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 <공자세가>에 따르면 소공(昭公)이 죽자 정공(定公)이 왕위에 올랐는데, 이때 공자는 42세였다. 공자의 일생에서 정공은 상당히 중요한 의의를 지니는데, 다름 아닌 이때부터 비로소 공자가 관료로 등용되어 활약하는 시기가 되는 것이다. 

 

[논어(論語)]를 보면 양화(陽貨)라는 인물이 등장하는데, 양화는 양호(陽虎)라고도 불렸으며 공자와 생김새가 대단히 흡사했다고 전해진다. 양화는 돼지를 선물로 보내는 등 공자를 자신의 신하로 중용하여 쓰고자 했던 인물이고, 공자는 그런 양화를 계속해서 피했다. 그는 노나라 계손씨의 가신(家臣)으로 계평자(季平子)를 섬기다가, 정공 5년 즉 공자가 46세일 때 계평자가 죽자 권력을 장악했다. 

 

[사기] <공자세가>에 의하면, 양화는 정공 8년 즉 공자가 49세일 때 공산불요(公山弗擾)와 함께 반란을 일으켜 계평자의 아들 계환자(季桓子)를 체포했고, 이참에 임금 이상의 전권을 휘두르던 맹손 숙손 계손씨의 삼환을 몰아내려 했으나 음모가 사전에 들통 나는 바람에 오히려 양관(陽關)으로 달아났다. 그리고 그 이듬해에 다시 제나라로 도망갔다. 

 

이미 앞에서 비교적 상세하게 소개했듯이, 공자가 35세가 되던 해에 계평자가 후소백과 닭을 싸우게 하여 임금인 소공에게 죄를 짓게 되었다. 이에 소공이 군대를 거느리고 계평자를 벌하려하자, 계평자는 맹손씨 그리고 숙손씨와 힘을 합쳐 오히려 소공을 공격하고, 소공은 패하여 제나라로 달아나게 되었다. 그렇게 노나라에 난이 일어나자 공자는 제나라로 가서 고소자의 가신이 되었고, 5년 전 제나라 경공이 안영과 함께 공자를 찾아왔던 인연을 이용하여 경공과 접촉하게 된다. 

 

경공은 공자의 비범한 학식과 정치적 능력을 중시하여 그에게 높은 벼슬을 주려고 했는데, 공자의 능력을 질투한 안영의 반대로 인해 노나라 계씨와 맹씨의 중간에 해당하는 대우를 해주려고 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제나라 대부들이 나서서 급기야 공자를 없애려고 하자, 경공은 다시 “나는 늙어서 그대를 등용할 수 없소.”라며 말을 번복했으므로, 결국 공자는 노나라로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그 후로 공산불요가 반란을 일으켰던 50세까지도 벼슬길에 나아가지 못했던 것이다. 

 

이는 [사기] <공자세가>의 기록을 빌어서 표현하자면 “도(道)를 배운지 오래되었지만 등용되지 못하여, 시험해 볼 기회가 없어서 답답해했다.”는 상황이었으니, 공자는 양화가 비록 신하로서 정권을 장악한 불인(不仁)한 인물이기에 피하려 했지만, 양화가 계속해서 공자를 기용하고자 했고, 또 공자 역시 정치에 참여하여 도(道)를 펼치고자 하는 포부가 있었으므로, 못내 그의 요청을 받아들이려고 했던 것이다. 하지만 위에서 약술했듯이 양화가 도망가게 되었으므로, 공자는 결국 벼슬할 기회를 놓치게 된다.

 

바로 여기서 어렴풋하게나마 공자의 도(道)의 정의가 드러나니, 도(道)라는 것은 그간 우리에게 인식되어 왔던 일개인의 인격수양(人格修養)을 뜻하는 수신(修身)이 아닌 정치와 직접적인 관련을 맺고 있는 것이라는 점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해서 도(道)는 사전적 의미로는 법도(法道)의 줄임말인데, 그 의미는 사실상 “마땅히 지켜야 할 도리” 즉 일개인이 아닌 “지도자가 지켜야 할 옛 성현(聖賢)들의 통치이념”으로, 바로 “소강사회를 이끌었던 지도자들의 통치이념”이 되는 것이다. 좀 더 풀어 말해서 공자는 대동사회로의 복귀가 아닌 소강사회로의 복귀를 외치고 있는 것인데, 공자가 왜 가장 이상적인 사회인 대동이 아니라 굳이 소강으로의 복귀를 주장한 것인지에 대해서는, 앞으로 점차 구체적으로 밝혀나가기로 한다.  

 

공자는 정공 9년 50세 때 마침 비(費)지역을 점거한 공산불요의 초청을 받고는, “문왕과 무왕이 풍(豊)과 호(鎬) 지역에서 일어나 주나라를 일으켰다. 지금 비라는 땅이 비록 작지만 치국의 도(道)를 실현할 수 있는 곳이다.”라고 말하며 그의 요청을 받아들이려고 했다. 이에 제자 자로(子路)가 불쾌해하며 “갈 곳이 없으면 그만이지, 어찌 공산씨 쪽으로 가려 하십니까?”라고 묻고, 공자는 “무릇 나를 부른 사람이 어찌 헛되이 불렀겠는가? 나를 쓰려는 사람이 있으면, 내가 그것을 동쪽의 주나라로 만들겠다!”라고 대답하며, 정치에 대한 포부를 드러내기도 했다. 

 

여기서 “동쪽의 주나라”라는 말은, 노나라가 주나라의 동쪽에 위치해있는데 자기가 정치에 참여하면 노나라에서 다시 주나라의 예악제도를 일으킬 수 있다는 뜻을 함축하고 있으니, 이를 통해서 공자의 정치에 대한 자신감을 읽을 수 있는데, 어찌된 이유인지 정확하게 알 수는 없지만, 공자는 결국 공산불요를 찾아가지 않았다.

 

하지만 천운(天運)인 것일까? 아래에서 설명하겠지만, 양화와 공산불요의 계획은 모두 실패했고 이에 공자는 그들의 밑에서 벼슬할 기회가 없었으니, 만약 공자가 조금만 더 일찍 양화를 만났고 또 그의 밑에서 벼슬을 했다면, 우리는 지금과 같은 공자가 아닌 역모자로서의 공자를 기억하게 되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앞서서 노나라 군주 정공은 공자를 중시하여 크게 기용한 인물이라고 언급했는데, 이와 관련하여 [사기] <공자세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정공 10년 즉 공자가 51세일 때, 제나라 대부 여서(黎鉏)가 경공에게 “노나라에서 공자를 등용했으니 이는 제나라에 큰 위협이 됩니다.”라고 아뢰었는데, 여기서 왜 제나라 경공이 공자를 중용하려하자 안영과 대부들이 그처럼 극도로 반대했는지를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니, 제나라에서 공자를 기용하면 자신들의 자리가 위험해지기 때문이었던 것이다.

 

아무튼 이에 제나라는 노나라와 우호관계를 맺었는데, 노나라 정공과 제나라 경공이 협곡에서 만나 예법에 따라 단상에 올라 헌수(獻酬: 술잔을 주고받는 예절)했다. 이어서 제나라 담당 관리가 음악을 연주했는데, 창과 칼을 들고 북을 두드리며 떠들썩한 오랑캐의 음악을 연주하자, 공자는 분노하여 담당 관리를 처벌하게 했고, 이에 경공은 제나라의 예법이 노나라에 못 미침을 알고 크게 부끄러워했다고 한다. 

정공은 재위 10년 즉 52세의 공자를 중도(中都) 지역의 원님으로 삼았다가 다시 사공(司空: 공조판서)으로, 그리고 또 오래지 않아서 대사구(大司寇: 형조판서)의 자리에 앉혔으니, 이때가 바로 정공이 공자를 중시하기 시작한 시기가 된다. 

 

앞에서 설명한 바 있듯이, 공자는 주공이 최종 확립한 종법제도를 대단히 중시한 인물이다. 그런 공자에게 있어서 계급신분이란 태어날 때부터 정해진 것으로, 신하가 임금을 따르지 않는 것은 어떠한 상황에서건 결코 용납할 수 없는 일이었다. 따라서 정공 13년 나이 54세의 공자는 정공에게 “신하는 무기를 쌓아두어서는 안되고, 대부는 일백 치의 성벽을 쌓아서는 안 됩니다.”라고 간언했고, 이에 정공은 자로를 계씨의 가신으로 삼아 비 지역을 공격했다. 그러자 공산불요와 숙손첩(叔孫輒)은 오히려 비 지역 사람들을 이끌고 노나라를 공격했는데, 결국 비 지역이 함락되자 공산불요와 숙손첩은 제나라로 도망가게 되었다.

 

[사기] <공자세가>에 따르면, 정공 14년에 공자는 56세의 나이로 대사구 즉 형조판서에서 대부(大夫)로 승진하게 되는데, 이때 공자가 기뻐하자 제자들이 그 모습을 보고 물었다. “군자는 화가 미쳐도 두려워하지 않고, 복이 이르러도 기뻐하지 않는다고 들었습니다.” 그러자 공자는 “이(그러한) 말이 있다. (그러나) ‘아랫사람을 소중히 하기 때문에 그들을 기쁘게 한다.’고 하지 않더냐?”라고 대답했다. 이를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하자면, 공자는 대부가 되어 비로소 자신의 정치철학을 펼칠 수 있게 되었다며 기뻐했는데, 그것은 다름 아닌 위정자(爲政者)로서 솔선수범하고 백성들을 소중히 여김으로써 그들을 행복하게 할 수 있는 기회를 잡게 되었다는 의미였던 것이다. 따라서 공자가 높은 벼슬을 원한 것은 어디까지나 지도자가 되어 나라와 백성들을 위함이지, 결코 사사로운 욕심이나 명예 때문이 아니었던 것임에 유의해야 한다. 

 

공자가 대부가 된 후 석 달이 지나자 상인들이 값을 속이지 않았으며, 남녀가 멀리 떨어져서 걸었고 또 길에 물건이 떨어져 있어도 줍는 이가 없었다고 한다. 심지어 외부의 손님들이 방문해도 담당 관리를 굳이 찾아갈 필요가 없었다고 하니, 공자의 지도자적 자질이 어떠했는지 충분히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제나라가 이 소식을 듣고 두려워하여, 공자를 방해할 심산으로 미인 80명을 노나라 국경에 보내 강락무(康樂舞)를 추게 하고, 또 말 120필을 노나라 임금에게 선물했다. 그러자 노나라의 경이었던 계환자(季桓子)는 이에 처음에는 평상복 차림으로 몰래 찾아가 엿보다가 나중에는 아예 지역 순시라는 핑계로 매일 그곳으로 가서 여인들의 춤에 빠져 강락무를 관람했고, 정사를 돌보지 않았다. 자로가 그 소식을 듣고는 “이제 노나라를 떠날 때가 되었습니다.”라고 말하자, 공자는 “임금께서 제사를 지내고 그 음식을 나누어줄텐데, 대부들에게 나누어주면 나는 노나라에 남을 것이다.”라고 말했는데, 그 말뜻은 즉 지도자가 예(禮)를 버리지 않는다면 아직 희망이 있으므로, 나는 노나라를 떠나지 않을 것이라는 의미였다. 

 

하지만 음식이 대부들에게 전해지지 않자 공자는 아무런 미련 없이 노나라를 떠나게 되었는데, 그 이유는 나라에 도(道)가 없는데도 간언을 해봤자 소용이 없기 때문이었다. 악사 기(己)가 환송하자, 공자는 “여인네의 입(술)은 신하를 떠나게 할 수 있고, 여인네를 만남은 신하를 죽음으로 내몰 수 있네. 한가하게 유유자적하며 달리 일생을 편안하게 지내리라.”라고 노래를 불렀다. 이에 악사 기가 돌아와서 계환자에게 공자의 말을 그대로 전하자, 계환자는 “공자가 나를 꾸짖고 있구나!”라고 한탄했다고 한다. 

 

그렇다면 공자는 왜 도(道)가 땅에 떨어지자 노나라를 떠나려고 한 것일까? 그 이유가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다음의 일화를 통해서 일정부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은(殷)=상(商)나라의 마지막 임금이었던 주왕(紂王)은 기름 바른 쇠기둥을 숯으로 달군 후 죄인들이 건너게 하다가 미끄러져 타죽게 하는 포락지형(炮烙之刑) 등을 시행했던 희대의 폭군이었는데, 그의 숙부 비간(比干)이 그러면 안 된다고 지속적으로 충언을 하자, 결국 참다못해 “내가 듣기로 성인(聖人)은 심장에 일곱 개의 구멍이 있다는데 직접 확인해보겠노라.”라고 말하여 그 자리에서 비간의 심장을 도려냈다. 그 모습에 놀란 주왕의 또 다른 숙부 기자(箕子)는 미친척하였으나 결국 체포되어 노비가 되고, 주왕의 형 미자(微子)는 은나라를 떠났는데, 공자는 이 세 사람을 은나라의 어진 사람들이라고 평가한 바 있다. 즉 도(道)가 땅에 떨어지면 이처럼 충언을 해도 임금이 깨닫는 것은 고사하고 자신의 목숨조차도 부지하지 못했으니, 올바른 신하가 차라리 세상을 등지고 떠나는 것이 당시에는 어쩌면 너무나도 당연했던 불문율(不文律)이었던 것이다. 바꿔 말해서 [논어]에 등장하는 세상을 떠돌며 공자의 행위를 비판한 이들은 모두 이 불문율을 충실히 따랐던 현자(賢者)들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공자는 노나라를 떠난 후에도 다른 나라를 전전하며 벼슬을 구하여 도(道)를 알리려 하였으니,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는 당시의 불문율을 따르지 않는 즉 시대적 흐름에 역행하는 파격적 단행이었던 것이다. 그래서 공자는 “하지만 나는 가함도 없고, 불가함도 없다.”고 말함으로써, 당시의 불문율에 따르는 것과 자신처럼 끝까지 “안 될 줄 알면서도 세상을 바꾸려고 한” 행동을 모두 긍정적으로 보았다. 또 이러한 측면에서 본다면 “벼슬을 하지 않는 것은 의로운 일이 아니다. 장유유서의 예절은 없앨 수 없는 것이니; 임금과 신하의 의를 어찌 폐할 수 있겠는가? 자기의 몸을 깨끗이 하려다, 큰 윤리를 어지럽히는 것이다. 군자가 벼슬하는 것은 그 의를 행하는 것이다. 도가 행해지지 못함은 이미 알고 있다.”라고 말한 자로(子路)는 분명 공자의 이러한 사상을 온전하게 이해한 제자였던 것이니, 그러므로 공자는 “도가 행해지지 않아서 뗏목을 타고 바다로 떠다닌다면, 나를 따르는 사람 그것은 자로이다.”라고까지 말하여, 자로를 자신의 대변인으로 삼은 것이리라. 

 

 

 

하지만 자공은 유달리 남들 평가하기를 좋아하여, 스승인 공자의 “자공은 그럴 시간이 있는가? 나는 성인의 도를 따르고 실천하느라 그럴 겨를이 없다.”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으니, 과유불급(過猶不及)으로 더 유명한 공자의 말은 다름 아닌 자공의 “자하(子夏)와 자장(子張) 중에서 누가 더 낫습니까?”라는 질문에 대한 대답이었던 것이다. 향후 예(禮)의 정의에 대해서 집중적으로 조명하는 부분에서 보다 구체적으로 설명하겠지만, 공자의 자하와 자장에 대한 잣대가 되는 과유불급(過猶不及)은 그간 알려진 바와는 달리, 바로 예(禮)의 지나침과 모자람을 두고 평가한 것임을 미리 일러둔다.

 

자공과 관련하여서는 또 [좌전] <정공 15년>의 기록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주(邾)나라 은공(隱公)이 노나라를 방문하여 정공에게 옥(玉)을 선물로 주었다. 그런데 은공은 옥을 너무 높이 들어 몸이 올라갔고, 정공은 반대로 받는 자세가 너무 낮아 몸이 구부러졌다. 이에 자공은 그 모습을 보고 “몸이 올라간 것은 교만한 것이고 몸이 구부러지는 것은 기운이 없기 때문인데, 교만하면 난을 일으키고 기운이 없으면 병들기 쉽다. 정공이 주인이니, 먼저 돌아가실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런데 실제로 정공이 그 해에 죽자, 공자는 “자공이 한 말이 불행하게도 맞아떨어졌다. 이 일로 자공은 말이 많은 인물이 될 것이다.”라고 말했으니, 자공은 이처럼 말에 신중치 못한 모습을 보이기도 한 것이다.

[사기] <공자세가>에 따르면, 공자는 대략 57세에 위나라에 머물렀다. 하루는 위나라 영공(靈公)이 부인 남자(南子)와 마차를 타고 궁궐을 나왔는데, 공자는 뒤의 수레를 타고 쫓아오게 하는 수치심을 주자 조(曹)나라로 갔다가 다시 송(宋)나라로 향했다. 도중에 큰 나무 아래에서 제자들에게 예(禮)에 대해서 강의를 하는데, 송나라의 사마(司馬)인 환퇴(桓魋)가 공자를 죽이려고 그 나무를 뽑아버렸다. 참고적으로 말하자면, 이 환퇴는 “사방의 바다 안이, 모두 형제이다(四海之內，皆兄弟也.).”라는 말로 유명한 또 다른 공자의 제자 사마우(司馬牛)의 친형이기도 하다. 이에 제자들이 두려워하여 어서 떠나자고 권하자, 공자는 초연하게 “하늘이 나에게 덕이 있도록 하셨으니, 환퇴가 나를 어찌 하겠는가?”라고 말했다고 한다.

 

위나라 영공의 푸대접에 실망한 공자는 대략 57세에 위나라를 떠나, 조(曹)나라와 송(宋)나라를 거쳐 진(陳)나라에서 삼 년 동안 머물렀다. 하지만 대국이었던 진(晉)나라와 초(楚)나라 심지어 오(吳)나라까지 진(陳)나라를 공격하므로, 결국 다시 위나라로 돌아갔으니 이때는 대략 60세였다. 영공은 기뻐하여 교외까지 마중 나가서 공자를 반겼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영공이 늙고 정사에 게을러지자, 자연스레 공자를 등용하지 않게 되었다. 이에 공자는 크게 한탄하면서 “만약 나를 등용하는 이가 있다면, 일 년뿐이면 가하고, 삼 년이면 이루어짐이 있다.”라고 말하고는 다시 위나라를 떠났다.

 

이러한 상황에서 진(晉)나라 경(卿) 조간자(趙簡子)의 영토인 중모(中牟) 지역 원님을 지내던 대부 필힐(佛肹)이 난을 일으켰는데, 그의 초청을 받은 60세의 공자 심리는 분명 공산불요가 초청했을 때의 그간 배운 도(道)를 시험해보지 못해서 답답해했던 심경과는 또 다른 상태였을 것이다. 공자가 필힐의 요청에 응하려고 하자, 자로는 “옛날에 저는 스승께서 ‘그 몸을 선하지 못한 것에 가까이 하면, 군자가 들어가지 않는다.’라고 말씀하시는 것을 들었습니다. 필힐이 중모 땅에서 함부로 날뛰는데, 스승께서는 그곳으로 가시려 하니, 어찌된 것입니까?”라고 말하며 스승을 만류했고, 이에 공자는 “그렇다. 그런 말을 했다. 단단한 것은, 갈아도 엷어지지 않고; 흰 것은, 검은 물을 들여도 검어지지 않는다고 하지 않더냐. 내 어찌 조롱박이란 말이더냐? 어찌 매달려 있어도 먹지 못하는 것이겠는가?”라고 대답했다. 따라서 우리는 이를 통해서 자기에 대한 강한 자신감을 보이는 한편, 또 자신이 한 말을 번복해서라도 다시 한 번 세상에 도(道)를 펼칠 기회를 잡고자 한 공자의 모습을 단편적으로 엿볼 수 있다. 하지만 무슨 이유인지는 잘 몰라도, 공자는 이번에도 필힐을 찾아가지 않았다.

 

그 후 공자는 위나라 영공에게 실망하여 진나라의 경이었던 조간자를 찾아가려 하지만, 그가 두명독(竇鳴犢)과 순화(舜華)를 죽였다는 소식을 듣고는, 황하를 바라보며 “이 강을 못 건너는 것도 운명이로다!”라고 한탄했다. 이에 자공이 무슨 뜻이냐고 묻자, 공자는 “조간자는 두명독과 순화의 도움으로 정치에 참여할 수 있었는데, 이제 이 둘을 죽였다. 내가 듣기로, 배를 갈라서 태아를 꺼내 죽이면 기린(麒麟)이 이르지 않고, 연못을 마르게 하여 물고기를 잡으면 교룡(蛟龍)이 조화를 이루지 못하며, 둥지를 뒤엎어 알을 망가뜨리면 봉황(鳳凰)이 오지 않는다고 한다. 이는 군자는 같은 부류가 피해를 입는 것을 꺼리기 때문이다. 금수도 의롭지 못하면 피하는데, 하물며 나는 말할 필요가 있겠는가?”라고 대답했다. 즉 공자는 진나라 조간자가 도(道)를 버렸기에 진나라로 가면 안 되겠다고 판단한 것이니, 위태로운 나라에 들어가거나 어지러운 나라에서 살면 군자가 피해를 입기 때문에, 들어가거나 살아서는 안 된다고 말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