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자는 [도덕경] 5장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추구(芻狗)는 제사(祭祀)에  쓰기 위해 짚으로 만든 개인데, 소용이 있을 때에는 사용되다가 소용이 없어지면 버려지는 물건 또는 천한 물건에 비유된다. 따라서 이 문장은 “천지는 남들보다 앞서서 덕을 쌓기 때문에, 만물에 집착하지 않고 그들이 자연스레 생겨나고 사라지도록 그 천성을 따랐다. 대동사회의 지도자들은 남들보다 앞서서 덕을 쌓았기 때문에, 백성들에 집착하지 않고 그들이 자연스레 생겨나고 사라지도록 그 천성을 따랐다.”는 의미가 되는 것이니, 억지로 작위하지 않음을 말하는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또 다음의 구절을 살펴보기로 하자.

바로 여기서 자연(自然)의 의미가 드러나니, ‘스스로 자(自)’와 ‘그러할 연(然)’이 합쳐져 스스로 그러함 즉 천성(天性)에 따른다는 뜻이 되는 것이다. 까치발을 하고 서있으면 결국 자연스럽게 서있는 상태가 아니기 때문에 오래 서 있을 수 없고, 자신의 타고난 보폭보다 더 크게 하여 걷는 사람은 결국 자연스럽게 걷는 상태가 아니기 때문에 오래 걸을 수 없다.

이처럼 목왕이 무위자연의 천성을 따르지 않자, 나라 사람들이 서로 더불어 배반하였고, 결국 목왕은 ‘체’ 땅으로 달아나게 되었던 것이다. 

무위자연과 관련하여, 노자는 또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이 말은 대동사회를 이끈 성인들은 나라를 다스림에 있어 항상 신중에 신중을 기했기 때문에 어떠한 실수나 오류도 범하지 않았고, 또한 말과 명령을 함부로 내리지 않았기 때문에 백성들의 원성을 사지 않았다는 뜻이니, [左傳(좌전)] <昭公(소공) 12년>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의 기록이 남아있다. 

주나라 천자인 목왕(穆王)은 천자의 자리에 오르자마자, “천하를 두루 다녀 모든 땅에 자신의 수레바퀴 자취를 남기고자 한다.”라고 말했다. 그러자 제공(祭公) 모보(謀父)가 <기초(祈招)>라는 시를 지어 목왕의 뜻을 막았으니, “임금의 덕이 울려 퍼지기를 기원하노니, 우리 임금께서 왕도를 생각하시어, 안일함에 빠지지 말고 백성을 잘 보살피기를 바랍니다.”

목왕이 천자의 자리에 오르자 전국을 주유하여 제후국들을 방문하고자 했으나, 그렇게 되면 제후국들은 만사를 제쳐놓고 천자를 맞이할 준비를 하느라 정작 국사에 전념치 못하게 되고, 백성 역시 천자를 맞이할 행사준비에 동원되느라 농사일에 전념치 못하게 되는 것이니, 이는 차라리 방문을 하지 않느니만 못한 것이 아니겠는가?

문득 옛날 초등학교 다닐 때의 추억이 떠오른다. 매년 장학사 방문에 때맞춰 대청소를 하고 게시판을 예쁘게 꾸미느라, 정작 선생님과 학생들의 본업인 학업을 뒤로 미룰 수밖에 없었던 그 일들이. 

산가지는 나뭇가지로 만든 큰 수를 세기 위한 도구이고, 빗장은 문을 잠그는 도구이며, 밧줄은 묶어서 도망가지 못하게 하는 도구이니, 모두 억지로 작위하는 것이 된다. 따라서 노자는 말한다. 대동사회를 이끈 성인들은 신중하게 덕치로 나라를 다스렸기 때문에 백성을 억압하는 제도들을 새로이 만들지 않았고, 재물을 탐하지 않고 베풀었기 때문에 백성 역시 사리사욕이 없어져 굳이 남의 집 문을 열고자 하지 않았으며, 어느 누구하나 버리지 않고 조화롭게 단결했기 때문에 백성을 잡아두지 않아도 굳이 다른 곳으로 가려하지 않았다고.

노자는 이어서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장차 나라의 지도자가 되고자 하는 이가 백성이 바라는 바를 따르지 않고, 법률과 제도를 강화하여 억지로 통제하려들면, 나는 그가 뜻대로 될 수 없다고 본다.

세상의 만물은 각자 하늘로부터 부여받은 천성이 있기 때문에, 그 천성에 거슬러 억지로 작위할 수 없는 것이다. 

주어진 천성을 따르지 않아 억지로 작위하려 들면, 결국 만물을 잘 운영하지 못하게 되어 지도자의 자리를 지키지 못하게 된다. 또한 재물이나 권력에 집착하게 되면, 결국 모든 것을 잃게 되는 것이다.

미언: 통제하기 시작하면 이름이 있게 되고, 이름이 이미 있으면, 무릇 장차 멈출 줄 알아야 하니, 멈출 줄 알면 위태롭지 않을 수 있다.  

그러므로 백성의 천성을 따르지 않고 억지로 통제하려 하니 제도들이 생기게 되고, 자꾸 제도들을 만들어 통제하면 백성의 원성이 높아진다. 따라서 세분화된 제도들을 만들어 통제하지 말아야 하는데, 이처럼 세분화된 제도를 만들어 백성을 통제하지 않고 그들의 천성에 따라 다스리게 되면, 백성이 지도자를 따르게 되어서 나라를 오랫동안 평안하게 유지할 수 있다고. 

미언: 도는 항상 행하는 바가 없으나 행하지 않는 바도 없으니, 천자와 제왕이 만약 이를 지킬 수 있다면, 만물이 장차 스스로 변화할 것이다. 

대동의 통치이념인 도(道)는 백성이 원하는 바대로 따르는 것이기 때문에, 억지로 그 천성을 거스르지 않는 ‘무위(無爲)’로 다스리는 것이다. 따라서 언뜻 보았을 때 특별히 하는 것이 없어 보이지만, 사실 그 천성을 이해하고 삼가여 겸손하게 노력하는 것이니 최선을 다 하는 것이다. 지도자가 만약 이러한 대동의 통치이념을 실천할 수 있다면, 세상 모두가 지도자를 믿고 따르게 되어 순박해질 것이다. 

그렇다면 행한 바도 없으나 행하지 않은 바도 없는 ‘무위자연’의 본질은 무엇일까? 당송팔대가(唐宋八大家)중 하나인 유종원(柳宗元)의 <종수곽탁타전(種樹郭橐駝傳)>을 읽어보면, 자연스레 그 의미를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곽탁타는 본래 어떤 이름이었는지 알지 못한다. 곱사병을 앓아, 등이 솟아 구부리고 다녀서, 낙타와 비슷함이 있었다. 그래서 마을 사람들이 그를 駝(타)라고 불렀다. 타가 듣고는 말하기를: “참으로 좋구나. 이름이 내게 꼭 맞는다.”라고 하였다. 이름을 버리고, 스스로를 역시 탁타라고 불렀다. 그 마을은 풍악이라고 불렸으니, 장안의 서쪽에 있었다. 타는 나무를 심는 것을 업으로 삼았다. 무릇 장안의 세도가, 부자, 감상하며 노니는 이들 및 과일을 파는 이들이 모두 다투어 타를 맞이하여 나무를 키우게 하였다. 타가 심은 나무를 보면, 혹시 옮기더라도 살지 않는 것이 없었고; 또한 무성하여, 빨리 과실이 번성했다. 다른 나무 심는 이들이 비록 엿보고 모방하여도, 능히 같게 할 수 없었다. 어떤 이가 물으니, 대답하여 말했다: “나 탁타가 나무를 오래 살게 하고 우거지게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나무의 천성을 능히 따름으로써, 그 본성을 다하게 할 뿐입니다. 무릇 나무의 본성은, 그 뿌리가 펴기를 바라고, 그 흙을 돋움은 고르기를 바라며, 그 흙은 본래의 것이기를 바라고, 흙을 다짐은 촘촘하기를 바라는 것이지요. 이미 그렇게 하면, 건드려서는 안 되고 걱정해서도 안 되고, 떠나면 다시 돌아보지 말아야 합니다. 심을 때는 자식 같이 하지만, 내버려둘 때는 버린 듯이 하면, 곧 그 천성이 온전해져서, 그 본성을 얻게 되는 것이지요. 따라서 나는 그 성장을 해치지 않을 뿐, 크고 무성하게 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그 열매 맺음을 억누르고 없애지 않을 뿐, 일찍 번성하게 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다른 나무 심는 이들은 그렇지 않으니: 뿌리를 구부리고 흙을 바꿉니다. 그 흙을 돋움은 지나치지 않으면 곧 미치지 못합니다. 참으로 능히 이와 반대로 하는 이들이 있으니, 곧 그것을 사랑함이 지나치게 두텁고, 그것을 걱정함에 지나치게 부지런합니다. 아침에 보고 저녁에 어루만지며, 이미 떠났으나 다시 돌아와서 돌보니; 심한 자는 그 껍질을 긁어서 그것이 싱싱한지 시들었는지 검사해 보고, 그 뿌리를 흔들어서 심어진 상태가 성긴지 촘촘한지 살펴보아, 나무의 본성이 점차 흩어지게 됩니다. 비록 그것을 사랑한다고 말하지만, 사실은 그것을 해치는 것이요; 비록 그것을 걱정한다 말하지만, 사실은 그것을 죽이는 것이라서, 그러므로 나와 같을 수가 없는 것이니, 내가 또 어찌 할 수 있겠습니까?” 묻는 이가 말했다: “그대의 도를, 관청의 다스림으로 바꾸는 것이, 가능하겠습니까?” 탁타가 말했다: “나는 나무 심는 것을 알 따름이지, 관청의 다스림은 나의 본업이 아닙니다. 그런데 내가 고을에 살면서, 관청의 수장을 보니, 그 명령을 성가시게 하기를 좋아하던데, 이는 백성들을 심히 어여삐 여기는 듯하지만, 마침내는 화를 입히게 됩니다. 아침저녁으로, 관리가 와서 소리쳐 말합니다: ‘관청에서 너희들의 경작을 재촉하게 하고, 너희들의 번식을 권면하게 하며, 너희들의 수확을 감독하게 하고, 서둘러서 우선 누에고치를 켜게 하며, 서둘러서 실로 옷감을 짜게 하고, 어린 아이들을 양육하도록 하며, 닭과 돼지를 키우게 하도록 명령하셨다!’ 북을 울려 백성들을 모으고, 목제 악기를 두드려 백성들을 소집합니다. 우리 서민들은 저녁밥과 아침밥을 보충하여 관리들을 위로하기에, 또한 겨를이 없으니, 또 어찌 우리 삶을 번성케 하고, 우리 본성을 편하게 하겠습니까? 그러므로 병들고 게을러집니다. 이와 같으니, 곧 나의 본업과, 또한 비슷한 점이 있지 않을까요?” 묻는 이가 기뻐하며 말했다: “훌륭하지 않은가! 나는 나무 키우는 것을 물었는데, 사람 돌보는 방법을 얻었다. 그 일을 전하여서 관청의 훈계로 삼겠습니다.”  

이러한 <종수곽탁타전>의 핵심은 오늘날의 자녀교육에도 응용할 수 있다. 우리들은 자녀들에게 공부할 수 있는 조용한 방과 책걸상 그리고 다양한 교재들을 구입하여 이른바 ‘공부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준다. 하지만 그 다음은? “똑똑똑(노크소리), 배고프지? 자 빵 먹으면서 하렴.” 하지만 얼마 가지 않아서 다시 자녀의 방을 찾는다. “똑똑똑, 내가 우유를 깜빡했네. 자 우유 먹으면서 하렴.” 또 얼마 안 있어 “과일 먹으면서 하렴.” “주스 먹으면서 하렴.” 등등. 우리는 자녀를 키우는 것일까? 아니면 돼지를 키우는 것일까? 무위자연을 따른다면, 공부에 흥미가 있는 자녀는 버린 듯이 해도 알아서 공부를 할 것이요. 그렇지 않다면 자신이 원하는 그 무엇을 찾아 나서지 않겠는가?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노자는 계속해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지도자가 얕은꾀와 사리사욕을 추구하게 되면 점점 백성을 통제할 궁리가 많아지게 되어, 더 많은 제도를 만들고 강화하여 통제하려 든다. 하지만 대동의 통치이념으로서 다스리면, 백성을 통제하는 제도가 갈수록 필요 없게 된다. 스스로 그러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주기만 하면 되므로, 명령이 자연스럽게 줄어들게 되어 결국 무위의 통치를 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무위의 통치는 천성에 따라 스스로 그러하도록 하는 것이라서, 지도자가 행하는 바가 없는 것 같지만 사실은 항상 삼가여 노력하는 것이라서 행하지 않는 바도 없다. 이처럼 억지로 작위하여 제도로 백성들을 통제해서는 안 되니, 억지로 통제하려 들면 백성들이 지도자를 따르지 않게 된다.

결국 ‘무위’란 수수방관이 아니라, 지도자가 억지로 행하지 않고 백성의 천성을 살리는 것이니, 이는 다름 아닌 원칙을 중시하는 태도인 것이다.

따라서 대동사회를 이끈 성인들은 말한다. “지도자가 억지로 작위하지 않으면 백성이 그 천성에 따라 스스로 그러하게 되고, 지도자가 말이나 명령을 함부로 하지 않으면 백성이 다른 마음을 품지 않게 되며, 지도자가 법률이나 제도로서 억지로 통제하지 않으면 백성 스스로 해야 할 일을 하게 되어 삶이 넉넉해지게 되고, 지도자가 사리사욕을 탐하지 않으면 백성이 지도자를 본받아서 소박하게 지낸다.” 

백성이 지도자를 믿고 따르지 않는 이유는, 지도자가 백성들의 뜻을 헤아리지 않고 법률과 제도로만 통제하려들기 때문이 아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