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14년 비트겐슈타인은 노르웨이에 머무는 동안 『논리(학)에 관한 노트』(Notes on Logic)를 통해 논리학의 근본적 문제들을 최소한 어느 정도는 기본적 골격을 (물론 이 과정은 쉽지 않았지만) 마련했다. 그 당시 비트겐슈타인은 이미 암으로 사망한 아버지 칼 비트겐슈타인으로부터 막대한 유산을 상속을 받았다. 여기서 흥미로운 사건 하나가 발생한다. 그것은 독일 인스부르크에서 발행되는 잡지인 『연소』Der Brenner의 편집인인 픽커Ludwig von Ficker에게 생계수단이 없는 오스트리아의 예술인들에게 10만 크라운(이 돈은 1914년 4천 파운드의 가치에 해당된다)의 돈을 후원하겠다는 편지를 보낸 것이다. 이른바 요즘 말로 하면 부잣집 도련님이 노블리스 오블리제 정신을 제대로 구현한 셈이다. [픽커는 비트겐슈타인에게 영향을 미친 크라우스를 숭배하는 작가였다. 전쟁이 끝날 무렵 『논고』를 완성한 후 비트겐슈타인은 그 책의 출판을 픽커에게 부탁한다. 그는 1912년 10월부터 1914년 7월까지 『연소』에 매호 천재 시인인 게오르그 트라클Georg trakl의 작품을 연재했다. 비트겐슈타인이 픽커에게 편지를 쓸 무렵 『연소』는 독일 아방가르드의 주도적인 문학잡지 중의 하나로 명성을 갖고 있었다.] 비트겐슈타인의 재정적 지원을 받은 주요 인물로는 트라클을 포함해서 작가 릴케Rainer Maria Rilke, 작가와 철학자로 알려진 칼 달라고Carl Dallago, 무장식으로 유명한 건축가 아돌프 루스, 화가 코코슈카 외에도 많은 작가들이 있었다. 비트겐슈타인이 작품도 알고 좋아했던 수혜자는 루스, 릴케 그리고 트라클이었다. 트라클의 시에 대해 비트겐슈타인은 픽커에게 다음과 같이 답장했다. “나는 그 시들을 이해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그 시들의 어조가 나를 행복하게 합니다. 그것은 진정한 천재성의 어조입니다.” 하지만 트라클은 1차 세계대전 중 크라코프Kraków 군 병원에서 정신병 환자로 있다가 1914년 11월 3일 코카인 과다복용으로 자살한다. 비트겐슈타인은 트라클을 만나기 위해 크라코프로 달려가지만 이미 그는 이틀 전에 죽었다. 전쟁이라는 극한 상황 속에서 인생의 비참함을 실존적으로 느낄 수밖에 없는 그로서는 악전고투의 연속이었다. 

1914년 8월 제1차 세계대전이 발발하자 비트겐슈타인은 8월 7일 오스트리아가 러시아에게 선전 포고를 한 다음 날 입대했고 동부 전선에 있는 크라코프에 주둔한 포병연대에 배치된다. (비트겐슈타인은 탈장이 있어 징집을 면제받지만 군에 자원했다.) 유럽이 전쟁의 광풍에 사로잡히자 논리적 사고를 견고하게 구축하고자 했던 비트겐슈타인도 전쟁으로 인한 열광에 사로잡힐 수밖에 없었다. 아무튼 그로서는 전쟁으로 죽음에 대한 경험을 통해 자신을 새롭게 개선시킬 수 있으리라는 믿음이 강하게 작용했다. 당시 비트겐슈타인은 전쟁 중에도 일기를 꾸준히 썼다. 이처럼 죽음을 영웅적으로 맞이하는 것에 대한 정신적 가치는 비트겐슈타인이 이전에 읽었던 윌리엄 제임스의 『종교적 경험의 다양성』의 다음과 같은 구절과 관련이 있다.  

나중에 밝혀지겠지만, 비트겐슈타인은 후기 철학에 들어서면서 제임스의 이러한 종교적 경험의 다양성을 ‘언어놀이’의 개념으로 바꾸는 수순을 밟는다. 전쟁에 참여한 지 2년 후에 실제로 적군을 처음 보았을 때의 실존적 체험을 비트겐슈타인의 전기 작가 레이 몽크는 다음과 같이 기술하고 있다. 

그러나 생각과는 달리 비트겐슈타인은 당시의 군 생활에 잘 적응하지 못했다. 린츠의 학교생활이 그랬던 것처럼. 철강부호의 막내아들로 곱게(?) 자란 (그러면서도 인텔리전트한 삶을 추구했던) 비트겐슈타인으로서는 일반 사람들과의 소통이 그렇게 쉽지 않았다. 또한 자신의 진솔한 친구라고 여겼던 핀센트David Pincent로부터 아무런 소식이 없자 그의 절망감은 자살을 생각할 정도로 커졌다. 그 해 비트겐슈타인은 프레게로부터 안부를 묻는 격려의 편지를 받기도 했다. 아무튼 당시 비트겐슈타인의 절망감을 구원해줄 수 있는 것은 사람들이 아니라 글이었다. 그것은 바로 우연히 서점에서 발견한 톨스토이의 『복음서』The Gospel in Brief였다. 그는 이 책을 거의 암송할 정도로 자주 읽었으며 동료들에게는 ‘복음서를 가진 사람’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또한 도스토예프스키의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에도 감동을 받아 늘 지니고 다녔다. 비록 그의 육체는 치열한 전쟁터라는 외부 세계에 속했지만 그의 영혼은 외부 세계에 의존하지 않는 말 그대로 구원을 받을 수 있는 내부 세계에 충실해야만 했다. 그렇게 하는 것이 비트겐슈타인에게는 오히려 자연스러운 현상이었다. 그러면서도 당시 비트겐슈타인의 심적 상태는 육체적 욕망과 논리에 관한 철학적 연구에 대한 의욕이 중첩되고 있었다. 바로 이 지점에서 논리와 (신비의 영역이라 할 수 있는) 종교라는 두 영역이 논의될 수 있는 단초가 마련된다. 이러한 생각은 이후 쇼펜하우어의 글을 읽으면서 보다 더 심층적으로 전개된다. 이에 대한 논의는 이후의 글에서 다루어진다. 

 

그 해 9월 후반부 (오스트리아가 후퇴하는 동안) 비트겐슈타인은 동부전선에서 복무하는 동안 우연히 한 잡지에서 파리에서 일어난 자동차 사고에 관한 소송 기사를 읽었다. 여기서 그는 파리의 법정에서 자동차 사고를 묘사한 모형 인형 기사를 읽고 명제는 현실(실재)의 그림이라는 이른바 그림 이론picture theory의 아이디어를 얻는다. 그림이론이 말하는 바는 명제, 즉 언어는 현실을 보여주는 그림이라는 것이다. 언어는 세계의 사실들과 그 관계를 보여준다는 것이다. 우리가 쉽게 생각할 수 있는 것처럼 이 재판에서는 실제로 있었던 집, 차, 사람들을 대신해서 모형들로 이루어진 소형의 집, 차, 인형들을 가지고 사건의 전말을 말로 기술하고 설명했다. 즉 명제proposition의 부분들과 세계world 사이에는 일정한 대응 관계correspondence relation가 성립할 수 있다는 생각이 떠오른 것이다. 선이나 색으로 그림을 그리듯이 명제는 논리적으로 그린다는 생각이 떠오른 것이다. 이는 명제와 사태 사이에는 공통의 논리적 구조가 있어야 한다는 말이고, 달리 말하면 언어가 현실을 표상Vorstellung하는 것은 바로 논리적 구조의 공통성 때문인 것이다. 이와 관련해서 비트겐슈타인은 다음과 같이 기술했다.

우리는 곧바로 말할 수 있다. 이 명제는 이러이러한 의미를 가졌다고 말하는 대신, 이 명제는 이러이러한 상황을 표상한다. 명제는 상황을 논리적으로 그린다. 오로지 이 방식으로만 명제는 참이거나 거짓일 수 있다. 그것은 한 상황의 그림이라는 것에 의해서만 현실과 일치하거나 일치하지 않을 수 있다. (Notebooks, p.7)                   

그 해 11월 비트겐슈타인은 크라코프에서 니체의 『반 그리스도』The Anti-Christ를 읽는다. 잘 알려진 것처럼, 니체는 기독교적 신앙을 타락하고 부패한 종교로 규정하면서 ‘신은 죽었다’Gott ist tot를 외친 낭만주의 철학의 최종 철학자이다. 전쟁이라는 극한 상황 속에서도 내적 영혼의 힘을 간직하고자 했던 비트겐슈타인이 이 책을 읽었다는 것은 다소 의문으로 생각될 수 있다. 왜냐하면 비트겐슈타인은 보통 우리가 아는 광신도 차원에서가 아니라, 철학적 성찰의 결과 기독교가 행복에 이르는 길이라는 신념을 자신의 생애에서 일관적으로 가지고 있었다. 논리에 대한 연구가 잘 이루어지지 않을 때나, 사물들을 바라보는 시선이 신선하지 않을 때조차도, 비트겐슈타인은 신이 자신의 흐트러진 정신을 도와주기를 기다리고 인내할 수 있는 종교적 심성의 소유자였다. 그럼에도 비트겐슈타인이 니체에게서 얻은 종교적 영감의 원천은 바로 기독교의 진리성에 대한 문제가 아니라는 점과 종교의 본질은 느낌과 실천이지 신에 대한 맹목적 믿음이 아니라는 점이다. 아픈 영혼을 치료하는 데 도움을 주는 것은 믿음이 아니라 실천, 살아가는 방식이다. (여기서 실천practice과 삶의 방식forms of life은 후기 비트겐슈타인의 철학에서 아주 중요한 개념으로 자리 잡는다. “생각하지 말고, 보라” (『탐구』, §66), “낱말은 오직 삶의 흐름에서만 의미를 갖는다.” (Last Writings, §913)) 이와 관련해서 레이 몽크는 비트겐슈타인이 니체의 다음 구절에 대해서는 반드시 동의했을 것이라고 단언한다.

아마도 니체의 이 구절은 기독교의 진정성을 자본의 논리에 편승한 나머지 오늘날의 천박한 신앙제일주의에 경도된 기독교에서는 주목할 대목이라 여겨진다. 오늘날 기독교는 오로지 믿음만을 가진 사람만이 천국에 이를 수 있음을 정당화하는 기괴한 물신숭배의 허상에서 벗어나야만 한다. 이런 점에서 기독교를 부정하는 니체나, 긍정하는 비트겐슈타인은 역설적으로 순수한 종교의 진정성을 나름대로 인정한 철학자로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사족이지만, 오늘날 니체의 정신을 가장 극단적으로 수용하는 과학자의 글로는 리차드 도킨스Richard Dowkins의 『만들어진 신』The God Delusion(2007)을 꼽을 수 있을 것이다. 신의 존재를 의심하고, 인간의 능력에 주목하라는 그의 주장은 서구 기독교에 상당한 파장을 일으켰다. “신에 대한 부정이 도덕적 타락이 아니라 인간 본연의 가치인 진정한 사랑을 찾는”다는 그의 주장은 나름대로 생각해 볼 여지가 충분히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니체가 신을 부정하면서 그 대안을 예술에서 찾고자 했다면, 도킨스는 (밈(meme) 유전자를 통한 예술도 어느 정도 인정은 하지만) 과학에서 대안을 찾는다는 점에서 양자 간에는 차이가 있다.]

1915년 5월과 6월 사이 비트겐슈타인의 논리에 대한 연구가 다시 활력을 얻는다. 여기에는 그의 친구 핀센트로부터 편지를 받고 논리에 관한 철학적 상상력이 풍부해진 것과도 관련이 있다. 비트겐슈타인의 『Notebooks:1914~1916』의 상당 부분은 이 시기에 쓴 것이다. 이 시기에 그가 주로 다루었던 문제는 언어(명제)와 세계, 사실과 사물(대상) 등과 같은 것들이었다. 그는 원자 사실, 혹은 단순 대상이 무엇인지 말할 수는 없었지만 그것들의 존재가 언어와 세계의 구조를 제공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1916년 3월 비트겐슈타인은 자원을 해서 러시아 전선의 전투부대에 배치된다. 그는 루마니아 국경 근처에 있는 동부 전선의 최남단 지점에 위치한 오스트리아 제 7군에 소속된 포병연대에 배치되었다. 말 그대로 이곳은 언제 죽을지 모르는 예측불허의 최전선이었다. 그야말로 죽음에 대한 공포감이 극대화되면서 삶의 고통과 비참함을 실존적으로 느낄 수밖에 없는 한계상황이었다. 아이러니하게도 비트겐슈타인의 이러한 전선에서의 실존적 체험은 신비의 영역이라 할 수 있는 종교, 윤리학, 미학 그리고 삶의 의미에 관한 생각들을 심화시키는 중요한 계기가 된다. 그러면서도 논리학과 관련된 함수와 명제의 본성에 관한 문제와 단순 대상들의 존재와 같은 문제를 계속 고민했다. 이런 점에서 비트겐슈타인이 당시 생사를 가로지르는 전쟁의 체험을 겪지 않았다면 오늘날의 『논고』는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6월 11일 비트겐슈타인은 “신에 관해서 그리고 인생의 목적에 관해서 내가 아는 것은 무엇인가?”하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면서 다음과 같이 답한다. “나는 이 세계가 존재한다는 것을 안다. …나의 의지가 세계를 관통하리라는 것을. 나의 의지는 선하거나 악하다는 것을. 그러므로 선과 악은 어떤 식으로든 세계의 의미와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기도하는 것은 인생의 의미에 관해 생각하는 것이다. …나는 사건들에 대한 어떤 영향도 포기함으로써 나 자신을 세계에 대해 독립적으로 만들 수 있을 뿐이며 어떤 의미에선 세계를 지배할 수 있다.” (Notebooks, p.72). 전쟁의 공포, 죽음에 대한 두려움은 오히려 비트겐슈타인을 (종교를 포함해서) 윤리학과 논리학을 연결시킬 수 있는 중요한 계기가 된 것이다. 때문에 그에게는 종교적 신앙은 물론 철학이 더욱 견고하게 요구될 수밖에 없었다. “신을 믿는 것은 인생의 의미를 이해한다는 것을 뜻한다. …세계는 나에게 주어진다. …확실히 이렇게 말하는 것은 옳다. 양심은 신의 소리이다.”(같은 책, p.74)

  

논리학의 기초로부터 세계의 본성에 관한 철학적 탐구로 관심의 영역을 확장시킴으로써 비트겐슈타인은 윤리학은 논리학과 마찬가지로 세계의 조건이어야 한다는 생각을 굳힌다. 즉 논리적 형식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언어를 하나의 전체로 보아야 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윤리학을 이해하려면 세계를 하나의 전체로 보아야 한다. 단 논리적 사고와 달리 윤리학은 물론 종교, 미학과 관련된 명제들은 무의미(nonsens)의 영역에 속한다.  

1916년 비트겐슈타인이 다시 쇼펜하우어를 읽었는지 아니면 젊은 시절에 읽었던 구절을 상기한 것인지는 불분명하다. 그렇지만 이러한 비트겐슈타인의 생각이 쇼펜하우어의 생각과 맞닿아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영원의 상 아래에서’라는 뜻을 가진 라틴어 sub specie aeternis는 원래 스피노자가 사용한 말이다. 레이 몽크에 따르면, 『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에서 쇼펜하우어는 주목할 정도로 명상(冥想)의 한 가지 형식에 대해 논의한다. 이런 형식의 명상에서 우리는 “사물들을 살펴보는 일차적 방식을 버리며 더 이상 사물들의 위치, 시간, 이유 그리고 목적지에 대해서가 아니라 단순히 본성에 대해 생각한다. …스피노자가 다음과 같이 썼을 때 그의 마음에 있었던 것은 이것이었다. 정신은 사물을 영원의 상으로부터 생각하는 한 영원한 것이다.” Mens aeterna est quatenus res sub specie aeternitatis. (Schopenhauer, The World as Will and Representation, I, p. 179,  레이 몽크, 『천재의 의무 1』, 208쪽, 재인용) 

같은 해 8월 비트겐슈타인은 8월 전투 중 용감한 행동으로 훈장을 받으면서 사병에서 장교(소위)로 진급하고, 10월에는 장교 훈련을 받기 위해 모라비아Moravia의 올뮤츠Olmütz에서 지내는 동안 또 한 명의 친구 파울 엥겔만Paul Engelmann을 운명적으로 만난다. 그는 아돌프 루스와 칼 크라우스의 제자였다. 이들의 우정이 지속된 것은 둘 다 모두 예술적 취향도 비슷했으며 종교적 깨달음을 경험하고 그것을 비슷한 방식으로 해석하고 분석했을 것이라는 추측이 지배적이다. 엥겔만은 논리학과 신비주의를 연결시키고자 했던 비트겐슈타인의 생각에도 상당한 공감을 가졌다. 비트겐슈타인이 죽은 뒤 엥겔만은 비트겐슈타인과 교환한 서간집과 회고록을 출판했다. 이 둘의 서신 교환에서 비트겐슈타인의 신비주의를 이해할 수 있는 단초가 있다. 특히 1917년 4월에 엥겔만은 비트겐슈타인에게 울란트Uhland가 쓴 “에버하르트 백작의 산사나무”라는 제목의 시를 써서 보냈다. (이 시는 십자군 원정을 나간 동안 산사나무 덤불에서 가지 하나를 꺾어다가 집에 돌아온 뒤 자기 집 정원에 그것을 심은 병사의 이야기를 하면서, 아주 단순하게 아무런 수식 없이 도덕을 묘사하고 그에 대한 주석을 달고 있는 내용을 담고 있다.) 비트겐슈타인 역시 이 시가 전하는 메시지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그는 이 시를 통해 표현 불가능한 것을 표현하려고 시도하지 않음으로써 소통이 가능하다는 자신의 철학적 이념을 보일 수 있음을 알았다. “철학은 한 편의 시처럼 쓰듯이 해야만 한다.” (『문화와 가치』, 28쪽)는 비트겐슈타인의 경구가 등장한 것은 이런 맥락에서이다.   

1918년 2월 1일 비트겐슈타인은 중위로 진급했다. 6월에는 다시 포대 관측장교로 전투에 참여했다. 이 전투는 비트겐슈타인이 참여한 오스트리아군의 마지막 공격이었지만 곧바로 격퇴 당했다. 퇴각 후 그는 9월 말까지 휴가를 받는다. 이 시기에 비트겐슈타인은 우리가 알고 있는 『논리-철학논고』의 원고를 완성한다. 여기서 에피소드 하나. 원고를 완성하기 전 비트겐슈타인은 친구 핀센트가 비행기 사고로 죽었다는 편지를 받고는 절망한 나머지 자살하려는 충동에 사로잡혔다. 그런데 삼촌 파울 비트겐슈타인Paul Wittgenstein은 자신의 조카 비트겐슈타인을 우연히 만나 절망에 빠진 그를 설득해서 잘즈부르크Salzburg 할레인Hallein 근처에 있는 자신의 집에 오도록 했으며, 바로 이 집에서 비트겐슈타인은 자신의 『논리-철학논고』를 완성한다. 수많은 우여곡절과 사고실험을 통한 청년 비트겐슈타인의 불후의 저작이 탄생된 것이다. 그럼에도 『논고』가 출판되는 과정은 그렇게 순탄하지가 않았다. (이에 대한 논의는 다음의 글에서 다루기로 한다.) 그 해 10월 또는 11월에 비트겐슈타인의 둘 째 형 쿠르트가 총으로 자살한다. 이미 전선의 패배로 인해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은 붕괴의 길로 갈 수밖에 없었으며, 결과적으로 이탈리아와 휴전이 체결되었다. 휴전과 더불어 비트겐슈타인은 이탈리아에서 전쟁 포로가 되었다. 코모Como에 있는 포로수용소에서는 칸트의 『순수이성비판』을 읽기도 했다. 카지노의 수용소에 있는 동안 프레게, 러셀, 엥겔만에게 『논고』의 원고를 보내고 1919년 8월 21일 비트겐슈타인은 포로수용소에 석방된다. 이처럼 『논고』는 수많은 모진 인고의 과정을 거치면서 탄생될 수밖에 없었다. 니체 식으로 말하면, 『논고』는 ‘운명애’amor farti의 산물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 

후기: 필자로서는 전기 비트겐슈타인의 생애를 해설하는 입장에서 최대한 간결하면서도 알기 쉽게 전달하기 위해 재구성하는 방법을 취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라 생각했다. 그런 점에서 비트겐슈타인의 전기(傳記)와 관련된 이 글 비트겐슈타인(4)는 레이 몽크의 저작에 크게 기댈 수밖에 없었음을 밝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