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자는 자신이 일관되게 주장하는 道(도) 즉 “참된 지도자의 통치이념”이라는 것이 삼가고도 변치 않는 자세로 노력하여 몸소 실천하는 내적인 모습을 통해서 구현되는 것이기 때문에, 외적인 모습을 묘사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말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자는 [도덕경]에서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언어수단을 통하여 道(도)의 개념을 이해시키려고 노력하고 있는 것이다.

그것을 보아도 볼 수 없으니 “이(평탄함)”라고 이름하고, 그것을 들어도 들을 수 없으니 “희(성김)”라고 이름하며, 그것을 잡아도 가질 수 없으니 “미(정묘함)”라고 이름 한다. 

끝없이 평탄함이란 하늘이나 망망대해와도 같음을 말하는 것이니, 道(도)는 우뚝 튀어나오거나 움푹 들어간 곳이 없다. 또한 인간의 청력은 20,000HZ까지라고 알려져 있으니, 道(도)라는 것은 우리가 인지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선 것이다. 아울러 잡을 수 없다고도 하였으니, 결국 노자가 말하고자 하는 참된 지도자의 통치이념이란 한 마디로 형이상학적 개념이라고 정리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노자는 말한다. 참된 지도자의 통치이념 즉 道(도)라는 것은 보아도 볼 수 없는데, 그 이유는 높고 낮음이 조화로워져서 한없이 평탄하기 때문이다. 또한 들어도 들을 수 없으니 아득하다고 하며, 손으로 잡으려 해도 가질 수 없으니 때가 묻지 않아 맑고 깨끗하며 순박하다고 한다고. 

道(도)의 세 가지 특징인 조화로움과 아득함 그리고 때가 묻지 않은 순박함은, 보아도 볼 수 없고 들어도 들을 수 없으며 잡아도 가질 수 없기에 모호하고 명확하지 않으며, 또 말로 형용할 수도 없어서 사실상 구분할 수가 없기 때문에, 서로 뒤섞여서 하나가 되는 것이다.   

14-1에서도 언급했듯이, 위와 아래의 개념이 없는 평등 조화 그 자체가 道(도)의 주된 특징이다. 이렇듯 참된 지도자의 통치이념은 “음”과 “양” “유”와 “무” “밝음”과 “어두움” 등의 상반된 개념들이 한데 어우러져 조화롭게 이루어진 총체이다. 그러므로 그 위가 더 밝지 않고, 그 밑이 더 어둡지 않으며, 끊임이 없이 변치 않고 이어져 내려와, 어떠한 제도나 보편타당한 명분화된 개념으로 표현할 수 없다. 따라서 우리가 알고 있거나 단정 지을 수 있는 어떤 형태로도 묘사할 수가 없는 것이다. 

道(도)는 이처럼 삼가고 노력하며 몸소 실천하는 내적인 모습을 통해서 실현되는 것이다. 따라서 외적인 모습을 묘사할 수가 없고, 이처럼 어떠한 방법으로도 묘사할 수 없기 때문에, 희미하고도 모호하다고 표현하는 것이다.

이처럼 道(도)라는 것은 어떠한 방법으로도 외적인 모습을 묘사할 수 없어서 희미하고도 모호하기 때문에, 앞에서 보아도 앞모습을 볼 수 없고, 뒤에서 따라가도 뒷모습을 볼 수가 없다.

15장에서도 노자는 道(도)이라는 것이 외적인 모습을 묘사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말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자는 역시 14장에서와 마찬가지로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언어수단을 통해서 道(도)의 개념을 이해시키려고 노력하고 있는데, 특히 그 중요한 특징으로서 신중함과 정중함, 화해, 순박함, 자애로움 그리고 모호함 등을 부각시키고 있다.

그런데 언뜻 보면, 노자의 이러한 모습은 심지어 자가당착에 빠진 듯한 인상마저 주고 있다. 어찌 보면 억지로 하지 않는 무위자연에 위배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노자와 같이 이러한 형이상학적 추상명사 개념을 설명하려는 노력이 없다면, 우리는 지금까지도 道(도)가 무엇이었는지 알 수 없었을 지도 모르는 일이다. 

예를 들어 사랑이라는 개념에 대해서, 필자는 “자기가 잘 되고 행복하기를 바라는 마음을 오롯이 타인에게 전하는 것.”이라고 말하고 싶다. 물론 이러한 필자의 사랑에 대한 정의가 사랑을 온전히 표현한 것은 아닐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나마 억지로 표현함으로써 타인에게 사랑이 무엇인지를 이해시킬 수 있는 초보적인 정보나마 제공하는 것이고, 후에 누군가는 여기에 더 살을 붙여서 더욱 온전하게 표현해나갈 수 있으니, 노자의 이러한 노력이 결코 헛된 것은 아니리라.

상고시대 태평성대를 이끈 이들의 이치는 헤아릴 수 없이 미묘하고 또 세상일을 훤히 알았는데, 그 경지가 너무나도 심오하여 일반인들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태평성대를 이끌었던 이들의 경지는 너무나도 심오하여 일반인들이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따라서 억지로 오늘날의 보편타당한 개념과 표현을 빌어서, 그 구체적인 모습을 묘사하여 이해를 돕고자 한다.   

주저하니, 이는 마치 덩치가 대단히 큰 코끼리가 한 걸음 한 걸음 옮길 때마다 겨울철 강을 건너는 듯 신중하고도 또 신중하다.

망설이니, 이는 마치 의심이 많고 조심스러운 원숭이가 주변을 살필 때마다 사방을 두려워하는 듯 신중하고도 또 신중하다.

위의 “예(豫: 코끼리)”와 “유(猶: 원숭이)”를 합치면, 오늘날의 “유예” 즉 “신중하여 함부로 결정하지 못하다”라는 뜻이 된다. 

주지하다시피, 얼음은 고체이므로, 다른 물질과의 융화가 불가하다. 그런데 이제 얼음이 풀어져 녹아내리니, 액체로 변화하여 다른 물질과의 융화가 가능한 것이다. 그러므로 노자는 이 구절을 통해서 다음과 같이 피력하고 있다. 풀어져 없어지니, 마치 얼음이 장차 녹는 것과도 같이 상호간의 갈등과 오해가 풀어지게 하였다고.

인정이 많고 후하니, 마치 아직 손을 타지 않은 목재인 것처럼 순박하다. 

넓고 탁 트였으니, 道(도)라는 것은 마치 커다랗고도 깊은 계곡과도 같이 모두를 포용하는 자애로움을 갖췄다.

그 모습이 선명하지 않으니, 道(도)라는 마치 흐려서 잘 보이지 않는 것처럼 애매모호하다. 

그러므로 과연 누가 이 모호한 道(도)라는 것을 고요하고도 평화롭게 하여, 그 존재를 선명하게 인식시킬 수 있을 것인가? 또 과연 누가 이 잠자고 있는 道(도)를 오랜 시간동안 변치 않고 부단히 실천함으로써, 서서히 태평성대로 복귀하게 할 수 있겠는가? 

만족하지 못하거나 부족함을 느끼면 자꾸 새로운 것을 추구하고 만들어 채우게 되지만, 비움으로써 능히 모든 것을 포용한다면 굳이 새로운 것을 찾아 만들 필요가 있겠는가? 상고의 태평성대에는 천명 즉 자연의 순리에 따랐기 때문에, 사람들의 마음에 사적인 욕망이 생기지 않았던 것이다. 따라서 道(도)를 이해하고 실천하는 지도자는 자꾸 새로운 제도를 만들어 백성들을 통제하려 들지 않는다. 이처럼 굳이 새로운 제도를 만들어 통제하려 들지 않게 되므로, 긍정과 부정, 좋음과 나쁨을 모두 포용하고 화해시켜 함께 가려 하지, 부정과 나쁨을 버리고 긍정과 좋음만을 선별하는 제도를 자꾸 만들어 백성들을 통제하려 하지 않는다.     

노자는 21장에서도 道(도)라는 것이 외적인 모습을 묘사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말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4장 및 15장에서와 마찬가지로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언어수단을 통해서 道(도)를 이해시키려고 노력하고 있다.

 

아름다운 덕의 모습은, 오로지 道(도)를 향해서 움직이는 것이다.

참된 지도자의 통치이념인 道(도)의 실체는 흐릿하여 분명하지 않다.

道(도)라는 것은 흐릿하여 분명하지 않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떠한 모양이 존재한다.

道(도)라는 것은 흐릿하여 분명하지 않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떠한 실체가 존재한다.

道(도)라는 것은 그윽하고도 아득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떠한 핵심이 존재한다.

그러한 道(도)의 핵심은 매우 진실 되어서, 신뢰가 반드시 내포되어 있다.

자고로 道(도)는 끊임없이 내려왔기 때문에, 이를 통해서 세상의 모든 것들을 살펴볼 수 있다.

나 역시 일개 사람일진데, 어떻게 이렇듯 심오한 道(도)를 깨달을 수 있었겠는가? 바로 상고시대로부터 내려오는 덕치의 실례들을 보고, 그 안에서 공통점을 이해했기 때문이다.

노자는 25장에서도 말로 묘사하거나 표현하기 어려운 道(도)를 이해시키고자 노력하고 있다.

중국인들은 伏羲氏(복희씨)와  女媧氏(여와씨)가 인류를 창조한 이래 三皇五帝(삼황오제)가 세상을 다스렸던 시대를 大同(대동)의 사회라고 여겼고, 이 삼황오제가 바로 聖人(성인) 즉 그 누구에게도 道(도)를 배운 적이 없지만 스스로 깨달아서 세상을 다스리는 도리로 삼은 인물들이다. 그러니 중국인들에게 있어서 道(도)라는 것은, 당연히 세상이 시작되지 전부터 존재했던 것이 된다. 따라서 노자는 이 구절을 통해서, 어느 누구하나 버리지 않고 함께 함으로써 조화를 이루는 道(도)는 세상이 만들어지기 이전부터 이미 존재해왔다고 피력한 것이다.

희미한 소리조차도 들을 수 없으니 텅 비어있는 듯하지만, 다른 것들과 분리되어 독자적으로 변치 않고 존재해왔고, 만물에 두루 미쳐서 행해지므로 위험하지 않으므로, 세상의 근본이 될 수 있는 것이다.  

過客(과객) 즉 지나가는 나그네의 천성은 지나가는 것인데, 그가 멈추는 것은 천성에 위배되는 것이니 결국 무위자연에도 위배된다. 그러므로 우리는 왜 道(도)가 無味(무미)하고도 淡白(담백)하다는 것인지 이해할 수 있으니, 화려한 음악과 풍성한 음식의 자극적인 것들은 지도자가 백성들의 천성 즉 원하는 바를 이해하고 따르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道(도)를 설명하자면, 화려한 음악이나 풍성한 음식과는 달리 자극적이지 않고 수수할 따름이다. 

道(도)라는 것은 보아도 보이지 않고, 들어도 들리지 않으며, 아무리 세상에 베풀어도 끊임이 없이 생성되어 다 쓸 수가 없다. 

훌륭한 인물은 道(도)를 접하게 되면, 삼가여 실천하려고 노력한다. 

보통사람은 道(도)를 접하게 되면, 반신반의하게 된다.  

수준이 낮은 인물은 道(도)를 접하게 되면, 도저히 이해할 수 없어서 비웃는다.

비웃지 않으면 오히려 道(도)라고 하기에 부족한 것이니, 이처럼 道(도)라는 것은 아무나 이해하고 실천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따라서 다음과 같이 의견을 제시한다. 밝은 道(도)는 밝음과 어두움을 모두 포용하기에 언뜻 보기에 어두운 듯하고, 앞으로 나아가는 道(도)는 나아감과 물러섬을 모두 포용하기에 언뜻 보기에 뒤로 물러서는 듯하며, 위와 아래의 양과 음이 조화를 이루는 道(도)는 언뜻 보기에 부족해 보이는 듯하다.

너무나도 큰 사각형은 그 모퉁이를 볼 수 없고, 너무나도 큰 기구는 만들 수 없으며, 너무나도 큰 소리는 들을 수 없고, 너무나도 큰 형상은 형체가 없으며, 道(도)는 너무나도 큰 것이어서 뭐라고 이름 지을 수 없는 것이다.

더불어서 참고적으로 설명하자면, 우리들에게 잘 알려진 大器晩成(대기만성)은 본디 “진정 큰 그릇이란 완성됨이 없다.”로 풀이되어야 하니, ‘늦을 만(晩)’은 사실상 ‘면할 면(免)’과 동일한 글자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