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고전(古典)들을 읽을 때 유념해야 할 것 하나를 꼽으라면, 이들 고전들은 상당수가 연역법으로 구성되어 있다는 점이다. 주지하다시피 연역법은 개별적인 사실이나 원리를 기반으로 나열해가면서 최종 결론을 내리는 논리적 귀납법과는 달리, 이미 증명된 또는 알고 있는 명제를 결론으로 먼저 제시한 후에 특수한 사실이나 원리들을 나열해가는 사유법이다. 

또한 보통은 먼저 작가가 누구이고 그가 처해있던 시대적 배경은 어떠했는지 나아가 작가가 염두에 둔 사건이나 상황 등등을 파악한 연후에 그의 저작을 이해하는 것이 보통의 방법이다. 그러므로 [논어]를 말할 때는, 당연히 우선적으로 공자의 이러한 3요소를 먼저 파악해야 한다. 

하지만 노자(老子)의 경우는 어떨까? 인구에 회자되는 것처럼, 주(周)나라를 떠나 200살이 넘도록 세상을 유유자적하다가 떠난 인물일까? 아니면 일찌감치 신선이 되어 하늘로 승천한 인물일까? 심지어 일부 학자들은 [도덕경]의 내용이 일관되지 않으므로, 노자란 인물은 일개인이 아닌 시대와 공간을 초월한 다수 인물들의 공통된 명칭이라고까지 주장한다. 말 그대로 학자들마다 주장이 다르고, 또한 생졸연대와 주나라를 떠난 후의 행적들까지 철저하게 베일에 쌓여있는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필자는 이제 노자가 아닌 [도덕경]부터 말해보고자 한다. 또한 1장이 아닌 2장부터 마지막 81장까지 설명함으로써 그 요지를 먼저 파악하고, 이를 기반으로 하여 마지막에 가서 1장을 살펴보려고 한다. 아마도 이러한 방법을 통해서 [도덕경]에 접근한다면, 노자가 말하고자 한 진의(眞義)에 한 발짝 더 다가가 참된 의미를 맛볼 수 있으리라. 또한 노자가 누구였는지, 일개인이었는지 아니면 시공을 초월한 다수의 공통된 명칭이었는지도 가늠할 수 있으리라.

세상에는 아름다움과 추함이 공존하는데, 절대다수(아니면 모든) 사람들이 아름다움을 추구하고 추함을 배격한다. 그런데 생각해보자. 우리는 어떻게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것일까? 만약 이 세상에 우리가 원하는 아름다움만이 존재한다면, 우리는 그것을 여전히 아름답다고 느낄 수 있을까? 세상의 모든 남성이 ‘장동건’이라면 그리고 세상의 모든 여성이 ‘김태희’라면, 과연 여전히 ‘장동건’과 ‘김태희’는 미남과 미녀의 대명사로 부각될 수 있을까?

결국 노자가 말하는 논리대로라면, ‘장동건’과 ‘김태희’는 평범하게 생긴 대다수의 ‘우리’로 인해서 그 아름다움의 존재감을 드러낼 수 있는 것이니, 어쩌면 ‘장동건’과 ‘김태희’는 오히려 우리에게 감사해야 할지도 모를 일이다.

이번에는 스포츠로 눈을 돌려서, 또 한 두 가지 예를 들어보자. 요사이 대한민국에서 야구하면 떠오르는 인물은 아마도 ‘류현진’이 아닐까 싶다. 물론 다분히 주관적 관점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이처럼 대한민국이 꾸릴 수 있는 최상의 야구팀을 짜보도록 하자.

과연 이 팀은 가장 이상적인 팀이 될 수 있을까? 야구만 언급하면 축구팬들이 섭섭하게 생각할까 하여, 이번에는 축구를 이야기해보도록 한다. 아무래도 근래에 들어서 가장 관심을 받는 선수는 ‘손흥민’선수가 아닐까? 물론 이 역시 주관적인 관점일 수 있음을 인정하고, 다음과 같은 선발라인을 짜보도록 하자.

과연 이 팀은 월드컵대회에서 우승할 수 있을까?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이제 인류를 놓고 설명해보자. 한 영화가 있다. 이 영화는 인간의 범죄행위가 유전인자에 기인한다는 판단 하에, 아예 열성인자를 제거한 우성인자로만 조합된 사회를 구성한다는 이야기로 시작한다.  

‘가타카(1998)’는 사회적 병폐로 얼룩진 어두운 미래사회를 그린 영화다. 유전자 변형술로 우성인자만을 추출하여 실험관으로 배양된 이들이 지배하는 세상. 하지만 미처 이러한 혜택(?)을 받지 못해서 그보다 먼저 부모의 순수한 사랑으로 자연스레 태어난 이들은, 실제 그들이 지닌 능력이나 잠재된 가능성과는 상관없이 열성인자로 분류되어, 3D업종을 전전하다가 삶을 마감해야 하는 숙명을 지녔다. 

과연 이러한 극단적인 가치관을 올바른 선택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분명 아닐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목도하고 있는 오늘날의 현실은 어떠한가? 아이러니컬하게도 그저 아름다움만을 추구하고 추함을 배척하려든다. 있는 이가 없는 이를 무시하는 사회가 되어버렸다. 개개인마다 지닌 천성이나 개성과는 상관없이 무조건 공부만 잘해서 명문대학에 가야만 성공하는 사회가 되었다. 있는 이들을 숭배하고 없는 이들을 무시한다. 심지어 그렇지 못한 이들이 경제적으로 여유 있는 이들처럼 보이려고 있는척하는 세상마저 되어버렸다. 그러므로 노자는 다음과 같이 계속해서 말한다.

기실 이러한 가치관은 노자만이 이야기한 것이 아니다. 관포지교(管鮑之交)로 유명한 제(齊)나라의 재상 관중(管仲) 역시 그의 저서 [관자(管子)]에서 다음과 같이 언급한 바 있다.

좋은 것만을 취하려 들고 그렇지 못한 것은 배척하여 버리려 든다면, 이 세상은 아름다운 세상이 될까? 가진 이들만이 대접받고 그렇지 못한 취약계층들을 무시하여 돌보지 않는다면, 이 세상은 가진 이들만 존재하는 세상이 될 수 있을까? 돈과 권력만 있으면 안 될 것이 없다고 생각하는 이들에게 묻고 싶다. 그 돈과 권력을 사용할 수 있는 대상이 없다면, 그러한 돈과 권력이 여전히 효용가치가 있는 것이냐고 말이다. 부릴 사람이 없으면, 결국 내가 직접 소매를 걷어붙이고 하는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과연 누가 이렇듯 매정하게 변해버린 현 상황을 타개해낼 수 있을까? 

온전한 밧줄로도 말 여섯 마리를 몰기가 어려운데, 썩은 새끼줄로 말 여섯 마리를 모는 것은 얼마나 힘든 일이겠는가? 따라서 이는 한 나라의 통치라는 것은 그만큼 신중에 신중을 기해 조심스럽게 해야 한다는 의미를 비유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고공단보(古公亶父)는 주(周)나라의 태왕(大王)이자 문왕(文王)의 할아버지로, 역시 이처럼 지도자가 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밝히고 있다. 또한 상(商)나라 탕(湯)임금의 신하였던 이윤(伊尹) 역시 다음과 같이 말한 바 있다.

그러므로 노자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노자는 [도덕경]에서 31차례에 걸쳐 성인(聖人)에 대해 언급한 반면, 군자(君子)에 대해서는 31장에서 겨우 2차례에 걸쳐 말할 뿐이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31장의 주제가 바로 무력을 통한 전쟁이니, 이 점에 대해서는 공자(孔子) 역시 언급한 바 있듯이 참된 지도자는 무력을 쓰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왜 노자는 하필 31장에서만 군자에 대해서 말하는 것일까? 더욱 더 재미있는 것은 [논어]에서 군자에 대해 언급한 부분은 무려 107차례나 되는 반면, 성인에 대해서 언급한 부분은 겨우 4차례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이러한 성인과 군자의 차이점에 대해서는 31장에서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하고자 한다. 

아무튼 2-3구절의 의미를 풀어보자면 다음과 같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대동사회를 이끈 지도자들은 억지로 작위하여 법률과 제도로 통제하지 않고, 천성에 따라서 백성들과 나라를 다스렸으며, 함부로 말하거나 명령을 내리지 않음으로써 대동의 통치이념을 실천했다.(각 구절에 대한 구체적인 풀이는 필자의 저서 [노자, 정치를 깨우다]에서 인용했음을 밝혀둔다.)

대동사회를 이끌었던 지도자들은 만물을 만들지만 백성들의 천성을 따르지 않거나 간섭하지 않았고, 그들을 낳아 기르지만 자신의 것으로 여겨 소유하려 들지 않았으며, 통치하지만 통치를 잘하고 있다고 자부하지 않았고, 공로를 세우지만 그 공로가 자신의 것이라고 집착하지 않았다. 무릇 그 공로가 자신의 것이라고 집착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들의 공로는 영원히 잊히지 않고 지금까지 내려오게 되었던 것이다.

결국 노자가 2장에서 말하고자 한 것은 지도자가 마땅히 지켜야 할 통치이념[道]의 중요한 구성요소 중 한 가지이니, 다름 아닌 조화로움의 화(和)이다. 화(和)란 ‘어느 누구하나 버리지 않고 모두가 함께 하는 것’이니, 이를 현대어로 표현해보자면 진정한 의미로서의 ‘상생(相生)’ 또는 ‘공생(共生)’이라는 단어로 바꿔줄 수도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