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도 노자(老子)를 떠올렸을 때 인구(人口)에 회자(膾炙)되는 가장 유명한 것은 다음의 이 구절이 아닐까? 노자는 [도덕경] 8장에서 다음과 같이 운을 떼고 있다.  

상위에 있는 선함이란 물과 같이 부드럽고도 자애로운 것이니, 이러한 물은 항상 아래로 흐르기 때문에 만물에게 큰 도움을 주지 결코 방해하거나 다투지 않는다. 

그렇다면 물은 왜 아래로 흐르는 것일까? 만약 BC 6세기(대략 2500년 정도 이전)를 살아가던 노자가 AD 21세기에서 살고 있는 지금의 우리들에게 이러한 질문을 한다면, 이는 그리 어려운 질문이 아닐 것이다. 왜냐하면 만유인력의 법칙(law of universal gravity) 즉 중력 때문이라고 대답할 수 있기에. 문제는 이 만유인력의 법칙 즉 중력이 언제 누구에 의해서 발견되었느냐는 것인데, 주지하다시피 만유인력의 법칙은 1680년대 영국의 물리학자인 뉴턴에 의해서 처음 소개되었다. 

그럼 당시 노자 역시 물이 아래로 흐르는 것을 보고, 그 이유가 중력 때문이라고 생각했을까? 그건 결코 아닐 것이다. 만일 그랬다면 중력의 최초발견자는 중국의 노자가 되어야 할 터이니까. 결국 노자는 물이 아래로 흐르는 모습을 보면서, 이것이 자연(自然: 스스로 그러한 천성)의 섭리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흐르는 물을 바라보면서, 참된 지도자는 백성의 위가 아닌 아래에 있어야 한다는 만고(萬古)의 진리를 접목시켰을 것이고. 

그런데 사실, 이러한 지도자의 통치이념을 물에 빗대어 설명한 것은 노자가 처음이 아니다. [상서(尙書)] 등을 보면, 지도자가 마땅히 갖춰야 할 이러한 자세를 물(水)로 빗대어 설명한 구절이 적잖이 나온다. 따라서 이 구절 역시 노자 고유의 독창적인 레토릭(Rhetoric)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 필자의 주관적 판단이기도 하다.

아무튼 그러므로 노자는 계속해서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아래에 있는 것을 싫어한다. 하지만 물과 같은 부드러움과 자애로움의 덕치를 추구하는 지도자들은, 오히려 백성들을 어려워하고 자신을 그들의 아래에 두었기 때문에, 진정한 지도자의 통치이념[道]을 깨닫고 실천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바로 여기서 명확하게 드러나는 것이, “노블레스 오블리쥬(nobless oblige)” 이른바 지도자의 솔선수범(率先垂範) 덕목이다.

과거 태평성대를 이끌었던 참된 지도자들은 항상 자신을 백성들 아래에 두고 삼가여 성실하게 나라를 다스렸기 때문에, 타인이 비방하거나 불만을 가지지 않았거니와 과오를 저지르지 않았던 것이다.

그리고 노자는 비단 8장에서뿐만 아니라, [도덕경] 곳곳에서 이러한 논조를 일관되게 이어가고 있다.

지도자가 참된 통치이념인 도(道)로서 백성들의 천성에 따라 다스리게 되면, 백성들이 그 지도자를 믿고 의지하여 따르게 되니, 이러한 도리를 비유적으로 말하자면, 마치 높은 곳에 있는 하천과 계곡의 물이 아래쪽에 있는 강과 바다로 흘러들어가는 것과도 같은 것이다.  

계곡에서 나오는 모든 물줄기가 강이나 바다로 흘러들어가는 이유는 바로 강과 바다가 계곡 아래에 처해있기 때문이니, 그럼으로써 강과 바다는 모든 계곡의 우두머리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까닭에, 지도자가 백성들을 통치하려면 말과 명령을 함부로 하지 않음으로써 그들을 두려워하고 공경해야하며, 지도자가 백성들 앞에서 이끌려면 반드시 백성들의 뜻을 자신의 뜻보다 앞에 두어야 하는 것이다.

이러한 까닭에, 태평성대를 이끈 지도자 즉 성인들은 백성들 위에서 통치했지만 백성들이 부담스러워하지 않았고, 백성들 앞에서 이끌었지만 방해가 된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이러한 까닭에, 세상 모든 이들이 그를 지도자로 기꺼이 추대하고 저버리지 않았던 것이다. 지도자가 사리사욕을 탐하거나 억지로 백성들을 누르지 않아서 불만이 없게 되었으니, 세상 어느 누구하나 감히 그에게 시비를 걸지 못하게 되어 따르게 되었던 것이다. 

따라서 노자가 [도덕경] 전반에서 언급하고 있는 물(水)은, 다름 아닌 “겸손함”의 메타포(metaphor)가 되는 것이다. 그런데 노자는 또 다른 개념을 설명할 때, 역시 물(水)로 빗대어 설명하고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이 구절을 통해서 이해할 수 있는 물의 또 다른 대표적 특징 중 하나가, 바로 부드러움이라는 점이다. 이제 이 구절의 함의를 보다 구체적으로 이해하기 위해서, 먼저 다음의 사진을 살펴보기로 하자.

 

바다 가운데 있는 바위로 이루어진 섬. 그리고 그 단단한 바위섬에 누군가 구멍을 내어놓았다. 과연 누구의 작품일까? 물론 우리는 잘 알고 있다. 바로 침식작용과 풍화작용의 힘이라고. 하지만 과연 노자 역시 이 과학적 사실을 이해하고 있었을까? 

그에 대한 대답은 역시 아닐 것이라는 것이다. 그저 노자는 역시 이러한 자연의 모습을 보면서, 부드러움이 강경함을 이긴다는 지도자의 통치이념을 떠올렸을 따름이다.

따라서 이 구절을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이 풀이할 수 있다. 자애로움의 덕은 마치 물처럼 그 어떤 것보다도 더 부드럽지만 백성들이 따르고, 형벌이나 제도 등 강경한 수단으로 통제하면 오히려 백성들이 등을 돌리기 때문에, 덕치로 백성들을 다스리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라고. 그리고 노자의 이러한 논법은 계속된다.

자애로운 덕으로 백성들을 다스리는 것이 제도로 통제하는 것보다 더 이상적이라는 것을 모르는 지도자가 없지만, 실제로는 덕치가 과연 실현가능한지 반신반의하여 행하는 이가 없다. 따라서 노자가 말하는 물(水)는 앞에서 설명한바 있는 계곡(谷)과 마찬가지로, “자애로움”의 메타포(metaphor)가 되기도 하는 것이다.  

한 가지 재미있는 사실은, 노자는 [도덕경]을 통해서 한 나라의 지도자가 어떠한 자세로 임해야 하는지에 대해 시종 일관적이고도 구체적으로 설명하다가, 이러한 관점을 외교적인 차원으로 확대하여 설명하기도 했다는 점이다. 

마치 강물의 하류가 모든 줄기의 물을 수용하는 것과도 같이, 큰 나라는 긍정적인 것과 부정적인 것을 다 뒤섞어 포용하니, 이는 바로 부드러움과 자애로움의 결정체이다.

백성들은 법과 제도로 억압하여 통제하는 지도자보다 항상 말과 명령을 함부로 하지 않고 자애로운 덕을 베푸는 지도자를 더욱 따르는데, 그 이유는 바로 지도자가 말과 명령을 함부로 하지 않고 항상 자신을 백성들 아래에 두기 때문이다. 

따라서 큰 나라는 작은 나라에게 낮춤으로써 작은 나라가 따르게 하고; 작은 나라는 큰 나라에 낮춤으로써 큰 나라의 지지를 얻는 것이니, 서로 삼가여 존중해야 한다. 

따라서 상대방에게 낮춤으로써 오히려 따르게 하고, 상대방에게 낮추지만 오히려 지지를 얻게 된다.

큰 나라는 작은 나라의 백성들을 자애로움으로 포용해야 하고, 작은 나라는 큰 나라의 사람들을 믿고 따라야 한다. 

그러므로 노자는 다음과 같이 끝맺고 있다. 그렇게 되면 큰 나라와 작은 나라 모두 각자가 원하는 바를 얻게 될 것이니, 큰 나라는 자신을 낮춰야 한다고 말이다. 어떠한가? BC 6세기를 살았던 노자가 지금 AD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진정한 강대국의 논리가 무엇이어야 하는지 가르침을 주고 있지는 아니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