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한 달 동안 트위터를 해봤다. 네이버나 다음보다 훨씬 박진감있고 재미있었다. 무엇보다 자기와 뜻이 같은 사람들을 골라 편을 만들고, 이들이 던지는 기사들과 불만들을 듣는 것이 즐거웠다. 편가르기가 나쁘다는 것을 알지만, 네이버 댓글을 보며 역겨움을 억눌러 왔던 시간들 보다는 좋았다. 

그러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든 것 중 하나는 '외신' 논쟁이었다. 우리나라 언론이 방향을 상실한 때문이지만, 지나칠 정도로 외신에 의존해서 자신들의 판단을 정당화하려는 모습들이 마음에 걸렸다. 어떤 신문은 어떤 외신이 신천지를 '마녀사냥'이라고 말했다고 떠들고, 어떤 신문은 어떤 외신이 한국의 방역정책을 칭찬했다고 떠들었다. 사실 후자가 더 많았기에 전자는 곧 사라졌다.  

어쩌면 이런 현상은 우리나라 언론들이 데스크가 짜준 방향대로 쓰거나, 거대 언론의 사주들이 부패했거나, 아니면 주요신문 기자들이 몽땅 권력의 단물을 빨아먹으려는 집단들이거나 그런 부류에 들어갈 인간들이기에 나타난 현상만은 아닐 것이다. 서양인들의 침략으로 시작된 서양식 근대화가 우리의 것을 판단 불가능하도록, 아니 우리의 것조차 서양의 잣대로 보려는 습관을 만들었는지도 모른다. 

무엇보다 가슴아픈 것은 이런 생각들을 비판하는 사람들의 생각은 온통 민족주의적 배타심으로 가득찼다는 것이다. 사대주의아니면 민족주의를 강요하는 분위기에 답답함을 느낀 적이 한두번이 아니다. 

아시아에서 서양인에 대한 차별을 경험했다는 외신 기자들의 푸념섞인 기사들을 자주 보게 된다. 최근 해외에서 유입된 사람들에 의한 바이러스 감염 사례가 많아져서인지 더욱 잦아졌다. 사실 백인들은 그래도 괜찮다. 아시아에 사는 흑인들은 최근 극심해진 인종주의를 피부로 느낄 것이다. 

그러나 미국인들이나 유럽인들이 아시아에서 평소에 얼마나 특별 대우를 받는 지는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한다. 미국이나 유럽에서 살아가는 아시아인들이 일상 속에서 느끼는 인종적 편견과 폭력들을 고려한다면, 코로나바이러스로 서양인들이 아시아에 겪는 어려움은 언급할 필요도 못느낀다. 체류하는 나라의 언어를 전혀 배우지않아도 될만큼, 그들은 매우 특별한 친절과 대우를 받는다.  

사실 아시아에 사는 서양인들은 자기들이 실수를 하거나 불법을 저지를 때마다 언어적 장벽이나 문화적 차이를 앞세운다. 그들에게 다른 나라에서 겪는 불편은 곧 자기들에 대한 편견이고 외국인에 대한 차별이다. 1918년 미국에서 스페인 독감이 만연되었을 때, 마스크를 쓰지않으면 감옥에 갔다는 사실을 기억하는 사람들은 많지않다. 다만 그들은 '우리는 마스크를 쓰지 않아요.'라고 한다.   

미국이나 유럽에서 사람들이 걸어다니는 인도나 공원에서 자전거를 타고다니는 사람을 보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적지않은 벌금뿐만 아니라 주변의 눈총을 견딜 수 없다. 그러나 한강 고수부지를 가보면 사람들이 다니는 길에도 곡예를 하듯 자전거에서 내려오지 않는 서양인들을 보게 된다. 행여나 그들의 잘못을 지적하면 영어로된 욕설을 뒤통수에서 듣는다. Fuck off은 기본이고 Ass hole이나 Son of Bitch라는 말도 듣는다. 미국이나 유럽이었다면 이들이 결코 이러지 못한다.  

송창식의 '선운사'나 김수철의 '천년학'을 들어보면, 이들의 미학적 폭이 자라면서부터 국악에만 매진한 사람들보다 더 넓고 매력적이라는 느낌을 갖게된다. 내 것만이 좋다고 생각하는 아집만큼 무서운 것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