과 관련된 사회적 이슈들을 추적하며 알려주는 지점(탄핵 소추 이전은 조선일보와 박근혜의 청와대가 싸운 ‘궁정 쿠테타’적 요소가 있다는 것)과 5공, 6공(노태우 정권)에서 활동했던 박철언이 PD진영 3파의 결합시기에, 큰 비전을 두고 그들을 체제 내적으로 끌어들이는데 이런 저런 노력을 했었다는 지점은 처음 듣는 얘기라 인상적이었다.

이 책을 총평하자면, 전환기 시대(1987-1991)에 운동권 진영의 뒤쳐진 비전이 갑자기 쪼그라들고 실패한 상황에서, 당시의 집단적 어리둥절에 대해 저자는 그것을 메타적으로 재인식하려는 노력을 이 책으로 쓴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뭔가 입장에서 비롯되는 비전의 한계랄까, 내가 이것을 자신 있게 논파하기 힘들지만, 뭔가 비주류를 위한 자기 위안과 성찰 같아 보인다. 한국사회는 이제 (운동권 특유의) 혁명적 낭만주의를 공유하기엔 너무나 성공적 세속화를 이룬 나라가 된 것 같다. 물론 앞으로의 환경 변화에 따라 결론은 열려 있지만 말이다.


 
   
 

BOOK REVIEW
  • 사회과학
  • 인문학
  • 자연과학
  • 논픽션
  • 픽션

월간 베스트 게시물

공지사항
  • 1 아포리아 북리뷰(Aporia Review of Books)
  • 2 궁금하신 사항은 언제든지 문의하여 주시기 바…
이용약관| 개인정보 취급방침| 사이트맵

Copyright (c) 2013 APORIA All rights reserved - www.apor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