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설명한 인(仁)의 개념을 바탕으로 다음의 [논어]기록들을 살펴보면, 이제 공자가 어떠한 의도로 그렇게 말했는지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먼저 공자와 그의 제자 자장(子張)의 대화를 보기로 하자.

자문(子文)은 초(楚)나라 사람으로 영윤(令尹) 즉 재상(宰相)이 되어서 나라를 강성하게 한 인물로 평가받고 있는데, 그와 관련하여서는 [국어(國語)] <초어하(楚語下)>에 다음과 같은 기록이 있다. 자문은 백성들을 위하느라 항상 끼니가 모자랐는데, 이에 성황(成王)이 그에게 봉록을 더 주려고 하자 자문은 세 차례나 영윤 자리를 물러났다가, 왕이 조치를 취하하고 나서야 다시 돌아왔다. 이에 누군가 “부귀는 사람이 추구하는 바인데 왜 피하십니까?”라고 묻자, “정치는 백성들을 위한 것이오. 백성들은 굶주리는데, 내가 부유하면 살 수 있는 날이 얼마 안 남은 것이오. 나는 부귀를 피하는 것이 아니라, 죽음을 피하는 것이오.”라고 대답했다. 

진문자(陳文子)는 안평중(晏平仲) 즉 안영(晏嬰)과 함께 제(齊)나라의 장공(莊公)을 모셨던 대부(大夫)이다. 안영과 마찬가지로 군주인 장공을 모시기는 했지만, 장공이 너무나 무도하였기에 진심으로 따르지는 않았다.  

최자(崔子)는 崔杼(최저)로 역시 제나라 대부이다. 자신의 아내와 사통한 장공을 시해하고 경공(景公)을 임금으로 세웠는데, 경공은 오히려 안영을 총애하고 최저를 제거한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인(仁)은 군주를 진심으로 섬기고 따르는 것이다. 상술한 인물소개에서 알 수 있듯이, 자문은 백성들을 위한 것이기는 했지만 결국 임금의 호의를 따르지 않았다. 또 진문자는 비록 그가 모시는 장공이 무도했기 때문이기는 했지만, 어쨌든 진심으로 섬기고 따르지는 않았다. 그러므로 공자는 두 사람이 정성스럽고 청렴하기는 하지만 인(仁)한 인물은 아니라고 한 것인데, 여기서 공자의 관점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다. 즉 자기가 섬기는 군주가 무도한지의 여부에 상관없이 진심으로 섬기고 따라야 한다는 것이니, 이러한 관점은 다음의 기록을 통해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은(殷)나라의 폭군 주왕(紂王)과 같은 어머니의 형인 미자(微子)는 주왕에게 누차 간언을 올렸으나 듣지 않자 황야에 은거했다. 주왕의 숙부 기자(箕子)는 수차례 간언을 올렸으나 듣지 않자, 머리를 풀고 미친 척하다가 결국 구금되고는 노비로 전락했다. 역시 주왕의 숙부인 비간(比干)은 간언을 하다가, 이를 참지 못한 주왕이 ‘내가 듣기로는 성인의 심장에는 일곱 개의 구멍이 있다고 하는데, 이제 비간이 성인인지 확인하겠노라!’라고 하여 심장을 갈랐으므로, 잔인하게 죽임을 당했다. 

그런데 공자는 이 셋을 인(仁)한 사람들이라고 하고 있느니, 이 말은 ‘은나라에는 세 명의 임금을 진심으로 섬기고 따른 이들이 있었다. 이 세 사람은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그 마음가짐은 하나였으니, 모두 임금을 배반하려는 역모를 꾀하지 않고 끝까지 자기가 섬기는 임금을 바른 길로 걷도록 노력한 인물이었던 것이다.’라는 의미가 되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은나라의 마지막 왕인 주왕이 극악무도한 폭정을 펼치자 주(周)의 무왕(武王)이 무력으로 정벌하게 되는데, 미자와 기자 비간은 오히려 끝까지 주왕을 섬기고 따랐기 때문에, 공자가 이들을 인(仁)한 인물이라고 칭찬했던 것이다. 공자의 이런 태도는 특히 위에서 이미 언급한 바 있는 “부모님을 섬김은, 노여움을 사지 않도록 조용하고도 공손하게 간하고, 자식의 뜻을 드러내도 따르지 않으시면, 더욱 공경하여 어기지 않는 것이니, 이러한 모습이 수고롭지만 부모님을 원망하지는 않는 것이다.([논어(論語)] <이인(里仁)편>)”라는 표현에서 극명하게 부각되고 있다. 

물론 지금으로서는 이와 같은 공자의 극단적인 가치관을 이해하기 어렵고, 또 이해해서도 안 될 것이다. 하지만 당시가 춘추시대라는 엄청난 혼란기이자 격변기임을 감안한다면, 또 공자가 얼마나 종법제도를 중시하고 따랐는지를 파악한다면, 일정 수준에서 공자의 의도에 대해서 수긍하는 것은 가능할 것이다. 

또 이러한 인(仁)과 관련하여, 백이(伯夷)와 숙제(叔齊) 역시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은(殷)나라의 제후국인 고죽국(孤竹國)의 왕자 백이와 숙제는 주(周)의 무왕(武王)이 무력으로 은나라 주왕(紂王)을 몰아내자, 무왕이 인의(仁義)를 저버렸다고 말하며 수양산(首陽山)으로 들어가 고사리를 캐어먹고 지내다 굶어죽었다. 공자는 그러한 백이와 숙제가 비록 폭군일지라도 끝까지 자기의 군주인 주왕을 진심으로 섬기고 따랐다고 칭송하고 있으니, 여기서도 공자는 바로 인(仁)을 무엇보다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춘추시대라는 대 혼란기 특히 신하가 임금을 따르지 않고 심지어 시해하는 상황에서, 공자가 이를 바로잡기 위해서 이처럼 인(仁)을 강조한 것은, 어쩌면 다른 여지가 없는 상황에서의 부득이한 선택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러므로 공자의 또 다른 제자 자공(子貢)은 백이와 숙제를 빗대어 스승의 의중을 떠보기도 했으니, 이제 다음의 염유(冉有) 즉 염구(冉求)와 자공의 대화를 살펴보기로 하자.

자공은 왜 여기서 굳이 백이와 숙제를 통해서 공자의 의중을 엿보려 한 것일까? 은나라의 제후국인 고죽국(孤竹國) 임금의 첫째 아들인 백이는 아버지가 셋째 아들인 숙제에게 왕위를 물려주라고 유언하자 그 뜻을 따랐는데, 숙제는 그럴 수 없다며 다시 백이에게 양보한다. 이에 백이는 아버지의 뜻이라며 도망가게 되고, 숙제 역시 도망을 가버리는 바람에, 결국 둘째 아들이 왕위를 물려받게 된다. 후에 주(周)의 무왕(武王)이 무력으로 폭군인 은나라 주왕(紂王)을 몰아내자, 이 둘은 무왕이 인의(仁義)를 저버렸다고 말하며 수양산(首陽山)으로 들어가 고사리를 캐어먹고 지내다 굶어죽었다. 

바로 여기서 유의해야 할 것이, 백이는 아버지의 뜻을 따랐고 숙제는 종법제도를 따랐으며 둘 다 모두 자기가 섬긴 주왕을 위해서 굶어죽었으므로, 공자가 이들을 인(仁)했다며 칭송한 것이라는 점이다. 즉 자공은 공자의 대답을 통해서, 공자께서 위나라 임금인 출공(出公)을 돕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하게 된 것이다.

그렇다면, 당시 위(魏)나라의 상황은 또 어떠했던 것일까? 위나라 영공(靈公)이 살아있을 때 그의 부인 남자(南子)의 사통을 부끄러워한 세자 괴외(蒯聵)가 그녀를 죽이려다 실패하자, 송(宋)나라로 달아났다가 다시 진(晉)나라로 도망갔다. 노나라 애공 2년 즉 공자 나이 59세에 영공이 죽자, 남자는 괴외의 아들이자 영공의 손자인 첩(輒)을 왕위에 앉히는데, 그가 바로 출공(出公)이다. 하지만 아버지 괴외는 밖에서 호시탐탐 아들을 몰아내서 왕이 되려했고, 아들은 자기의 왕위를 뺏기게 될까봐 항상 두려워했다. 결국 자공이 스승께서는 위나라 임금을 돕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한 이유가, 출공이 아버지의 뜻을 거스르고 심지어 임금 자리에만 욕심을 부리는 것은 불인(不仁)한 것인데, 이는 백이와 숙제의 뜻에 위배되기 때문이었던 것이다. 바꿔 말해서 공자는 백이와 숙제를 인(仁)한 인물이었다고 칭송하였으니, 아버지의 뜻을 거스르고 임금 자리에만 급급했던 불인(不仁)한 출공을 결코 도우려고 하지 않을 것이라는 뜻이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공자는, 아무리 폭군이라고는 하지만 신하로서 군주를 제거한 주(周) 무왕(武王)에 대해 다음과 같이 평가하고 있다.

‘소(韶)’는 순(舜)임금 때의 음악이다. 순임금 때는 신하가 임금이 바른 길을 걷도록 충언하고, 임금은 신하들에게 하늘의 뜻을 받들어 신중을 기하라고 근엄하게 명령하고 있으며, 나아가 무력으로 진압하지 않고 진심어린 덕을 펼쳐서 오랑캐들마저 감복시켰다. 바로 이것이 바로 조화로움(和)과 자애로움(慈)의 덕치인 것이다. 따라서 공자는 그 음악이 지극히 아름답고, 또 지극히 선하다고 평하고 있다. 하지만 주나라 무왕 때의 음악인 ‘무(武)’에 대해서는, 비록 무왕의 업적이 찬란하기는 하지만, 그는 무력으로 은나라 주왕(紂王)을 멸하고 주(周)나라를 세웠으니, 이른바 폭력으로 역성혁명(易姓革命)을 일으킨 장본인이다. 따라서 그 음악이 지극히 아름답지만, 지극히 선하지는 않다고까지 말한 것이다. 

인(仁)이란 “사회에 나아가 자기의 임금을 진심으로 섬기고 따르는 것”이다. 따라서 공자가 인(仁)을 애(愛)라고 표현한 것은, 결국 애(愛)라는 것이 인(仁)의 한 가지 큰 특징이라는 의미이지, 인(仁) 자체가 곧 애(愛)는 아님을 알 수 있다. 그런데 다음의 [논어] 두 기록을 보면, 인(仁)의 정의에 대해서 또다시 미궁에 빠질 수 있다. 그래서인지 공자의 제자인 자로와 자공 역시 스승에게 같은 내용의 질문을 한다.

제나라 양공(襄公)은 자기 여동생인 노(魯)나라 환공(桓公)의 부인과 사통하다가 발각되자 환공을 죽이는 등, 제나라를 혼란에 몰아넣은 대단히 무도한 인물이었다. 양공의 두 동생인 공자 규(糾)와 공자 소백(小白)은 각각 노나라와 거(莒)나라로 피신했다가, 양공이 시해 당하자 돌아와 왕위를 두고 다투었는데, 이때 관중(管仲)은 공자 규를 그리고 포숙아(鮑叔牙)는 공자 소백을 각각 섬기고 있었다. 한번은 대부였던 소홀(召忽)이 관중에게 소백을 죽이라고 하자 관중은 소백에게 활을 쏘았는데, 그 활이 허리띠에 맞아서 소백은 목숨을 구할 수 있었다. 훗날 소백이 왕권을 잡게 되었으니 그가 바로 제나라 환공인데, 이에 공자 규와 소홀은 죽임을 당했고 관중 역시 사형을 당할 처지가 되었다. 하지만 포숙아가 나서서 “임금께서 제나라에 만족하신다면 저 하나로 충분할 것이나, 천하의 패자(覇者)가 되고자 하신다면 관중 외에는 인물이 없을 것입니다.”라고 간언했고, 관중은 포숙아 덕분에 제나라 재상이 되어 천하를 호령할 수 있었다. 

따라서 자로의 의도는, 관중은 원래 모시던 공자 규를 버리고 새로이 환공을 따랐으므로 불인(不仁)한 사람이 아니냐고 묻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공자는 그것보다 더 큰 것 즉 나라와 백성들의 입장에서 생각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즉 인(仁)의 궁극적인 목표를 임금 자체가 아닌 바로 나라와 백성들을 평안하게 하는데 둔 것이니, 자기의 임금을 진심으로 따르고 섬김으로써 결국에는 나라와 백성들을 평안하게 할 수 있다고 주장한 것이다. 하지만 자공이 스승의 뜻을 온전하게 이해하지 못하여 반박하자, 공자는 다시 더 구체적으로 설명한다.

위에서도 언급했듯이, 인(仁)의 최종목표는 임금 개인의 안위가 아닌 나라와 백성들을 평안하게 하는데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공자는 비록 관중이 자기가 섬기던 공자 규를 버리고 새로이 환공을 섬겼지만, 그로 인해서 나라와 백성들이 안녕할 수 있었으므로 인(仁)에 가깝다고 말한 것이다.

만약 관중이 세간의 여론을 의식하여 자기가 모시던 공자 규를 따라서 죽었다면, 이는 인(仁)의 표면적인 특징에 불과하다. 하지만 관중은 그러한 굴욕을 견디고 환공을 모심으로써 천하를 호령하는 패자로 만들었으니, 이에 세상이 잠시나마 평온을 되찾을 수 있었다. 따라서 “자기의 임금을 진심으로 따르고 섬김으로써 나라를 안정시켜, 궁극적으로는 백성들을 평안하게 하는 것”이, 공자가 말하는 인(仁)의 참뜻인 것이다.

그러므로 제자 번지 역시 인(仁)에 대해서 물었을 때, 공자는 일관되게 다음과 같이 대답하고 있다.

여기서도 공자는 仁(인)의 의미를 재차 확인시켜 주고 있으니, “먼저 자기의 군주를 진심으로 섬기고 따름으로써 나라의 어려운 일을 극복한 후에, 사적인 명예나 공로 등의 이익을 추구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