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義)와 관련하여, 또 다음의 기록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左傳(좌전)] <哀公(애공) 11년>의 기록을 통해서, 본문의 함의가 무엇인지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공자 나이 68세 때, 노나라와 제(齊)나라가 교외에서 전쟁을 했다. 이 때 노나라 군대가 강을 건너지 못하자, 번지(樊遲)는 좌군(左軍)을 이끌던 염구에게 군사들이 그대를 믿지 못하니 상벌(賞罰)에 대해서 세 번 말하면 건너게 될 것이라고 했다. 이에 염구가 번지의 말을 따르니, 노나라 군사들이 정말로 강을 건너 제나라 군사들과 용감하게 싸웠다. 그런데 노나라의 우군(右軍)은 오히려 도망을 갔고, 제나라 군사들이 노나라 군사들을 추격하게 되었다. 이때 우군에 있던 장수 맹지반(孟之反)은 일부로 뒤쳐져서 제나라 군대의 추격을 뿌리침으로써, 자신의 부하들을 보호한 바 있으니, 이에 대해서 공자는 다음과 같이 그의 행동을 높이 평가했다.

맹지반은 노나라 대부 맹측(孟側)인데, 자(字)가 지반이기 때문에 맹지반이라고도 칭한다. 여기서 공자가 맹지반을 칭송한 이유는, 그가 도(道)의 또 다른 구성요소 즉 자기의 공로를 스스로 떠벌리지 않는 謙(겸: 겸손함)을 갖췄기 때문이었다.

다시 돌아와서, 염구가 계강자를 위해서 군대를 이끌고 제나라와 싸워 이기자, 공자는 염구의 공적을 치하하며 “그는 의(義)로운 사람이다!”라고 치켜세운 바 있다. 누차 언급했듯이, 의(義)는 계급상의 서열을 명확하게 하고 그 서열에서 마땅히 지켜야 할 바를 목숨을 걸고 지키는 것이니, 공자는 염구가 군주인 애공과 노나라 나아가 백성들을 위해서 자신의 목숨을 걸고 싸운 공로를 치하한 것이다. 

그런데 그런 공자가 갑자기 “염구는 나의 제자가 아니다. 너희들은 그를 조리돌리어 책망해도 좋다.”라며 자세를 바꾸어 신랄하게 비판하고 있으니, 이는 어찌 된 이유일까? 

이미 본문을 통해서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겠지만, 공자에게 있어서 의(義)는 도(道)의 중요한 구성요소임이 틀림없다. 하지만 지금의 염구는 이미 충분히 부유한 계강자를 위해서 그렇지 못한 백성들을 다시 수탈했으니, 이는 도(道)의 또 다른 구성요소인 검(儉: 검소함)과 화(和: 양쪽을 모두 아우르는 조화로움)에 위배되는 행동인 것이다. 

이제 여기서 도(道)와, 또 도(道)를 이루는 각각의 구성요소들 간의 관계에 대해서 보다 명확하게 정의내릴 수 있으니, 공자에게 있어서 계급상의 서열을 명확하게 하고 그 서열에서 마땅히 지켜야 할 바를 목숨을 걸고 지키는 것인 의(義)는 태평성대를 이끈 지도자의 통치이념인 도(道)의 중요한 구성요소이기는 하지만, 한 구성요소가 다른 구성요소들과 유기적인 조화를 이루지 못하고 단독으로만 존재한다면, 이는 그릇(器: 인재) 즉 한 분야의 전문가일 뿐, 결국 도(道)의 모든 요소들을 유기적이고도 조화롭게 운용하는 참된 지도자인 군자가 될 수 없는 것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해서, 염구는 자신의 상관인 계강자를 따르는 인(仁)을 행하기는 했지만, 인(仁)의 궁극적인 목표가 그럼으로써 나라와 백성을 평안하게 하는데 있으므로, 결국 백성들을 수탈하여 계강자를 더 부유하게 한 염구의 행위는 어디까지나 인(仁)의 허울 좋은 껍데기일 뿐이었다.

인(仁)과 의(義)가 분리되면 한쪽으로 치우치게 되니, 이는 중(中)의 원칙에 위배된다. 따라서 인(仁)과 의(義)는 단순히 종적(縱的) 관계에 있는 것이 아니라, 상호 불가분의 관계를 맺고 있는 것이다. 

[左傳(좌전)] <昭公(소공) 28년>에 다음과 같은 기록이 전해진다. 진(晉)나라의 가신(賈辛)이 한 고을의 원님으로 부임하기 전에 위헌자(魏獻子)를 찾았는데, 위헌자는 그에게 숙향(叔向)의 일화를 소개했다. “숙향이 정(鄭)나라에 갔을 때, 종멸(鬷蔑)이라는 못생긴 인물이 심부름꾼으로 가장해서 그에게 다가가 훌륭한 말을 했소. 그 말을 들은 숙향은 술을 마시다가 말고 ‘저 사람은 분명히 종멸일 것이다.’라고 하여, 그의 손을 잡고 이런 말을 했다고 하오. ‘옛날 가(賈)나라의 대부가 못생겼는데, 그의 아내는 아름답더랍니다. 하지만 어찌된 일인지 결혼한 지 3년이 되도록, 그녀는 말하지도 웃지도 않더라는 군요. 하루는 그 대부가 아내를 데리고 밖으로 나가 활을 쏘아 꿩을 잡아주었더니, 그제야 웃더랍니다. 이에 가나라 대부는 사람이란 반드시 한 가지 재주는 있어야한다고 말했으니, 자신이 못생겼는데 활조차 잘 쏘지 못했더라면, 아내가 평생 말하지도 웃지도 않았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제 종멸 그대가 훌륭한 말을 해주지 않았더라면, 나는 그대를 잃었을 것이오.’ 그러고는 그날부터 숙향과 종멸은 마치 오랜 친구처럼 지냈다고 하오. 이제 가신 그대가 고을을 다스리러 떠나니, 정성을 다해야 할 것이오!”

이에 공자는 위헌자가 자기와의 관계가 가깝고 멂을 따지지 않고 공정하게 인재를 선발하였으니 의로운 사람이고, 또한 옳은 말로 가신을 타일렀으니 충(忠)한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따라서 오늘날의 쓰임과는 상관없이 이른바 충(忠)이란 본디 “정성스럽다”는 의미를 지닌 것으로 이해해야 마땅할 것인데, 이에 대해서는 좀 더 부연설명을 할 필요가 있다.

‘믿을 신(信)’은 ‘사람 인(人)’과 ‘말씀 언(言)’이 합쳐져서 만들어진 회의자(會意字)이니, 그 본래의 뜻은 ‘사람이 말한 것은 믿을 수 있다.’로 풀이된다. 따라서 중국의 허신(許愼)이 만든 문자 해설서인 [설문해자(說文解字)]를 보면, ‘믿을 신(信)’과 ‘정성 성(誠)’은 그 의미가 사실상 서로 통하는 글자로 ‘정성을 다하다’로 풀이된다고 설명하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정성 성(誠)’은 다름 아닌 ‘말씀 언(言)’과 ‘이룰 성(成)’이 합쳐진 역시 회의자로, ‘말한 것은 반드시 이룬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서 우리가 자주 쓰는 충성(忠誠)이라는 단어는 실제로는 같은 의미의 단어를 중복해서 쓴 것이니, “정성을 다하다”라는 의미를 함축하고 있는 것이다.

이제 다시 돌아와서 다음의 기록을 살펴보자.

결국 이 말은 도(道)를 배우고 부단히 노력하여 실천하는 올바른 지도자는, 오로지 계급상의 서열을 명확하게 하고 그 서열에서 마땅히 지켜야 할 바를 목숨을 걸고 지키는 원칙에 부합되는지를 판단하여 행할 뿐이라는 뜻이 된다. 아울러 이를 통해서, 공자에게 있어 의(義)란 행할 것인지 아닌지를 결정하는 실천여부의 판단기준이 됨을 알 수 있다. 

이제 또 다음의 기록을 살펴보자.

자산은 정(鄭)나라 경(卿)으로, 이름이 교(僑)이다. 따라서 역사적으로는 공손교(公孫僑)라고도 칭한다. 그는 대국이었던 진(晉)나라와 초(楚)나라 사이의 작은 나라인 정나라를 부흥시킨 인물인데, 공자가 대단히 존경하였다. 

자산의 업적과 관련하여서, [左傳(좌전)] <襄公(양공) 25년>에는 다음과 같은 기록이 있다. 진(陳)나라가 초(楚)나라에 기대어 정(鄭)나라를 공격했다. 이에 정나라는 진(晉)나라로 가서 진(陳)나라를 공격하겠다고 보고했지만, 허락을 받지 못했다. 하지만 정나라 백성들이 노하여 결국 진(陳)나라의 항복을 받아내 전리품을 받아냈고 이를 진(晉)나라에 바치려 하자, 진(晉)나라 대부 사장백(士莊伯)은 오히려 어찌 작은 나라를 침략한 것이냐고 계속 트집을 잡으며 물었다. 이에 자산은 “자고로 천자의 나라는 사방이 천리이고, 제후의 나라는 사방 백 리, 그 아래는 더 작습니다. 지금 큰 나라는 그 면적이 사방 몇 천리나 되는데, 만약 큰 나라가 작은 나라를 침략하지 않았다면 어떻게 큰 나라가 되었겠습니까?”라고 대답했다. 사장백은 또 트집을 잡기 위해서 왜 군복을 입고 있었냐고 묻자, 자산은 “과거 진(晉)나라 문공(文公)께서는 우리 정나라 문공(文公)에게 명하시어 군복을 입고 천자를 돕도록 했고 또 초(楚)나라의 전리품을 천자께 드리게 했으니, 저는 천자의 명을 받들고 있는 것입니다.”라고 대답했다. 결국 사장백은 더 이상 할 말이 없어 그대로 조문자(趙文子)에게 보고하게 되고, 조문자는 자산의 말이 이치에 부합된다며 수긍했다. 

이 일에 대해서, 공자는 “말로 뜻을 충족시키고, 글로 말을 충족한다고 했다. 말을 하지 않으면 누가 그 뜻을 알고, 글이 없다면 누가 그 말을 오랫동안 전하겠는가? 만약 자산이 아니었다면, 정(鄭)나라는 진(晉)나라를 막아내지 못했을 것이다. 말은 신중해야 한다.”라고 평가했다. 

또 [左傳(좌전)] <襄公(양공) 31년>의 기록을 살펴보면, 연명(然明)이란 인물이 자산에게 향교(鄉校: 지방교육기관)를 없애자고 제안했다. 그러자 자산은 “향교에서 나오는 좋은 점과 나쁜 점에 대한 논평은 나의 스승이 되는데, 어찌 없앨 수 있겠습니까? 충(忠)과 선(善)으로 원망을 줄일 수는 있지만, 위세로 원망을 막을 수는 없다고 들었습니다. 그것은 개울물을 막는 것과도 같으니, 막아서 한꺼번에 터지면 많은 사람들이 다칩니다.”라고 말했다. 이에 연명은 “그대는 진정 믿고 섬길 수 있는 분입니다.”라고 말하며 자산의 말에 따랐다. 이 일에 대해서, 공자는 “누가 자산이 어질지 않다고 말한다면, 나는 믿지 않을 것이다!”라고 평가했다. 

[左傳(좌전)] <昭公(소공) 20년>에는 다음과 같은 기록이 있다. 자산이 병에 들자, 자대숙(子大叔)을 불러서 말했다. “내가 죽으면 그대가 다스릴 터인데, 오로지 덕(德)이 있는 사람만이 백성들을 관대하게 복종시킬 수 있으니, 그 다음으로는 엄격하게 다스리는 것이 가장 좋소. 불은 맹렬하기에 불에 죽는 사람이 적지만, 물은 관대하기에 가까이 하다가 죽는 이들이 많소. 그러므로 관대함으로 다스리는 것은 어려운 것이오.” 자산이 죽고 나서 실제로 자대숙이 그를 이어 통치를 했는데, 백성들을 관대하게 다스리자 오히려 도둑이 많아졌다. 자대숙이 자산의 말을 듣지 않은 것을 후회하고 그들을 잡아다 죽이자, 도둑이 줄어들게 되었다. 

이 일에 공자는 “통치를 관대하게 하면 백성들이 게을러지고, 게을러지면 엄격하게 바로잡아야 하지만, 엄격하게 통제하면 백성들이 상처를 받으니 다시 관대함을 베풀어야 한다. 따라서 관대함과 엄격함이 조화를 이루는 정치가 가장 좋은 것이다.”라고 평가했다. [史記(사기)] <孔子世家(공자세가)>에 따르면 노나라 소공(昭公) 20년 즉 공자가 30세일 때 자산이 죽었는데, 공자는 눈물을 흘리며 그는 예로부터 전해오는 사랑을 따른 사람이었다고 슬퍼했다고 한다.

자산에게 있어서 정치란 바로 세상의 형편에 따라서 정직함과 강직함 그리고 유함을 적절히 선용(選用)해야 하는 것이고, 공자의 정치관은 이러한 자산에게서 적잖은 영향을 받았다. 특히 공자가 처한 춘추시대는 주(周)나라 천자(天子)의 지위가 땅에 떨어지고 제후국들도 신하가 임금을 따르지 않는 혼란기였으니, 그가 왜 대동(大同)의 천도(天道)가 아닌 소강(小康)의 인도(人道) 즉 예악제도로 통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는지 충분히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제 그간 설명한 인(仁)과 의(義)의 함의에 대해서 정리해보면, 다음의 기록으로 압축할 수 있을 것이다.

인(仁)이란 효(孝)의 사회적 확장 형태이므로, 그 부친의 의지를 저버리지 않고 나아가 부친의 가족인 친족 역시 함부로 내치지 않는다. 또한 부친의 뜻을 저버리지 않기에 그를 보필했던 대신들 역시 함부로 버리지 않기에, 그들의 원망을 사지 않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의(義)란 현명한 이를 존경하는 것이라고 했으니, 결국 자신이 속한 계급상의 서열을 명확하게 하고 그 서열에서 마땅히 지켜야 할 바를 목숨을 걸고 지키면서 옛 성현들의 언행을 배우고 나아가 직접 실천하는 것이 된다. 이 같은 도리가  [논어]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으로 기록되어 있다. 

즉 공자는 이를 통해서 지도자가 인(仁)과 의(義)를 따르면 백성들 역시 지도자를 믿고 따르게 된다고 말하고 있으니, 부모의 가족인 친척이나 오래된 친구와 같이 인연을 맺게 된 사람은 쉬이 내쳐서는 안 된다는 옛 성현들의 도(道)를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공자 역시 다음의 기록을 통해서, 이러한 인(仁)과 의(義)를 배우고 실천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어서 상술한 내용들을 바탕으로, 義(의)와 禮(예)의 관계에 대해서 살펴보기로 하자. 

즉 의(義)는 도(道)의 내용이 되는 근본이지만,  도(道)의 형식인 예(禮)로 아름답게 수식함으로써 실천할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공자의 제자 유약은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이제 이러한 논리로 유약의 말을 다시 정리해보면, “의(義: 계급상의 서열을 명확하게 하고 그 서열에서 마땅히 지켜야 할 바를 목숨을 걸고 지키는 자세)를 바탕으로 함으로써 말한 대로 이행할 수 있는 신뢰를 이루게 되고, 예(禮)를 바탕으로 함으로써 지나치게 아부한다는 평판을 받는 부끄러움이나 부족하다는 비판을 받는 욕됨을 피하여 윗사람에게 공손할 수 있다.”는 뜻이 된다. 이를 통해서 유약의 말은 공자와 일치하고 있음을 알 수 있으니, 예(禮)로 아름답게 수식하고 절제하는 의(義)의 실천을 통해서 궁극적으로는 상하(上下)의 질서체계를 바로잡아야 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