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자는 [도덕경]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 바 있다.

하늘과 땅은 변치 않고 오랫동안 존재해왔다. 이렇듯 하늘과 땅이 변치 않고 오랫동안 존재할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하늘과 땅만이 살려고 했던 것이 아니라, 그 안에 있는 세상의 모든 존재들 즉 자연의 모든 생물 및 무생물들과 어우러져 함께 살려고 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나라가 변치 않고 오래 유지되려면 이처럼 좋은 것만 취하고 나쁜 것은 버리는 것이 아니라, 어느 누구하나 버리지 않고 함께 어우러져 살아야 하는 것이다.   

이처럼 노자는 또한 공생하기 때문에 장구할 수 있다고 피력하고 있는데, 이와 관련하여서는 다음 문장을 살펴보면 그 취지를 더욱 명확하게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태평성대를 이끈 지도자들은 자신을 백성 아래에 두었지만 오히려 백성들의 신망을 받아 위에 올라서 지도자가 될 수 있었고, 자기를 버리고 백성들의 뜻에 따랐지만 오히려 백성들의 지지를 받아 그 지도자의 자리를 오랫동안 지킬 수 있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노자는 왜 상생의 도리가 태평성대의 주된 특징이라고 보았을까? 다음 문장을 살펴보면,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태평성대를 이끌었던 지도자들이 백성들의 신망을 받아 위에 올라서 지도자가 될 수 있었고, 또 백성들의 지지를 받아 그 지도자의 자리를 오랫동안 지킬 수 있었다. 그 이유는 바로 자기를 버리고 백성들의 마음을 자기의 마음으로 삼았기 때문이 아니었던가? 따라서 그들은 오히려 그처럼 지도자의 자리에 올랐고, 또 그 자리를 오랫동안 지키는 사사로움을 이룰 수 있었던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서는 다음 기록을 살펴보면, 노자의 뜻을 보다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자신의 사사로움을 버리고 백성들을 위함으로써 결국에는 온 나라를 소유하기에 이르렀으니, 이것이야말로 노자가 말하는 “사사로움을 버리니, 사사로움을 얻는다.”는 도리가 아니겠는가? 결국 노자가 말하는 “나를 버리므로, 나를 이룬다."라는 도리는, 다름 아닌 도(道)의 중요한 구성요소 중 하나인 겸(謙: 겸손함)의 도리인 것이다.

이제 예를 하나 들어보기로 하자. 필자는 매학기 개설하는 “노자리더십의 현대적 해석”이라는 과목에서, 먼저 위의 사진을 제시하며 이 두 인물이 여러분들의 팀장이 될 사람들이라고 전제하여 소개한다. 그런데 특기할만한 점은 학생들로 하여금 둘 중에서 마음에 드는 팀장을 선택하라고 하면, 매번 최소한 60% 이상이 오른쪽의 여성을 선택한다는 점이다. 

공자도 이런 말씀을 남긴 적이 있다. “종묘를 관장한 위나라 대부 축타의 아첨과, 호색한인 송나라 공자 자조의 잘생긴 외모가 있지 않고서는 지금의 세상에서 화를 피하기가 어렵다.”라고.

자조(子朝)는 본래 송(宋)나라 공자였다. 후에 위(魏)나라 대부가 되었는데, 잘생긴 외모로 명성이 자자했다고 한다. [좌전(左傳)]에 따르면, 위나라 대숙질(大叔疾)이 송나라로 도망가 자조의 딸과 결혼했는데, 당시 관습에 따라 그녀의 여동생 역시 언니를 따라서 대숙질에게 시집을 갔다. 그 후 자조는 위나라로 가서 임금인 영공(靈公)의 총애를 받게 되는데, 그는 오히려 영공의 부인 남자(南子)와 사통하게 되었다. 하지만 이러한 일이 발각되자 자조는 이웃나라로 도망쳤는데, 남자는 자조의 잘생긴 외모를 잊지 못하였기에 영공에게 부탁하게 되고, 영공은 결국 부인인 남자를 위해서 다시 자조를 위나라로 불러들이게 된다. 외모지상주의적인 풍조는 예나 지금이나 변한 것이 전혀 없나보다.

아무튼 필자는 계속해서 각 팀장의 인물됨에 대해서 소개한다. “왼쪽의 팀장은 자신의 팀이 우수 팀으로 선정되게 되었을 때, 수상하기 위해서 앞으로 나갑니다. ‘사실 저는 별로 한 일이 없습니다. 그저 저희 팀원들 모두가 자신의 일처럼 최선을 다했기 때문에 가능했을 따름이지요. 이 일을 위해서 거의 매일 밤을 세우다시피한 우리 팀원들에게, 이 모든 영광을 돌리겠습니다. 팀원들 수고하셨고, 감사합니다.’ 반면에 오른쪽의 팀장은 다음과 같이 수상소감을 밝히죠. ‘아, 저는 이 일을 위해서 거의 매일 밤을 지새우다시피 했고, 사실 지금도 머리가 조금 어지러워서 꿈인지 생시인지조차 잘 모르겠네요. 하지만 존경하는 회장님과 사장님 그리고 여러 이사님들께서 이렇게나마 제가 노력한 모습을 알아주시니, 모든 고생이 이제 기쁨으로 승화되려 하네요. 더욱 열심히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아름다운 밤이에요!’”라고.

그런데 그러고 나서 이제 다시 한 번 자신이 원하는 팀장을 고르라고 하면, 정말이지 희한하게도 학생들은 역시 매 번 100% 만장일치의 의견으로 왼쪽의 여성을 선택한다는 점이다. 

어떠한가? 사람의 마음은 예나 지금이나 여전히 똑같지 아니한가? 사람됨의 근본에는 언제나 세월의 흐름과 상관없이 변치 않는 도리가 있으니, 겸손함이 교만함을 누르기 마련인 것이다.

그러므로 노자는 또 계속해서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그러므로 지도자와 같이 귀한 신분은 반드시 자신을 낮춰서 백성들을 나라의 근본으로 귀히 여기고, 지도자와 같이 높은 신분은 반드시 자신을 낮춰서 백성들을 숭상해야 하는 것이다.  

환과고독(鰥寡孤獨)은 늙어서 아내 없는 홀아비와 늙어서 지아비 없는 홀어미, 부모 없는 고아와 의지할 곳 없는 독거노인이니, 국가가 책임지고 돌봐주어야 하는 사회의 최약자층을 뜻한다.

그렇다면 불곡(不穀)은 어떠한 뜻을 함축하고 있는가? 주지하다시피 곡(穀) 즉 곡식은 사람을 기르는 물건인데, 불(不: 아님)이라고 하였으니 이는 곡식보다도 못하다는 의미를 지닌다. 결국 이는 임금과 제후 등의 최고지도자가 백성들을 잘 기르지 못한다고 스스로를 책망하는 태도를 뜻하니, 이러한 이유 때문에, 지도자는 스스로를 외로운 존재, 작고 미약한 존재, 곡식만도 못하여 백성들을 잘 기르지 못하는 존재라고 불렀던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나라의 임금들 역시 자고이래로 왜 스스로를 과인(寡人) 혹은 짐(朕)이라고 불렀는지 알고도 남음이 있다.

이러한 태도야말로, 지도자가 자신을 낮춰서 백성들을 나라의 근본으로 귀히 여긴다는 것이 아니겠는가? 진정으로 그렇지 않은가?

따라서 고상한 덕을 지닌 지도자는 밑에 처해있는 계곡과도 같이 자신을 백성들 아래에 놓고, 때 묻지 않고 순박한 지도자는 욕보이는 듯이 백성들을 위해 수치스러움을 감수한다. 

세상 만물은 부드러움과 부정적인 것들을 함께 짊어지고 강함과 긍정적인 것들을 향해 나아가니, 이 두 기운이 합쳐져 결국 어느 누구하나 버려지지 않고 모두가 조화롭게 어울린다.

이처럼 태령성대를 이끈 지도자들은 자신을 백성들 아래에 두었지만 오히려 백성들의 신뢰와 지지로 위에 오를 수 있었고, 폭군들은 자신을 백성들 위에 두려다가 그 자리를 잃게 된 것이다. 

노자는 여기서 분명히 피력하고 있다. 자신이 [도덕경]을 통해서 전하고자 한 말은 자기가 스스로 터득한 도리가 아니라, 예로부터 내려오는 [상서(尙書)] 등의 기록을 통해서 내려온 말씀들을 정리해서 오롯이 전달하고자 하는 것이라고. 따라서 “나는 사관(史官)의 신분으로 고대의 문헌들을 통해서 태평성대를 이끌었던 지도자들의 통치이념을 이해했고, 이제 나 역시 그러한 가르침을 세상에 알려주려고 한다.”고 말하는 것이다.

* 이 저술의 저작권은 도서출판 아포리아에 있습니다. copyrights@aporia.co.kr ([노자 다시보기] Aporia Review of Books, Vol.3, No.6, 2015년 6월, 안성재, 인천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