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중근 의사(義士), 안창호 의사, 윤봉길 의사. 우리는 어렸을 때부터 의로운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들을 들어왔다. 오늘날에도 가끔이기는 하지만 의로운 일을 행한 사람들에 관한 뉴스를 접하고는 한다. 또 습관적으로 “저 사람은 의리가 있어!” 혹은 “에이, 의리 없는 녀석!”이라는 표현을 내뱉곤 한다.

그렇다면 의(義)는 과연 구체적으로 어떠한 의미를 지니고 있을까? 또 어떠한 행동을 하는 것이 의로움을 실천하는 것일까? 이제 의(義)와 관련하여 공자가 언급했던 기록들을 살펴봄으로써, 그 함의 및 도(道)와의 상관관계에 대해서 살펴보기로 하자.   

물론 이 한 문장만으로 의(義)의 정의를 속단할 수는 없지만, 막연하기는 하더라도 의(義)라는 것이 분명 부드러움 보다는 오히려 엄격함에 더 가까움을 짐작할 수 있다. 하지만 다음의 기록을 살펴보면, 그 윤곽을 그리기가 좀 더 용이해진다.

이는 “義(의: 의로움)”라는 것이 “옳다고 생각하는 것에 목숨을 걸 수 있는 자세”를 뜻한다. 그렇다면 무엇을 옳다고 여기는 것일까? 이어서 또 다음의 기록을 살펴보자.

위의 열 가지를 자세히 살펴보면 모두 윗사람과 아랫사람이 마땅히 해야 할 도리에 대해서 열거하고 있음을 알 수 있으니, 의(義: 의로움)라는 것은 “윗사람과 아랫사람이 각자의 자리에서 마땅히 행해야 할 도리를 옳다고 여기고, 또 목숨을 걸고라도 지키는 것”을 뜻하는 것이다. 

특히 “아들은 효도하고, 아우는 공경하며, 아내는 순종하고, 어린이는 따르며, 임금은 진심으로 섬겨서 따르고, 신하는 충후해야 한다.”는 표현은 사실상 인(仁)에 속하기도 하는데, 이처럼 의(義)가 인(仁)과 겹치는 이유는 다름 아닌 “도(道)의 실천 내용과 형식”부분에서 이미 언급했듯이 “어질음이라는 것은, 의로움의 근본”이 되기 때문인 것이다.

그런데 이 중에서 임금이 진심으로 섬겨서 따르는 것(군인: 君仁)을 이해할 때 유의할 점이 있으니, 다음의 기록을 살펴보자.

이미 “인(仁): 복종의 미학” 부분에서 설명한 바 있듯이, 열 가지 의로움의 덕목 중에서 임금이 진심으로 섬겨서 따르는 대상은 백성들이 아니라, 다름 아닌 자신의 아버지와 선조 임금들이 된다는 점이다. 따라서 의(義)라는 것은 사실상 “신분과 계급상의 서열을 명확하게 하고 그 서열에서 마땅히 지켜야 할 바를 목숨을 걸고 지키는 것”이 되는 것이다. 이제 다음의 기록을 살펴보면, 그 의미를 보다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이처럼 공자는 상하(上下)의 서열을 명확하게 바로잡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했는데, 이와 관련하여 다음의 기록을 살펴보자. 

주지하다시피, 공자는 노(魯)나라 환공(桓公)의 후손인 삼환(三桓) 즉 맹손(孟孫)과 숙손(叔孫) 그리고 계손(系孫) 이 세 卿(경)들의 집안사람들이 대대로 임금보다 더 큰 권력을 행사하는 것을 대단히 못마땅하게 생각했다. 그러므로 공자에게 있어서 의(義)는 이러한 하극상을 타파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명분이었기에 그토록 강조한 것이다.

이와 더불어, 공자는 또한 일관되게 리(利: 이익)와 의(義: 의로움)의 관계에 대해서도 언급하고 있다.

여기서 공자가 왜 “견득사의(見得思義)” 즉 이익을 보면 항상 의로움을 생각하라고 강조하는지 알 수 있으니, 지금 얻으려고 하는 이익이 과연 자신이 처한 서열에서 마땅한 것인지를 먼저 판단해야한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위의 “이익을 보고도 사양하는 것이, 의로움이다.”라는 말은 구체적으로 어떤 의미를 함축하고 있을까? 

즉 양보함으로써 다툼이 없어지면, 이에 상하의 도리를 바로잡는 의(義)가 확고해진다는 뜻이 되는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또 다음 기록들을 살펴보자.

공자는 이처럼 역사적 교훈을 통해서 사사로운 이익을 탐하면 의로움을 잃는다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에, 리(利: 이익)를 보면 먼저 의(義: 의로움)를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다시 말해서, 이익을 보게 되면 그것이 의(義: 계급상의 서열을 명확하게 하고 그 서열에서 마땅히 지켜야 할 바를 목숨을 걸고 지키는 자세)에 어긋나는 것인지를 먼저 살펴야 한다는 뜻이 되는 것이다. 이러한 이익과 의로움의 관계에 대해서, 공자는 또 다음과 같이 언급한 바 있다.

앞에서 누차 군자는 성현들의 통치이념인 도(道)를 배우고 부단히 노력하여 실천하는 올바른 지도자를 지칭한다고 했고, 소인은 도(道)를 따르지 않고 사사로운 이익만을 탐하는 올바르지 못한 인격의 소인배이다. 이제 이와 관련하여, 또 다음의 기록을 살펴보기로 하자.

이를 통해서, 공자에게 있어 의(義)는 도(道) 즉 태평성대를 이끈 성현들의 통치이념의 중요한 구성요소중 하나가 됨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다. 그러므로 공자는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삶이 넉넉해지면 다른 생각이 마음속에 둥지를 틀기 마련이고, 다른 생각이 둥지를 틀기 시작하면, 전념하여 도(道) 즉 태평성대의 통치이념을 견지할 수 없기 마련이다. 따라서 윗 문장을 통해서, 공자는 옛 성현들과 마찬가지로 검소함을 몸소 실천하려고 노력한 것임을 알 수 있다.

 

그런데 공자는 의(義)을 논하면서, 그와 함께 용(勇)에 대해서도 언급하고 있다. 

의(義)는 계급상의 서열을 명확하게 하고 그 서열에서 마땅히 지켜야 할 바를 목숨을 걸고 지키는 자세라고 설명한 바 있다. 그런데 공자는 이러한 의(義)를 보고도 지키고 실천하지 못한다면 용(勇) 즉 용감함이 없다고 하고 있으니, 용(勇)이란 바로 “의(義)를 몸소 실천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의(義)가 없다면 용(勇) 역시 존재할 수 없는 관계가 형성됨을 알 수 있으니, 용(勇)이란 다름 아닌 “義(의: 계급상의 서열을 명확하게 하고 그 서열에서 마땅히 지켜야 할 바를 목숨을 걸고 지키는 자세)를 몸소 실천하는 것”이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제자인 자로의 질문에 공자는 다음과 같이 대답한다.

이를 통해서 의(義)와 용(勇)은 사실상 불가분의 관계에 있음을 알 수 있는데, 특히 용(勇)의 존재 이유가 의(義)를 실천하는데 있으므로, 의(義)가 없다면 용(勇)의 타당성 역시 존재할 수 없게 된다. 

도(道)는 각각의 구성요소들이 반드시 유기적으로 하나가 되는 조화를 이뤄야한다. 따라서 공자는 의(義)가 없이 용(勇)만 내세우게 되면 두려울 것이 없게 되므로, 군자는 타락하여 임금을 거슬러 반란을 일으키게 되고, 소인배는 더욱 사리사욕에 눈이 멀어 남의 것을 빼앗는 도적질을 하게 된다고 구분하여 설명하고 있다.

또한 공자는 용감한 이는 의(義)를 지키기 위해서 목숨조차도 걸 수 있으므로, 더 이상 두려울 것이 없다고 말한다. 그런데 이 말을 바꿔서 생각해보면, 용(勇)은 의(義)가 없다면 자신이 모시는 임금을 배신하는 것도 서슴지 않고 행하게 된다는 말과도 통하게 된다. 이제 이와 관련하여 다음의 기록을 살펴보자.

진성자는 전(田)씨였기 때문에 전성자(田成子) 혹은 전상(田常)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또 진항(陳恒)이라고도 불리기도 했는데, 그는 제(齊)나라 대부였다. 공자의 제자 재아가 그와 함께 역모를 꾀했다가 결국 멸족의 화를 당하게 되니, 공자는 이를 두고두고 부끄러워했다고 한다.  

공자는 “덕이 있는 사람은 반드시 (합당한) 말이 있지만, (합당한) 말이 있는 사람이 반드시 덕을 갖춘 것은 아니다. 어진 사람은 반드시 용기가 있지만, 용기가 있는 사람이 반드시 어진 것은 아니다.([논어(論語)] <憲問(헌문)>)”라고 말한 바 있다. 이제 [史記(사기)] <齊太公世家(제태공세가)>의 기록을 빌어 본문의 상황을 간략하게 정리해보자. 

제나라 간공(簡公)은 전상(田常)과 감지(闞止)를 각각 좌상(左相: 좌의정)과 우상(右相: 우의정)에 앉혔지만 감지만을 총애했고, 그런 감지는 전상의 세력이 컸기 때문에 간공의 지지 속에서 호시탐탐 그를 제거하려 했는데, 이 일은 실패로 돌아가고 오히려 감지와 간공은 전상에게 죽임을 당했다. 따라서 공자는 하극상에 격노하여 애공을 찾아가 전상을 치라고 요청한 것이니, 이는 불인(不仁)한 것으로 자칫 공자의 노나라에까지 영향을 줄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다시 말해서 당시 노나라의 애공은 삼환(三桓: 맹손, 숙손, 계손씨)에 의해 조종당하고 있었으므로, 공자는 제나라의 상황을 방관한다면 노나라 역시 같은 처지가 될까봐 본보기를 보여 삼환을 경계해야한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리고 바로 이것이 공자가 말한 “용기가 있는 사람이 반드시 어진 것은 아니다.”라는 말이 적용되는 전형적인 사례가 된다.  

주지하다시피 공자는 주공(周公)을 가장 존경했는데, 그 이유가 노나라는 주공의 아들 백금(伯禽)이 처음 봉해져서 제정한 예악제도를 계승한 나라였기 때문이다. 즉 주공은 노나라의 시조(始祖)였고 그런 주공이 종법제도(宗法制度)를 확립했으니, 공자에게 있어서 “세상에는 하늘이 준 서열이 존재하고, 또 그 서열은 반드시 보호되어야 한다.”는 개념은 너무나도 당연한 것이었으리라. 

그렇다면, 공자는 왜 두 번이나 “나는 대부의 말석을 따랐기 때문에, 감히 알리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라고 말한 것일까? [史記(사기)] <孔子世家(공자세가)>에 의하면, 정공 14년 공자는 56세의 나이로 대사구(大司寇: 형조판서)에서 대부로 승진한다. 즉 처음에는 대부를 지냈던 신분으로서 임금에게 마땅히 해야 할 도리를 간언한 것이 인(仁)과 의(義)를 실천하는 것이라는 의미에서 말한 것이고, 두 번째는 임금의 명령이기도 하거니와 대부의 상관인 경(卿)에게 보고하는 것이 인(仁)과 의(義)를 실천하는 것이라는 의미에서 말한 것임을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