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4-04-21 10:19
공자 다시보기 (9): 인(仁), 복종의 미학(1)
 글쓴이 : 아포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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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자다시보기 (9): 인(仁), 복종의 미학(1)

1.

먼저 다음의 기록을 살펴보자. 번지가 어질음에 대해 물었다. 

공자가 이르시기를: “사람을 사랑하는 것이다.” [논어(論語)] <안연(顔淵편> 

공자의 제자 번지(樊遲)가 인(仁)이 무슨 뜻인지 묻자, 공자는 이를 애(愛)로 정의하고 있다. 따라서 우리가 그간 인(仁)에 대해서 인지하고 있던 개념은 바로 위의 기록에 의거하고 있음을 어렵지 않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제 상술한 인(仁)의 개념으로 [논어]를 읽고 있노라면, 뭔가 이상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해서, 인(仁)을 애(愛)로 바꿔서 [논어]에서 인(仁)이 언급된 구절들을 음미하다보면, 문맥이 서로 통하지 않는 부분들을 적잖이 발견할 수 있는 것이다. 

이에 필자는 이제부터 [논어]와 [예기(禮記)]에서 인(仁)과 관련된 부분들을 열거하고 나아가 정리함으로써, 인(仁)이 구체적으로 어떤 함의를 지니는지 풀어보고자 한다. 

2.

유자(유약)가 말하기를: “그 사람됨이 부모에게 효도하고 윗사람을 공경하는데도, 자신의 상관이나 지도자의 뜻을 거스르는 사람은 드물다. 자신의 상관이나 지도자의 뜻에 거스르지 않으면서도, 상관이나 지도자를 배신하여 반란을 도모하는 자는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군자는 근본이 되는 효도와 공경에 힘쓰는데, 그 이유는 자신이 먼저 솔선수범하여 부모에게 효도하고 윗사람을 공경하는 모습을 백성들에게 보임으로써, 궁극적으로는 백성들 역시 자기를 따르게 하여 도를 확립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부모에게 효도하고 윗사람을 공경하는 것이, 바로 어질음의 기초이자 출발점이 되는 것이다.” [논어(論語)] <학이(學而)편> 

이 말은 “본(本: 근본) : 도(道) = 효제(孝悌: 효도와 공경) : 인(仁: 어질음)”이라는 공식으로 정리할 수 있다. 또 유약은 근본이 서면 도가 생긴다고 하면서 효도와 공경이 인(仁)의 근본이라고 했으니, 효도와 공경은 도의 중요한 전제가 되고, 또 인(仁)의 기초이자 출발점이 됨을 알 수 있다. 그러므로 인(仁)은 개인적으로 하는 효도와 공경의 사회적 확장형태가 되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인(仁)이란 “사회에 나아가 자기의 임금을 진심으로 섬기고 따르는 것”이라는 함의를 갖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공자는 이에 대해서 어떻게 말하고 있을까? 

공자가 이르시기를: “젊은이는 집에 있으면, 곧 부모에게 효도하고; 밖에 나가서는, 곧 윗사람을 공경해야 한다. 또한 삼가여 변함없이 성실함을 보이고, 벼슬에 나아가서는 널리 백성들을 사랑하되 어질음을 가까이 해야 할 것이다. 이렇게 행하고도 남는 힘이 있으면, 곧 한 걸음 더 나아가 태평성대를 이끌었던 옛 성현들이 실천한 구체적인 내용들이 기록된 문장들을 배워야 한다.” [논어(論語)] <학이(學而)편> 

이처럼 유약이 말한 “인(仁)은 효도와 공경의 사회적 확장형태”라는 개념은 분명히 공자의 가치관과 일치하고 있으니, 이와 관련하여 이제 다음의 두 기록을 살펴보자. 

공자가 이르시기를: “사랑을 드러내는 것을 부모로부터 시작하는 것은, 백성들로 하여금 화목하게(도탑게) 지내게 함이다. 본받음을 드러내는 것을 윗사람으로부터 시작하는 것은, 백성들로 하여금 순종하게 함이다. 사랑함과 화목함으로 가르치면 백성들이 부모가 있음을 귀하게 여긴다. 윗사람을 공경함으로 가르치면 백성들이 윗사람의 명령을 받듦을 귀하게 여긴다. 효도로 부모를 섬기고, 순종함으로 명령을 따르며, 그것들을 천하에 시행하면, 행하지 못할 바가 없다.” [예기(禮記)] <제의(祭義)>

어진 사람은 만물의 도리에서 지나치지 않고, 효자는 만물의 도리에서 지나치지 않습니다. 이런 까닭에 어진 사람의 부모를 섬김은 하늘을 섬기는 것과도 같고, 하늘을 섬김은 부모를 섬기는 것과도 같습니다. 이런 까닭에 효자는 자신을 완성시키는 것입니다.” [禮記(예기)] <애공문(哀公問)>

특히 두 번째 기록인 노나라 애공(哀公)의 물음에, 공자는 이처럼 효(孝)에서 시작하여 궁극적으로는 인(仁)으로 나아감으로써 자신을 완성시키는 것이라고 설명함으로써, 다시 한 번 인(仁)이 효(孝)의 사회적 확장 형태임을 확인시켜주고 있다. 

그렇다면 인(仁)의 적용대상은 과연 어떤 인물일까? 다시 말해서, 인(仁)은 윗사람에게 하는 것일까, 혹은 아랫사람에게 베푸는 것일까? 아니면 윗사람과 아랫사람에게 모두 적용되는 것일까?

위에서 언급한 바 있듯이, 공자는 인(仁)을 애(愛)라고 설명한 바 있다. 그리고 사랑 즉 애(愛)는 통상적으로 그 적용대상에 특별한 국한이 없다. 다시 말해서, 사랑이라는 것은 위로도 할 수 있는 것이고, 아래로도 할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이를 근거로 정리해보면, 인(仁)이라는 것은 윗사람에게도 혹은 아랫사람에게도 모두 베풀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

그런데 위에 제시한 두 문장을 자세히 읽어보면, 인(仁)의 실천방향에 뭔가 이상한 점이 있음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왜 그런 것일까? 

따라서 임금은 높여지는 바이지, 남을 높이는 이가 아니다. 임금은 봉양을 받는 바이지, 남을 봉양하는 이가 아니다. 임금은 남에게 섬겨지는 바이지, 남을 섬기는 이가 아니다. 따라서 임금이 남을 높이면, 곧 허물이 있고; 남을 봉양하면, 곧 부족해지며; 남을 섬기면, 곧 지위를 잃게 된다. 따라서 백성들은 임금을 본받음으로써 스스로 바로 잡히고, 임금을 봉양함으로써 스스로 평안히 지내며, 임금을 섬김으로써 스스로 드러나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예가 심오해지면 신분이 바로잡히는 것이다. [예기(禮記)] <예운(禮運)>

즉 인(仁)이란 윗사람이 아랫사람에게 행하는 것이 아니라, 바로 아랫사람이 윗사람에게 행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효(孝)가 백성들을 다스리기 위한 근본이고, 효(孝)를 점차 사회로 확장시킨 것이 윗사람을 공경함인 제(悌) 그리고 더 나아가 자신이 섬기는 상관이나 군주에 순종하는 인(仁)의 어질음이 되는 것이다. 이처럼 공자에게 있어서 효(孝)는 결국 백성들을 다스리기 위한 출발점이라고 볼 수 있는데, 이와 관련하여 또 다음의 기록을 살펴보기로 하자.

공자가 이르시기를: “효도로서 임금을 섬기고, 공경함으로서 어른을 섬기는 것이다. 이렇게 하는 것은 백성들에게 자신이 윗사람의 뜻을 어기지 않음을 보이는 것이다.” [예기(禮記)] <방기(坊記)> 

이 말을 통해서 알 수 있듯이, 공자에게 있어 부모님께 효도하고 윗사람을 공경하는 것은 그 자체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나아가 자신의 군주를 진심으로 섬기고 따름으로써 사회의 질서체계를 공고히 하는 근간이 되는 것이다. 그리고 이 인(仁)의 개념을 기본으로 하여 다음의 문장들을 살펴보면, 왜 공자가 이처럼 효(孝)를 강조하고 있는지도 다시 한 번 깨달을 수 있을 것이다.

공자가 이르시기를: “아버지가 살아계시면 그의 뜻을 이어받으려고 애쓰고, 아버지가 돌아가시면 그의 행적을 이어받으려고 애쓰며, 아버지가 돌아가셔서 3년 동안 상복을 입는 동안, 그의 뜻과 행적에 설령 허물이 있더라도 고치지 않고 계승하여 따른다면, 이것이야말로 섬기는 것이라고 평할 수 있다.” [논어(論語)] <학이(學而)편>

공자가 이르시기를: “부모님을 섬김은, 조용하고도 공손하게 간하고, 자식의 뜻을 드러내도 그 말을 따르지 않으시면, 더욱 공경하여 오히려 부모님의 뜻을 어기지 않는 것이니, 이처럼 수고롭지만 부모님을 원망하지는 않는 것이다.” [논어(論語)] <이인(里仁)편> 

공자가 이르시기를: “삼년동안, 아버지의 도리를 고치지 않는다면, 섬긴다고 평할 수 있다.” [논어(論語)] <이인(里仁)편>

공자는 설령 아버지의 말씀과 생각이 틀려도, 그것을 고치려고 들지 않고 따라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렇다면 그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이제 또 다음의 기록들을 살펴보자. 

공자가 이르시기를: “군자는 그 부모의 허물을 느슨히 하고 그 좋은 일을 공경한다.” [예기(禮記)] <방기(坊記)> 

아버지를 여의면 3년 동안 상복을 입고, 군주를 여의면 3년 동안 상복을 입는 것은, 백성들에게 머뭇거리지 않고 아버지와 군주의 뜻을 계승함을 보이는 것이다. 부모가 살아계시면, 감히 그 몸을 자기의 몸이라고 생각하여 함부로 하지 않고, 감히 그 재물을 사사로이 자기의 재산이라고 생각하여 함부로 쓰지 않는 것은, 백성들에게 위와 아래의 질서체계가 있음을 보이는 것이다. [예기(禮記)] <방기(坊記)> 

즉 공자에게 있어 부모님께 효도하고 윗사람을 공경하는 것은 그 자체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나아가 자신의 군주를 진심으로 섬기고 따름으로써 사회의 상하질서체계를 공고히 하는 근간이 되는 것이다. 다시 한 번 말하자면, 효(孝)는 인(仁)을 실천하기 위한 정치적 초석이자 자격이 되는 것이다. 이제 이와 관련하여서 다음의 기록을 살펴보면, 왜 공자의 제자인 증자(曾子)가 그렇게 말한 것인지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증자가 말하기를: “내가 스승에게 듣기로는, ‘맹헌자(孟獻子)의 아들로 노나라 경(卿)이었던 맹장자의 효성은, 다른 이들도 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아버지의 신하와 아버지의 정치를 바꾸지 않음, 이는 하기가 어렵다.’고 하셨다.” [논어(論語)] <자장(子張)편>

즉 이는 바로 위에서 언급한 “삼년동안, 아버지의 도리를 고치지 않는다면, 섬긴다고 평할 수 있다.”라는 도리를 재천명한 것으로 간주할 수 있으니, 증자는 공자의 가르침을 오롯이 간직하고 있었음을 알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공자나 증자는 아버지가 올바른 길을 걸었던 아니면 그렇지 않았던 간에 상관없이 무조건적으로 아버지의 뜻을 따라야 한다고 말하는 것일까? 이와 관련하여서는, 다음의 기록을 살펴보자. 

맹헌자가 말하기를: “말 네 필을 길러서 재산이 어느 정도 되면, 닭과 돼지를 살피지 않는다. 얼음장을 떠낼 정도로 부유한 집안은, 소와 양을 기르지 않는다. 경대부와 같이 권세가 있는 집안은, 지위를 이용하여 백성들을 착취하는 신하를 기르지 않는다. 지위를 이용하여 백성들을 착취하는 신하를 가지느니, 차라리 도둑질하는 신하를 가지는 것이 낫다.” [禮記(예기)] <大學(대학)>

맹헌자는 이처럼 청렴하고도 항상 나라와 백성들의 안위를 걱정했기에, 공자는 [예기]에서 그를 다른 사람보다 한 수 위에 있는 인물이라고 칭송한 바 있다. 따라서 공자와 증자는 자식은 마땅히 아버지의 훌륭한 점을 계승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는 것임을 알 수 있다. 

공자는 인(仁)과 관련하여, 또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공자가 이르시기를: “말을 교묘하게 하고 아첨하는 얼굴빛을 하면, 어질음이 드물다.” [논어(論語)] <학이(學而)편> 

이 말은 인(仁)의 중요한 특징이 자신의 상관 나아가 군주를 기만하거나 아첨하지 않고, 진심이 담긴 말과 얼굴빛으로 대하는데 있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이미 앞에서 누차 설명한 바 있듯이, 인(仁)은 효제(孝弟: 부모에 효도하고 윗사람을 공경함)의 사회적 확장 형태로, 사회에 나아가 자신의 군주를 진심으로 섬기고 따르는 것인데, 이러한 진심으로 섬기고 따른다는 것은 자신의 군주를 기만하거나 아첨하는 것이 아니라, 진심이 담긴 말과 얼굴빛으로 대하는데 있다는 것이다. 이제 다음의 기록들을 살펴보면 그 의미를 보다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이윤이 말하기를) 임금이 교묘한 말 때문에 옛 정치를 어지럽히지 않고, 신하가 총애와 이익 때문에 성공에 머무르지 않으면, 나라가 오래도록 아름답게 빛날 것입니다." [상서(尙書)] <태갑하(太甲下)>

익이 말했다: “아! 경계하소서! 근심이 없을 때 경계하고, 법도를 잃지 말아야 합니다. 편안히 놀지 말고, 즐거움을 탐하지 말아야 합니다. (생략) 도를 어김으로써 귀족들의 찬양을 일으키지 말고, 귀족들을 어김으로써 자기의 욕망에 따르지 말아야 합니다. 게으르지 않고 허황되지 않으면, 사방의 오랑캐들이 임금에게 올 것입니다.” [상서(尙書)] <대우모(大禹謨)>

이윤이 이에 말했다: "선왕께서는 먼동이 틀 무렵에 크게 밝히고자, 앉아서 아침을 기다리셨고, 뛰어난 인재와 훌륭한 선비들을 두루 찾아 구하여, 후인들을 계도하셨으니, 그 명을 어김으로써 스스로 엎어지지 마십시오. 신중하여 이에 검소한 덕을 행하시고, 장구한 계책을 품으십시오. 우인이 쇠뇌에 활시위를 얹어, 가서 화살 끝이 법도에 맞는지 살피고, 곧 (활을) 발사하는 것처럼, 그 행동거지를 공경하고, 이에 선조가 행하신 바를 따르면, 제가 그럼으로써 기쁘고, 만세(萬世)에 말씀이 남을 것입니다. [상서(尙書)] <태갑상(太甲上)>

이처럼, 공자는 바른 말과 진솔한 얼굴빛으로 섬기고 따름으로써 자신이 섬기는 군주가 올바른 정치를 하도록 하는 것이 바로 仁(인)이라고 본 것이다. 

3.

이제 상술한 내용을 토대로, 다시 한 번 다음의 두 구절을 음미해보기로 하자.

번지가 어질음에 대해 물었다. 공자가 이르시기를: “사람을 사랑하는 것이다.” [논어(論語)] <안연(顔淵편> 

공자가 이르시기를: “부모님을 섬김은, 조용하고도 공손하게 간하고, 자식의 뜻을 드러내도 그 말을 따르지 않으시면, 더욱 공경하여 오히려 부모님의 뜻을 어기지 않는 것이니, 이처럼 수고롭지만 부모님을 원망하지는 않는 것이다.” [논어(論語)] <이인(里仁)편> 

결국 공자는 효(孝)를 춘추시대의 혼란을 막을 수 있는 인(仁)의 유일한 근본으로 여겨서, 가깝게는 부모 멀리는 자기가 섬기는 임금의 결정이 잘못된 것이어도 따라야 한다고 강조한 것이니, 설령 임금이 잘못된 판단을 내려서 간언을 했는데도 듣지 않으면 결국 진심으로 따라야 한다고 역설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인(仁)의 정의는 긍정적인 의미의 ‘순종’이라기보다는, 오히려 부정적인 의미의 ‘맹종’이라고 보아야하지 않을까? 아마도 공자의 제자 재아(宰我) 역시 그렇게 생각했나보다. 이제 공자와 재아의 대화를 살펴보자.

재아가 묻기를: “어떤 이가 그 어진 이에게 말하기를: ‘우물에 어질음이 있소’라고 하면, 그 어진 이는 우물 속으로 들어가는 것입니까?” 공자가 이르시기를: “어찌 그렇게 하겠는가? 군자는, 우물에 갈 수는 있지만, 빠뜨릴 수는 없고; 속일 수는 있지만, 사리에 어둡게 할 수는 없다.”  [논어(論語)] <옹야(雍也)편>

공자는 여기서 인(仁) 즉 자기의 군주를 진심으로 섬기고 따르는 것이, 군자 즉 도(道)를 배우고 부단히 노력하여 실천하는 올바른 지도자가 지켜야 할 바라고 천명하고 있다. 다시 말해서, 인(仁)이 도(道)의 중요한 구성요소임을 재차 확인시켜주고 있는데, 여기서 유의해야 할 점이 있으니 아래의 공자와 제자 자로(子路)의 대화를 살펴보자. 

공자가 이르시기를: “자로야, 너는 여섯 가지 말씀과 여섯 가지 결점에 대해서 들었는가?” 자로가 대답하기를: “아직 듣지 못했습니다.” 그러자 공자가 이르시기를: “자리를 잡고 앉아라. 내가 너에게 말해주마. 어질음을 좋아하면서, 배우기를 좋아하지 않으면, 그 결점은, 어리석어지는 것이다. (생략)” [논어(論語)] <양화(陽貨)편>

즉 공자는 “인(仁)을 좋아하면서, 성인(聖人)의 도(道)를 배우기를 좋아하지 않으면, 그 결점은, 공정하게 판단하지 못해서 맹목적으로 추종하게 된다.”고 자로를 훈계하고 있으니, 인(仁)이 도(道)와 결부되어 융화되지 못하고 단독으로 존재하게 되면, 자기의 군주를 맹목적으로 섬기고 따르게 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공자는 인(仁)이란 도(道)의 범위 내에서 다른 요소들과 조화를 이루고 있을 때, 비로소 자기의 군주를 맹목적이 아닌 진심으로 섬기고 따르게 된다고 설명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처럼 인(仁)이라는 것은 자칫 잘못 오해하면 ‘맹종’으로 비춰질 수 있으므로, 이에 대해서 공자는 또 다음과 같이 자신의 답답한 심정을 토로한 바 있다. 

“임금을 섬김에 예를 다하니, 사람들은 아첨한다고 여긴다.” [논어(論語)] <팔일(八佾)편>

인(仁)은 자기가 섬기는 군주가 무도한지의 여부에 상관없이 진심으로 섬기고 따라야 한다는 것이니, 보는 이의 입장에 따라서는 맹목적이고 심지어는 아첨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공자가 본문을 통해서 하고자 한 말은, 도(道)의 구성요소들이 조화를 이뤄서 유기적으로 돌아가지 않으면, 한쪽으로 치우쳐지는 폐단을 낳는다는 뜻이 되는 것이니, 이는 다시 말해서 도(道)의 내용이 되는 인(仁)은, 예(禮)라는 형식과 합쳐져야 비로소 화(和) 즉 조화를 이룰 수 있다는 의미가 되는 것임을 알 수 있다. 

* 이 저술의 저작권은 도서출판 아포리아에 있습니다. copyrights@aporia.co.kr ([고전 다시읽기] Aporia Review of Books, Vol.2, No.5, 2014년 5월, 안성재, 인천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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